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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의 배신 3편

‘말만 잘하는 사람’ 거르려면 면접 질문을 바꿔라

김영훈,정리=배미정 | 430호 (202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면접에서 흔히 지원자의 태도나 앞으로 각오, 특정 상황에서의 대처 방식 등을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모범 답안’을 유도할 뿐 실제 지원자의 입사 후 직무성과나 행동을 예측하지 못한다. 미래 성과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지표는 지능과 더불어 지원자의 과거 직무 관련 경험과 성과이다. 면접에서 단순히 ‘말 잘하는 사람’을 뽑지 않으려면 후속 질문을 통해 이력서에 적힌 과거 성과나 기술이 진짜인지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편집자주 |  책 『노력의 배신』과 『함부로 칭찬하지 마라』를 통해 심리학적 시각에서 고정관념을 깨뜨려 온 김영훈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채용 과정의 핵심 절차인 면접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는 새 기획으로 ‘면접의 배신’ 3부작을 연재합니다. 많은 기업이 당연시해 온 면접 제도의 허와 실을 분석하는 이번 연재에서 진정한 인재를 선별하는 데 필요한 참신한 시각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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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사의 부정 행위를 우연히 목격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두 번의 목격만으로 성급히 판단하지 않고 여러 차례 상황을 지켜보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겠습니다. 동시에 상사의 처지에서 불가피한 상황은 없었는지, 제가 오해한 부분은 없는지 세심히 살피겠습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한 사정이 있다면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그런데도 부정행위가 분명하고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상사가 시정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상위자에게 조심스럽게 보고하고 적절한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2. “동료가 반복적으로 태만한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먼저 동료에게 어려운 점이나 부담스러운 상황은 없는지 진심으로 묻고 그가 다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필요하다면 함께 일정을 조정하거나 협력 방안을 찾아 동료가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하겠습니다. 이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자세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팀 전체의 성공이 회사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3. “본인의 가장 큰 약점은 무엇입니까?”

“저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어 과거에는 지나치게 신중하다 보니 속도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계기로 속도와 완성도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높은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정해진 기한을 준수하게 됐습니다. 완벽주의의 단점은 보완하면서 꼼꼼함이라는 장점은 더욱 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4. “경력이 단절된 기간에 무엇을 하며 지내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현장을 떠나 있었지만 그 기간을 결코 허투루 보내지 않았습니다. 관련 분야 전문 서적을 꾸준히 읽고 온라인 강의와 자격증 취득을 통해 최신 지식을 유지했습니다. 또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실무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경력 단절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저의 역량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5. “이 직무를 위해 준비한 가장 구체적인 성과는 무엇입니까?”

“저는 이 직무를 위해 실제로 필요한 역량을 직접 익히고자 노력했습니다. 지난 반년간 데이터 분석 툴을 집중적으로 배우며 실무 프로젝트에 적용했고 팀 내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과를 냈습니다. 이를 통해 직무와 밀접하게 연결된 지식을 체득했으며 곧바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을 준비했습니다.”


‘사회적 바람직성 게임’으로 전락한 면접

이 다섯 가지 사례는 필자가 여러 기업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며 실제로 가장 자주 접한 질문과 답변이다. 지원자는 준비된 정답을 내놓고 면접관은 고개를 끄덕인다. 겉보기엔 흠잡을 데 없는, 면접관이 듣고 싶은 완벽한 답변이다. 그런데 이 답변이 지원자의 진짜 모습일까? 상사의 부정을 목격한 순간, 사실 두려움에 모른 척할 수도 있다. 태만한 동료를 볼 때 돕고 싶은 마음보다 불공평함에 분노할 수도 있다. 완벽주의는 포장된 미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팀 전체의 발목을 잡는 위험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경력 단절 기간은 재정비의 기회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현실적 한계와 고민으로 가득했을지 모른다. 직무 성과 역시 누구나 그럴듯하게 꾸밀 수 있는 ‘있어 보이는 포트폴리오’의 다른 버전에 불과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면접의 단골 질문은 정해져 있다. “왜 우리 회사를 선택했나?” “5년 후 커리어 목표는?” “회사의 이익과 개인의 신념이 충돌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가장 큰 실패 경험은? 어떻게 극복했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질문들에 대한 모범 답안을 준비하게 된다.

