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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상환전환우선주, 부채냐 자본이냐. 경영권 분쟁 과정 끝없는 이슈로

최종학 | 223호 (2017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2년 STX그룹은 부도 위기를 막기 위해 계열사 중 가장 탄탄한 사업 구조를 갖춘 STX에너지 지분을 일본 오릭스에 팔아 자금을 조달하려 했다. 이에 2012년 말, 오릭스는 STX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던 STX에너지의 주식을 1210억 원에 인수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1940억 원의 신주를 인수했다. 이때 유상증자액 1940억 원 중 970억 원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우선주였으며 나머지 970억 원은 상환전환우선주였다. 이 과정에서 상환전환우선주와 전환권조정 조항이 STX그룹이 STX에너지를 오릭스에 매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STX에너지는 2002년 구미열병합발전소와 반월열병합발전소를 합친 산단열병합발전㈜를 STX그룹이 인수해서 탄생한 회사다. 이 회사는 구미와 반월 공단에 독점적으로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지역발전소를 운영하는데 산업의 특성상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업 지역이 제한돼 있으므로 회사가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STX에너지는 다방면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2008년에는 구 타이거오일을 합병해 유류 유통사업에 진출했고, 2011년도에는 강원도 동해시에 북평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민자 발전소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또한 자회사들을 설립해서 해외 자원개발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도 투자했는데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STX솔라가 대표적인 예다.

STX그룹은 조선-해운업에 집중하면서 2000년대 초중반에 걸쳐 급성장한 그룹이다. STX그룹을 이끌던 강덕수 회장은 월급쟁이로 경력을 시작해 대규모 그룹을 만드는 데 성공한 덕에 ‘샐러리맨의 신화’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한 후 그룹을 이끄는 두 축인 조선-해운업의 업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STX그룹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2012년이 되자 STX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상황이 악화돼 부도가 발생하기 일보 직전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STX조선해양은 2011년에 약 168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12년에는 무려 7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STX팬오션은 2011년 420억 원 적자와 2012년 690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지주회사 ㈜STX는 2011년 2200억 원 흑자에서 2012년 4900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STX에너지는 STX그룹의 계열사들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유지하고 있었다. 2011년과 2012년에 STX에너지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476억 원과 557억 원이었으며 총자산이익률(ROA)은 각각 5%와 4%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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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에너지의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

그룹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 처하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STX그룹에 자구안 마련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에 2012년 5월, STX그룹은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하고 STX중공업 상장, STX팬오션 매각, STX유럽의 계열사 매각 등 자구 노력을 지속한다. 그러나 STX그룹의 기대와 다르게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STX그룹은 계열사 중 비교적 우량한 STX에너지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운다. 이때 STX 측이 접촉한 재무적 투자자가 바로 일본의 종합금융회사 오릭스그룹이다.

오릭스는 과거 STX그룹에 투자한 경험이 있었다. STX엔파코(현 STX중공업)는 STX그룹이 구 쌍용중공업(현 STX조선)을 인수한 뒤 쌍용중공업의 소재와 부품, 조선기자재 부문을 분할해서 설립한 회사다. 2007년 들어 이 회사의 재무구조가 위험해지자 STX그룹은 오릭스의 자본을 일부 유치한다. 2년 후인 2009년 STX그룹이 상황이 개선된 STX엔파코를 상장시킬 때 오릭스는 보유하던 STX엔파코의 주식을 매각해서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 이 투자를 통해 STX와 오릭스가 서로 윈윈할 수 있었던 것이다.

STX그룹은 처음에 국내 몇몇 사모펀드들에게 STX에너지의 지분을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STX에너지의 가치를 둘러싸고 서로의 이견이 상당했기 때문에 투자를 위한 협상이 결렬된다. 그러자 STX는 오릭스와 접촉해 투자를 권유한다. 2012년 말, 오릭스는 STX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던 STX에너지의 주식을 1210억원에 인수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1940억 원의 신주를 인수했다. 이때 유상증자액 1940억 원 중 970억 원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우선주(convertible preferred stock·CPS)였으며 나머지 970억 원은 상환전환우선주(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RCPS)였다.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해서는 오릭스가 우선주의 상환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상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오릭스는 STX에너지가 발행한 회사채 450억 원을 추가로 인수해 STX그룹이 필요로 한 자금을 지원했다. 이 회사채는 표시이자율 3%, 만기이자율 6%, 8년 만기에 원리금 만기일시상환 조건을 가진 교환사채(exchangeable bond)였으며 STX그룹에 콜옵션(call option)이 부가돼 있었다. 이렇듯 우선주와 사채에 부여된 특수한 조건들은 이후 STX그룹과 오릭스의 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조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전환우선주, 상환전환우선주와 교환사채의 인수를 포함한 오릭스의 총투자액은 3600억 원으로 상당한 규모였다. 따라서 오릭스 입장에서도 STX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중요한 관심사였을 것이다. STX그룹에 대한 투자의 결과 오릭스는 STX에너지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해 총 43.13%의 지분을 확보한다. ㈜STX가 50.07%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경영권은 계속해서 STX그룹이 행사했다. 나머지 지분 6.4%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었는데 STX에너지는 비상장사로서 소액주주들이 일반 주주가 아닌 우리사주조합 등으로 구성돼 이들 역시 STX의 우호세력으로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지분구조로만 보면 오릭스는 경영권을 가질 수 없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였다. 다만 오릭스 측에서 총 8인의 이사진 중 3인을 지명했으므로 경영에 대해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었다.

오릭스의 투자 덕분에 STX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일차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STX조선해양은 오릭스에 STX에너지의 주식을 매각한 대금 1210억 원으로 만기가 돌아온 급박한 부채를 상환할 수 있었다. 또한 유상증자를 통해 STX에너지로 유입된 1940억 원은 STX에너지의 부채를 갚고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측은 지난번 오릭스의 STX엔파코에 대한 투자처럼 서로 윈윈하는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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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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