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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필요한 멘토링

창업가는 투자금 유치에만 집착 말고
경영자로 거듭날 멘토링 받아야

강재상 | 358호 (2022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많은 스타트업이 창업 및 그 이후 스케일업 과정에서 멘토링을 경험한다. 하지만 항상 멘토링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가 멘토링을 위해서는 멘토가 멘티인 스타트업이 가진 ‘진짜’ 문제를 꿰뚫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가가 해당 기업과 그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가장 전문가이긴 하지만 편향에 사로잡혀 회사가 당면한 문제를 잘 볼 수 없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원활한 멘토링을 위해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솔루션을 제시하기보다는 충분한 ‘라포르(Rapport)’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라포르 형성을 통해 멘티가 멘토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해야 멘토가 제시하는 솔루션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멘토링이라는 단어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꽤 익숙하다. 스타트업 육성 방법 중 하나로 멘토링이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AC(액셀러레이터)나 VC(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멤버 기업이 될 경우에도 대부분 멘토링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안 그래도 바쁜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시간을 쪼개서라도 받아야 할 정도로 멘토링이 정말 중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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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가에게 멘토링이 필요한 이유

1. 관심사가 사업 계획 수립 및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만 치중돼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의 관심사는 온통 사업 계획과 사업 아이템에 쏠려 있다.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사업 계획도 중요하고 사업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그 자체가 사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창업가가 사업 계획 작성에 필요 이상으로 몰두한다. 특히 초기 및 중기 단계 스타트업의 경우 구체화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완성되지 않아도 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IR 자료를 만들어 투자 유치 및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사업계획서 및 IR 자료 작성을 잘하는 것이 곧 사업을 잘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창업가들도 많다. 투자금을 유치하고 각종 지원을 받는 것은 사업을 잘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인데 이 자체가 목적이 돼 버리는 사례를 스타트업 멘토링 과정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따라서 예비나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멘토링이 필요한 이유는 이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보정해주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잡아주기 위함이다. 경주마처럼 시야가 좁혀진 상태를 벗어나도록 도와주고 자신의 사업 아이템에 대해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진짜 사업 성장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안내해줘야 한다.

2. 창업가라고 다 경영자는 아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창업가이자 경영자’가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다수의 창업가는 좋은 사업 아이템은 갖고 있지만 경영 능력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CEO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 아이템을 실제 구현해내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제품과 서비스 개발뿐 아니라 마케팅, 영업, 재무, 인사, 총무, 법무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의 복합적인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예컨대, 창업가가 투자 유치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실제로 구현해내겠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투자받은 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는 어떻게 얼마를 쓰고, 인건비에는 얼마나 지출할 예정이며, 사무실 등 공간 비용이나 기타 운영비용 등은 얼마나 써야 하는지까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멘토링 과정에서 만난 많은 초기 창업가는 여전히 “돈만 있으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창업가를 경영자로 만들기 위해서 멘토링은 필요하다.

3. 전문성이 특정 분야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창업가는 인지적 편향으로 인해 슬기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 이는 초기 스타트업이나 어느 정도 스케일업에 성공한 스타트업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신이 본래 믿고 있는 대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임의로 판단하는 ‘확증 편향’이나 선택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는 ‘선택 지원 편향’ 등이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특정 분야의 전문가일수록 자신의 사업과 사업이 속한 산업 및 시장, 혹은 자기가 가진 경험과 노하우에 워낙 몰입해 있기 때문에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필자에게 멘토링을 요청한 스타트업 중에 최신 기술이 접목된 생활용품을 만든 회사가 있었다. 창업가는 브랜딩을 통해 이 제품을 프리미엄 제품으로 포지셔닝해 비싼 가격을 받고 싶다며 멘토링을 요청했다. 하지만 필자가 회사의 사업계획서와 IR 자료, 제품 서비스 소개서 등을 분석하고 창업가와 직접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 회사의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창업가가 제품을 프리미엄 제품으로 브랜딩하려는 이유는 높은 원가 비중 때문이었다. 비싸게 팔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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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창업가는 국내 대기업에서 십수년간 상품을 기획하고 만든 전문가였다. 경험이 대기업에 한정돼 있었단 뜻이다. 창업가가 대기업에서 일할 때 만든 상품은 이 회사가 오랜 기간의 경험을 통해 보유한 마케팅 역량과 수십 년 동안 구축한 강력한 영업 조직 및 유통 채널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던 것이다. 즉, 잘 만들기만 하면 알아서 팔렸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달랐다. 창업가는 이 차이를 잊고 있었다. 그저 자신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전문성과 노하우만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시장과 맞지 않는 해결책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창업가가 단순히 지식이나 스킬을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교육이나 강연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실제 사업을 해나가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의 성격을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일방적인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창업가는 회사를 창업하는 순간부터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고 매 순간 어려운 의사결정을 강요당한다. 그래서 경험 많은 창업 선배들이나 특정 분야 전문가들의 멘토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창업가 멘토링 초기, 주요 체크 사항 3가지

