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비용이냐, 자산이냐… 회계 처리 둘러싼 논란

294호 (2020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8년 초 도이치증권은 셀트리온이 세계 동종 기업에 비해 연구개발비를 과다하게 비용 대신 자산으로 처리해 영업이익률을 높였다면서 셀트리온 주식에 대한 ‘매도’ 의견을 냈다. 이는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의 회계 투명성에 관한 의문을 불러오면서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오리지널 신약을 개발하는 외국계 메이저 제약사들과 달리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 기업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쉽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 때문에 연구개발비를 빨리 자산으로 인식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신약 개발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표준적인 회계 처리 지침을 발표했고, 단기적으로 시장 혼란을 수습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IFRS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런 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 공시를 통해 연구개발 진행 상황과 회계 처리의 배경을 더 명확히 설명하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이해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2018년 초 셀트리온은 2017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도 대비 각각 44%와 105%가 증가한 8300억 원과 52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여러 제품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면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런데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하루 새 10%나 폭락했다. 전날 도이치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매도’ 의견을 내고 목표 주가를 현재 주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도이치증권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그룹의 R&D 비용 자본화가 세계 동종 기업보다 높다. 직접 지출한 R&D 비용 비율은 27%에 불과하다”면서 이 회계 처리를 수정하면 이익률은 크게 내려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16년 57%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기 어렵고 약 35%까지 내려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업종 특성을 무시한 왜곡된 시각”이라며 강력히 반박했다. 셀트리온은 “회계 처리 기준상 바이오시밀러는 다른 신약과 달리 상대적으로 상업화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품 성공 가능성이 확보된 시점부터는 연구개발비의 자산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제품 허가 이전에 개발비를 자산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회계 처리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반박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폭락한 것을 보면 당시 투자자들의 혼란을 짐작할 수 있다. 위의 발표 내용과 논란 자체가 회계나 제약ㆍ바이오 업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논란이 벌어진 적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 관련 이슈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주가 변동, 공매도에 대한 과민 반응도 다시 화제가 됐다.

2018년 3월, 이번에는 차바이오텍 쇼크가 자본시장을 덮쳤다. 차바이오텍이 감사를 실시한 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의견을 받아 재무제표를 수정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차바이오텍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무엇보다 줄기세포치료제 개발비 23억 원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을 두고 회사와 회계법인의 의견이 달랐다. 회사는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회계법인에서는 계획대로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면서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회계 처리해야 한다고 봤다. 이런 내용들이 반복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자본시장에는 제약ㆍ바이오 업계 회사들 주식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견해가 퍼졌고, 제약ㆍ바이오 회사들 전체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차바이오텍 사건이 일어난 3월24일 하루 동안에만 코스닥지수가 5% 떨어졌으며, 제약ㆍ바이오 회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10% 이상 추락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자 같은 해 4월 금융감독원은 제약ㆍ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에 관한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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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비의 일반적인 회계 처리

이런 논란이 진행되는 동안 대다수 투자자는 혼란에 빠졌다. R&D 비용 자본화 또는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가 문제라는데, 대부분 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론의 보도를 읽어봐도 부정확한 내용이 많아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 전체에 공포가 확산되면서 해당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가 대거 폭락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 글에서는 당시 이슈가 된 연구개발 활동 관련 지출을 어떻게 회계 처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다른 업종과 구별되는 제약ㆍ바이오 업계의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

회계상 자산은 과거의 거래나 사건의 결과로 발생한다. 주로 기업이 현재 통제하고 있으며, 미래에 경제적 효익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을 말한다. 자산 중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개별적으로 식별이 가능한 자산이다. 특히 해당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결과, 미래의 경제적 효익이 기업에 유입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해당 자산의 원가를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을 때만 발생한 원가를 무형자산으로 회계장부에 기록할 수 있다.

