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규제 샌드박스 지지부진… 새 정부에 기대 건다

345호 (2022년 05월 Issue 2)


올해 초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한 택시의 자발적 합승 중개를 합법화하는 여객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택시 합승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반택시’ 운영사 코나투스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 사업 중 첫 합법화 사례가 됐다. 2019년 7월 ICT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실증 사업을 시작한 지 약 3년 만의 성과였다.

택시 합승 중개 서비스를 시도한 사업자는 코나투스가 처음이 아니었다. 해외의 경우 이미 우버, 그랩, 디디추싱 등 많은 모빌리티 플랫폼이 합승 중개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국내 또한 가티, 가치타 등 몇몇 사업자가 동승 중개 서비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해외만큼 성공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지난 40여 년간 택시 합승 서비스가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코나투스는 서비스 합법화를 이뤄내기 위해 택시 합승의 안전성과 실효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기울인 다양한 노력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합승 서비스 폐지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안전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회원 가입 시 △본인 실명 확인 △본인 명의 신용카드 등록 △같은 성별끼리 탑승 △좌석 앞뒤 분리 탑승 △동승 전용 보험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플랫폼에 반영했다. 승객 매칭 과정에서 기사의 개입도 철저히 차단했다. 안전한 서비스 이용을 위한 제약 사항이 많아 사업 활성화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안전 문제만큼은 조금도 타협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단 1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기존 택시 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혁신 모델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코나투스가 운영하는 반반택시는 합승을 희망하는 승객 중 중복 이동 구간에 따른 택시비 할인 혜택이 기존 운임 대비 30∼50%인 경우에 한해 합승을 중개한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경우 등 장거리 이동으로 택시비가 부담스러운 승객에게 유용한 탑승 옵션을 하나 더 제공하는 셈이다.

택시 동승 시 승객 입장에서는 택시비가 절약되고 기사는 호출료 최대 5000원을 별도의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처럼 승객과 기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혁신에 대한 공감을 얻었고 합법화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기존 플랫폼 사업자와 달리 점진적으로 상생 혁신을 추진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시행 3년째를 맞이한 규제 샌드박스는 명실상부한 규제 혁신의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았다. 그간 규제로 고통받던 수많은 기업에 사업 기회를 열어줬고 이를 통해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실증을 위한 규제 특례(실증 특례)’를 신청했음에도 이해당사자 간 충돌을 염려해 테스트조차 진행되지 못한 채 계류된 사업이 여전히 꽤 남아 있다. 실증 특례란 새로운 융합 제품, 서비스의 안전성 등을 검증하기 위해 제한된 구역, 기간, 규모 안에서는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해주는 제도를 뜻한다. 한편 2년 넘게 보류되거나 안건 상정조차 진행되지 못한 과제들도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시점에서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를 다시 점검하길 희망해본다. 즉, 네거티브 규제를 적극 도입해 스타트업에 더 큰 혁신의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 사회 안전이나 국민 건강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업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 면밀한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과 사업성이 검증되면 제도 개선으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 혁신의 과실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과감한 개선으로 더 많은 혁신 성공 사례가 발굴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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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코나투스 대표 gidong.kim@kornatus.com
필자는 서울대 물리학부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SK텔레콤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하고 2018년 6월 상생 기반의 모빌리티 오픈 플랫폼 코나투스를 창업, 2019년 8월 택시 호출 플랫폼 반반택시를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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