1. ‘진짜 문제’ 파악을 위한 사전 진단

앞서 설명한 대로 창업가는 회사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따라서 창업가가 말하는 문제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멘토링의 시작점으로 삼다 보면 창업가와 멘토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진짜 문제’를 찾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멘토링 시작 전, 항상 정확한 문제 파악을 위한 사전 진단을 실시한다. 창업가가 말하는 문제가 어떤 배경과 상황에서 나왔고, 어떤 목적과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지를 알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회사의 IR 자료 등을 바탕으로 미리 가설을 세워 놓고 사전 진단 결과와 가설을 겹쳐서 살펴보면 보다 정확하게 진단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2. 창업가 개인 상황 및 멘탈 상태 파악

사전 진단을 통해 문제점을 잘 파악했다고 해도 멘토링 과정에서 제시한 의견이나 해결책을 멘티인 창업가가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멘토링 내용에 대해 동의를 하지 못하거나 멘토링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경우일 수도 있지만 상당수는 다른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즉, 집안일이나 친구 문제, 부부 문제, 연애 문제, 창업 멤버나 직원들과의 불화 등 창업가 개인의 일로 인해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사실 멘토 입장에서 사업 외의 문제를 직면할 때 가장 난감하다. 하지만 1회성 코칭이 아닌 장기간의 멘토링을 제공해야 한다면 이 부분을 덮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멘토링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춰 사업 성장과 확장에 장애물을 거둬내는 선까지 최대한 지원을 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창업 멤버나 직원들과의 문제라면 조직 운영과 조직 관리 차원에서 멘토링을 진행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문제가 창업가의 개인적 이슈라면 창업가가 최대한 사생활과 일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창업가의 감정적인 부분과 이성적인 부분을 나눠서 보도록 조언한다. 또한 개인적인 창업가의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울 창업가를 위해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조율해주는 역할을 돕기도 한다.