이러한 무형자산은 크게 외부로부터 취득한 자산과 내부에서 창출된 자산으로 구분된다. 이 중 기업이 수행하는 연구개발 활동은 기업 내부에서 창출한 무형자산과 관련이 있다. 내부 창출 무형자산의 경우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이 존재하는지 여부, 그 자산을 언제 인식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즉, 미래 경제적 효익이 발생한 시점이 언제인지를 정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과연 연구개발 활동이 벌어지는 긴 시간 동안, 어느 시점에 이르러야 기술이 미래 회사에 효익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계 기준에서는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크게 연구 단계와 개발 단계로 구분하고, 그 단계에 따라 연구개발 활동 관련 지출을 다르게 회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 단계란 새로운 과학적 지식을 얻거나 연구 결과, 기타 지식 등을 탐색해 새로운 기술이나 신제품의 개발 가능성을 탐색하는 초기 단계를 말한다. 그리고 개발 단계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연구 활동의 결과를 상업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단계다. 회계 기준에 따르면 연구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전액 발생 시점에 비용(연구비)으로 인식해야 한다. 연구 단계와 개발 단계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전액 연구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로 간주한다. 그리고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지출은 해당 기술이 실제 개발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로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개발비’라는 항목의 무형자산으로 인식한다. 다시 말해, 연구비는 발생 시점의 비용으로, 개발비는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도이치증권의 보고서에 ‘자본화’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자본화란 비용으로 회계 처리하지 않고 ‘자산의 증가’로, 즉 개발비로 회계 처리했다는 의미다. 무형자산으로 기록된 개발비는 미래 일정 기간 동안 나뉘어 순차적으로 비용으로 인식된다. 전문 용어로는 ‘무형자산 상각’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연구비 처리는 당기에 발생한 지출을 모두 비용으로 기록해야 함을 의미한다. 반면 개발비 처리는 여러 연도에 나누어서 비용을 인식해 당기 이익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개발비로 분류해 무형자산으로 기록한 경우라도 나중에 혹시 연구개발 활동이 실패해서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면 무형자산의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무형자산(개발비)의 장부 금액을 감소시키고, 그 액수만큼 손실(손상차손)을 기록한다.

결론을 요약하자면 연구개발비를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는지에 따라 단기 이익은 달라질 수 있다. 연구비 처리를 하면 개발비 처리를 할 때보다 단기 이익이 감소한다. 그러나 회계 처리가 영향을 미치는 전체 장기간의 이익을 모두 합하면 두 방법 중 어느 쪽을 따르더라도 장부에 기록되는 이익은 같다. 단지 개발비 처리를 하면 현재 이익은 높게 표시되고, 그만큼 미래 이익이 낮게 표시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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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ㆍ바이오 업계 신약 개발의 특수성

2010년대 중반 이후 한미약품,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기술 이전과 수출 등의 성과를 내면서 국내 제약ㆍ바이오 업계는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일반적인 다른 회사들의 연구개발 활동과는 다른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신약후보물질발굴 → 전임상 → 임상1상 → 임상2상 → 임상3상 → 정부 승인 신청 → 정부 승인 완료 → 제품 판매 시작’ 등의 단계다. 임상1상은 최대 수십 명 정도의 소수의 사람에게 약품을 투여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에 성공해야 회사는 최대 수백 명에게 약품을 투여하는 임상2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 나아가 임상2상이 성공해야 수천 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3상을 치르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데는 매우 오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거대 메이저 제약사가 세계 의약품 시장 대부분을 장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약ㆍ바이오 업계에서 출시되는 의약품은 (1) 오리지널 신약(합성, 바이오) (2) 제네릭 의약품(합성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3) 개량 신약 등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1) 오리지널 신약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구조의 약으로 주성분에 따라 합성 신약과 바이오 신약으로 구분된다. (1-1) 이 중 합성 신약은 화학적 공법으로 물질 합성을 통해 제조된 약품이고, (1-2) 바이오 신약은 DNA 재조합과 같은 바이오테크놀로지(biotechnology)를 이용해 만든 신약을 말한다. (2) 제네릭 의약품은 기존에 있던 신약의 특허가 만료된 후 기존에 허가된 신약과 주성분, 제형, 함량 등을 동일하게 만들어 낸 약품이다. 제네릭 의약품 또한 구성 물질에 따라 합성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로 구분된다. (2-1) 합성 제네릭 의약품은 합성 신약의 복제약으로 기존의 오리지널 제품과 동일한 합성 화학 물질의 유기 작용을 적용해 동등한 효능을 얻는 의약품이다. 보통 제네릭 의약품이라고 하면 합성 제네릭 의약품을 말한다. (2-2) 반면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이용해 만든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제네릭 의약품과 같은 복제약이나 오리지널 약품과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시밀러(similar)’라고 칭한다. 마지막으로 (3) 개량 신약은 오리지널 신약보다 개발 기간이 짧으며 기존 약물의 구조나 제제, 용도 등을 약간 변형해서 얻어지는 약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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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메이저 제약사들은 거의 대부분 (1) 오리지널 신약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거의 대부분 (2) 제네릭 신약 중 (2-1) 합성 제네릭 약품, 즉 복제약을 생산하며,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한다. 즉, 한미약품과 같이 오리지널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는 국내에 극히 드물다.

