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이해하기’가 오늘날의 시대적 과제지만 2030년으로 접어들면 지구촌의 주역은 알파세대로 교체된다. 2010∼2024년 태어난 알파세대는 인류 역사상 수적(數的)으로 가장 규모가 큰 세대이고 가장 글로벌한 세대이자 인류 최초의 가상(virtural) 세대다. 밀레니얼 부모와는 닮은 듯 다른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추구하는 알파세대를 탐구하고 이들의 영향력의 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될 것은 알파세대가 아무리 ‘21세기의 신인류’라 하더라도 이들 역시 모든 인류가 세대를 불문하고 원해왔던 소속감과 커뮤니티를 추구한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 방식만 ‘테크 시대’에 걸맞은 방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알파세대(Generation Alpha)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곳은 호주의 리서치 기업 맥크린들연구소(Mccrindle Research)다. 오랜 기간 세대 연구 분야에 주력해온 이 연구소는 10여 년 전 전례 없는 세대의 등장을 감지하고 이 신인류에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인 ‘알파(α)’를 선사했다. 이 연구소는 2010년에서 2024년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알파세대로 구분한다.11맥크린들연구소는 밀레니얼 혹은 Y세대는 1980∼1994년, Z세대는 1995∼2009년 태어난 이들로 정의하며 각 세대를 15년 단위로 구분할 것을 제안한다. 이 제안에 따라 알파세대 이후 등장하는 베타세대는 2025∼2039년 출생하는 아이들이 된다.
닫기
한국은 초저출산22OECD에 따르면 합계 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2.1명 이하일 때는 ‘저출산’, 1.3명 이하일 때는 ‘초(超)저출산’으로 구분한다. 한국은 2021년 합계 출산율이 0.8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닫기에 시름하고 있지만 지구촌 전체로 보면 알파세대는 빠른 속도로 세를 불리고 있다. 알파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매주 280만 명씩 태어나 이들이 모두 출생신고를 마친 2025년이 되면 22억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이들의 조부모인 베이비붐세대를 추월한 숫자다. 인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세대가 완성되기까지 이제 2년 남짓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DBR는 맥크린들연구소에서 알파세대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애슐리 펠(Ashley Fell) 자문이사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알파세대의 정체와 이들을 당장 탐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들었다. 그는 “알파세대는 이전 세대들과 완전히 구별되는 새로운 집단”이라며 “특히 이들은 앞으로 10년과 그 너머를 내다볼 수 있는 렌즈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알파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펠 이사는 사회연구자이자 트렌드 분석가로 지난해 맥크린들연구소장인 마크 맥크린들과 공저한 저서 『알파세대,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고 잘 키우기(Generation Alpha; Understanding Our Children and Helping Them Thrive)』를 펴낸 바 있다.
완전히 새로운 집단
새로운 세대의 이름으로 알파를 고른 이유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게 분명한데 이들을 칭하는 이름이 없었다. 우선 호주인들에게 어떤 이름이 좋을지 물었다. 많은 이가 ‘A세대(Generation A)’라고 답했다. 이들의 바로 위 세대가 Z세대니까, 다시 알파벳의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알파세대는 기존 세대들과 명확히 구별되는 완전히 새로운 집단이다. 구성원 모두가 21세기에 태어난 첫 번째 세대이기도 하다. 다시 알파벳 첫 글자로 돌아가는 건 합당해 보이지 않았다. 방법을 찾던 중 허리케인에 명칭을 붙이는 작명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허리케인 역시 이름을 붙이기 위해 알파벳을 다 사용한 다음, 2005년부터 그리스 문자를 붙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 연구소는 세대에 이름을 붙이는 세대 네이밍을 허리케인과 마찬가지로 X, Y, Z 다음에 알파, 베타(β), 감마(Γ)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리스 문자로의 이동은 과거로의 회귀라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또 베이비부머(Baby Boomer) 같은 서술적 이름보다는 X, Y, Z 같은 일반적 이름이 더 오래갈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이름은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깨끗한 캔버스와 같아서 각 세대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창조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알파세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집단이 만 12세로, 아직 틴에이저에 제대로 진입하지도 않았을 정도로 어리다. 알파세대 연구를 시작하는 것은 너무 이르지 않나?
알파세대는 이미 브랜드 영향력과 구매력을 갖고 있다. 이들 스스로가 소셜미디어 환경을 만들고 있고, 대중문화 인플루언서이며, 새롭게 부상하는 소비 집단이다. 틱톡같이 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소셜 플랫폼은 이미 알파세대를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공동 제작자로 여긴다. 이 밖에 많은 기업 역시 알파세대가 친구와 주변 사람들의 추천, 소셜미디어의 인플루언서,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 취향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을 참작해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