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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흐르는 조직

데이터 쌓이는 현장에서
분석 •문제해결 함께 이뤄져야

강양석 | 361호 (2023년 01월 Issue 2)
편집자주

최고전략책임자(CSO) 출신 데이터 전략가로 현재 강의, 출판, 컨설팅을 통해 경영 현장에 데이터 기반 문제해결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강양석 딥스킬 대표가 새 연재,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을 통해 데이터 혁신 조직이 갖춰야 할 균형 감각을 소개합니다.


Article at a Glance


데이터 과학은 사람의 판단을 다루는 기술이기 때문에 인문학, 경영학적 관점에서 다음의 4가지 균형을 지켜야 한다.

1. 유스케이스를 활용해 문제해결 관점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문제와 데이터의 균형’

2. 기존 빅데이터의 한계를 인식하고, 실험을 통한 스몰데이터도 확보하는 ‘실험과 분석의 균형’

3.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고객의 심층 데이터를 수집하는 ‘심층 데이터와 피상적 데이터의 균형’

4. 데이터 역량이 조직 전체에 잘 발현될 수 있도록 권한을 배분하는 ‘역량과 권한의 균형’



2023년은 위기의 끝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 3년여간 위기의 한복판에 있었을 때로부터 태세 전환이 필요하다. 왜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은 경험적으로 끝났다. 이제는 조직의 민첩한 대응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다만 조급증은 금물이다. 디지털 및 데이터 관련 대규모 투자는 시작부터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무턱대고 구축하고 쌓은 디지털과 데이터 환경은 이미 애물단지가 돼 가고 있다. 2020년 IBM리서치와 포레스트리서치의 연구에 따르면 지금 인류가 가진 데이터의 고작 약 20%만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고작 그것밖에 안 쓸 거면 왜 쌓았냐’는 말은 지금 와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든 일에 시작이 제일 중요하듯 그렇게라도 시작한 게 어딘가. 하지만 이제부터 달라져야 한다. 좀 더 노련하고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데이터 과학은 디지털 대전환의 기반이 되는 수많은 기술 요소, 예컨대 사물인터넷(IoT), 양자컴퓨팅, 블록체인, 클라우드, AR/VR 등과 다르게 취급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데이터 과학은 사람의 ‘판단’을 직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단순히 혁신 기술 하나를 도입하는 과정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의사결정 관점에서 데이터 과학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껏 데이터에 대한 담론은 지나치게 공학적으로 흐른 감이 있다. 데이터 과학은 심리학, 인문학, 경영학과 함께 논의돼야 하며 데이터 과학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을 장기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는 데이터 과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좋은 ‘판단’을 하는 데 필요한 귀중한 재료이다. 사람의 몸에 피가 잘 흐르는 것이 중요하듯 데이터 또한 조직 전반에 잘 흘러야 한다. 그래서 사람, 돈, 기술처럼 데이터를 필수불가결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조직을 바로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을 만드는 데 필요한 4가지 균형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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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와 데이터의 균형:
유스케이스(use case)의 중요성

우리는 데이터 과학을 지나치게 공학적이고 기법적으로만 이해하면서 목적의식을 잃어버렸다. 여기서 목적의식이란 모든 데이터 활용은 반드시 ‘문제해결(problem solving)’을 지향하고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말한다. 이로 인한 비효율성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리더가 데이터로 풀 수 없는 문제를 풀기를 직원들에게 강요하는가 하면 수백억짜리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가 명확한 목적 없이 진행되기도 한다. 실제로 2019년경 국내 재계 순위 5위권인 A그룹사의 데이터 과학 부서는 어떤 데이터를 쌓을지 결정하기 위해 전 부서에 엑셀 템플릿을 돌리려 했다. “귀하의 부서가 필요한 데이터를 써서 내주세요”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어떤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일률적으로 데이터를 모으려고 한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천만다행으로 그 당시 자문을 진행하고 있던 한 대학 교수의 만류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게 다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라는 질문에 천착하지 않고 데이터의 양에만 집착하는 관성에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의 ‘필요성’은 상상에서 나오지 않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가장 명료해진다. 특히 필요한 데이터를 정의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럴싸한 목록을 적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는 구체적 형식까지 정의돼야 비로소 분석의 재료가 될 수 있다. A그룹은 전체적으로 어마어마한 행정 비용을 낭비할 뻔한 것이다.

