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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요양 기관도 디지털 전환 ‘실버테크’ 절실

이진열 | 372호 (2023년 07월 Issue 1)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다. 이제 1년 반 뒤면 국민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에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버 산업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실버 산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으로는 요양 시장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요양 시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등장으로 성장하기 시작해 제도가 도입된 2008년 4800억 원 수준에서 2021년 11조1000억 원으로 연평균 25%씩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의 요양 시장은 중소형 규모의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국내 요양 기관은 2만 개 이상이며 그중 88% 이상이 개인사업자로 구성돼 있다. 즉, 한국의 요양 인프라를 개인사업자들이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런 특성은 한국과 매우 유사한 사회보험제도를 가진 일본에서도 나타난다. 일본은 한국보다 10여 년 앞서 개호보험이라는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했고, 현재 25만여 개 요양 기관이 100조 원이 넘는 규모의 요양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일본에는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기업들도 있다. 그런데 그중 1위 기업인 니치이학관조차도 시장점유율이 1.5% 수준이고, 상위 20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해도 10% 정도다. 즉, 일본의 요양 시장 역시 80% 이상을 중소형 개인사업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일본과 한국 모두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요양 시장이 형성됐을까? 개인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고객 경험의 질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 모두 국가가 관련 비용의 85% 이상을 보조해주다 보니 많은 제약이 있다. 특히 모든 요양 서비스의 가격과 서비스 내용, 매출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의무 지급 비율 등이 모두 법으로 정해져 있는 데다 가격 할인 등의 프로모션이 금지돼 있어 각 요양 기관들이 비즈니스를 차별화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시간을 어르신과 보호자에게 할애하는 기관이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이를 비효율로 치부하지만 개인사업자는 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기에 제공하는 고객 경험의 질이 구조적으로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소형 개인사업자가 직면한 현실은 만만치 않다. 오늘날 그들의 운영 환경이 15년 전에 비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전단지나 노인정 봉사활동 같은 오프라인 활동으로 영업하고 있으며 국가가 요구하는 복잡한 행정 업무를 수기로 처리하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이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그들은 아직 아날로그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중소형 개인 요양 기관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실버테크 스타트업이 생기고 있다. 행정 자동화 솔루션, 요양보호사 구인·구직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고객 마케팅, 상담 과정부터 요양보호사 구인, 건강보험공단 청구 업무 등 일련의 과정을 다양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해 개인사업자들의 강점인 기술로 인간의 온도와 감성을 전하는 ‘휴먼터치’를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앞으로 쏟아질 노인 세대를 떠받칠 국가 인프라를 탄탄히 하려면 중소형 기관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전국에 뻗어 있는 개인사업자의 휴먼터치를 극대화하는 실버테크야말로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에 시급한 과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산업계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실버테크 도입에 앞장서야 할 때다.
  • 이진열 이진열 |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

    필자는 대학 재학 시절 K-팝 팬덤 서비스 ‘마이돌’을 창업해 글로벌 14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재학생 창업자로는 최초로 서울대 졸업생 대표 연설을 했다. 마이돌 서비스 매각 후 오프라인 중심의 요양 산업을 IT와 서비스로 혁신하는 실버테크 기업 한국시니어연구소를 재창업, 설립 2년 만에 누적 투자액 123억 원을 유치했다.
    jy@ks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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