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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다양성 가꾸기, 글로벌 진출의 출발점

이우진 | 427호 (2025년 10월 Issue 2)
혁신 창업은 더 이상 일부 기업가의 모험담이 아니다. 이제는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 과제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 정부 역시 매년 창업 지원 예산을 확대하며 스타트업의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를 분석하는 스타트업지놈(Startup Genome)은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서울을 세계 8위로 평가했고 또 다른 기관인 스타트업블링크(StartupBlink)는 서울을 20위로 평가했다. 실리콘밸리, 뉴욕, 런던, 베이징 등 글로벌 선도 도시들이 이미 혁신창업의 허브로 자리 잡은 가운데 한국 역시 중요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이 변곡점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원동력은 바로 다양성(diversity)이다. 정부는 글로벌 아웃바운드 정책을 통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들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스케일업을 돕고 있다. 한국은 내수시장만으로는 유니콘을 대거 배출하기 어렵기에 다양한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전략은 필수다.

그러나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우리 안을 돌아보자.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체 결혼의 10%가 국제결혼이며 다문화 가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국의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만나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한 풍경이 아니다. 얼핏 보면 한국 사회는 이미 거대한 용광로처럼 보인다.이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잠재적 혁신가들이다. 이민자, 유학생,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자산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 해외로 나가 기회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는 다양성을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혁신창업의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이러한 다양성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난여름 방문한 히토츠바시대에서 만난 일본의 저명한 경영학자 요네쿠라 세이이치로 교수는 한국벤처창업학회의 교수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을 여전히 이방인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외국인이 한국 기업의 CEO가 될 수 있습니까” 그리고 덧붙였다. “일본은 아직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성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짧은 질문이었지만 그 속에는 깊고 복합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효율성을 위해 획일성이 중시됐다. 그러나 창의성과 융합이 핵심 자산이 된 오늘날, 다양성이 필수적이다. 미국 기업들이 보유한 강력한 경쟁 우위 중 하나도 바로 이 다양성이다. 단일 배경과 사고방식에 머무는 스타트업 생태계는 결국 비슷한 아이디어만 재생산하다 성장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다양성은 새로운 가능성의 원천이며 동시에 위험을 분산시키는 든든한 안전망이다.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토양 삼아 차근차근 연습하고 준비할 때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와 어우러질 역량을 갖출 수 있다. 내부의 다양성을 가꾸는 일이 곧 진정한 글로벌 진출의 출발점이다. 씨앗이 튼튼한 땅에서만 싹을 틔우듯 다양성이라는 비옥한 토양 위에서 준비를 하고 나가야 비로소 혁신이 꽃을 피울 수 있다. 글로벌화는 스위치를 켜듯 갑자기 장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 이우진

    이우진drlee@kookmin.ac.kr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

    국민대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 부원장 겸 경영대학 교수다. 국내에서 드물게 학부, 석사, 박사 전 과정에 창업(entrepreneurship) 전공이 있는 국민대에서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함께 교육하고 연구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스타트업 사례집 아산기업가정신리뷰(Asan Entrepreneurship Review, AER)를 발간하는 AER지식연구소 소장을 맡아 최신 사례 발간을 이끌었고 현재는 국내 창업·벤처 연구 분야를 대표하는 학술단체인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창업 현장에서는 전문개인투자자로서 엔젤투자 활동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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