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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알파세대는 움직이는 기업가이자 활동가

당장은 돈 없지만 ‘미래 어젠다’ 쥔 세대
친환경 등 가치 소비 제품으로 응답하라

김경하,한승희 | 355호 (2022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7살 소년이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시위 동참 캠페인을 벌이고, 12살 소녀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돕기 위한 수제품 판매에 나선다. 알파세대는 이미 사회를 움직이는 기업가이자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가치관과 행보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과 브랜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구환경과 올바른 사회 가치를 추구하는 알파세대를 잡으려면 친환경, 포용적 제품으로 팬을 만들고, 플라스틱 프리(free)부터 비건(vegan)까지 이들이 중요시하는 가치를 제품에 녹여내야 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첫 알파세대가 태어난 2010년은 디지털 산업의 역사에서 중요한 해다. 그해 1월 애플이 9.7인치 태블릿PC인 아이패드(iPad)를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10월에는 인스타그램이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되며 사진, 이미지 중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가 시작됐다.

알파세대의 일상에서 스마트 기기의 유리 화면은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이다. 지난해 미국의 미디어 모니터링•리서치 기관 커먼센스미디어(Common Sense Media)가 만 8∼12세 아동 5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게임이나 동영상 시청, SNS 등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5시간33분에 달했다.

일각에선 알파세대의 디지털 네이티브적 특성이 심리와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집중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와 첨단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데서 오는 강점도 있다. 이를테면 궁금한 것을 주변 어른에게 물어보는 대신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해 원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력’, 쏟아지는 정보 가운데 올바른 지식을 판별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 온라인 세상에서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소식을 접하며 세상을 보는 관점을 넓히고 다양성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깨닫는 ‘포용력’ 등이다.

시위에 참여하고, 모금 활동 벌이고

알파세대의 특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이들의 부모인 밀레니얼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사고방식이다. 알파세대에게 ‘미니 밀레니얼(Mini-Millennial)’이라는 또 다른 별칭이 붙는 이유다. 밀레니얼 부모의 소비 성향은 알파세대의 브랜드 선호도 등 소비 결정 기준을 세우는 데 넓고 깊은 영향을 준다. MZ세대 연구자인 헤더 드레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경영대학 조교수는 “건강에 신경 쓰는 밀레니얼 부모는 자녀를 위해 가장 안전하고, 깨끗하고, 질 좋은 제품을 선택하고자 하며 알파세대 자녀는 이렇게 부모가 선택한 제품과 브랜드에 꾸준히 노출되며 영향을 받는다”며 “이것이 알파세대의 브랜드 선호도가 밀레니얼세대와 매우 유사한 배경”라고 설명했다.1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알파세대가 지속가능한 미래와 건강한 지구환경을 만드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국의 어린이 지원 단체 애니 E. 케이시 재단(the Annie E. Casey Foundation)은 “팬데믹 이후 알파세대 어린이들은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Z세대의 뒤를 이어 활동가의 길을 걷게 될 것”이며 “더 푸르고 건강한 세계를 상상하는 알파세대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규범의 근본적인 재설정 작업을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2

이와 같은 알파세대의 디지털 친화력과 가치 중시 성향은 창의적 기업가의 모습으로 발현된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첨단 기술은 알파세대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쓰인다. 영국의 브랜드 컨설팅 기관 비노브레인(Beano Brain)이 2019년 만 5∼15세 영국 어린이 2000명과 이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새로운 것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며 이러한 관심사를 창작이나 테크 관련 비즈니스로 발전’시키고 싶어 한다. 구체적인 분야로는 영상 제작(55%), 가전제품 개발(47%), 로봇 개발(43%), 컴퓨터 프로그래밍(36%) 등이다. 비노브레인은 ‘제약 없는 정보 습득력과 기술을 접목한 창의력’이 알파세대 기업가의 강력한 잠재력이 될 것이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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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세대를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진 어린이들의 상당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활동가’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 2020년 미국 전역에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한창일 때, 만 7세의 레오 패리는 매일 집 앞 인도에서 춤을 추며 사람들에게 시위 동참을 독려하는 ‘댄스 포 저스티스(Dance for Justice)’ 캠페인을 벌였다. 이어 온•오프라인에서 이 캠페인이 화제가 되자 레오는 온라인 크라우딩펀딩 플랫폼 고펀드미(GoFundMe)에서 ‘저스티스 키즈 포 피스(Justice Kids for Peace)’ 캠페인을 열었다. 취약 계층 어린이들의 문화예술 활동 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54일 만에 1만8500달러(약 2600만 원)가 모금됐다.3

