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재무 금융 관점에서 본 유연성

재무적 유연을 위해 Slack 필요하다 코카콜라보다 현금 많은 애플처럼…

강형구 | 196호 (2016년 3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루틴(routine)과 슬랙(slack)은 유연한 기업을 위한 주요 요소다. 간단히 설명하면 루틴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고 슬랙은 재무적 자산이다. 기업은 루틴과 슬랙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유연성을 추구한다. 기업이 유연성을 갖기 위해서는 특히 이해 관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의 유연성이 기업 내부의 미시적이고 일상적 활동을 넘어서 기업의 형태와 비즈니스 모델에 영향을 줄 때일수록 더 그렇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이 유연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져야 하고, 자본시장이 효율적으로 발달돼야 하고, 사회적자본이 축적돼야 할 것이다. 때문에 기업이 유연한 조직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도덕적 해이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유전자 중심적 진화론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해 대중화됐다. 유전자 중심적 진화론에 의하면 진화는 생존을 위한 유전자들의 경쟁을 통해 일어난다. 유전자 간 경쟁의 성패는 유전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 개체가 주어진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카네기 학파의 전통에 영향을 받은 경영학자들도 비슷한 주장을 한다. 이들은 조직에도 일종의 유전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환경에 잘 적응하는 유전자를 가진 조직이 생존하고 번성한다고 믿는다. 이들에 의하면 조직의 유전자는루틴(routine)’이다. 루틴은 관행(慣行)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루틴은 정규적이고 예측 가능한 회사의 활동으로 정의돼왔다(Nelson & Winter 1982).

 

최근에는 루틴을 조직의 변화와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동적역량의 원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Feldman 2000, Helfat et al. 2009). 이는 마치 후천적으로 획득한 형질도 유전되면서 후세의 유전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를 연상시킨다.

 

루틴 자체 또는 루틴의 적절한 변화를 통해서 조직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중요하고 근본적인 일이다. 하지만 실행이 쉽지 않다. 일단 첫째, 루틴과 관련한 이론 자체의 모호성 때문이다. 학자들 간에 루틴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 안정성과 변화에 대해 완벽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전혀 안정적이지 않은 조직의 행동을 루틴이라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둘째, 안정적이고 경직된 루틴이라고 해서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루틴을 안정적인 것으로 간주한 것도 합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조직은 루틴을 통해서 작동한다. 루틴은 조직이 일을 하는 방식이면서 가진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루틴을 통해서 조직은 자원의 큰 소비 없이 많은 일들을 경제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루틴의 안정성은 조직에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카네기 학파에 따르면 루틴과 함께 조직의 유연성과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슬랙(Slack)’이다. 슬랙은 종종 여분(餘分)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전통적인 정의에 의하면 슬랙은 조직이 가진 총 자원에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지불을 뺀 분량이다. 슬랙은 조직을 안정화시키면서도 유연하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한다(Cyert and March 1963). 슬랙은 환경에 갑작스런 충격이 발생했을 때 조직에 완충작용(Buffer)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는 다시 조직이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통적인 경제학과 재무/금융 분야에도 조직의 유연성, 루틴, 슬랙과 비슷한 개념들이 존재한다.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고 지칭하는 범위가 다르기는 하나 역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재무/금융 분야의 연구들은 조직의 유연성과 그 중요한 원천인 루틴과 슬랙에 매우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시해왔다. 이러한 광범위한 연구를 모두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몇 가지 예를 중심으로 간단히 논의하도록 한다.

 

기업 유연성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Organizational Flexibility)

 

루틴을 기업이 작동하는 방식이자, 기업의 습관이며, 기업의 행동과 생존을 결정하는 유전자라고 본다면 기업의 가장 중요한 루틴 중 하나는 바로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가치를 창출하거나 획득하는지 규정한다. 간단히 말하면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이 돈을 버는 방식이다. 결국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궁극적인 루틴 중 하나일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을 기업의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정의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비즈니스 모델과 루틴과의 관계는 더욱 명확하다.

 

루틴에 관한 연구가 유연성에 주목하는 것처럼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논의도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이 유연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이해관계자들에게 좋은 일일까? 예를 들어, 주주들은 기업이 유연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는 것을 바랄까?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주주들은 각각의 기업들이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히 이해하고 해당 모델에 집중하기를 바랄 수 있다. 물론 이럴 경우 유의미한 환경변화가 생겼을 때 조직의 경직성으로 인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업이 도태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이는 각 기업들의 문제이지 주주들의 문제는 아니다. 주주들은 다양한 기업들에 분산 투자를 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각 기업들에 대한 투자 비중을 유연하게 변경하기만 하면 된다. 주주 입장에서는 스스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유연하게 관리해나가면 되는데, 오히려 기업들이 나서서 유연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관리하게 되면 주주들 입장에서는 특정 분야에 중복 투자가 발생하는 등의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기업들에게 사업 재편이나 신사업 진출을 요구하기보다는 기존 사업이나 잘하게 하고 주주들은 새로운 산업에 투자 비중을 늘리면 그만이다.

 

가입하면 무료

  • 강형구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한국재무관리학회장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버지니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리먼브러더스 아시아본부 퀀트전략팀, 액센츄어 등에서 재무과 금융에 관한 교육 및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하버드대 Edmond J. Safra Center for Ethics의 리서치 펠로를 지냈다. 주 연구 분야는 혁신/기술금융과 기계학습(계량경제학), 금융 혁신, 자원배분과 전략에 대한 프로세스, 빅데이터 기반 행동 재무 등이다.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
NEW

아티클 AI요약 보기

30초 컷!
원문을 AI 요약본으로 먼저 빠르게 핵심을 파악해보세요. 정보 서칭 시간이 단축됩니다!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