이런 ‘문제와 데이터’ 사이의 불균형 문제는 비단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다.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 업체 에릭슨에서 데이터 오피스 헤드였으며 현재는 호주 통신사 nbn의 최고데이터책임자(CDO)인 데이터 기반 조직변화관리 전문가 소니아 보이제(Sonia Boije)는 2021년 맥킨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데이터 유스케이스(Data Use case)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관찰하다 보면 정말 중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보입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유스케이스가 바로 앞서 표현한 ‘문제’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그는 필자가 속한 딥스킬 팀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끌었던 팀은 크게 1) 데이터 유스케이스 파트와 2) 데이터 유틸리티 파트로 구성하고, 그중 유스케이스 팀은 “어떤 문제를 풀 것인가?”, 유틸리티 팀은 “어떤 데이터를 쌓고 관리할 것인가?”에 관한 업무를 전담한다고 했다. 팀의 구성에서부터 문제와 데이터의 균형을 강조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점은 데이터 전문가 조직이 굳이 데이터 분석가들로 구성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소니아 보이제 역시 데이터 과학자가 아닌 마케터 출신이었다. 오히려 현업의 문제를 더 잘 이해하는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는 데이터 엔지니어들로 구성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현재 국내의 아주 극소수 기업에서 이렇게 데이터 분석가가 없는 데이터 전문 조직이 태동하고 있다. LG전자가 대표적이다. LG전자 내 이 데이터 전문 조직은 데이터 분석가가 소수 있기는 하지만 데이터 엔지니어,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전문가, 데이터 거버넌스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팀의 모토는 ‘데이터로 (데이터 과학자뿐만이 아닌) 전 구성원이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이런 모토에서부터 문제와 데이터의 균형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처럼 데이터 분석 성숙도가 높은 조직에서 분석가는 현업 팀의 구성원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며, 인재개발(Human Resource Development) 부서와의 유대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데이터 교육이 실제 실무 문제에 기반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데이터 기반 혁신을 이제 막 시작하는 모든 기업이 이런 고도화된 역할 구조를 처음부터 갖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균형감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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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실험과 분석의 균형: 실험 기획의 중요성

기업들의 데이터 관련 고민을 많이 접하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접하는 불균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많은 사람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분석이 필요한지 모른다”는 것이다. 약 1년 전 있었던 일이다. 식품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모 대기업 마케팅 팀장이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저희가 최근에 고급 된장을 출시했습니다. 그래서 마케팅 플랜을 짜야 하는데 최고마케팅책임자와 실무팀 의견이 너무 안 맞아서 고민이에요. 몇 년 전 저희 회사가 고급 고추장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적이 있는데 그 제품의 온라인 고객은 주로 30∼40대라는 데이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은 당연히 젊은 세대를 위한 마케팅 플랜을 짜고 있었죠. 그런데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주요 고객이 50∼60대라는 오프라인 매장 판매원들의 인터뷰 내용만 믿고 타깃 고객을 자꾸 50∼60대로 정하려고 하는 거예요. 왜 데이터를 믿질 않는 걸까요? 게다가 주요 고객이 30∼40대인 이유를 저 보고 데이터로 증명해 오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상황의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온라인 데이터와 오프라인 직관의 충돌? 데이터 기반 젊은 세대 마케터와 직관 기반 전통적인 마케터의 이견? 아니면 실제로는 젊은 고객이 실사용 고객이고 이들에게 좋은 고추장을 선물하고 싶어 하는 고령층 세대의 마음이 빚어낸 착시? 모두 다 그럴싸한 의견이지만 내가 주목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실험과 분석의 불균형’이다. 굳이 데이터 분석으로 풀 문제가 아닌 것도 데이터로 풀어야 한다는 강박 탓이다. 위 사례에서 애초에 고급 고추장의 판매 데이터는 그것이 고급 된장의 핵심 고객을 밝히려는 목적으로 쌓인 것이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문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해결하기보다는 새롭게 개발 중인 고급 된장에 적합한 새로운 실험(experiment)을 하는 게 낫다. 데이터 규모가 작더라도 더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때 실험의 형태는 고급 된장 시제품을 들고 나가 시식회를 열어보는 등 생각보다 단순해도 된다. 혹시라도 ‘유사도 분석’이라는 멋져 보이는 분석 기법에 현혹돼 이미 억지 춘향인 분석을 어떻게 더 과학적으로 개선할 것이냐를 따지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공공 영역이건, 민간 영역이건 2022년 현재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대부분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쌓은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이런 거대한 제약 조건을 간과하면 문제해결의 다양한 방법을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오로지 “데이터 분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질 수 있다. 문제를 잘 살펴보면 꼭 과거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추론해 판단하지 않아도 1) 의사결정자의 결단, 2) 프로세스 개선, 3) 디지털 솔루션 도입, 4) 정책 및 제도 개선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많다. 데이터는 과거의 산물이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의 효과는 과거 사건의 특성이 미래 사건의 의사결정에 활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 즉, 경험해 보지 못한 사실을 판단하려 하거나, 아니면 애초부터 정보가 부족해 판단이 안 되던 게 아니라면 원천적으로 ‘데이터 기반 문제해결’이 힘을 발휘할 영역이 아닌 것이다. 새로운 의사결정에 맞는 새로운 실험을 기획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분석만큼이나 막강한 문제해결 방안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3. 심층 데이터와 피상적 데이터의 균형:
아날로그 조직의 중요성

