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52

알리바바 美 상장 부른 차등의결권 우리는 배척만 하고 있어야 하나?

183호 (2015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7.3% 지분만으로 회사 경영권을 갖고 있는데 이는 주당 의결권을 복수로 허용하는 차등의결권 제도 덕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허용하지 않고 있는 제도인데 최근 삼성그룹에 대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권 공격 사태가 벌어지면서 찬반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차등의결권은 대주주가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으며 경영권 상실에 대한 우려 없이 증자를 통해 필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반면 유능하지 못한 대주주의 경영권 독점과 전횡을 막을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장점을 내세우며 도입을 주장하거나 단점을 부각시키며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모색해 볼 때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4년 세계 경제 분야에서 가장 화제를 불러일으킨 뉴스 중 하나는 중국 인터넷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 NYSE) 상장(initial public offering·IPO)일 것이다. 919일 상장가는 68달러였으나 상장하자마자 주가가 폭등해서 거래 첫날 종가는 94달러에 이르렀다. 상장 결과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약 2300억 달러(250조 원) 정도로 평가됐다. 전 세계 기업들 중 시가총액 기준 14, IT 기업들 중에는 애플에 이은 2위다.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1700억 달러를 월등히 능가하는 규모다.

 

알리바바의 최고경영자 마윈 회장은 주식 7.3%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상장을 통해 평가된 마윈 회장의 주식 가치는 약 22조 원으로 산출된다.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의 주식 이외에도 약 10조 원 정도로 평가되는 다른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자산 중 대부분은 알리페이(모바일 결제업체로 알리바바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의 주식이다. 이를 합치면 마윈 회장의 자산 규모는 32조 원대에 이르는 셈이다. 무일푼으로 창업한 사람이 10년 만에 중국 제1의 부를 가지게 됐으니 대단한 성공이다. 경탄의 눈으로 마윈 회장을 바라볼 만하다. 더구나 이런 일이 중국 같은 특수한 사회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중국에서는관시(關係)’가 없는 사람이 새로운 일에 도전해서 성공하기 힘들다. 모택동(마오쩌뚱)의 사회주의 혁명동지들의 손자뻘 일가들이 중국 상장기업의 70% 정도의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들이 중국 고위급 정치직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명문 대학도 가문의 배경이나 부가 없으면 실력만으로 입학하기 어렵다. 마치 중세 유럽의 귀족사회처럼 소수의 지배계층에 의해 국가의 정치권력과 부가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은 이런 사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실상이다.

 

어쨌든 이런 계급사회 국가 중국에서 마윈 회장은 돈이나 배경 없이 맨 주먹으로 창업해 성공을 이뤘다. 그는 중국 문화대혁명 이후 박해받던 반혁명분자 집안 출신이다. 고등학교도 재수를 했고 대학 입시에서는 삼수를 해서 항저우사범대에 겨우 입학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키는 160㎝도 안 될 정도로 작고 얼굴에는 광대뼈가 튀어나와 잘생겼다고 말하기 어렵다. 사람들이 외모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사람의 외모와 능력은 반비례하는 것 아니냐”고 답하곤 했다고 한다. 두둑한 배짱이다.

 

마윈 회장과 손정의 회장의 성공

 

그는 겨우 학교를 마친 후 항저우에서 영어교사 생활을 했다. 그런데 안정적이고 편한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1 그에게는 다른 중국인들이 갖지 못한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영어였다. 한국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던 1970∼1980년대에는 영어만 잘해도 국내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유창한 영어회화 실력이 거의 기본처럼 통하지만 당시에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인력이 거의 없었다. 알리바바가 창업되던 중국의 1990년대 말이 1970∼1980년대 한국과 비슷했다. 영어교사로 일하며 영어에 능통했던 그는 영어번역 사업을 시작했으나 시장규모가 크지 않아 실패했다. 그 후 통역과 보따리 상인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다가 새롭게 발달하는 인터넷을 접하고 서양 문물에 남보다 빨리 눈을 떴다. 의뢰인의 통역 업무를 위해 미국 출장을 하던 중 인터넷 상거래 분야가 이제 막 생겨서 널리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마존닷컴(amazon.com)과 같은 사례를 본 것이다.

