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347호 (2022년 06월 Issue 2)


지난 5년간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성장은 실로 눈부셨다. 정부의 적극적 정책 지원, 풍부한 유동성, 유니콘 기업 신화, 기업공개(IPO) 시장 활황 등은 소수 모험자본(벤처캐피털)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스타트업 투자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수많은 새로운 기업과 신생 모험자본 투자자들이 생겨나고, 수천억 원대의 벤처투자펀드가 결성되며,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 수십억 원대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창업자들이 IPO나 M&A를 통해 얼마의 부를 이뤘다는 성공 신화가 회자되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대학(원)생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고 연구원, 교수, 대기업 재직자들의 스타트업 생태계 유입도 활발해졌다. 이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투자액은 2016년 2조1503억 원에서 2021년 7조6802억 원으로 3.6배나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는 심상찮다. 금리 인상, 유가 급등, 인플레이션(혹은 스태그플레이션) 등 거시환경적 요소가 급변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M&A가 활발하지 않은 탓에 스타트업 투자를 IPO를 통해 회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국내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최근 IPO 시장의 급격한 축소는 스타트업 투자가 혹한기를 맞게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특례상장제도를 활용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의 IPO 연기 및 흥행 실패는 모험자본 투자자들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러나 20여 년간 스타트업 생태계를 직간접적으로 살펴봤고 지난 4년간 다수의 벤처펀드 대표 펀드매니저로서 현장을 직접 경험한 필자로서는 현재의 상황이 썩 달갑지만은 않지만 반드시 거쳐가야 할 성장통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 2021년은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최고의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상장된 경쟁 기업의 시총을 훨씬 뛰어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시리즈B나 시리즈C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한 기업, 영업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지만 언제라도 흑자 전환이 가능함을 피력하며 Pre-IPO 투자로 수백억 원을 조달하는 창업자, 이어지는 러브콜에 투자사를 오히려 심사하는 스타트업 등 이런저런 거품 징조는 이미 여러 곳에서 관찰됐다. 스타트업, 특히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선구안, 초기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인큐베이션 역량 등 전문성이 요구된다. 모험자본 업계로 스타트업 투자의 성공과 실패 경험이 많지 않은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투자자가 몰려들어 돈의 힘으로 스타트업에 어필하고, 그 결과로 투자금을 끌어오는 사이클이 나타난 것이 어쩌면 거품의 한 원인이 아닌가 한다. 흡사 20여 년 전 닷컴 버블의 마지막 단계와 같은 양상이다.

시장은 냉철하고, 역사는 반복된다. 최근 닥치기 시작한 스타트업 투자의 한파는 곧 더 화려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벤처캐피털은 최근의 상황을 크게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투자자들의 실력이 여실히 드러날 것이고, 실력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면밀한 검증과 냉철한 밸류에이션이 자리 잡을 것이며, 리스크 관리와 인큐베이션에 투자사들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규모 펀딩을 마무리한 일부 스타트업은 대기업 못지않은 최고의 사무실 입지 및 시설을 갖추고 직원 복지에 아낌없이 돈을 쓰기도 한다. 성과가 나오지 않은 마케팅에 자금을 쏟아붓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거품이 걷히면 묵묵히 원천 기술 개발, 특허 출원, 원가 절감, 인재 영입, 제품 다각화, 글로벌 진출, 경영 효율화, 리스크 관리, 현금 흐름 관리 등 전통적인 기업 경영의 키워드를 중시하는 창업자들이 다시 빛을 볼 것임을. 초심으로 돌아가 뒷골목 사무실의 불을 밝히는 그들이 대우받는 시기는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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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찬 엔브이씨파트너스㈜ 대표이사 kyungchan.kim@nvcp.kr
필자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취득했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재무와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GS그룹과 SK그룹에서 스타트업 투자, 신규 사업, M&A를 담당했다. 2016년 벤처캐피털 업계로 이직했으며 현재 벤처캐피털 엔브이씨파트너스㈜의 창업자이자 9개 벤처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로 활동 중이다. 주요 투자 분야는 소재부품장비, 반도체, ICT,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해양, 수산 분야이며 시리즈 A∼B 단계 스타트업 투자를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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