결국 이런 질문과 답변은 지원자의 진정한 가치관이나 실제 행동이 아닌 ‘얼마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답을 잘 외워서 유창하게 말하는가’를 보여줄 뿐이다. 면접관이 묻는 순간, 지원자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바른말 교과서’ 속 가장 안전하고 이상적인 답을 꺼내는 순간, 면접은 실제 역량 검증이 아닌 ‘사회적 바람직성 게임’이 돼 버린다.

그렇다면 이런 문답은 채용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지금껏 ‘교과서 같은 답’을 듣고 안도하며 채용을 결정해 온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면접은 지원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저 ‘즉석에서 얼마나 똑똑하게 연기하는지’를 확인하는 낮은 수준의 지능 테스트에 불과하다.

면접 질문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지원자의 직업 태도, 열정, 동기를 직접적으로 묻는 것이다. 둘째, 윤리적 딜레마 같은 특정 상황을 제시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묻는 것이다. 면접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 두 방식은 겉보기엔 합리적이지만 각각 치명적인 한계를 지닌다. 전자의 경우 지원자는 결코 자신의 진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후자는 지원자의 실제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며 직무 성과와도 무관하다.


말은 진짜를 보여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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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에게 “왜 이 직무에 지원했습니까?” “당신의 약점은 무엇입니까?” 같은 질문을 던지는 순간, 면접은 ‘사회적 바람직성 게임(social desirability game)’으로 변질된다. 누구도 자신의 단점이나 회사가 듣기 싫어할 태도를 솔직히 드러내지 않는다. 면접장에서 지원자의 목표는 단 하나, 합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면접관이 듣고 싶어 하는 정답을 말한다. 심리학과 조직행동학의 수많은 연구는 중요한 평가 상황에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제시(impression management)’ 전략, 즉 솔직한 자기보다는 ‘이 상황에서 가장 매력적인 나’를 연기한다고 밝힌다. 면접장에서 이런 연기를 하지 않을 지원자가 있을까? 면접장에 들어선 순간, 모두가 열정적이고 동기부여가 높으며, 상냥하고 겸손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이상적인 인재’로 자신을 포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답변이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일 수 있다. 절박하게 직장을 구하는 상황에서 “팀워크를 중시한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말은 지원자가 진심으로 느끼는 ‘현재의 마음가짐’일 수 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이런 자기 보고식 동기 진술은 실제 직무성과와 거의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사람의 진짜 태도와 가치관은 위기의 순간과 장기적인 관계 속에서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원자의 본모습은 면접장이 아니라 입사 후에야 비로소 나타난다. 그것도 입사 직후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첫 몇 년간은 누구나 조심한다. 상사 눈치를 보고, 협력하려 애쓰고, 열심히 하는 ‘척’이라도 한다. 물론 예외적으로 금세 바닥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생존이 달린 현실에서 바로 본색을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진짜 태도는 그가 관리자가 됐을 때 드러난다. 부서장이나 팀장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더 이상 하루하루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도 큰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이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가진 리더인지,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정말 협력적인 사람인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경험이 많은 경영자라면 채용 당시 ‘팀워크형 인재’라며 환영받던 사람이 막상 관리자가 된 후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조직을 흔드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잘 알 것이다. 반대로 면접에선 두드러지지 않았던 직원인데 현장에서 묵묵히 신뢰를 쌓아 존경받는 리더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일까? 채용 당시에는 모두가 뛰어나고 특별한 인재처럼 보인다. 면접을 통과해 입사한 순간까지는 회사가 공들여 뽑은 ‘최고의 사원’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그 빛이 바래고 조직은 ‘특별한 영웅’의 집단이 아닌 ‘다양한 평범한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드러난다. 성실하고 헌신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도 있고, 배려심 깊은 동료가 있는가 하면 무례한 동료도 있다. 이는 사실상 어느 조직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인간 군상의 축소판일 뿐이다.