 

 

 

알리바바의 최고 경영자 마윈 회장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이에 착안해 그는 1999년 자신의 항저우 아파트에 인터넷 상거래 회사를 세운다. 집 컴퓨터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 흔한 인터넷 쇼핑몰 같은 조그마한 규모의 회사였다. 18명의 친구들이 출자한 8000만 원 정도가 회사의 자본금이었다. 부르기 쉽고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가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라는 동화의 주인공 이름을 따서 회사 이름을 정했다.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삼기 위해 중국적이지 않으면서 모든 국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름을 택했다. 처음에는 B2B 사업으로 중국 업체가 생산한 물품을 해외 바이어들에게 소개하는 분야에 주력했다. 초기 사업모델이 성공하자 B2C C2C 거래를 중개하는 등 사업을 확대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알리바바의 최대주주는 마윈 회장이 아니다. 1대 주주는 한국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회사 소프트뱅크, 2대 주주는 미국 야후다. 마윈 회장은 3대 주주다. 그러니 알리바바의 상장 때문에 소프트뱅크나 야후도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손정의 회장은 알리바바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약 200억 원을 투자해서 알리바바의 지분 35% 2000년 인수했다. 그 지분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팔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 지분가치는 현재 80조 원 정도로 평가된다.

 

 

차등의결권 주식과 알리바바의 미국 증시 상장

 

여기까지 살펴보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긴다.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의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는데 불과 7.3%의 지분을 보유한 마윈 회장이 어떻게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한 가지 비법이 숨어 있다. 차등의결권 주식(dual class stock)이다. 우리나라에는 이 주식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익숙하지 않은 제도일 것이다.

 

워런 버핏도

차등의결권 제도를 이용해

버크셔 해서웨이를 지배하고 있다.

우수한 지배구조 모델로 종종 언급되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그룹도 발렌베리

집안이 동일한 방법으로

20%의 지분을 보유하며 40%

의결권을 행사한다.

 

보통주(common stock)라고 불리는 일반적인 주식들은 주주들이 1주당 1표의 의결권(=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차등의결권 제도가 있으면 1표의 의결권을 가진 class B 주식과는 별도로 복수의 의견권을 가진 class A 주식이 존재한다. 몇 표의 의결권을 갖는지는 회사 정관에 규정돼 있다. 예컨대 주식 1주만으로 100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주식회사에서 회사의 경영권은 이사회를 지배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차지한다.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투표를 통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을 선임하므로 보다 많은 의결권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이사의 과반수 이상을 임명해서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복수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행사해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제도는 유럽의 거의 대부분 국가와 미국 등에서 허용되고 있다. 역사가 오래 된 유럽 상당수의 기업들은 창업자 가문이 이 제도를 이용해 지분율이 낮아도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2 미국은 전체 상장기업 중 10% 정도만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유럽만큼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이 제도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미국 기업에는 다우존스, 페이스북, , 골드만삭스, 구글, 허쉬푸드, 뉴욕타임스, UPS, 스프리트 등이 있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창업자인 포드 가문이 약 7% 주식을 보유하는데 의결권 기준으로는 40%를 차지한다.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도 차등의결권 제도를 이용해 자신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를 지배하고 있다. 한국에서 우수한 지배구조 모델로 종종 언급되는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 그룹도 발렌베리 집안이 동일한 방법으로 20%의 지분을 보유하며 40%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프랑스는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1주당 2표를 부여하는, 보유기간에 따라 투표권이 늘어나는 형식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주식을 보유하는 장기투자를 우대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tenure voting 제도라고 부른다. 이런 주식은 투표권만 더 많은 것이 아니라 배당도 더 받는다.

 

알리바바도 이런 회사들처럼 차등의결권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마윈 회장은 7.3%의 주식을 보유할 뿐이지만 의결권 기준으로는 지분비율이 40%에 달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알리바바의 미국 상장이 알리바바그룹의 최초 상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래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바바닷컴(B2B사업을 영위하는 회사) 2007년부터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었다. 그러다 2012년 시장에서 거래되는 이 회사의 지분을 모두 알리바바가 매입하고 상장을 폐지시켰다. 그 후 지분구조를 정리하고 2014년 모회사인 알리바바를 미국 NYSE에 상장했다.

