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avioral Economics

부패가 키운 성장은 신기루… 중국을 타산지석으로

305호 (2020년 9월 Issue 2)

014


Based on “Corruption and Investment: Theory and Evidence from China” by C. Zheng and J. Xiao,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and Organization(2020)


무엇을, 왜 연구했나?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매년 뇌물로 쓰이는 자금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약 2조 달러(약 2400조 원)에 달한다. 부패의 일개 부류에 불과한 뇌물이 주는 경제적 피해가 이 정도인데 부패 전체가 세계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얼마나 가공할까. 국민권익위원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부패는 자금 조달 비용과 투자비용을 증가시켜 민간 투자와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키고 진입장벽을 높여 혁신을 가로막는 원흉이다. 유엔이 2003년에 반부패협약을 제정하고 유럽연합,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에 적극 부응하는 이유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중국의 경제는 과거 30년 동안 연평균 10%p씩 급격히 성장했다. 경제자유화와 시장경제개혁을 거름 삼아 싹 트고 만연한 부패와 공생하며 급성장한 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그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부패에 기생한 인프라 투자가 만들어낸 피상적이고 일시적인 긍정적 외부 효과(Positive Externality, 경제 성장)가 부패를 정당화할 수 없다. 오히려 부패를 기반으로 한 투자와 경제 성장의 역효과는 치명적이다. 무엇보다도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이 현저히 낮은 인프라 건설에 너무 많은 자금을 낭비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이뤄진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비효율성은 국가적 손실로 이어졌다.

중국 정부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프라 과잉 투자(중국 총투자의 약 37%)로 인한 손실은 미화로 6조8000억 달러(약 8160조 원)에 달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투자 수익률은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GDP 대비 투자액 비율은 고성장을 거듭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동아시아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의 대표적 현상이다. 보통 부패는 저개발 국가에서 만연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많은 나라에선 만연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와 관련, 상하이 재무경제대학의 연구팀은 주주-대리인모형(Principal-Agent Model)을 기반으로 동아시아 패러독스라고 알려진 부패와 경제성장 간 관계를 규명하고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018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16년 기간 중 중국 통계국과 고등검찰청 자료를 활용해 부패의 행태가 횡령에서 뇌물로 바뀐 이유를 밝히고 1) 급여(Wages) 2) 감독(Monitoring Intensity) 3) 투명한 책임(Accountability) 등 부패를 줄일 수 있는 세 가지 정책의 상대적 실효성을 동시에 검증했다. 연구 결과, 관료들이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비효율적인 인프라 투자를 무작정 추진한 원인이 승진에 대한 욕구(Promotion Incentive)와 더불어 뇌물을 받아 개인의 물질적 탐욕을 채우려는 자기중심적 인센티브였음을 밝혀냈다. 또한 횡령보다 뇌물 수수가 더욱 만연한 이유는 인프라 투자의 허가 과정에서 받는 뇌물액이 횡령으로 챙길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압도할 뿐만 아니라 뇌물 수수 행위로 발각될 확률이 횡령보다 낮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1999년부터 2013년도까지 인프라 투자사로부터 은밀하게 뒷돈을 받은 뇌물 수수는 GDP 대비 투자액과 더불어 가파르게 증가한 반면 직접적인 도둑질에 해당하는 횡령은 같은 기간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급여 인상 효과와 감독 강화 효과도 여실히 나타났다. 관료들의 급여를 올리면 부패 확률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뇌물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감독을 강화하자 부패한 관료의 수와 뇌물액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문제는 동시에 인프라 투자도 위축됐다는 점이다. 이는 급여 정책과 감독 정책을 적절히 배합하면 뇌물 수수 관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경제 성장이 약화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딜레마를 의미한다.

또한 연구 결과, 급여 인상과 감독 강화만으로는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정치적 개혁(Political Reforms to Enhance Accountability)이 뒷받침될 때 부패 척결을 위한 정책 실효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개혁은 부패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동시에 부패와 연관된 비효율적 투자도 억제해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부패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최선의 방법이다.

2012년 말 시작한 중국 정부의 반부패 캠페인은 책임과 처벌을 명확히 한 대표적인 정치개혁으로 꼽힌다.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감시 및 감독 강화는 물론 신속한 법 집행으로 지금까지 장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 180명을 포함해 20만 명에 이르는 부패 관료가 적발, 고소됐다. 연구팀은 여기서 멈춰선 안 되며 국가기관의 전방위 개혁을 통해 관료들의 책임 소재와 이에 따른 신상필벌을 공정하고 명확히 함은 물론 정책 결정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부정부패로 인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그 이득을 압도할 수 있어 부정부패 행위를 해서라도 이득을 취하려는 인센티브를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020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부패는 국가기관의 인적, 물적 구조가 미비하고 국가 지배구조가 낙후된 국가에서 더욱 기승을 부린다. 만연한 불공정 거래와 정치•경제•사회적 불안정은 시민들을 끝없는 갈등과 투쟁으로 내몬다. 아마도 갈등, 투쟁, 불안정이 부패한 세력에겐 탐욕을 채울 자양분이고 원동력일 게다. 작년 IMF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부패 척결에 더 힘쓴다면 세금이 1조 달러(약 1200조 원) 더 걷히고 세계 GDP는 1.25%p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100점 만점)를 10점 증가시키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기는 3년, 5만 달러 시기는 5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 연구보고서도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다시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반복할 것인가. 썩은 건 과감하게 떼어 버리고 양호한 건 썩기 전에 단단히 하고, 없는 건 과감히 새것으로 채워야 한다. 그래야 백 년이 가고 천 년이 간다. 하루만 살다 갈 것처럼 살지 말자. 그건 다른 경우에 쓰는 말이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5호 New Era of Data Business 2020년 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