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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외로워도 슬퍼도

김현진 | 377호 (2023년 9월 Issue 2)
팬데믹 이후 바람직한 CEO 리더십의 유형이 ‘영웅 리더(hero leaders)’에서 ‘인간 리더(human leaders)’로 급격히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난세일수록 “나만 믿고 따르라”는 식의 장군형 리더십이 요구됐습니다. 하지만 리더십 전문가들은 이제 그런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이처럼 리더십이라는 나침반의 화살표 방향을 자석에 이끌린 듯 완전히 돌려놓은 힘은 ‘극단적 불확실성’입니다. 특히 팬데믹은 누구도 예상 못한 뜻밖의 재난 상황 앞에서 모든 인간은 똑같이 나약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에 더해 기후 위기부터 각종 사회 갈등까지 외부 환경 요인들은 점점 초복잡계의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천재 한 명의 혜안과 리더십만으로 단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이 점점 더 불가능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장의 정답은 몰라도 이를 함께 찾기 위해 조직원들을 설득하고 자신의 약점을 기꺼이 드러내면서까지 사람들과 유대감을 쌓는 인간적 리더십이 급부상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비즈니스 복잡계를 둘러싼 ‘우주의 기운’이 변하고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많은 CEO는 ‘인간 리더’로 전환하길 주저합니다. 리더십 코치인 오르텐스 르 장틸의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을 CEO 리더십에 인용하면 이는 바로 ‘3대 두려움’ 때문입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배웠던 CEO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을 느낍니다. 또한 동료들과 너무 친밀한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감정에 휩쓸려 공과 사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배웠기에 평등한 관계 속, 감정 교류가 빚을 혼란도 두려워합니다. 새로운 유형의 리더십을 탑재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지, 실패에 대한 두려움까지 있습니다.

내가 내리는 결정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모든 CEO가 겪는 두려움과 외로움은 본디 ‘왕관의 무게’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초불확실성이라는 환경까지 마주한 요즘,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CEO들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DBR이 다양한 관점에서 취재한 이 시대 CEO의 자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연성’이 될 듯합니다. 불확실성이 디폴트가 된 시대,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다양하게 검증해보는 ‘만일 그렇다면(if-then)’식 결정 체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힘 등이 모두 유연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경영학 분야 구루, 시드니 핑클스타인 다트머스대 교수가 올해 열린 전미경영학회 연차대회에서 CEO의 핵심 덕목으로 멘탈 관리를 꼽은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번 호 DBR 인터뷰 코너의 주인공인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역시 급격히 얼어붙은 투자 환경 속에서 요구되는 리더의 역량 중 으뜸은 멘탈 관리, 즉 동요하는 감정을 붙잡고 상황을 돌파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베스트셀러 『트리거』의 저자인 경영 컨설턴트 마셜 골드스미스는 ‘인간 리더’가 되기 위한 실천 방안 중 하나로 자신이 되고 싶은 ‘인간 리더’의 행동과 활동을 나열해보고, 하루가 끝날 때 나 스스로에게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자문하라고 말합니다.

마치 시간을 쪼개 조금씩 했던 운동이 멋진 근육이 돼 노력에 보답하듯 생각의 변화를 위해서도 ‘마인드 빌드(mind build, 마음 쌓기)’를 통한 훈련이 필요하단 뜻입니다.

연말까지 달성해야 할 성과 목표, 내년도 사업계획서 앞에서 부담이 커지는 시기입니다. 이 시대 CEO가 명심해야 할 환경 변화와 지침을 다룬 이번 호 DBR은 성과와 조직 관리, 보상 등으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모든 리더에게 생각의 전환점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다양한 연구 및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이번 아티클들이 비즈니스 리더들의 ‘마인드 빌드’에 유용한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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