  

차등의결권 제도의 장점과 단점

 

알리바바가 재상장할 때 NYSE에의 상장을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 자회사가 거래되던 홍콩 주식시장에 재상장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장조건을 두고 협의하던 중 홍콩 주식시장이 차등의결권 제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홍콩이 한국처럼 보기 드물게 ‘11표주의원칙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자회사인 알리바바닷컴은 차등의결권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으므로 문제될 일이 없었는데 모회사인 알리바바는 그렇지 않았다. 홍콩 시장에 상장하려면 차등의결권 제도를 사용할 수 없고 그러면 마윈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홍콩 상장을 포기하고 미국 시장 상장을 택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미국 NYSE가 어부지리로 혜택을 보게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 때문에 홍콩에서는 국제적 흐름에 맞춰 차등의결권 제도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졌고, 찬반논란이 치열해졌다. 차등의결권 제도가 허용되면 대주주가 경영권에 대해 위협을 덜 받게 되므로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경영하는 일이 가능하다. 회사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자금이 모자라면 상대적으로 경영권 상실에 대한 우려 없이 증자를 통해 필요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투자가 늘면 기업 성장이 촉진되고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차등의결권 제도가 허용되지 않으면 경영권 상실의 우려가 있으므로 대주주가 투자할 일이 있어도 증자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러면 필요 자금을 부채를 통해 조달해야 하는데 부채 조달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큰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차등의결권 제도에 단점도 존재한다. 유능하지 못한 대주주가 차등의결권 제도를 이용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으면 주식시장에서 다른 주주들이 연합해 경영권을 인수하기 어렵다. 대주주가 소액주주들을 보호하지 않고 전횡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대주주가 회사를 장악하고 있으면 회사 발전이 저해되고 기업가치가 떨어진다.

 

이런 장단점을 종합해보면 이 제도를 허용 또는 금지하는 것 중 무엇이 옳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유능한 대주주라면 허용하는 편이 대주주와 소액주주는 물론 국가 경제적으로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주주라면 오히려 소액주주와 국가 경제에 좋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에 대한 찬반논란이 있었다. 특히 2014년 말 홍콩에서 도입 논란이 불거지자 우리나라에서도 전경련을 중심으로 알리바바 사례를 들면서 이 제도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시민단체나 정치권은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했다. 2015 6월 삼성그룹에 대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권 공격이 시작되자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해서 경영권 보호수단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과 찬반논란이 되풀이됐다. 전경련에서는 제도의 장점만 주장할 뿐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반대하는 편에서는 대기업의 확장을 억제하고 싶은 의도로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다. 결국 논란은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차등의결권과 지분율괴리도

 

차등의결권 제도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예를 들어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갖는 A주식(class A) 4주와 1주당 5표의 의결권을 갖는 B주식(class B) 1주로 홍길동사의 주식이 구성돼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주식 수는 총 5주인데 의결권은 총 9표가 된다. B주식을 보유한 B주주는 전체 9표의 의결권 중 5표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56%(=5/9)의 의결권을 갖는다. 과반수 이상의 의결권을 갖고 있으므로 경영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가 배당금을 지급할 때는 A주주와 B주주 모두 주당 동일한 금액을 받는다. 예컨대 주당 100원의 배당금이 총 5개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보유지분만큼 배분된다. 이때 B주주의 배당권은 20%(=1/5)에 불과하다. 이 경우 36%(=56%-20%)지분율괴리도(ownership divergence or ownership wedge)’가 발생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지분율괴리도란 의결권과 배당권의 차이다. 이 예시에서 B주주는 소유한 지분의 2.8(=56/20)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누리는 셈이다. ‘의결권 승수가 2.8’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기업별 의결권 승수를 발표하고 있다.