실험과 분석의 균형이 필요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지금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가 지금의 의사결정에 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막연히 빅데이터에 의존하지 말고 작은 양이더라도 새로운 데이터를 쌓으면서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데이터를 잘 쌓을 수 있을까?

“데이터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개 ‘정형 vs. 비정형’ ‘식별 vs. 비식별’ ‘정성 vs. 정량’ 등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는 데이터를 너무 공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결과다. 데이터가 추론 모델을 완성하는 데 좋은 재료가 되려면 핵심적으로 ‘심층적 데이터와 피상적 데이터의 균형’이 필요하다. 심층적 데이터란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데이터, 피상적 데이터는 결과를 모아 놓은 데이터라고 이해하면 쉽다. 데이터 과학은 결국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기초로 한다. 이때 상황을 통제한다는 것은 인과관계를 통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인과를 추론한다는 것은 비단 사회과학뿐 아니라 자연과학에서조차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 상관관계인데 상관관계가 인과관계 대비 가진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매우 많이 관찰한 양’, 즉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빅데이터가 인간의 의사결정 방법에 근본적인 변화를 준 게 있다면 (어렵게) 인과 추론을 하지 않아도 관찰의 양을 극대로 늘려 상관관계만으로도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빅데이터는 사건의 원인에 대한 기술이라기보다는 결과만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과연 우리가 언제까지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해봐야 한다. 알다시피 빅데이터를 모으고 관리하고 분석하는 데는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무작정 많은 데이터가 좋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원인을 과감히 유추할 수 있는 잘 기획된 데이터의 존재가 더 절실하다. 심층과 피상적 데이터의 균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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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종류의 데이터 간 균형을 이해하기 위해 금융 산업과 유통 산업의 변화를 살펴보자. 이 두 산업은 언뜻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최종 사용자(End User)를 직접 대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두 산업 모두에서 고객들의 사용성이 급격하게 온라인(또는 모바일)으로 이동하는 공통적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해온 오프라인 지점의 역할이 굉장히 모호해졌다. 실제로 유통점과 금융기관들은 점포와 영업점을 매우 빠른 속도로 줄이고 있다. 그럼 이대로 모든 오프라인 자산은 사라지고 말까? 그렇지 않다. 오프라인 영업점의 역할은 고객에 대한 심층 데이터를 쌓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는 2019년 글로벌 뱅킹 서베이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심층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소비자일수록 오프라인에서의 감정적 교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유통 업체와 금융기관에 대한 종합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데 화룡점정 역할을 한다. 이 두 업계에서 오프라인 영업점의 역할은 ‘판매’에서 ‘감정적 교감’으로, 고객에 대한 자세한 심층 데이터를 쌓는 전초기지로 변모하고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데이터의 종류를 단순히 가공 형태로만 구분하지 않고 인과관계를 골고루 추론할 수 있는지 여부를 관점으로 살펴볼 때 비로소 디지털 전략의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이제 데이터 혁신 전략을 시작하려는 조직은 지나친 피상적 데이터 중심의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고객 행동의 결과 데이터를 많이 모으려는 행동 못지않게 ‘왜 고객은 그런 행동을 했을까?’에 대한 심층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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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역량과 권한의 균형:
경영 체계 혁신의 중요성

