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Narratives in Economics”(2024) by M. Roos and M. Reccius in Journal of Economic Surveys, 38: 303-341.
무엇을, 왜 연구했나?특정 사건이나 경험을 시간적 순서와 인과관계에 따라 서술해 의미를 전달하는 내러티브(Narrative) 분석은 1980~ 1990년대에 정치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사회과학 분야에서 등장한 이후 인간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큰 공헌을 해왔다. 내러티브는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반영하며 복잡한 사회적, 경제적 현상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인간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 경제 내러티브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며 이를 실증적으로 측정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이론적 토대나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의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독일 보훔루르대 연구진은 경제학에서 내러티브가 일관되게 정의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개념의 명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집단 경제 내러티브(Collective Economic Narrative)’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집단 경제 내러티브는 집단 내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내러티브로 집단 구성원 간의 공유된 경험과 믿음에 기반해 특정 경제적 사건이나 현상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경제학 연구에서 내러티브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규명하고자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연구진은 1967년부터 2022년까지 ‘내러티브(Narrative)’라는 용어가 제목에 포함된 약 436편의 논문을 조사했다. 그 결과 내러티브가 통일된 정의나 접근법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정치경제학에서는 내러티브가 특정 경제 현상을 설명하거나 기존의 지배적 내러티브를 비판하고 대안적 해석을 제시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반면 거시경제학에서는 내러티브가 경제활동의 내재적 동인으로 간주돼 경제활동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형성하고 이끄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이 제안한 ‘집단 경제 내러티브’ 관점에서 경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동적인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서 내러티브는 개인이 아닌 집단 내의 상호작용을 통해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 경험, 믿음, 관점, 가치 체계를 공유하며 특정 내러티브에 공감대를 형성할 때 그 내러티브는 반복적으로 공유되고 강화되면서 집단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고 확산된다. 이를 통해 경제 내러티브는 단순한 개인의 신념이 아닌 집단 전체의 경제적 행동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집단 경제 내러티브는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닌 사건의 시간적 순서와 인과관계를 포함하는 복잡한 개념이다. 기존의 주제 모델링(Topic Modeling)은 단어 빈도나 패턴에 기반해 주제를 식별하는 데 유용하지만 집단 경제 내러티브의 복잡한 구조와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정교한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NLP) 기법과 새로운 방법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센티먼트 분석(Sentiment 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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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담론구조 분석(Discourse Structure 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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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같은 기법이 내러티브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더불어 집단 경제 내러티브의 이해를 심화하기 위해서는 인지과학이나 정서과학과 같은 다른 분야의 통찰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지과학은 심리학, 신경과학, 언어학, 인공지능, 철학 등을 융합해 인간이 어떻게 사고하고 학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정서 과학은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고 표현되며 인간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 두 분야는 내러티브의 표현 방식을 개선해 설득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내러티브 경제학의 발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내러티브가 인간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정책을 설계하고,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며, 경제적 결정을 최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러티브 경제학을 실무에 적용하면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강화, 구성원 동기부여와 참여도 증진, 변화와 혁신에 대한 대응력 증대, 고객 관계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전략이나 목표를 도입할 때 단순한 지시가 아닌 내러티브를 통해 그 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하면 구성원의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조직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협업과 혁신을 촉진한다. 또한 기업의 미션이나 가치, 브랜드 스토리를 내러티브로 전달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얻는 동시에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적용 과정에서 내러티브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복잡한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단일한 내러티브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 내러티브의 단순화는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복잡한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함으로써 잘못된 해결책을 제시할 위험이 크다. 이는 의사결정에서 심각한 오류를 초래하고 사회적 불평등이나 경제적 불안정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내러티브 경제학이 더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러티브의 형성과 그 영향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 조직, 사회, 경제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내러티브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내러티브를 균형 있게 고려하고 특정 내러티브가 지나치게 지배적이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내러티브 경제학이 ‘네거티브 경제학’으로 변질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