3. 사업 분야와 성장 및 투자 단계 분석과 접근법

마지막으로, 멘토링 시작 전, 사업 아이템이 속한 사업 분야와 현재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멘토링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첫 번째 분류 방법은 사업 아이템이 속한 사업 분야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커머스, 플랫폼, AI, 메타버스, 딥테크, 푸드테크, 핀테크 등의 키워드로 분류 가능하다. 이렇게 나누는 이유는 각 사업 분야마다 이 영역 안에 속하는 사업 아이템들에 공통적인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통적인 속성이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전제 조건인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그 조건에 부합하는지,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무엇이고, 어떻게 채워야 할지를 놓고 멘토링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산업이 속한 고유 속성에 따른 분류법도 있다. 제조업, IT, 유통, 판매, 서비스업 등 산업분류표에 의거한 분류다. 이 역시 해당 산업이 지닌 공통 속성이 존재한다. 그 산업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라고 볼 수 있는데 멘토링 시 이 역량을 스타트업이 갖추고 있는지, 혹은 갖춰갈 수 있을지를 파악해서 의견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장 기준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 스타트업이 만들려고 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고객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이 제품을 카테고리화하는 방식을 떠올리면 된다. 푸드, 리빙, 가전, 패션 등의 분류법이 그것이다.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각 영역마다 시장과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는지를 설명하며 최소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 무엇이고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출시했거나 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무엇을 갖춰야 하고, 어떤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상품 기획과 가격 정책, 유통과 프로모션은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를 기본 틀로 활용해서 멘토링을 할 수 있다. 물론 시장과 고객의 속성만 다를 뿐 B2B 사업 아이템도 대부분 동일한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다. 크게 이렇게 3가지 사업 분야 구분 정도만 가지고도 사업 관련 멘토링의 70∼80% 이상은 소화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과 투자 단계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다. 성장 단계는 스타트업이나 일반 기업이나 유사하다. 단순화해서 크게 3가지 단계로 생각해볼 수 있는데 시장 진입 단계인지, 스케일업 단계인지, 시장 점유 유지 및 사업 확장 단계인지로 나눌 수 있다. 각 단계별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관성을 갖고 있다 보니 멘토링해야 할 스타트업의 사업화 진행 현황이 이 3가지 단계 중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서 멘토링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보통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투자 단계 어디에 있는지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1 사업 아이템의 투자 단계별로 투자사가 요구하는 정형화된 기준이 있다. 그 기준에 맞춰서 스타트업이 현재 어느 정도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것을 더 해야 하는지를 따져본 뒤 멘토링할 수 있다.

스타트업 멘토링 방법 두 가지

사전 진단을 통해 진짜 문제를 파악하고 스타트업이 현재 처한 상황과 단계별로 무엇이 필요할지를 파악했다면 다음은 멘토링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사업 전략, 마케팅, 상품 기획, 법률, 특허 등 멘토링 주제나 IR 준비, 협업 준비, 내부 사업 기획 수립 등 멘토링 목적으로 나눠 볼 수도 있고 오프라인 대면 미팅, 온라인 비대면, 유선, e메일, 메신저 등 소통 수단의 차이에 따라서도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는 멘토와 창업가와의 관계를 기준으로 1대1 멘토링과 집단 멘토링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1.1대1 멘토링

스타트업 멘토링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방식이다. 스타트업 멘토링은 사실상 컨설팅에 가깝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멘토링 시 멘토는 1명이 보통이고 멘티는 창업가나 대표, 혹은 직원이 된다.

1대1 멘토링을 진행할 때 멘토는 사전에 충분히 라포르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종종 멘토들은 멘티가 처한 문제에 대해 매우 건조한 화법으로, 논리적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한다. 하지만 이는 종종 부작용을 일으킨다. 멘토링의 대상이 되는 창업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사업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한 사람이다. 이들에게 사전 공감대 형성 없이 그동안의 과정과 노력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멘토링을 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멘토가 주는 의견을 왜곡 없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멘토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서 조언하고 있다는 것을 창업가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곧바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가벼운 주제로 풀어나가면서 경직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푸는 것이 좋은데 이는 앞서 설명한 사업에 대한 사전 진단과 상황 파악을 진행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또한 창업가가 현재 사업적, 개인적으로 처해 있는 상황과 멘토링 내용에 대해 창업가가 받게 될 감정에 대해 충분히 공감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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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창업가가 멘토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되면 스타트업의 단계별 특성, 산업과 시장 특성, 고객 특성에 따라 근본적인 문제를 도출하고 정의한 후 거기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멘토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택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결과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알려주면서 각 선택의 장단점을 함께 이야기해준다.