영국에 사는 만 12세 소년 가브리엘 클라크는 러시아 침공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돕기 위해 직접 만든 나무 그릇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25만 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가브리엘은 목표했던 5000파운드의 50배가 넘는 25만5000파운드(약 4억2600만 원)를 모아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했다. 비노브레인의 디렉터 헬레노어 길모어는 “알파세대의 일상은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한 거대한 사회 변화와 사건으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며 “알파세대는 어릴 적부터 이미 활동가”라고 설명했다.4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알파세대에게 거창한 일이라기보다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앞서 인용한 비노브레인의 설문 조사에 참여한 만 7∼12세 아동의 80%가 ‘시위 행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25%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어른들에게 지구를 위해 생활 습관을 고치도록 장려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소비를 통한 가치 추구에도 적극적이기 때문에 부모의 소비 습관에도 압력을 가한다. 부모에게 사회적으로 올바르고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서비스를 소비할 것을 권하는 것이다.

알파세대의 이러한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자극하고 촉진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캐나다의 교육 사회적 기업 월드체인징키즈(World Changing Kids)는 2020년 만 7∼13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사회문제 솔루션을 계획하는 6∼8주 방과 후 프로그램 ‘업스텐더 아카데미(Upstanders Academy)’를 시작했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환경 운동, 사회적 기업가정신, 젠더 다양성, 홈리스 문제, 플라스틱 오염, 액티비즘으로서의 예술 등을 주제로 해당 분야의 연구자, 정치가, 기업가, 활동가 등을 만나며 자신만의 솔루션을 구축한다. 주삿바늘이 무서운 10세 어린이는 누구나 두려움 없이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의료기기를 상상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11세 어린이는 잠수함을 타고 바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안을 궁리하는 식이다.

월드체인징키즈의 설립자 린제이 바는 “아이들이 사회적 정의에 관한 대화에 목말라하고 있고, 누구나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로서 존중받아야 하며, 타인과 지구를 돌보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아이들과 현실 세계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행동에 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아이들에게 임팩트 있는 경험과 대화, 멘토링을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5

글로벌 기업의 알파세대 타깃 비즈니스 전략

키즈 산업과 연관된 글로벌 기업들은 알파세대의 이러한 기업가정신을 간파하고 이들의 행보에 적극적으로 발맞추는 모양새다. 장난감, 의류, 식품 등 ‘어린이 고객’ 중요도가 높은 주요 산업군의 대표 기업을 중심으로 알파세대를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 전략을 살펴보자.

1. 레고, 마텔 등 장난감 기업

친환경•포용적 제품으로 알파세대 팬 만들어

글로벌 블록 장난감 회사인 레고그룹(The LEGO Group)은 어린이(Children), 환경(Environment), 사람(People) 등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어린이가 기업의 핵심 고객인 만큼 알파세대를 겨냥한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레고그룹은 2030년까지 보다 지속가능한 재료로 레고 브릭을 제조하겠다는 계획 아래, 2021년 6월 플라스틱의 일종인 재활용 페트(PET)병으로 만든 첫 번째 시제품 브릭을 공개했다. 레고그룹은 이에 대해 “250가지가 넘는 다양한 PET 재료를 150명 이상의 전문가 팀이 3년 동안 테스트한 결과”라며 “우리의 제품을 더욱더 지속가능한 원재료로 만드는 여정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레고그룹은 알파세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관련 어젠다를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군 역할도 자처한다. 레고그룹은 2021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유엔기후변화 회의를 맞아 전 세계 6000명 이상의 8∼18세 어린이와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10가지 건설 지침서’를 발표했다. ‘오염과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주세요(Reduce pollution and waste)’ ‘자연보호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세요(Protect nature)’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법률 및 규정을 변경해주세요(Change laws)’ 등 글로벌 리더들의 행동을 촉구하는 구체적인 10가지 지침을 레고 벽돌 조립 설명서를 활용한 이미지로 만들어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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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10가지 지침은 해당 아동들의 연구 및 워크숍을 기반으로 도출됐다. 또한 COP26 기간 동안 글래스고 및 에든버러에 있는 레고 매장에서 아이들이 레고 벽돌을 활용해 생물다양성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들어보는 챌린지 등의 행사도 진행했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미국의 장난감 및 게임 제조업체 마텔(Mattel)은 제품 속에 사람과 환경에 대한 포용성의 가치를 내재화하고 있다. 2021년 4월 99%의 재활용 재료로 만든 최초의 탄소 중립 자동차 세트(Matchbox®)를 선보였고, 같은 해 6월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든 첫 번째 바비 인형 라인(Barbie Loves the Ocean)을 론칭했다.