 

지분율괴리도가 존재하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B주주는 자신의 경영권을 이용해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할 수 있다. 그런데 배당을 지급하면 그중 불과 20%만 자신이 받게 된다. 자신이 보유한 56%의 경영권에 비하면 낮은 비율이다. 따라서 B주주는 배당금을 지급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이용해서 자신의 부를 증가시키려고 할 유인이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직접 경영자로 취임해서 정상적인 수준보다 과다한 고액 연봉을 받거나 능력이 부족한 자신의 인척을 임원이나 직원으로 채용해서 상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식이다. 배당을 지급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통해 회사의 부를 자신이나 자신의 인척에게 이전하면 소액주주인 A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또는 자신이나 인척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외부 회사 성춘향사와 거래를 만들어서 이 회사가 거래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러면 홍길동사는 손해를 입고 성춘향사가 그만큼 이익을 본다. 그리고 B주주는 성춘향사에서 배당을 받는다. 홍길동사에서 배당을 받으면 20%밖에 받지 못하지만 성춘향사에서 배당을 지급하는데 B주주나 인척이 보유한 지분이 20%가 넘는다면 20%와의 차이만큼 B주주나 인척에게 이익이 생긴다. 현실에서는 B주주 자신이 성춘향사를 통해 배당을 받아 직접 이익을 보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개는 성춘향사의 대주주가 B주주의 자녀나 인척들일 때가 많다. 상속 또는 증여의 수단으로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셈이다.

 

미국이나 서유럽에서도 수십 년 전까지는 이런 불법적인 행동이 발생했다. 그러나 불법행위에 대해 피해액의 몇 배를 보상하는 방식으로 범법자에게 철저한 처벌(민사재판을 통해)을 한 결과, 소액주주의 부를 고의적으로 침해하는 이런 행위들이 거의 사라졌다. 한국에서는 전술한 것처럼 차등의결권 제도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을 보면 한국이 기업 경영권에 대해 규제를 강하게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이유에서 차등의결권 제도 때문에 생기는 지분율괴리도 문제는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피라미드형 지배구조와 지분율괴리도

 

한국에서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아니라 피라미드형 지배구조와 계열사 간 순환출자 때문에 지분율괴리도가 나타난다. 우선 피라미드형 지배구조에 대해 알아보자. 피라미드형 지배구조는 모회사가 몇 개의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고, 자회사들은 또 각자의 자회사들(모회사 입장에서는 손자회사들)을 지배하고, 그 자회사들은 또 각자의 자회사들(모회사 입장에서는 증손자 회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형태다. <그림 1>에서 이런 지배구조를 보여준다.

 

 

 

이런 형태의 지배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아주 흔한 형태다. 앞서 설명한 차등의결권 제도보다 더 흔하다. 한국의 몇몇 시민단체나 일부 정치권,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마치 피라미드형 지배구조가 마치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인 것처럼 한국 대기업들을 비판하는데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외국 기업들은 대부분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두지 않고 독자적인 한 개 회사(stand-alone company)로만 존재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외국에서는 예전부터 널리 사용되고 있었으며 요즘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널리 도입하고 있는 지배구조인 지주회사 체제 자체가 피라미드형 지배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 소유한 발렌베리그룹도 지주회사 체제고, 미국의 유명한 대기업인 GE GM, 듀폰, 버크셔 해서웨이는 물론 소니나 히타치, 도요타 등 일본 대기업들도 모두 지주회사 체제다. 다만 피라미드 구조의 형태에는 약간 차이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 모회사만 상장돼 있는 경우가 드물고(금융지주회사는 이런 형태를 갖는다), 모회사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도(30% 수준)만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자회사와 모회사가 함께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경우가 많다. 외국 기업들은 100%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모회사만 상장사이고 자회사는 비상장회사가 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IFRS)이 도입된 2011년 전까지 개별재무제표가 기본 재무제표로 사용돼 왔다. 그러다 IFRS가 도입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연결재무제표가 기본 재무제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반세기 이상 전부터 연결재무제표가 기본 재무제표였다. 외국 기업들은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많이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들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모두 포함해서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기업의 재무상황이나 영업성과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므로 연결재무제표를 기본 재무제표로 사용해 왔다. 산업 발달 초기에는 대부분 중소기업들만 존재하므로 자회사를 두는 기업이 드물지만 산업이 발달하면 자연스럽게 대기업이 나타나면서 여러 자회사를 거느린 기업이 늘어난다. 그러면 피라미드형 지배구조가 형성되고 그 결과 지분율괴리도가 생긴다. 한국 기업들보다 훨씬 큰 대기업 집단이 전 세계에 무수히 많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피라미드형 지배구조가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왜 지분율괴리도가 생기는지는 <그림 2>를 통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주주 김철수 씨가 모회사 A의 주식을 30% 보유해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A사는 자회사 B의 주식을 50% 보유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김철수 씨는 A를 통해 B를 간접 지배하면서 A를 직접 지배하는 구조가 된다. 이때 B에서 배당을 지급하면 A는 그중 50%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중 30%는 김철수 씨의 몫이다. 따라서 B가 지급한 배당금 중 15%(=0.5×0.3)만큼 김철수 씨의 부가 증가한다. B에 대한 김철수 씨의 배당권은 15%. 그런데 김철수 씨는 A 30% 지배하며 A B 50% 지배한다. 50% 지배는 경영권을 가진 것이므로 별로 의미가 없다. 경영권을 가진 이상 지분비율이 얼마나 더 높은지는 의미가 없다. 김철수 씨가 A 30%를 지배하므로 A를 통해 B의 의결권 중 30%를 지배하는 것이다. 따라서 김철수 씨가 보유한 B의 의결권은 30%. 30% 50%, 두 가지 지분비율 중 더 낮은 수치를 김철수 씨의 B에 대한 의결권이라고 정의한다.3 그 결과 의결권 30%와 배당권 15%의 차이인 15%만큼 지분율괴리도가 발생한다.