2. 집단 멘토링

1대1 멘토링에 비하면 자주 쓰이진 않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멘토링 방식이 집단 멘토링이다. 집단 멘토링은 멘토가 1대1 멘토링처럼 전적으로 창업가를 이끌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가 아니라 복수의 멘티, 수명에서 수십 명의 창업가를 멘토이자 멘티로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그렇다 보니 멘토가 퍼실리테이터의 역할도 겸하게 된다. 집단 멘토링의 핵심은 멘토 1명의 전문성에 의지하지 않고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창업가 각각이 갖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데 있다. 집단 멘토링의 특징은 명확한 주제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집단 지성을 통해 해결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2021년 하반기 국내 한 기관과 함께 ‘스타트업 CEO만을 위한 최고경영자 과정’을 설계한 경험이 있다. 중견 스타트업과 우수한 초기 스타트업을 선별해 4개월 동안 열린 이 과정은 전 과정을 집단 멘토링으로 진행했다. 멘토가 주는 해결책과는 별도로 참여한 창업가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또 다른 창업가가 부딪힌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폭넓게 제시되다 보니 1명의 멘토가 해결할 수 없는 한계들을 극복하면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현실적인 의견들을 나눌 수 있었다. 동시에 요즘과 같은 경영 위기 상황에서 동료(Peer) 집단이 서로의 경험을 ‘학습’하면서 위험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역량을 익힐 수 있었다. 한편 더 나아가 기업들 간에 직접적인 사업 제휴나 협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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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집단 멘토링의 또 다른 효과는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창업가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창업가 대부분이 갖고 있는 고립감과 좌절감을 탈피하고 사업 추진을 위한 활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직장생활을 할 때와 달리 나이와는 상관없이 ‘대표’라는 자리 때문에 갖게 되는 외로움과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때 서로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는 창업가들끼리의 네트워킹은 그 자체로 큰 의지와 위안이 된다. 물론 집단 멘토링이 잘 이뤄지는 기본 조건이기도 하지만 집단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서로 믿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어야 가능하다.

집단 멘토링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존 집단 멘토링 과정에 투자자들을 초빙해 투자와 관련한 지식을 얻으면서 동시에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다. 또한 산업군별로 참여 관련 기업 창업가들을 나눠 특정 기술 또는 사업 기법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 나누도록 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 대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
멘토링 중요성 커진다

향후 스타트업 창업가 멘토링은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먼저, 시장 상황의 변화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대대적인 쇄신이 불가피하다. 올해 들어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인해 스타트업 투자금이 줄어들면서 스타트업 기업 가치 평가에 과거와는 다른 잣대가 들이대 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털(VC)의 막대한 재무적 투자를 통해 성장한 스타트업들에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창업가들은 AC와 VC를 통한 재무적 투자 유치 외에 전략적 투자 유치나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과의 협업, IPO뿐 아니라 타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M&A나 지분 인수를 통한 엑시트(EXIT)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시장이 요구하는 사업적 성과를 달성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향후 스타트업들은 단순히 뛰어난 사업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생존할 수 없다. 이는 앞으로 수년 동안 스타트업 멘토링은 창업가들이 이러한 새로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뜻도 된다. 다수의 스타트업이 이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스타트업 멘토의 수요는 늘어나고 역할과 전문성이 보다 고도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기업과 중견 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과 사내 벤처, CVC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신사업 발굴 및 사업화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는 점 역시 스타트업 멘토링의 수요를 늘리는 한편 멘토링 서비스의 전문화를 가속화시킬 동인이 될 것이다.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하거나 사내 직원들을 활용해 사내 벤처(사내 스타트업)를 육성하는 한편 신사업을 스타트업 방식으로 전개함에 있어 스타트업 멘토들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스타트업과 대기업이라는 양쪽의 이질적인 속성을 동시에 이해하고 이를 이어주거나 기업에 스타트업 DNA를 이식시키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 부분을 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멘토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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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jskalex@naver.com
필자는 교육 스타트업 패스파인더넷의 공동대표이자 스타트업 네트워킹그룹 알렉스넷의 공동 운영자다. 대기업과 컨설팅 회사, 교육 스타트업 등을 넘나들며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코칭 및 멘토링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매해 평균 500여 개 스타트업과 사내 벤처를 육성하고 있다. 또한 삼성, LG, SK,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국내 대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및 사내 벤처 프로그램 등의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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