일반적으로 연구개발의 성공 가능성은 (1) 오리지널 신약이 제일 낮고, 그다음이 (3) 개량 신약이며, 마지막이 (2) 제네릭 신약이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2) 제네릭 신약을 개발한다. 그리고 회계 처리는 개발의 난이도와 개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한다. 즉, 신약 개발 과정 중 앞으로 성공할 것으로 판단되는 시점부터 발생하는 지출은 개발비로 자산화하고, 그 이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지출은 연구비로서 비용 처리를 한다.

도이치증권의 주장에 대한 셀트리온의 반론

이런 기준을 실제로 적용하는 데는 여러 복잡한 이슈가 따른다. 가령, 도대체 성공할 것으로 예측되는 시점이 언제인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도이치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의 경우 해외 메이저 제약사들의 회계 처리를 소개하고 있다. 메이저 제약사들은 개발 중인 오리지널 신약이 거의 대부분 정부에 판매 승인을 신청하거나 판매 허가를 받은 시점에 이르러서야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연구개발비를 개발비로 처리한다. 그러나 셀트리온의 경우 오리지널 신약을 개발하는 해외 메이저 제약사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개발이 쉬운 바이오시밀러 신약을 개발한다. 1 따라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허가 이전에 개발비를 자산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회계 처리 방식이다”라고 주장하면서 도이치증권의 보고서에 반박했다.

필자가 볼 때 도이치증권의 보고서가 비교를 잘못했다는 셀트리온의 주장은 옳다. 그렇지만 왜 상대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신약은 개발이 쉬운지, 셀트리온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들은 어떤 단계에, 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는지 뒷받침할 근거에 대해서는 셀트리온이 보도자료나 사업보고서를 통해 설명한 바 없다. 즉, 공시 내용이 부족했고 공시된 정보를 본 투자자들이 그 정보에 기초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도이치증권의 애널리스트가 비교 대상을 잘못 선정해 분석한 것도 있지만 셀트리온도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셀트리온에도 사태의 책임이 일부 있는 셈이다. 주주나 잠재적 주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해당 주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은 기업들의 의무다. 또한 회계 기준에서도 투자자가 충분한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적정한 수준의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셀트리온은 회계 기준도 충분히 따르지 않았다.

제약ㆍ바이오 기업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이슈가 제약ㆍ바이오 업계에서 유독 크게 논란이 된 이유는 이 업계의 연구개발이 다른 업계보다 보통 더 오래 걸리고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대신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고수익-고위험 산업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사람과 자본이 몰려드는 ‘한창 뜨고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주력 산업에 속한 회사들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제약ㆍ바이오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제약ㆍ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고 주가도 높게 형성돼 있으며 그만큼 상대적으로 논란도 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개입과 불확실성 해소

1.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조사와 업계의 반발

2018년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진행되자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금융감독원에서 기업들의 회계 처리 실태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업계의 관행을 분식회계라고 비판하고 강력한 처벌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단체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하고,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했다. 정부 고위층이나 정치인을 만나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업계의 주장을 요약하면, 금융감독원은 한국 현실을 잘 모르고 회계 기준을 경직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면 업계가 공멸해 국가 경제와 일자리에 큰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융감독원이 한국의 현실도 잘 모르면서 기준을 경직적으로 해석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외국의 메이저 제약사들은 앞서 소개한 신약 개발의 모든 단계, 즉 임상 전 단계부터 제품 판매까지 대부분 직접 수행한다. 따라서 임상3상이나 정부 승인 신청 시점 이후에도 연구개발 관련 지출이 계속 발생한다. 그러므로 이 시점 이후에 발생하는 지출을 개발비로 기록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은 다르다. 대부분 이 과정을 다 수행하지 않는다. 모든 단계를 직접 수행하려면 워낙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 중 일부, 특히 연구개발 단계들 중 앞부분만 수행한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활동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미약품은 임상1단계까지만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임상2단계부터는 대개 외국의 메이저 제약사와 공동으로 수행한다. 아예 임상 전 단계나 임상1상 완료 후 그때까지의 연구 결과를 외국 제약사들에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국내 제약사도 많다. 이런 기업들에 외국 메이저 제약사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회계 처리를 하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개발비 분류를 일절 하지 말라는 뜻과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에서는 전혀 새로운 신약 개발이 아니라 특허가 끝난 외국 메이저 제약사의 약품을 따라 만드는 제네릭 신약(복제약) 개발이 더 많다. 복제약은 연구개발 착수 초기부터 성공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점부터 개발비 처리를 하라는 회계 기준을 따르면 복제약 개발의 경우 임상 단계에서부터 개발비 처리가 가능할 것이다. 이 점을 봐도 외국의 상황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업계가 공멸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제약ㆍ바이오 업계는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런 자금을 개인이 다 부담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주식 발행 등을 통해 외부에서 상당한 자금을 조달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회계 기준을 보수적으로 적용하면서 연구개발에 사용되는 지출을 대부분 연구비로 분류해 비용 처리를 하면 손익계산서에 보고되는 당기순이익이 크게 하락하거나 적자 규모가 커지게 된다. 특히 신약 개발을 완료하고 판매를 개시하기 전 단계의 벤처들은 거의 대부분 큰 적자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회사가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할 돈이 모자라 기업이 망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주장이 약간 과장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일이 벌어지면 기업들의 연구개발 활동이 위축될 것임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과거 미국에서도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 처리 기준이 변경돼 비용 처리를 해야 할 부분이 많아지자 기업들이 이익을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연구개발비 지출을 대폭 줄였던 일이 있었다.