 

즉 자회사가 존재하면서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자회사에서 지분율괴리도가 발생한다. 위의 예에서 A B의 지분을 100% 보유한다면 B의 배당금 지급액이 모두 A로 귀속되고 김철수 씨가 A의 지분 중 30%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배당금 중 30%가 김철수 씨 몫이다. 여기서 배당권은 30%(=1×0.3)이므로 의결권과 배당권이 모두 30%가 된다. 따라서 지분율괴리도는 0이다. 이 경우 소액주주와 김철수 씨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순환출자와 지분율괴리도

 

동일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문제도 지분율괴리도를 발생시킨다. 순환출자란 A기업이 B기업을 지배하고 B C를 지배하며 C A를 지배하는 형태다. 계열사끼리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배하므로 환상형 구조라고도 표현한다. 지배구조 문제로 종종 비판을 받는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로 순환출자 형태다.4 너무 복잡해서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순환출자 문제 때문에도 배당권과 의결권 사이에 차이가 발생해서 지분율괴리도가 생긴다.

 

몇몇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에서는 순환출자 현상도 피라미드형 지배구조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피라미드형 지배구조만큼 빈번하지는 않지만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의 도이치방크, 일본의 도요타, 인도의 타타, 대만의 포모사 그룹 등이 순환출자 또는 상호출자 구조를 통해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한때는 정부가 나서서 계열사 간 주식 교차소유를 장려한 적도 있었다. A회사가 B회사를 지배하고 B회사가 C회사를 지배하는 피라미드 방식으로 특정 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이뤄져 있다고 가정해보자. A회사가 금융위기 여파로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때 B가 여유자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B가 여유자금으로 배당을 지급하고 배당 중 일부를 A가 지급받으면 재무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 A가 보유한 B회사의 지분율이 높지 않다면 B가 배당을 해도 A에 돌아올 몫이 별로 없다. 따라서 이보다는 A가 증자를 하고 B C가 여유자금을 이용해 A가 신규로 발행하는 주식을 인수하는 방법이 유리하다. 이 때 만약 C가 여유자금이 많아서 상당히 많은 지분을 인수해 A의 경영권을 획득한다면 A → B → C → A 형태의 순환출자 구조가 된다. B A의 주식을 일부 인수하면 A ↔ B 형태의 상호출자(또는 주식 교차 소유) 형태가 된다.

