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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밀레니얼 부모의 ‘한국형 알파세대’ 관찰기

“○린이, 노키즈존? 이런 말 옳지 않아요”
그들의 선한 생각이 우리에게 거울이 된다

김정 | 355호 (2022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초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한국의 알파세대는 글로벌 알파세대와 마찬가지로 스마트 기기 사용에 익숙해 정보 검색과 습득 능력이 뛰어나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다. 적지 않은 사교육 부담으로 자정 넘어 온라인에서 함께 놀 친구를 찾는 건 한국 알파세대만의 특이점이다. 과거 세대들보다 똑 부러지는 알파세대는 뛰어난 디지털 소양과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하려는 가치관을 결합해 지구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래의 주역으로 자라날 것이다.



“헤이 구글, 포켓몬 기라티나가 진화하면 뭐가 돼?”

초등 2학년인 우리 집 꼬마는 요즘 포켓몬에 푹 빠져 있다. 포켓몬 카드를 수집하기 위해 당근마켓을 들여다보고, 동네 산책을 나갈 때면 스마트폰을 갖고 나가 ‘포켓몬 고’를 한다. 아기 때부터 스마트 기기에 익숙했던 아이는 한글을 모르던 서너 살 무렵에도 음성 검색으로 궁금한 것을 찾아보고, TV나 컴퓨터 화면을 아이패드처럼 드래그하며 원하는 영상을 재생하려고 했다. 이런 아이의 행동이 생소해 웃음을 터뜨리다 ‘우리 세대와는 다른 디지털 신인류가 탄생했구나’라고 생각하곤 했다.

필자는 1982년생으로 밀레니얼세대 초등 맘이다. 다시 말해, 알파세대를 자녀를 둔 밀레니얼 부모다. 20년 가까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오는 일을 하고 있으니 직업적으로도 알파세대와 매우 밀접한 관계다. 현재는 동아사이언스의 ‘어린이과학동아’ 편집장으로 초등학생을 독자층으로 삼는 과학 잡지를 제작하고 있다. 오프라인 잡지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어린이기자단, 시민과학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며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생각과 표현을 매일 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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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이? “차별적 표현이잖아요”

알파세대는 2010년 이후 태어난, 2022년 현재 기준으로 초등 고학년 이하 어린이를 가리킨다. 필자가 오랫동안 만나온 어린이들이 바로 한국의 알파세대다. 최근 몇 년 사이 알파세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부쩍 커진 걸 느낀다. 2020년 말 출간된 『어린이라는 세계』란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가 베스트셀러가 된 뒤 여러 미디어에서 어린이라는 존재를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날이 제정된 지 100주년 되는 해로 어린이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다양하게 만들어지며 어린이 인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덕분에 어린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오랫동안 어린이는 미숙한 존재로 여겨졌다.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어떤 것에 갓 입문했거나 실력이 부족한 사람을 ‘○린이’라는 신조어로 부를 정도였다. 올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주린이’(주식 초보자), ‘골린이’(골프 초보자) 등 ‘○린이’가 쓰이지 않도록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린이라는 표현은 아동이 권리의 주체이자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아동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슈가 됐던 두 기관은 “○린이는 어린이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정감 있게 표현하는 것으로 차별적 표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이 표현의 사용 여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논의 과정의 문제는 정작 어린이의 생각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가 해당 이슈의 당사자이지만 어린이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직접 표현할 공론의 장이 없다. 그래서 어린이과학동아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토론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린이를 차별적 표현으로 생각하는지’ 물었다. 토론터는 어린이들이 사회적 안건이나 과학 이슈에 대해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게 한 온라인 커뮤니티다. 이 토론터를 통해 259명의 어린이가 활발하게 의견을 남겼는데 62.5%가 차별적 표현이라고 응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어른들과는 생각이 사뭇 다른 것이다. 베스트 댓글로 뽑힌 한 어린이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께서 어린이를 존중하기 위해 만든 단어를 ‘부족한 사람’이란 의미로 쓰는 걸 아시면 깜짝 놀라시겠다”며 “어린이는 모든 것에 미숙하지 않다. 오히려 어른보다 습득하고 적응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차별적 표현이 아니라고 본 한 어린이는 “어린이가 점점 성장해나가는 것처럼 ‘헬린이(헬스를 처음 시작한 사람)’ 같은 단어는 그 분야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의미로 쓰였다”며 “이것을 비방이라고 주장하는 건 지나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K-알파가 새벽에 온라인 접속하는 이유

100년 전인 1922년, 소파 방정환은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내용의 ‘어린이날 선언문’을 발표하며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어린이날 선언문은 [그림 1]과 같이 7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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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선언문에서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했다는 점이다. ‘장가와 시집을 보내지 말라’는 마지막 조항은 생활이 궁핍했던 시절, 자녀를 일찍 결혼시키는 조혼 풍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선언문에 대한 2022년 어린이의 생각은 어떨까? 올 상반기 어린이과학동아 홈페이지를 통해 500명의 어린이에게 의견을 물었다. 어린이들은 100년 전 선언문의 7개 조항 대부분이 현재 잘 지켜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에도 청결과 관련된 5번 조항이 가장 잘 지켜진다고 꼽았고, 3번 존댓말은 잘 지켜지지 않는 편이라고 여겼다.