2. 금융위원회의 중재와 표준 회계 처리 지침 발표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가 진행되자 반발하는 기업들도 많았지만 한편에서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로 지적받을 것을 대비해 과거 회계 처리를 수정하는 기업들도 다수 나타났다. 바이로메드는 2017년 연구개발비 중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했던 495억 원을 비용으로 처리, 재무제표를 정정해서 발표했다. 그 결과 흑자였던 2017년 영업이익이 8억8000만 원 손실로 전환됐다. 일양약품도 무형자산 66억 원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향후 개발성공을 기대하고 자산화했던 개발비를 손실로 처리한 것이다. 지난 2016년도에는 손상차손이 없었던 만큼 금감원 회계감리를 의식해 보수적으로 회계 처리를 바꾼 것이라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투자자들은 회계 처리 방법을 변경하지 않은 기업들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너희도 똑같은 이슈가 존재하지 않느냐?’는 의심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몇몇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나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자본시장의 의심을 씻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예를 들어, 신라젠은 과거부터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글로벌 제약사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연구개발비는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연속 적자가 발생한 것이므로, 적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과도하게 염려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적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런 혼란이 지속되자 금융위원회가 나섰다. 기업들에 대한 감독과 처벌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원과는 달리 금융위원회는 감독과 처벌뿐 아니라 전체 산업의 발전과 경제 성장ㆍ고용 등도 함께 고려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좀 더 거시적인 입장에서 다양한 측면을 살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을 만나 자본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을 줄이기 위한 설득에 나섰다. 쉽게 설명하자면 ‘무조건적인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니 ‘기업들도 살 수 있도록 하고 투자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일부 정무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과정과 입장 조율을 통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18년 9월 제약ㆍ바이오 업계에서 적용하는 연구개발비의 표준적인 회계 처리 지침을 마련해 발표했다. (1) 오리지널 신약은 임상3상 개시 승인 시점, (2-1) 제네릭 신약은 생동성 시험 계획 승인 시점, (2-2) 바이오시밀러 신약은 임상1상 개시 승인 시점부터 개발비 처리를 할 수 있다고 허락했다.2 또 과거 이 시점보다 먼저 개발비 처리를 한 기업들도 과거의 오류를 자발적으로 정정해서 재무제표를 수정한다면 처벌을 면제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의 입장이 이만큼 변했다는 것은 정말 놀랄 만하다.

