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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지금, 당장, 참여하라

김현진 | 378호 (2023년 10월 Issue 1)
# 2023년 9월 초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애플의 주가가 6% 이상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1년 예산의 40%에 달하는 240조 원의 주식 가치가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5G급 스마트폰을 선보이는 등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을 개시하자 맥도날드의 주가가 2주간 9.1% 하락했다. 미국 및 우방국 고객들의 압력으로 러시아 내 매장 운영 중단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지정학적 위험이 기업의 성과 지표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는 점입니다.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이 글로벌 정·재계를 긴장시키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럽연합(EU)과 러시아의 에너지 협력 단절 등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세계관’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충돌하고 있습니다.

경제계의 긴장감은 다양한 지표로도 나타납니다. 7월 발표된 ‘2023 여름 포천·딜로이트 CEO 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CEO들이 향후 12개월간 사업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외부 위협 요인으로 꼽은 요소 역시 ‘지정학적 불확실성’(57%)이었습니다. 19개 이상 산업군 CEO 143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꼽은 비율은 올 2월 51%에서 7월 56%로 늘어났습니다. 나란히 1위를 차지한 인플레이션이 같은 기간, 4%p 감소했고 또 다른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 ‘인재 부족’ ‘금융 및 시장 불안전성’ 역시 각각 12%p, 9%p씩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CEO들이 지정학 이슈에 대해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짐작게 합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감지, 기업 내부에 글로벌 대관 전략 인력을 확보하고 리스크 대응 전담 조직을 구축하는 등 지정학적 이슈 대응에 잰걸음을 하고 나섰습니다.

이미 지정학적 요인이 세계 경제를 좌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자금이 과거엔 비용과 수익성을 따져 움직였다면 이제는 국제 정세에 따라 한쪽으로 몰리고 있다는 겁니다. 예컨대, 지난해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그린필드(외국 자본이 투자 대상국의 토지를 직접 매입해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것) FDI 중 1800억 달러가 러시아를 옹호하는 국가에서 러시아를 규탄한 국가로 옮겨갔습니다.

더 많은 정부가 산업 정책으로 민간 부문에 개입하는 상황이 늘어나면서 현대 경제계가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맞게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투자의 흐름은 자유시장경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이제 절대불변의 진리는 아니다”라고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글로벌 경제 질서가 격변하는 시기,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전략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국가의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 외교(Corporate Diplomacy) 전략, 첨단 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블록화, 반도체 등 기술력을 둘러싼 기(技)정학과 천연자원이 국제 정치의 변수가 되는 자(資)정학 등 기업이 ‘지금, 당장’ 관심을 가져야 할 핵심 요소들을 선별했습니다. 기술 전략 분야 석학인 윌리 C. 시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DBR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 “참여하라(engage)”고 강조했습니다. 더 많은 정부가 민간 부문에 개입하게 된 시기, 정부가 가능한 현명한 정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해외시장 정책 입안자들에 대한 교육에 적극 나서는 등의 ‘개입형 전략’이 필요할 때라는 겁니다. 앞장서 나서고,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도전 정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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