오늘날의 알파세대가 어린이 선언문을 다시 쓴다면 어떤 내용일까? 500명의 어린이가 보내준 답변에는 ‘공부를 많이 시키지 말아 달라’ ‘제발 놀 수 있게 해 달라’ 등의 의견이 정말 많았다. 요즘 어린이들은 공부 부담이 크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학원을 두세 개 가는 것 정도는 기본이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시각이 일러야 저녁 6시, 늦으면 밤 9∼10시가 된다. 집에 와서도 학원 숙제에 허덕이느라 자정 이후에 잠드는 초등학생도 적지 않다.

실제 어린이과학동아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종종 새벽에 글이 올라온다. 그 시각에 “지금 (여기) 있는 사람, 손 들어” 하며 같이 놀 친구를 찾기도 한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잠자리에 들어야 할 때 비로소 자유시간을 누리고자 부모님 몰래 온라인에 접속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엄청난 공부 부담에 시달리는 것은 한국의 알파세대가 처한 특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과학동아가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 만든 ‘2022 어린이날 선언문’을 찬찬히 살펴보다 ‘어린이를 무턱대고 나무라지 말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부드럽게 알려 달라’는 글을 읽고 필자 역시 부모로서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린이를 부드럽게 대하라’는 100년 전 방정환 선생의 말씀이 떠올랐다. ‘자기 전에 어린이에게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보고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고 말해주세요’란 글에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어린이를 늘 가까이하며 자주 이야기를 나누라’는 방정환 선생의 당부를 어른/부모는 잊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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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관심 높아

2022 어린이날 선언문에 쓰인 의견 중 ‘노키즈존 대신 노노이즈(No Noise)존을 만들자’ ‘어린이의 한마디가 어른의 한마디만큼의 가치를 갖게 해 주세요’ ‘어린이가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를 주세요’와 같은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 사회에서 노 키즈 존에 대한 옹호와 비판 주장이 한창 대립각을 세웠을 때 어린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한 어린이는 “어린이라고 다 시끄러운 것도 아니고 어른 중에서도 시끄러운 사람이 있는 건데 어린이만 전체를 묶어 못 들어가게 하는 게 기분 나쁘다”며 “노키즈존 대신 노노이즈존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실제로 공공장소에서 시끄러운 어린이도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는 어린이도 있었다.

어린이과학동아는 매호 어린이 독자들에게 직접 좋았던 기사에 대해 투표하도록 하는데 그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가 많다. 투표 결과를 찬찬히 살펴보면 어린이 독자들이 좋아하는 기사는 자신의 생활과 밀접하거나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온 내용을 다룬 경우일 때가 많다. 의외로 항생제 내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 같은 무거운 주제나 시사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이처럼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자기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은 알파세대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요즘 아이들은 각 가정에서 한 명 내지 두세 명의 귀한 자녀로 자란다. 식사 메뉴부터 여행지 선정, 리모컨 주도권까지 크고 작은 가정 일에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인 경우가 많다. 아이의 요구도 되도록 들어준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라는 알파세대는 권위에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 당당하게 할 말을 하며 필요한 것을 요구한다. 가정 내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와 사회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낸다. 오프라인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포털사이트 등 다양한 플랫폼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댓글을 남기는 데도 익숙하다.

‘어린이가 사회문제에 대해 알면 뭘 얼마나 알겠나’ 하고 반문하는 어른이 있다면 요즘 어린이의 온라인 활동 범위가 어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해드리고 싶다. 오히려 어린이가 사용하는 메신저나 커뮤니티, 게임 등을 어른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다.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어른들이 보는 뉴스도 매일 접한다. 그런데 일반 포털사이트나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는 뉴스들은 어린이에게 왜 그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이러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지 그 배경이나 원리를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 또 여러 포털에서 누가 어른이고 어린이인지 모른 채 뒤섞여 편향적, 차별적, 폭력적 댓글 다툼이 벌어지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어린이과학동아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와 토론향적, 차별적, 폭력적 댓글 다툼이 벌어지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어린이과학동아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와 토론터의 주제는 ‘공장 돌린 만큼 나무 심기?! 탄소 상쇄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까요?’ 같은 최신 뉴스부터 ‘범죄자의 DNA를 미리 보관하는 법이 필요할까요?’ ‘질병을 옮기는 모기, 멸종시키는 것이 옳을까요?’ 등 과학 윤리와 관련된 것까지 다양하다. 어린이가 직접 관련 기사를 찾아 읽고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아 정성스레 작성한 글들을 보면 알파세대가 얼마나 날카로운 분석력과 사고력을 갖고 있는지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이들은 다른 친구의 의견을 듣고, 자신과 생각이 달라도 적극적으로 토론하거나 수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또한 어린이과학동아 홈페이지에서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는데 다른 친구가 쓰고 그린 창작물을 보고 배우고,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또래 친구들의 피드백을 연료 삼아 성장하는 알파세대의 모습이다.