또한 이런 회계 처리 때문에 영업손실이 급등해 주식시장에서 퇴출되거나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기업들은 퇴출이나 지정을 일정 기간 면제해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상장 규정은 코스닥 시장에서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5년 연속이 되면 퇴출한다. 이 기준을 완화해 회계 처리 때문에 기업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장기 연구개발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이번 지침으로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코스닥 상장사의 상장 유지 부담을 일정 기간 완화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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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제회계기준과 금융당국 지침의 불일치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 기업들은 신약 개발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공시해야 한다. 즉, 개발비로 분류해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를 주주나 다른 잠재적 투자자들과 이해관계자들이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에 따르면 기업들은 자신의 경제적 실질에 맞는 회계 처리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왜 그 방법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근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과거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은 회계 처리 방법을 선택해 사용할 뿐, 왜 그 회계 처리 방법이 경제적 실질에 맞는 방법인지를 설명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연구개발 관련 지출에 대한 회계 처리도 마찬가지다. 만약 모 기업이 임상2상 시점부터 개발비로 분류하는 회계 처리를 했었다면, 왜 임상2상 시점에 접어들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서 미래 경제적 효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보수적이지 않은 회계 처리를 수행해왔으니 논란과 혼란이 발생한 것이다.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회계 처리한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이익을 높게 표시하는 공격적인 회계 처리를 수행하는 것은 문제다. 평상시 금융감독원의 자세대로라면 고의 분식회계로 임원 검찰고발/파면을 요청하고 회사에 대규모 벌금을 부여하는 중징계를 했을 것이다. 또는 최소한 공시 미비로 분류해 징계를 했을 것이다.

따라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구체적인 회계 처리 지침을 마련한 것은 어찌 보면 IFRS를 따르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IFRS가 아닌 독자적인 지침을 만들고 그 지침대로 무조건 회계 처리를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상황이 다른데 말이다. 앞서 말했듯 임상 전 또는 임상1상 종료 후 연구 결과를 외부에 매각하는 기업도 있는데 지침에 따르면 오리지널 신약은 무조건 임상3상 개시 승인 시점부터 개발비 처리를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 회계 처리를 하게 되는 기업이 반드시 생긴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 워낙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으니 타협안으로 이런 지침이 고안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3

장기적으로는 IFRS에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경제적 실질에 맞는 회계 처리를 기업들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이라고 믿는다. 물론 기업들은 왜 그 방법이 경제적 실질에 맞는 것인지를 논리적으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임상2상에 접어든 신약 후보들 중에서도 회사 내부적으로 볼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약물과 그렇지 않은 약물이 있을 것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면 이 증거를 공시하면서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4. 회계와 공시의 중요성 및 필요성에 대한 이해

이런 지침과 과거의 회계 처리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발표되자 일부에서는 ‘분식회계에 대해 면죄부를 준다’면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비난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강경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강경한 처벌을 해야 분식회계가 없어진다고 주장하지만 살인이나 강도 등 강력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형량을 올려서 더 세게 처벌한다고 해서 강력범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녀가 공부를 못하거나 안 한다고 생각해 보자. 몽둥이를 들고 지키거나 자녀를 두드려 패면서 억지로 공부시킨다 해서 갑자기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할까? 공부하는 시간은 조금 늘어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성적이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자녀가 스스로 깨우치고 납득해야만 성적이 더 많이 올라갈 것이다.

제약ㆍ바이오 업계에서 발생한 회계 이슈는 대부분 잘 몰라서 벌어진 일들이다. 사업 특성상 설립 초기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제약ㆍ바이오 업계에서는 모두들 생존을 위해 바쁘게 뛰고 연구개발에 매달리다 보니 회계를 잘 아는 직원을 고용할 여유가 없다. 그리고 회계나 투자자에 대한 소통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제약사들이 대부분 복제약 개발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개발비로 회계 처리를 하니,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복제약보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신약 개발 때도 동일한 방법으로 회계 처리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4

사실 셀트리온이나 차바이오텍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이 문제가 제약ㆍ바이오 업계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은 것일 뿐 연구개발에 많은 지출을 하는 다른 업종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라면 그 투자자들을 위해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게 당연한 의무다. 정확한 회계 처리를 하고, 그렇게 회계 처리를 한 이유를 투자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업들이 회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회계 전문 인력이나 회계 담당 인력을 보강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침이 발표되자 제약ㆍ바이오 기업들 거의 대부분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2018년 9월20일 하루 동안 차바이오텍은 주가가 무려 20%나 뛰었다.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앞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는 의미다. 그동안 디스카운트돼 있던 주가가 회복된 것이다.

2018년 이전 vs. 2018년 이후의 공시 변화

이 지침이 발표된 이후 제약ㆍ바이오 업계의 공시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자. 다음은 한미약품의 2017년도 신약 개발에 대한 공시 내용이다.