 

당시 정부는 위기에 빠진 계열사를 파산시키는 것을 금지하면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계열사가 위기에 빠진 계열사의 증자에 참여하라고 강력히 권고(?)했었다. 당시 기업 구조조정을 지휘하던 정부 고위당국자가 직접 그룹 총수들을 불러서 한 계열사라도 파산시키면 여신 동결이나 회수 등의 방법을 통해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뺏겠다고 했으며 대신 계열사의 증자에 참여하거나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분식회계나 계열사 부당지원 등 불법행위를 용인해 주겠다는 의미가 포함된) 망한 회사를 살아나게 한다면 눈감아 주겠다고 했다는 증언 내용이 시간이 흘러 정권도 바뀌고 금융위기도 끝난 후 언론에 보도되거나 술자리를 통해 많이 알려진 바 있다.5 금융위기 여파로 수많은 회사들이 파산해 실업자가 양산되는 암울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추가적인 파산을 막아보기 위해 행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고 이해한다. 순환출자 제도는 금융위기 이전에도 일부 존재하고 있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에 계열사 증자에 다른 계열사들이 널리 참여하면서 확산됐다.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M&A를 추진하는 중에 계열사 중 여유 있는 회사들이 출자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가 형성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순환출자 형태는 최근 국내에서 상당히 감소하고 있다. 이 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 때문이 아니라 한국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추세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하에서는 수직출자(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출자)만 가능하고 수평출자(동일 지배선상에 있는 자회사끼리 또는 손자회사끼리의 출자)나 역출자(자회사의 모회사에 대한 출자)는 금지된다. 순환출자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수평출자나 역출자가 필요하다. 많은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속속 전환하면서 자연스럽게 수평출자나 역출자가 사라지고, 순환출자가 없어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순환출자 때문에 지분율괴리도가 발생하는 경우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그룹의 경우도 현재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니 조만간 이 문제가 상당히 정리되리라고 생각된다.

 