마텔은 애드보커시(advocacy, 지지 및 제언)6 의 취지로 스폐셜 제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올 7월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및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가 운영하는 연구소와 협력해 ‘영감을 주는 여성 인형 및 직업 인형 세트’를 출시했는데 이 인형 또한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로 제작됐다.

마텔의 또 다른 인형 브랜드인 아메리칸걸(American Girl)도 2021년 9월 평등을 옹호하고 화합을 촉진하기 위해 다인종으로 구성된 인형 세트(World by Us Doll)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마텔의 장난감 브랜드 토마스와친구들(Thomas&Friends)에서도 첫 번째 자폐 캐릭터 자동차인 브루노(Bruno)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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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순환경제 관점에서 회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은 장난감 제조사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2021년 5월 마텔은 그룹 차원에서 ‘플레이백(Playback)’이라는 장난감 회수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소비자는 마텔 홈페이지에서 무료 배송 라벨을 인쇄한 후 장난감을 포장해 마텔로 보내면 된다. 수집된 장난감은 재료 유형별로 분류 및 분리돼 재활용된다. 마텔의 지속가능성 글로벌 책임자인 파멜라 길 알라바스터는 “플레이백 프로그램은 새 장난감의 재활용 재료로 활용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레고그룹은 2019년부터 ‘리플레이(Replay)’라는 이름의 회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기부된 레고가 296㎏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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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관련 유통 업체에서도 알파세대를 겨냥한 비즈니스 전략을 찾을 수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전역에 32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케이마트(K-mart)는 2020년 9월 포용적(inclusive) 인형 제품군을 출시했다. 의수를 착용한 인형, 인공 와우를 착용한 인형, 휠체어를 탄 인형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인형을 선보였고 같은 해 12월에는 다운증후군 아기 인형도 내놓았다. 해당 전략은 팬심을 자극했다. 아마존에서 케이마트의 이 인형들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리뷰에 행복(happy), 사랑(love), 멋짐(cool) 등의 단어들을 활발하게 사용하며 긍정적 리뷰를 남겼다. 올 초 한 네티즌이 틱톡에 케이마트의 인형을 조롱하는 클립을 올려 논란이 됐는데 하루 만에 조회 수가 600만 건 이상을 기록하고 1만3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은 상당수가 클립을 삭제하고 사과하라는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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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갭, 빅토리아시크릿 등 의류 회사

‘소비=자기표현’이 되는 제품 개발

글로벌 의류 회사들은 자기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치 중심적인 알파세대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1년 4월 갭(Gap)이 선보이는 10대 의류 브랜드 올드네이비(Old Navy)는 지구의 날 51주년을 기념해 11세 미국 소년 라이언 히크먼을 펀사이클링(Funcycling) 책임자로 지명하고 라이언이 설립한 비영리 조직 프로젝트3R(Project 3R)와 협력해 지역사회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기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라이언은 3세부터 재활용을 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150만여 개의 쓰레기를 수집해 모은 돈을 태평양포유류센터에 기부하는 활동으로 유명해진 알파세대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가다. 알파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을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용해 핵심 소비자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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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세대에게 익숙한 메타버스를 마케팅 플랫폼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의류 업계의 공통된 특징이다. 올 4월 미국 의류 업체 빅토리아시크릿(Victoria Secret)은 10대(8∼13세)를 위한 디지털 및 성 중립( 性中立, gender neutral) 브랜드, 해피네이션(Happy Nation)을 론칭했다. 론칭 당시 빅토리아시크릿은 오프라인 소매점을 낼 계획이 없고, 고객이 많이 참여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두 달 후 해피네이션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대표주자 격인 로블록스에 데뷔했다. 이 브랜드의 로블록스 세계는 3개의 장애물 테마 코스로 구성돼 있는데 이 코스들을 완주한 선수는 가상 토트백을 받게 된다. 사용자가 자신의 포인트로 기부할 수 있는 요소도 갖췄다. 미국의 캐주얼 브랜드 아메리칸이글(American Eagle)은 올 3월 로블록스에 데뷔하며 포용성을 강조하는 봄 컬렉션(Members Always)을 홍보했다.