1. 2017년 공시 내용 예시
[표 1]과 [표 2]에서 장부 금액이란 개발비(무형자산)로 처리한 장부 금액을 말하며, 잔여 상각기간이란 앞으로 얼마 동안 해당 약품들의 개발비를 상각해 비용 처리할 것인지를 말한다. 예를 들어, HIP1403(한미플루)라는 약품의 경우 개발비의 장부금액이 5억3448만 원이고 잔여 상각기간이 3.8년이다. 따라서 1년에 약 1억4065만(=5억3448만/3.8) 원 정도가 비용으로 처리됨을 알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개발 중인 약품별로 어떤 단계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의 비용이 각 약품에 현재까지 사용됐는지 정확한 정보가 공시되고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139_표1
139_표2


2. 2018년 공시 내용 예시

[표 3]은 새 지침이 시행된 후인 2018년의 공시 내용이다.

140_표3


2017년과 2018년 두 공시 내용을 비교해보면 2018년도의 공시 내용이 훨씬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개발 중인 LAPS-GCSF Analog라는 약품의 경우, 현재 임상3상에 있으며 3상 중에 발생한 약 22억 원의 지출을 개발비(무형자산)로 회계 처리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Olmutinib라는 약품의 경우 임상3상에 있으며 임상3상 중에 발생한 약 43억 원의 지출을 개발비로 회계 처리했다가 이 금액 전액을 나중에 손상차손 처리했음을 알 수 있다. 손상차손 처리를 했다는 것은 이 약품의 경우 개발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지출한 개발비가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가져올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무형자산 금액을 줄이고 전액 손실로 처리했다는 뜻이다. [표 3] 하단부에 있는 주석 내용을 보면(지면 관계상 생략) “경쟁제품의 출시에 따라 시장성이 작을 것으로 판단해 개발을 중단했고, 그에 따라 관련 장부금액을 전액 감액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5 레보세티 리진(정제)이라는 약품의 경우는 현재 전임상단계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개발비로 회계 처리를 했다. 표 하단부 주석 내용을 보면 “알레르기성 반응을 유발하는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이며 현재 중국에서 생동(BE) 진행 중입니다. 중국 내 이미 출시된 의약품에 대한 복제약으로서 향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돼 있다. 이런 이유에서 전임상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개발비로 회계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회계 자료를 읽고 분석하자!

2018년 공시 내용을 보면 외부 정보이용자들은 이 내용을 보고 회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자본시장에서의 혼란이 줄어들고 보다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투자자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6 만약 보수적으로 한미약품을 평가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공시된 내용을 보면서 취사선택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국의 메이저 제약사들과 동등한 기준으로 비교를 하겠다면 임상3상까지 기록한 개발비를 모두 비용으로 바꿔서 이익을 계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는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이드라인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기준을 적용하겠다면 임상2상까지 발생한 지출 중 개발비로 기록한 부분만 비용으로 바꿔서 이익을 계산해보면 된다.

재무제표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드물지만 찾아보는 사람들도 재무상태표에서 부채비율, 손익계산서에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얼마인지 정도만 확인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사례를 보면 재무제표와 재무제표에 포함된 공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일부 간단한 계산도 해봐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이 나 대신 이런 계산이나 분석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역량이 미국 애널리스트들과 비교할 때 아직 상당히 부족하므로 애널리스트가 발표하는 보고서를 그대로 신뢰하기가 힘들다.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면 필자가 바로 위에서 설명한 내용 정도를 반영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애널리스트도 많지 않다. 따라서 투자자 스스로 회계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건은 제약ㆍ바이오 업계에 국한해 일어났지만 다른 업계라도 연구개발비 비중이 큰 기업이라면 그 내역을 충분히 공시하고 있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회계 기준에서는 ‘왜 그런 방식으로 회계 처리를 하는지’를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내 기업의 공시 내용은 기준에서 요구하는 것에 비해 부족하다. 어느 기업이든 금융감독원 감리를 받게 되면 공시 미비로 적발될 수 있으므로 스스로 자신의 공시 내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도 만약 기업의 연구개발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이를 기업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기업들 행동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풍문만 믿고 투자하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2019년 한 해에도 몇몇 제약ㆍ바이오 기업에서 정권 실세와 관련돼 있다는 뉴스로 주가를 띄운 뒤 임직원들이 주식을 팔아 한몫 단단히 챙기는 일이 발생했다. 기업의 옥석을 가리지 않고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것이다. 안타까운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필자소개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2,3,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안혜진 홍익대 교수 ahnhyejin@gmail.com
안혜진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공인회계사로서 삼정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및 컨설팅 업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회계감사 재무제표의 비교가능성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2호 About Work 2020년 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