기업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최고의 인재’를 선발했다고 믿지만 결과적으로 무작위로 뽑았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집단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면접에서 본 반짝임이 실제 업무 본질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 모든 현실은 한 가지를 말해준다. 면접장의 질문과 대답은 그 사람의 진짜 태도나 장기적인 행동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면접은 단기적이고 상황 의존적인 자기 제시의 무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런 자기 설명형 질문으로 인재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면접관의 눈에는 매끄러운 답변이 바람직해 보일지 몰라도 그 답변이 지원자의 ‘진짜 얼굴’과 무관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상황면접의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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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면접(situational interview)은 지원자의 태도를 직접 묻는 방식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직무 관련성이 높은 대안으로 떠오른 방식이다. 특정 업무 상황을 제시하고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묻는다. 면접관은 이를 통해 지원자의 실제 직무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예컨대 “부하 직원이 반복적으로 마감 기한을 어길 때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모범적인 답을 내놓으면 면접관은 그 지원자가 리더십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하는 식이다.

그런데 야네케 오스트롬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교수 등의 연구1 는 이런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다. 연구진은 지원자에게 상황면접 질문을 던져 자기통제, 고객지향, 설득력, 끈기, 구조화 주도력, 배려심 등 여섯 가지 핵심 역량을 평가했다. 예컨대 “중요 고객이 규정을 어기며 특혜를 요구할 때 어떻게 하겠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채점표에 따라 점수화해 평가했다. 이어서 연구진은 똑같은 상황을 실제 직무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했다. 훈련된 배우에게 ‘규정을 어기는 고객’ 역할을 맡긴 다음, 그와 상호작용하는 지원자의 행동을 관찰해 평가했다.

예상대로 상황면접에서 답을 잘한 사람은 시뮬레이션에서도 행동을 잘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발견은 전혀 다른 새로운 상황(예: ‘부하 직원이 반복적으로 실수할 때’)에서도 상황면접에서의 고득점자가 유능하게 대처했다는 점이다. 이는 상황면접이 단순히 ‘말한 대로 행동하는가’를 검증하는 게 아님을 시사한다. 오히려 지원자가 ‘주어진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면접관이 어떤 답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능력을 평가했음을 보여준다. 즉 면접관은 지원자의 행동을 판단하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시험의 의도를 읽어내는 지능’을 측정했을 뿐이다.

이런 착시는 채용 현장에서 흔히 벌어진다. 가령 “중요 고객이 규정을 어겼을 때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지원자가 “규정은 지키되 관계 유지를 위한 절충안을 제시하겠다”라고 답했다고 하자. 면접관은 지원자가 ‘윤리적이고 실무 감각이 있으며 조직 친화적이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이 답변은 진짜 가치관이나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채점 기준을 정확히 읽어낸 ‘문제 풀이’의 결과일 수 있다. 여기서 상황면접은 직무 능력을 검증하는 도구라기보다 제한된 정보 속에서 정답을 찾는 ‘문제 풀이 시험’으로 변질된다. 다시 말해 상황면접은 ‘똑똑한 문제 풀이형 지원자’를 가려내는 데는 탁월하지만 그가 실제 직무 현장에서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면접,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앞서 논의한 여러 한계점을 정리해 보면 오늘날 수많은 기업 면접이 여전히 ‘잘못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원자의 태도, 앞으로의 각오, 특정 가상의 상황에서의 대처 방식 등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 미래 성과와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 면접장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연극’의 무대이며 누구나 듣기 좋은 말을 준비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자는 그 상황에서 기대되는 답을 머릿속으로 계산해 면접관이 듣고 싶은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이런 답변은 지원자의 실제 업무 수행력이나 직무 적합성과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심리학자들과 산업·조직 연구자들이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래 직무성과를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일반적 지능(general cognitive ability)과 직무 관련 능력과 경험(job-related skills & experiences)이다.

지능은 새로운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으로 발휘되기에 여러 변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과 예측력을 보였다. 하지만 지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성과를 좌우하는 또 다른 핵심 요소는 바로 직무와 직접 연관된 경험과 능력이다. 예컨대 전략적 사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재무제표를 다뤄본 경험이 없다면 회계 직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면접은 바로 이 두 번째 요인, 즉 ‘직무 관련 능력과 경험’을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는 미래에 대한 다짐이나 포부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다. 오직 지원자의 과거 기록, 성과, 그 경험이 어떻게 축적돼 왔는지를 묻고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서 평가할 수 있다. 여기서 인정해야 할 냉정한 심리학적 사실이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더라면 직원의 업무 습관, 문제해결 방식, 협업 태도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것이다. 한 사람의 과거는 그 사람의 미래를 가장 강하게 예측한다. 따라서 미래 직무성과를 알고 싶다면 지원자의 ‘말’이 아니라 ‘과거의 성과물’을 들여다봐야 한다.