지분율괴리도가 초래하는 문제점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지분율괴리도가 존재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분율괴리도가 존재하는 것을 막으려면 자회사를 모두 없애도록 하거나 또는 자회사가 있는 모회사라면 자회사의 지분 100%를 모회사가 보유하도록 하면 된다.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차등의결권 제도도 금지하면 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강력한 규제를 갖고 있지 않으며 이 중 일부만 금지하는 경우도 드물다. 외국에서는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결과 모회사만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고 자회사는 비상장회사로 남아 있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의 지주회사도 자회사들의 지분을 5%에서 40%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의 모회사들이 보유한 자회사 지분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에는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경우 상장사라면 지분의 20% 이상, 비상장사라면 40% 이상 보유해야 하며 증손자회사 이하의 회사는 지분의 100%를 보유하라는, 외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규제가 있다. 대기업이 자신의 돈과 남의 돈을 합쳐서 자회사를 설립해 더 성장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치다. 즉 자회사를 설립하려면 대부분 자신의 돈으로 설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시장에서 몸집을 키운다는 것은 기존에 시장을 차지하고 있던 다른 기업들의 지위를 뺏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제도 덕분에 기존 기업들은 자신의 지위를 손쉽게 지킬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사실상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시장을 차지하고 있던 기업이 중소기업이고 신규 진입자가 대기업이라면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이런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시장 지배자가 대기업이라거나 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라면 이런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국 기업과 합작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는 이런 규제를 적용하지 말자는 제안이 요즘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다.6 이렇게 해야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생기면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지분율괴리도가 초래하는 문제점은 심각하다. ‘일감 몰아주기문제가 바로 지분율괴리도와 연결된다. 예를 들면 대주주가 경영하는 회사에서 대주주의 자녀가 설립한 회사에 후한 거래조건으로 일감을 나눠주는 것이다. 지분율괴리도가 없더라도 이 문제가 초래될 수는 있다. 앞서 설명한 예에서 대주주 김철수 씨가 모회사 A의 주식 30%를 보유한 경우 A사에 대한 지분율괴리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주주는 A의 이익을 일부 희생하면서 A사의 일감 중 일부를 후한 조건으로 다른 회사에 줄 수 있다. 지분율괴리도가 커질수록 이런 일을 행할 유인이 커진다. 지분율괴리도가 크면 자회사 B의 이익을 다른 회사로 이전해서 B사의 모회사 A의 대주주가 A회사로부터 얻는 손실이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B의 소액주주들이 더 많은 손실을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녀나 인척이 소유한 회사와 거래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누구나 자기가 잘 알고 믿을 만한 사람 또는 기업과 거래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일부에서는 자녀나 인척이 소유한 회사와 거래하는 것 자체를 모두 금지하자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하면 사업의 수직적 계열화를 막는 것이므로 기업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국가 경제적으로도 손해다. 또한 어떤 사람과의 거래 자체를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다. 자녀나 인척을 막다보면 친구나 지인까지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할 수 있는 거래가 별로 없을 것이다. 예컨대 현대차가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자동차 생산을 위한 강판 구매를 금지하고, 계열사가 아닌 포스코나 동국제강, 동부제철에서만 강판을 사라고 규제해야 하는 식이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현대차 대주주나 임원들 중 포스코, 동국제강, 동부제철의 대주주나 임원들과 인척이나 지인 관계에 있는 사람이 한둘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업체로부터 강판을 사지 못하고 해외에서 구입해야 하는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구와 거래하는지가 아니라 거래할 때 공정한 거래조건을 유지하는 것이다. 후한 거래조건을 타 회사에 허용하면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보게 되며 그만큼 타 회사 주주들이 혜택을 본다. 전문용어로 이런 행동을터널링(tunneling)’이라고 한다. 터널을 통해 은밀하게 남들이 보지 않도록 숨겨서 부를 이전한다는 뜻이다. 이런 행동을 숨기기 위해 지분율괴리도가 높은 기업들은 이익조정(earnings management)을 더 활발하게 수행하고 회계처리도 덜 보수적으로 한다. 이런 거래가 잘 드러나지 않도록 정보 공시도 덜 하기 때문에 기업의 투명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이익 정보를 디스카운트해서 회사를 평가한다. 따라서 지분율괴리도가 높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낮다. 주주들이 이런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분율괴리도가 높은 기업이 실제로 효율성이나 수익성이 낮은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술한 것처럼 지분율괴리도가 존재하는 것 자체를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강력한 새 규제를 만들어 막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회사를 가지려면 모회사가 반드시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면 지분율괴리도 문제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기업들은 자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전부 매수해서 100% 소유하거나 그럴 만한 현금이 없으면 그 자회사를 시장에서 매각해야 한다. 여러 자회사들의 주식을 시장에서 모두 매입할 만큼 엄청난 현금을 보유한 모회사는 거의 없다. 자회사를 10개쯤 보유한 기업이라면 아마도 7개쯤은 주식을 시장에 팔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모은 돈으로 회사가 꼭 지키고 싶은 나머지 3개의 자회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을 것이다.7 회사의 규모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회사는 이런 거래를 위해 몇 년 동안 현금을 차근차근 모았다가 지출해야 하므로 그동안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를 할 여유가 없다. 투자가 줄고, 일자리가 줄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질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대기업들이 자회사를 팔려고 동시에 시장에 매물로 내놓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난다. 이런 경우를 buyer’s market(구매자 시장)이라고 부르는데 그 결과 매물로 나온 회사들의 가격이 폭락한다. 따라서 소액주주들도 피해를 본다. 또한 거의 모든 대기업이 동시에 회사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을 살 만한 매수자가 국내에 거의 없다. 외국 기업이나 펀드들이 싼 가격에 인수하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보면 지분율괴리도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면서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 지분율괴리도의 부정적인 효과를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선행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상대적으로 다른 지배구조가 우수하다면 지분율괴리도가 초래하는 부정적 효과가 줄어든다. 예컨대 우수한 인력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이사회가 존재한다면 이런 불법행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지배구조를 보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러려면 전문성이 있으면서 독립적인 이사진을 선임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하려면 소액주주들이 기업 경영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며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대주주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고나 몰라라한다면 대주주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위해 감시기능을 열심히 수행할 사외이사진을 구성할 리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경영진에 대한 감독기능 중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소속될 이사를 뽑을 때만이라도 그 사람이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적합한 인물인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주총회에 참여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그래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언론을 통해 여론에 호소해야 한다. 자신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한다면 민사소송도 적극 제기해야 한다. 소송에서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대주주에게 강하게 경고를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더 열심히 기업 행동을 감시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불법적인 행위가 적발됐을 때 강력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다. 전술한 것처럼 지분율괴리도가 없더라도 대주주는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지분율괴리도가 크면 이런 행위를 행할 유인이 커진다. 따라서 불법행위를 하면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대주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서 이런 행위를 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대부분 이런 행위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인지하고 불법행위를 잘하지 않지만 중견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대주주들은 아직도 주의하지 않을 때가 있다. 회사 자금을 개인 자금처럼 사용하거나 회사 인력을 개인적인 일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사회의 감시가 덜하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차등의결권 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란