‘플라스틱 일기’에서 엿보이는 지구적 책임감

어린이과학동아는 환경 기사를 많이 다루는 한편으로 어린이가 직접 지구를 살리는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는 시민과학 프로젝트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시민과학 프로젝트는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하는 과학 활동으로, 시민들이 일정 교육을 받은 후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문가들이 연구 논문이나 과학 정책을 마련하는 데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단계까지 이어진다.

시민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의 열정은 뜨겁다. 장이권 이화여대 교수팀과 함께하는 ‘지구사랑탐사대’는 올해 10기 모집에 2500여 명의 어린이와 가족이 신청했다. 지구사랑탐사대 대원이 생물의 위치 정보, 사진, 소리, 동영상, 주변 환경 정보 등 생물종 데이터를 어린이과학동아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리면 과학자에게 전달되는데 이러한 생물종 데이터가 1년에 2만 건 넘게 쌓이고 있다. 이 데이터를 통해 지금까지 4건의 논문이 발표되고 다수의 멸종위기종 생물 서식지가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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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어린이들의 서명도 1만 건을 넘어섰다. 어린이들이 쓴 ‘플라스틱 일기’를 보면 그동안 플라스틱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헤아리며 반성하는 모습, 플라스틱을 덜 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을 엿볼 수 있다. 두부를 사러 가면서 다회용기를 가져가는 어린이, 분리배출을 위해 고사리손으로 페트병 고리를 잘라내는 어린이, 동네 쓰레기를 줍고 기록하는 어린이 등도 만날 수 있다.

“전 동물원의 먹이 주기 체험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이것이 과연 동물을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머리가 복잡해졌어요. 인간이 건네준 먹이의 양과 종류가 적절하지 않아 탈이 날 수도 있고, 제 손의 병원균이 동물에게 옮겨갈 수도 있잖아요.”

우동수비대(우리 동네 동물원 수비대)에 참가한 어린이의 글이다. 우동수비대는 어린이가 동물원에 방문해 어린이과학동아 앱에 동물원 복지 수준을 측정한 문항 데이터를 올리고 수의사가 이러한 데이터를 동물원 복지 수준을 판단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해 동물과 사람이 행복한 동물원을 만드는 시민과학 프로젝트다. 우동수비대는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데이터저널리즘’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2021년 한국 데이터저널리즘 어워드 특별상을 수상했다.

물론 과학과 사회문제에 워낙 관심이 많은 어린이가 어린이과학동아를 주로 찾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열성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어린이들을 매번 반복해 만나면서 알파세대는 전반적으로 자신이 살아갈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아끼지 않는 세대란 확신을 갖게 됐다. 어린이들은 스스로 동물을 돕고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것에 매우 뿌듯해 한다. 친환경 가치관이 분명하고 직접 참여해 문제해결에 이바지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알파세대의 뚜렷한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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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마을 열자마자 ‘북적북적’

필자도 나름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고 얼리어댑터라고 자부하는데 요즘 어린이들은 확실히 다르다.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접한 까닭에 문자를 몰라도 음성 명령과 터치로 원하는 것을 쉽게 찾아낸다. 신규 출시된 스마트 기기의 사용법을 찾느라 헤매는 부모를 대신해 새로운 기능의 사용법을 먼저 파악할 정도다. 필자가 속한 밀레니얼세대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자면 알파세대가 정보를 찾고 습득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고, 아는 것도 많고 판단도 빠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해 요즘 어린이들은 가상현실(VR) 세대다. 알파세대는 아직도 갈 길 먼 메타버스 세상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고, 이를 가장 잘 즐기고 있는 집단이다. 로블록스,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등 여러 게임과 메타버스 플랫폼은 이미 이들에게 일상과 같다.