의류 업계는 성 중립적 제품 및 라인을 위해 전통적인 성별 카테고리를 피하는 추세다. 2021년 6월 미국의 10대 유명 의류 브랜드에 속하는 팩선(PacSun)은 새로운 성 중립 아동복 브랜드 팩선키즈(PacSun Kids)을 론칭했다.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친환경 및 성 중립 레이블인 칼라레인지(Colour Range)를 선보였다. 브리에 올슨 팩선 CEO는 “성별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자기표현을 강화하기 위한 디자인과 제품을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팩션의 성 중립 제품은 전체 제품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나이키도 2019년 봄 성 중립 의류 라인을 출시했고, 같은 해 겨울 아디다스는 가수 비욘세와 함께 디자인한 성 중립 컬렉션을 선보였다.

3. 맥도날드, 거버 등 식품 회사

플라스틱 프리부터 비건까지, 알파세대의 가치를 존중하라

“환경을 보호하세요, 패스트푸드 키즈 메뉴에 플라스틱 장난감을 주는 것을 멈추세요(Save the environment, Stop giving plastic toys with fast food kids meals)!”

2019년 영국의 8세, 10세인 엘라와 케이트린 맥이완 자매는 글로벌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이 자매는 “우리는 학교에서 환경과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배웠고, 플라스틱이 야생 동물에 해를 끼치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을 바꾸고 싶다”고 호소하며 맥도날드와 버거킹에 플라스틱 장난감 제공 중단을 요청했다. 맥이완 자매의 청원은 50만 명이 넘는 지지자를 모았고, 이에 자극받은 맥도날드와 버커킹은 플라스틱 장난감의 대안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버거킹은 “2020년까지 더욱 지속가능한 장난감 솔루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고 맥도날드는 “앞으로 영국 고객들은 해피밀에서 더 많은 책, 보드게임, 봉제 완구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세대 두 자매의 행동(Action)은 맥도날드가 친환경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트리거(Triger, 방아쇠) 역할을 했다. 2021년 9월 맥도날드는 “앞으로 해피밀 장난감을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이 아닌 옥수수 및 기타 재료로 만들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맥도날드가 소비하는 화석연료 플라스틱 사용을 90% 줄일 수 있으며 이는 65만 명이 1년 동안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맞먹는 수치”라고 밝혔다. 올 초 맥도날드는 프랑스에서 판매하는 해피밀 세트에서 플라스틱 장난감을 없애고 책과 카드 등 종이 기반 품목을 추가했다. 최근 맥도날드의 포장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플라스틱 사용 감축 목표의 80%에 도달했다. 또한 맥도날드는 2025년 말까지 플라스틱 제품을 100% 재활용 또는 재생 가능한 재료로 대체하겠다고 다시 한번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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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관점에서 채식을 선호하는 것도 알파세대의 특징 중 하나다. 올 1월 금융 정보 플랫폼 파인더닷컴(finder.com)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14%(약 720만 명)가 육식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나이가 젊을수록 육류 식단을 피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영국의 어린이 전문 디지털 미디어 대행사 키즈노우베스트(KIDS KNOW BEST)는 6500명 이상의 어린이에게 육식 여부를 물었더니 10∼13세의 34%가 채식주의자 또는 완전 채식주의자라고 답했다. 알파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훨씬 채식 친화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체육 전문 회사인 임파서블푸즈(Impossible Foods)는 기후변화에 대해 부모와 자녀가 이야기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며 알파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2021년에는 지구의 날을 맞아 새와나무플랫폼(thebirdsandthetrees.com)을 론칭했다. 이 웹페이지는 어린이들에게 기후변화에 무관심한 부모와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데이터, 차트, 사진 등 다양한 자료도 제공한다. 같은 해 임파서블푸즈는 미 농무부(USDA)의 CN(Child Nutrition) 인증을 획득해 학교 급식에 식물성 고기 식단을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됐다. 알파세대가 채식을 접할 수 있는 장벽을 낮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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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세대 부모를 겨냥해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는 기업들도 있다.

