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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성장 편향에 빠진 주식 투자는 마약 거래와 같아

곽승욱 | 299호 (2020년 6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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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Based on “Valuation Bias and Limits to Nudges” by S. Shefrin (2019), The Journal of Portfolio Management


무엇을, 왜 연구했나?

투자자가 주식 한 주를 구매하기 위해 1만 원을 지불했다는 건 그 주식이 최소한 1만 원의 값어치를 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투자자의 기대는 손실(예: 매도 시 5000원으로 하락)의 실망으로 끝나기도 하고 기대 이상의 수익(예: 매도 시 2만 원으로 상승)으로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투자자가 지불한 1만 원을 주식의 시장가격, ‘주가(Stock Price)’라고 한다.

주식 투자에서 주가는 그 자체론 별 의미가 없다. 미래 어느 시점에 주식을 매도할 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값어치(예측 가치)를 적절한 할인율(기대수익률)을 이용해 현재 시점의 값어치로 환산한 수치, 즉 주식의 현재 가치(Present Value of Stock 또는 Stock Value)가 결정되는 순간에야 비로소 의미 있는 숫자가 된다. 주식의 현재 가치는 주식평가자가 지불할 의향이 있는 최대 주식 가격으로 정의하면 이해가 쉽다. 따라서 주식의 현재 가치가 주가보다 높으면 기대 이상의 수익이 예측됨으로 주식 매입을 서두른다. 반대로 주식의 현재 가치가 주가보다 낮으면 매도로 돌아선다. 싼 가격에 사서 비싼 가격에 판다(Buy Low and Sell High, BL-SH)는 투자 격언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누구나 쉽게 던질 수 있는 말이지만 BL-SH 전략이 성공하려면 싼 주식은 진정으로 싸야 하고 비싼 주식은 진짜 비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주식이 저평가됐는지 고평가됐는지 판단하기 위해 주식의 진짜 값어치(주식의 현재 가치)를 정확히 계산해 내야 한다. 이는 주식가치평가(Stock Valuation)가 완벽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실에선 주식가치평가 전문가인 재무분석가조차도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 산타바버라대의 셰프린 교수는 그 이유를 성장편향(Growth Opportunities Bias, GOB)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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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주식가치평가는 주식이 창출하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주식에 투자하고 매도하기 전까지 받게 되는 배당금이라는 현금흐름과 매도할 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의 예측 가치(예상 매도가격)를 모두 현재 가치로 변환해 더한 값이 주식의 현재 가치다. 여기서 매도 시 예측 가치는 매도 시점에서 예상되는 그 이후의 모든 현금흐름(영구현금흐름)을 매도 시점의 가치로 변환해 더한 값이다. 가치평가 논문이나 교과서에서는 보통 잔존가치(Terminal Value)라고 한다.

잔존가치를 계산하려면 영구현금흐름을 하나의 수치로 손쉽게 병합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먼 미래의 현금흐름을 개별적으로 계속 추정해 현재가치화하는 것은 현실성, 정확성, 신뢰성 측면에서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잔존가치는 보통 현금흐름이 일정한 비율로 무한(항상) 성장한다는 ‘항상성장모형(Constant Growth Model)’을 사용해 결정한다. 따라서 항상성장모형으로 평가한 잔존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이 항상 일정하다(제로 성장성 가치)는 ‘항상연금(Perpetuity)’ 가정하에 추정된 가치를 상회하게 되는데 이 차액이 플러스 성장성 가치를 나타낸다.

먼 미래의 현금흐름이 변화 없이 일정하게 유지(제로 성장성 가치)된다는 항상연금 가정은 보수적이긴 하지만 합리적인 기준이다. 반면에 현금흐름이 무한한 기간 동안 일정 성장률로 커진다는 항상성장 가정(플러스 성장성 가치)은 예외적인 상황을 일반화시키는 것과 같은 비합리적 판단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가치평가 전문가들(재무분석가)이 성장성의 가치를 ‘0’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잔존가치는 ‘항상연금가치+알파’라는 공식에 익숙해져 있다. 셰프린 교수는 이를 GOB라 부른다.

GOB가 커질수록 재무분석가가 예측한 잔존가치와 실제 주식의 격차 또한 커진다. 셰프린 교수는 FANG이라 칭하는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알파벳(Alphabet, 구글(Google)의 모회사로 FANG에서 ‘G’ 상징) 네 개사의 목표가(Target Price)를 분석해 GOB의 실체를 보여준다. 목표가는 앞서 소개한 현금흐름 기반 가치평가법을 활용해 재무분석가가 예측한 주식의 미래가격(보통 1년 이상)으로, 먼 미래(무한 미래 포함)의 예상 현금흐름들을 항상성장모형으로 평가해 얻은 잔존가치와 가까운 미래의 예상 현금흐름들을 목표가 시점의 가치로 변환한 값이다. 분석 결과, FANG 주식의 잔존가치가 목표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0%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때 40여 명에 달하는 재무분석가들은 잔존가치를 계산할 때 예외 없이 성장성의 가치를 플러스로 예측했다. 즉, 재무분석가 모두 합리적인 항상연금 가정이 아니라 비합리적인 항상성장 가정을 활용하는 편향성(GOB)을 드러냈다. 셰프린 교수는 또한 과도한 항상성장률을 낮추는 너지(Nudge, 개입)를 통해 목표가를 재추정(너지 목표가)하는 방법으로 GOB를 증명했다. 분석 결과, 너지 목표가는 너지 없이 추정한 원래 목표가의 73%에 불과했다. 이는 GOB가 목표가의 27%를 차지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물론 매우 긴 기간 동안 경쟁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기업의 경우, 성장성 가치를 제로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연금가치+알파’ 공식을 모든 기업에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한 접근법이다. FANG 기업들의 목표가 분석 결과(잔존가치 비중이 부풀려져 있고 항상성장률을 낮춰 적용하면 그 비중이 함께 낮아지는)는 예외(항상성장 가정)는 일반화돼 있고 일반적인 현상(항상연금 가정)은 예외가 돼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연 FANG 기업들은 무한한 기간 동안 경쟁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선행연구나 역사적 사례가 있는가? 가치평가 전문가뿐만 아니라 투자자 사이에 팽배한 GOB의 단면이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주식시장에는 거품 가격의 형성이 용이한 주식이 존재한다. 이러한 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존재하는 한 재무분석가들은 GOB가 포함된 거품 가치를 제공할 인센티브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약을 끊기 어려운 것처럼 투자자들은 거품 주식이 주는 가공할 쾌락을 거부하기 힘들고 재무분석가는 성장성의 과대평가를 통해 거품주식의 공급자 역할을 하게 된다. 마약 같은 주식의 거래가 왕성하면 주식시장과 마약 시장의 경계도 희미해진다.

어떤 교훈을 주나?

투자자들이나 재무분석가가 주식을 평가할 때 GOB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마약중독자가 재활을 거부하는 것과 유사하다.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는 주식이 주는 진정한 물질적, 심리적 효용을 수량화하는 과정이다. 주식가치평가가 지속 불가능한 성장이나 거품을 조절할 능력을 상실하면 주식은 마약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사람, 기업, 산업, 경제는 모두 예외 없이 성장을 멈추는 시기가 온다. GOB는 성장이 멈추지 않는다는 삐뚤어진 시선이다. 균형감을 자극하자. 그래야 성장한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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