2021년 어린이과학동아는 400호 발간을 기념해 마인크래프트에 ‘어과동 마을’을 열었다. 홈페이지에 오픈 공지를 올리기 무섭게 어린이 독자들이 마인크래프트 내 어과동 마을에 ‘놀러와’ 어린이과학동아에 연재되는 만화 캐릭터를 마인크래프트 블록으로 뚝딱 만들어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어린이의 온라인 활동이 급증했다.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등교가 중단됐을 때 어린이과학동아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량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두세 배 증가했을 정도다. 온라인 활동이 왕성해지자 분쟁도 늘었다. 그래서 어린이과학동아는 어린이들이 직접 제안한 170여 개 규칙을 토대로 ‘굿커뮤니티 규칙 10조’를 만들었다. 은반(은근히 반말) 금지, 혐오나 차별이 담긴 글 금지, 얼굴 공개 금지, 저작권 준수 등의 내용을 담았다. 온라인에서 또래 친구들과 즐겁게 소통하기 위해 어린이들이 직접 나서서 만든 규칙이다.

알파세대는 누구보다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많이 받은 세대다. 이들에게 디지털과 모바일 기기는 통제 대상이라기보다는 슬기롭게 이용해야 할 도구다. 이들은 디지털과 모바일 기기 사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과몰입이나 디지털 환경에 도사린 위협을 피하는 한편 도구를 잘 활용하는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어른에게 이런 교육은 낯설지만 알파세대에게는 매우 중요하고도 일상적인 교육이다. 이렇게 디지털 소양을 기르고 더욱 심화된 디지털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알파세대는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살아갈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다.

알파세대의 마지막 특징으로는 이들이 유행에 민감하고 재미를 추구하는 세대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점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와 온라인 서비스를 기획할 때 늘 어렵고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어린이를 주 시청자로 삼는 유튜브 채널들을 둘러보면 유행의 흐름을 금세 알 수 있다. 연초만 해도 우리 집 아이의 영상 재생 목록은 소셜 추리 게임 ‘어몽어스’로 도배돼 있었다. 어몽어스에 푹 빠져서 게임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몽어스 관련 영상 콘텐츠를 반복해 소비했다. 그다음은 로블록스에 푹 빠지더니 어느 순간 공포 콘텐츠에 열광하는 것으로 모드가 바뀌었다. 게임, 영상은 물론 괴물도감 책을 탐독하며 공포에 몰입했다.

최근의 ‘힙’ 아이템은 단연 포켓몬이다. 아이가 포켓물 띠부띠부씰이 갖고 싶어 포켓몬빵을 사달라고 졸랐지만 필자는 아직 한 개밖에 구해주지 못한 못난 엄마다. (실제로 요즘 엄마들 사이에선 포켓몬빵을 몇 개나 구했냐에 따라 자신의 ‘엄마 능력’이 가늠되는 것 같다고 농담 반, 하소연 반을 하곤 한다.) 또 생일 선물로 포켓몬 카드가 150장 든 한 상자를 사달라고 조를 땐 난감하다. 150장 중 원하는 카드가 나오지 않으면 몽땅 쓰레기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요즘 유튜브 인기 영상 중에는 포켓몬 띠부띠부씰 구하는 비결, 포켓몬 카드 언박싱 콘텐츠가 엄청 많고, 조회 수도 어마어마하다. 자신이 원하는 포켓몬 띠부띠부씰과 카드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영상을 보며 대리 만족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미의 추구는 알파세대의 단연 압도적 특징이라고 느끼는데 문제는 아직 어린이들의 자기 조절 능력이 미숙하다는 점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이 유행하는 콘텐츠를 맹목적으로 소비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보고 싶어 하는 재미있는 콘텐츠와 건강한 콘텐츠의 균형점을 찾는 것, 이것은 어린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늘 가장 어려운 숙제다.

기성세대를 규제하는 강력한 거울

알파세대가 쓴 글을 읽다 보면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어른 중에는 별 생각 없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동물원에 가고,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모를 수도 있고, 귀찮거나 혹은 나 하나가 소비하지 않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하는 회의적 생각에서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모르면 모를까, 알면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실천하지 못하면 반성한다. 이러한 어린이의 순수함과 알파세대만이 가진 힘이 더해지면 SNS 등 여러 플랫폼에서 폭발적으로 공유, 확산되며 우리의 지구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알파세대는 우리 어른들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강력한 거울이다. 올바른 어른이라면 어린이의 선한 생각과 행동을 접할 때마다 뜨끔할 수밖에 없다.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글로벌 시민으로서 행동하는 알파세대는 기성세대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규제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것이 알파세대가 가진 숨은 파워 아닐까. 기후 위기로 불안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의 흐름에서도 알파세대가 주역이 될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정 어린이과학동아 편집장 ddanceleo@donga.com
필자는 경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어린이 과학 잡지 ‘과학소년’ ‘수학동아’‘어린이과학동아’를 거쳐 현재 ‘어린이과학동아’ 편집장을 맡고 있다. 과학 기사, 동화, 퍼즐, 만화 등 오랫동안 어린이 대상 과학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해왔으며 온라인 서비스 및 영상 기획 등에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노벨상을 꿈꿔라(공저)』 『동화나라의 사라진 0을 찾아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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