면접의 진짜 역할: 과거 성과 검증

면접의 핵심은 지원자가 과거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지원자의 이력서에는 이미 그 사람의 경험과 성취가 적혀 있다. 문제는 많은 면접관이 이 사실을 깊이 검증하지 않고 불필요한 추측과 피상적 질문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는 점이다.

면접관은 단순히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혹은 “과거에 무엇을 했습니까?”라고 묻는 데 그치면 안 된다. 지원자의 준비된 답변이나 과장된 경험을 걸러내기 위해 그것을 ‘검증’할 수 있는 후속 질문을 이어가야 한다.

예컨대 “앞으로 협업을 잘하실 건가요?” 같은 추상적 질문에는 모범 답안만 돌아올 뿐이다. “과거 협업 프로젝트에서 어떤 난관을 겪었나요?”라는 질문 역시 준비된 답변이 나오면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때는 다음과 같은 후속 질문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그 상황에서 당신이 맡은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서 본인이 실제로 취한 행동을 단계별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 결과를 수치나 산출물로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있나요?” “그 경험을 통해 배우거나 개선한 점은 무엇이며 이후 어떻게 적용했나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적힌 자격증이나 기술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실제 업무 수행에서 발휘된 역량인지를 따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 맥락, 결과, 학습의 흔적을 차례대로 추적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이 기술이나 능력을 실제 직무 상황에서 활용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 역량이 성과에 기여했다면 그 결과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었나요?” “앞으로 지원하신 직무에서 이 능력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장면을 가정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이를 통해 단순히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그 일을 실제로 어떻게 수행했고, 그 결과가 무엇으로 증명됐는가’가 확인됐을 때 비로소 지원자의 능력과 태도가 드러난다. 이를 통해 ‘자격이 있다/없다’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그것이 실제 역량으로 내재화됐는지, 지원 직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결국 면접관의 임무는 답변 그 자체를 믿는 것이 아니라 답변 속에서 검증 가능한 증거와 일관된 서사를 끌어내는 것이다. 지원자의 이력서를 토대로 성과의 진위와 질적 수준을 묻고 검증해야 한다.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미국 대학의 교수 채용에 관한 연구이다. 대학은 지원자를 불러 며칠 동안 공개 강의, 개별 면담, 위원회 질의응답, 학생들과의 만남 등 치열한 면접을 진행했다. 그런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공들인 면접 점수는 그 교수의 장기적인 연구 성과를 거의 예측하지 못했다. 반면 이력서에 기록된 ‘논문의 수와 질’, 즉 과거의 성과가 미래 연구 성과를 가장 강력하게 예측했다. 다시 말해 면접관들이 아무리 면밀히 평가해도 결국 그 사람의 미래를 가장 설명해준 것은 그가 이미 이뤄낸 과거의 성과였다.


미래가 아닌 과거를 보라

많은 면접관이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다짐은 누구나 꾸며낼 수 있고 실제 행동을 전혀 보장하지 않는다. 심리학에서 수십 년간 진행된 연구가 일관되게 말하는 교훈은 명확하다. “과거가 미래를 예측한다.” 과거의 성과와 경험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며 그 속에 지원자의 진짜 역량이 담겨 있다. 면접이 단순히 ‘말을 잘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과거 직무성과와 경험을 철저히 확인하고 기업이 뽑으려는 직무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경영자와 관리자들이 이 명백한 진실을 받아들일 때 채용의 정확도는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 김영훈younghoonkim@yonsei.ac.kr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필자는 사회심리학자이자 문화심리학자이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에서 학사, 아이오와대에서 석사, 일리노이대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2013년 ‘연세대 언더우드 특훈교수’에 선정 및 임명됐고 2015년 아시아사회심리학회에서 ‘최고의 논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 걸 그랬습니다』 『노력의 배신』 『함부로 칭찬하지 마라』가 있다. 삼성, LG, 사법연수원, 초·중·고등학교 학부모 연수 등 각종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칭찬과 꾸중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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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배미정

    정리=배미정soya1116@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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