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ustainability

ESG 공시와 평가 기관 등급 불일치의 함수

김진욱 | 332호 (2021년 11월 Issue 1)
016


Based on “Why is corporate virtue in the eye of the beholder? The case of ESG ratings” (2022) by Dane Christensen, George Serafeim and Anywhere Sikochi in The Accounting Review, https://doi.org/10.2308/TAR-2019-0506.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금융시장의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투자 의사결정에 기업의 환경(E), 사회(S) 및 거버넌스(G) 정보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들 수 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 1 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 분석과 포트폴리오 선택에 ESG 기준을 적용하는 지속가능 투자의 운용 자산 규모가 35조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처럼 ESG 데이터의 수집, 해석, 집계 및 배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ESG 평가기관은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정보중개자가 됐다. 실제로 시장참여자들이 ESG 평가 결과를 구매하기 위해 ESG 평가기관에 지출하는 규모는 2014년의 2억 달러에서 2018년 5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ESG 평가기관은 기업의 ESG와 관련된 노력과 결과를 다양한 측정 기준을 사용해 평가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ESG 등급은 투자자가 ESG 요소를 의사결정에 통합하고 위험과 기회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선별하는 데 이용된다.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ESG 평가기관이 등장했지만 가장 대표적인 3대 평가기관은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캐피털(MSCI),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 및 톰슨로이터(Tomson Reuters)다.

그런데 ESG 평가등급을 사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기관에 따라 개별 기업을 평가하는 방식과 결과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평가기관이 선택한 방법론이 실제로 무엇을, 왜 측정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ESG 점수 뒤에 무엇이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2 평가기관 사이에 왜 불일치가 발생하는지 이해해야 이런 불일치가 초래하는 폐해를 알고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리건대와 하버드대 공동 연구팀은 ESG 평가기관 간 결과 불일치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기업의 ESG 공시 수준에 주목했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의견 불일치는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정보에 대해 다른 해석을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될수록 정보 비대칭이 줄어들기 때문에 평가기관들의 의견 불일치 정도가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연구팀은 ESG 정보에 대한 평가의 경우 그 반대의 논리가 성립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즉 기업의 ESG 공시가 증가할수록 ESG 평가등급 불일치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이유로 ESG 정보의 주관적인 특성을 꼽았다. 재무 정보에 대한 공시에 관해서는 레버리지 및 수익성 등과 같은 재무 변수의 의미와 평가 방법에 대해 광범위한 컨센서스가 존재한다. 반면 ESG 공시의 경우 기업의 ESG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를 평가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관적인 특성을 가진 ESG 정보에 대한 공시가 증가할수록 오히려 다양한 해석의 기회가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특정 ESG 이슈에 대해 기업 공시가 없는 경우 평가기관들은 비슷한 어림 계산법을 사용하게 돼 유사한 평가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특정 산업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슈에 대해 어떤 기업이 공시를 하지 않으면 대부분 평가기관은 해당 기업에 나쁜 점수를 부여하게 된다. 반대로 공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업계에서 덜 중요하게 여겨지고 다른 기업들도 거의 공시를 하지 않는 이슈라면 비록 공시가 부족하더라도 기업의 성과를 업계 평균 정도로 간주하는 것이 일반적일 수 있다. 즉 ESG 정보에 대한 공시 수준이 낮은 경우 평가기관들의 평가 결과는 유사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편 기업의 공시 수준이 높은 경우 평가기관은 공시된 정보가 좋은 성과를 의미하는지 혹은 나쁜 성과를 의미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작업장 안전 문제에 대해 기업이 ‘근로손실재해율’만 공개한다면 모든 평가기관은 이 지표를 이용해서 기업의 성과를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추가적인 정보(예: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 근로손실일수)를 공시한다면 평가기관마다 다른 지표를 사용하거나 지표별로 다른 가중치를 할당하게 돼 평가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021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3대 ESG 평가기관의 기업에 대한 ESG 평가등급과 기업의 ESG 공시 수준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기업의 ESG 공시 수준은 블룸버그가 발표하는 ESG 공시 점수를 이용해 측정했다. 실증 분석 결과 연구팀의 가설에 따라 기업의 ESG 공시 수준이 높아질수록 평가기관들의 ESG 평가등급 불일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개념적으로 표준화된 공감대나 이해가 없었던 ESG 정보의 경우, 공시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다양한 해석 여지가 발생해 평가기관 간 불일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ESG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를 구분해 분석한 결과는 더욱 흥미롭다. 환경(E)과 사회(S)에 대한 증가된 기업 공시는 평가기관의 등급 불일치를 증가시키는 반면 거버넌스(G)에 대한 공시 증가는 이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환경과 사회의 경우 무엇이 좋은 성과이며, 어떤 지표를 사용해서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거버넌스보다 짧은 기간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ESG지표를 투입 지표와 산출 지표로 구분해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투입 지표는 성취하고자 하는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 힘을 쏟고 있는 노력(예: 다양성 정책의 존재 여부)을 나타내는 반면, 산출 지표는 실제 성과물(예: 여성 인력 비율)을 나타낸다. 분석 결과, 평가기관의 평가 결과는 투입 지표보다 산출 지표에 관해 불일치 정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출 지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가 좋은 성과인지에 대한 평가자들의 공감대가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평가기관의 ESG 평가등급 불일치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연구팀의 추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업 ESG 성과에 대한 평가기관의 등급 불일치가 증가할수록 해당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ESG 평가등급 불일치는 기업의 자금 조달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평가등급 불일치가 큰 기업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내부 자금 조달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ESG 평가등급 불일치가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해 불확실성을 야기해 시장의 마찰을 발생시킨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는 기업의 ESG 공시 수준이 높아질수록 ESG 평가등급 불일치가 오히려 늘어남을 보여준다. 이는 투자자를 오도할 수 있는 ESG 평가등급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좋은 ESG 성과가 무엇인지, 그리고 ESG 성과를 포착하기 위해 어떤 지표가 이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즉 ESG에 대한 규칙과 규범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활발히 소통하고 이를 바탕으로 ESG 개념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와 이해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를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세무회계학회 부회장, 금융감독원 재무공시 선진화 TF위원, 국가회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감사 및 조세회피이다.
  • 김진욱 김진욱 | - (현)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
    - (현)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 Rutgers University 경영대학 교수
    jinkim@konkuk.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