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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챗며들며' 살아남기

김현진 | 372호 (2023년 07월 Issue 1)
챗GP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지만 ‘챗GPT 쇼크’라 불릴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출시 후 5일 만에 가입자 100만 명! 유튜브가 100만 명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8개월이 걸렸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그 관심의 크기를 가늠할 만합니다. 프로그래밍도 하고, 리포트나 보고서 작성을 거드는 등 내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류가 함께 어느덧 ‘챗며들게(챗GPT에 스며들게)’ 된 겁니다.

실제로 설문 플랫폼 ‘나우앤서베이’가 6월 2∼7일 직장인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73.9%는 챗GPT를 필두로 구글 바드, 마이크로소프트 빙챗 등의 생성형 AI 챗봇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DBR 역시 생성형 AI를 이미 제작에 도입, 활용하고 있습니다. 눈썰미 좋은 분이라면 포착하셨겠지만 이번 호와 370호(2023년 6월1호) 표지 그림이 챗GPT와 미드저니를 활용해 탄생했습니다.

챗GPT 도입 초기에 사람들이 많이 경험한 GPT-3.5 모델은 학습 파라미터 수가 1750억 개로 인간 뇌 용량의 0.2%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챗GPT의 파라미터 수는 올해 3월 공개된 GPT-4 모델에 이르러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개발사인 오픈AI에 따르면 이는 인간으로 치면 미국의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SAT 읽기와 수학 평가 기준, 상위 10%의 성적을 받는 수준의 학습 능력입니다. 단순히 숫자로만 지적 능력을 가늠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수치로는 ‘똑똑한 인간’ 수준의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겁니다.

커지는 수요를 반영해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기업들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최근 방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대표와 그레그 브로크먼 회장의 간담회에선 질문권을 얻기 위해 의자 위로 올라가 손을 드는 스타트업 대표들까지 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고 합니다.

신기술의 등장이 고용시장과 노동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올트먼 대표는 “대부분의 AI 모델은 기존 일자리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챗GPT 시대에 새로 등장할 직업군 중 하나로 특정 창작물을 AI가 만든 것인지, 사람이 만든 것인지 구별해주는 ‘생성형 AI모델 감별사’가 꼽히는 것(책 『챗GPT 기회를 잡는 사람들』에서)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AI 기반의 표절검사 서비스인 ‘카피킬러’ 운영사, 무하유가 최근 국내 최초로 챗GPT가 쓴 문장을 적발하는 GPT 킬러 솔루션을 개발한 것도 생성형 AI로 인한 ‘기술 추격’ 모델이라 할 만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또 다른 기술이 개발되는 연쇄 혁신 과정이 마치 쫓고 쫓기는 톰과 제리의 추격전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습니다.

오픈AI는 비영리기업으로, “AI가 소수에 의해 상업적으로 이용되면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하에 설립됐습니다. 영리기업인 자회사, ‘오픈AI LP’ 역시 단서로 ‘이익을 제한한 회사(Capped-Profit company)’라고 이름붙이고, 대박이 나더라도 투자자들이 투자금의 100배까지만 회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올트먼 대표는 기술 발달로 인한 빈부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실험을 실시하는 등의 활동으로 ‘테크노 마르크스주의자’로 불린 바 있습니다.

이는 범용 AI가 기술을 선도하는 혁신가들이 걱정할 만큼 자본주의의 역기능을 부각시킬 수 있음을, 그 정도로 큰 경제적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윤리적 이슈 등의 보완 과제 역시 생성형 AI가 만들어낼 생태계에서 후속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이미 이 기술은 ‘혁명’ ‘기회’ 등의 키워드와 연관어가 되고 있습니다.

인류에 큰 족적을 남길 혁신임은 잘 알겠지만 ‘어떻게’ ‘어디에’ 적용해야 할지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면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에 더욱더 주목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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