마지막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균형은 데이터 분석 역량과 의사결정 권한의 균형이다. 데이터 혁신 조직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 관점에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는 하나의 분석 기법을 이해하고 기존에 하지 못했던 문제를 하나 해결했다는 프로젝트 관점과 다르다. 데이터가 의사결정 문화 자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많은 기업이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실제 그 역량을 쓸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일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면 당연히 디지털 환경의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이 ‘데이터의 엄마’라고 봤을 때 데이터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현장에서 데이터가 쌓인다는 것이다. 즉, 정보가 특정 부서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 곳곳에 쌓인다는 말이다. 나는 이런 현상을 “디지털 대전환은 뇌가 현장으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표현한다. 데이터가 쌓이는 현장 곳곳에서 데이터 분석이 일어나고, 그 결과에 따른 문제해결의 의지가 발생할 때 데이터는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데이터를 쌓는 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자’ ‘분석 결과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자’가 동일 인물일수록 강력한 힘이 발휘된다는 얘기다. 여기서 데이터 혁신 조직의 핵심은 구성원 개개인의 분석 역량보다 의사결정 구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뜻 들으면 매우 당연한 얘기 같지만 다음의 예를 살펴보면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이 공정 최적화를 위한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한다고 해보자. 그런데 어떤 공정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특정 공정을 잠시 멈춰야만 한다. 혹시나 연속 공정 상황이라면 특정 공정을 멈춘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분석가가 공정 데이터 획득을 위해 공정 운영 스케줄에 얼마나 깊게 개입할 수 있는지 여부는 프로젝트 성패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이렇듯 분석 역량 자체에만 몰입하기보다 우리 조직이 그 역량들을 발휘할 수 있는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이런 의사결정의 변화와 관련해 가급적 ‘문화’라는 개념은 쓰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왜냐하면 문화는 모든 일의 원인이지만 그 어떤 일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서점에 가면 기업 문화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나는 그들이 뾰족한 방안을 내놓는 걸 본 적이 없다. 실제로 프로세스를 바꾸고 경영 체계를 논해야 구체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즉, 막연한 성향 분석이 능사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구체적인 전결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 글의 서두에서 말한 대로 데이터 과학은 인간의 ‘판단’을 다룬다는 관점에서 여느 4차 산업혁명 기술 요소와 그 근본 성격이 분명 다르다. ‘양자 컴퓨팅 도입을 위한 조직 문화 개선’이라는 말은 없어도 ‘좋은 분석가가 많아도 좋은 분석 문화를 가진 회사는 적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가뜩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데이터 과학인데 심리적, 경영적 이해까지 더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의사결정의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올려야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 좀 더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균형감이 필요한 이유이다.


강양석 딥스킬 대표 stephen.kang@deepskill.io
강양석 대표는 딜로이트컨설팅 전략팀장, 글로벌 1억 명 사용자 비즈니스 플랫폼의 최고전략책임자(CSO), 인공지능 상장사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친 경영자 출신 데이터 전략가이다. 현재 딥스킬(deepskill.io)의 대표로 강의, 출판, 컨설팅을 통해 데이터 사고력(Soft skill)과 툴을 다루는 힘(Hard skill)의 균형을 확산시키고자 한다. 2021년 국가인재원 데이터 리터러시 분야 자문위원이었으며 저서로 『데이터로 말하라(2015)』, 국회도서관 추천 도서인 『데이터 리터러시(2021)』,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2023년 예정)』이 있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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