글로벌 식품 기업 네슬레의 자회사이자 미국 이유식 브랜드인 거버(Gerber)는 올 4월 식물단백질 기반 이유식을 론칭했는데 CEO 타룬 말카니(Tarun Malkani)는 “부모들이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에 부합하는 식물단백질 옵션을 원하고 있다”며 론칭 배경을 설명했다. 식물단백질 이유식 제품 라인에는 콩(류), 야채 및 과일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제조된 유기농 봉지 스낵, 바삭바삭한 간식, 한 끼 식사류 등이 포함됐다. 실제 시장 조사 기관 FMI(Future Market Insights)가 2019년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가정의 81%는 식사에 식물단백질을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9월 네슬레는 동물성 없는 유제품 단백질을 위한 새로운 기술을 탐구하고 있다고 밝히며 미래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누가 미래를 이끌어가는가

알파세대를 포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① 알파세대의 인식과 행보에 관심을 적극적으로 가지며(알파세대 인식 조사, 브랜드 앰배서더 등) ② 메타버스 등 알파세대에게 친숙한 플랫폼을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며 ③ 소비를 통해 자기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친환경 제품, 기부 참여, 성 중립 브랜드, 비건 식단 등)하는 비즈니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는 키즈 산업을 중심으로 알파세대 타깃 전략을 살펴봤지만 알파세대가 미래 소비자이자 인플루언서라는 점을 염두하며 전 산업에서 알파세대의 영향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알파세대의 가장 두드러지는 영향력은 MZ세대를 능가하는 디지털 친화력을 기반으로 한 정보 습득력과 소통력이다. 알파세대는 필요할 때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꺼내 기업과 제품에 관련된 정보를 풍부하게 찾아내고, 각종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수시로 드나들며 신뢰하는 인플루언서나 ‘친구’들과 제품 정보를 공유한다.

또한 알파세대는 MZ세대에 이어 ‘가치’를 중시하는 윤리적 소비자다. 따라서 제품을 선택할 때 제품을 만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불공정한 행위를 저지르지는 않는지 주의 깊게 살핀다. 2019년 글로벌 이커머스 컨설팅 기관 분더만톰슨커머스(Wunderman Thompson Commerce)가 미국과 영국의 만 6∼16세 아동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의 물건을 사고자 한다’고 답했다. 18%는 ‘지속가능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선호한다’고도 말했다. WTC는 “알파세대를 겨냥한 미래 이커머스 산업에서 진정으로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치와 윤리를 중시하는 알파세대의 특성일 것”이라 짚으며 “알파세대 고객을 유치하려면 기업들은 설령 수익 창출에 지장이 있더라도 알파세대의 ‘원칙’을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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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왜 아직 어린 알파세대에 주목해야 하는가. 존 도나휴 나이키 CEO의 아래와 같은 답변이 좋은 해답이 될 것이다.

“많은 기업이 소비할 수 있는 돈을 ‘누가’ 갖고 있는가를 고민한다. 우리는 ‘누가 어젠다를 세우는가? 누가 미래를 이끌어가는가’를 고민한다.”


김경하 트리플라잇 CCO(Chief Contents Officer) , 한승희 트리플라잇 연구원 impact@triplelight.co
트리플라잇은 사회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연구하고 임팩트의 측정과 관리를 돕는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회사다. 기업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긍정적 임팩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이슈별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를 담은 브랜드 저널리즘 IM(Impact Magazine)을 발간하고 있다. 필자들은 트리플라잇에서 기업들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연구하고, 컨설팅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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