 

능력이 부족한 친인척을 검증도 없이 회사의 중요한 자리에 임명하는 일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대주주가 100% 소유한 회사라면 어떤 사람을 후계자로 임명하든 다른 사람이 간섭할 권한이 없다. 그러나 100%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다른 소액주주들이 존재하는 회사라면 대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 모두를 위한 경영을 해야 하므로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경영자를 임명하는 것은 소액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가 된다. 회사의 발전이 저해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대주주 가문에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대주주들은 이런 문제점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형사처벌 이외에 소액주주들이 나서서 민사소송을 통해 대주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대주주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다. 이런 문화가 널리 전파돼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모든 기업 경영자들이 불법행위를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 특히 민사소송만 가능한 대부분의 외국과는 달리 한국은 대주주의 전횡에 대해 민사와 형사 소송이 모두 가능하므로 법 집행 효과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다. 사회적 의식과 습관이 단숨에 바뀔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도 점차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므로 앞으로는 이런 불법행위들이 거의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경영에 무관심할 때가 많은 한국의 소액주주들이 나서서 노력한다면 이 시기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차등의결권 제도와 지분율괴리도의 정의를 소개하고 지분율괴리도 때문에 초래되는 문제점과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정리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차등의결권 제도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에 반대하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삼성그룹이 엘리엇메너지먼트의 공격을 방어하느라 진땀을 흘린 사건이 일어난 이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훨씬 강하게 제기됐다. 전술한 것처럼 차등의결권 제도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가진 유능한 대주주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회사를 경영해갈 수 있으며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무능한 대주주가 자본시장에서 경영권 위협을 받지 않고 계속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한 전횡을 저지를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소액주주들이 연합해서 경영권을 빼앗아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하면 뺏길 수 있다는 것을 대주주가 알아야 더 열심히 일할 유인이 생긴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장단점을 모두 가진 제도다. 결국 어떤 능력을 가진 대주주가 어떤 마음으로 회사를 경영하는지가 관건이다. 이론적으로는 소유권이 잘 분산돼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주주가 없으면서 주주총회에서 선발된,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고 경영하는 회사가 대주주가 직접 경영을 담당하는 회사보다 더 우수한 성과를 보여야 할 텐데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문제가 많다고 항상 비난받는 대기업 집단들이 오히려 우수한 성과를 보이며 점점 더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능력 있는 대주주가 경영을 담당하면 전문경영인보다 대리인 문제가 적으므로 오히려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 문제다. 기업을 위해 유능한 사람을 검증해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기업이 성장하고 국가가 발전할 것이다.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위한 선결조건

 

어떤 제도에 단점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금지한다면 그 제도가 갖는 장점도 누릴 수 없다. 조금이라도 단점이 있으면 일단 금지하고 보는 국내 정치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에서도 장점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지, 차등의결권 제도가 도입되는 대가로 무엇을 양보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차등의결권이 적용된 주식에서 대주주에게 지급되는 배당에 부과되는 세율과 이 주식을 양도할 때 양도소득에 부과되는 세율을 대폭 올린다는 식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회사의 지배주주 가문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능력 있는 후계자를 선정할 것인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발렌베리 가문에서는 발렌베리그룹 CEO의 자격 조건으로 (1) 혼자 힘으로 명문대를 졸업할 것, (2)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해 강인한 정신력을 기를 것, (3) 세계 금융 중심지에 진출해 실무 경험을 쌓고 국제 금융 흐름을 익힐 것 등의 세 가지를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누구의 아들이나 딸이라고 해서 기업의 경영권을 무조건 물려받는 것이 아니다. 발렌베리 가문은 만약 가문 내 적임자가 없다면 가문 외부에서 경영진을 고용할 수 있다고 천명하고 있다. 경영은 외부 적임자에게 맡기고 가문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주주로서 배당만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 로스차일드 가문도 (1) 대학을 졸업할 것, (2) 회계와 재무를 포함한 경영을 공부할 것, (3) 관련 업종에서 최소 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을 것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가문이 지배하는 회사에 입사할 수 있다. 후계자로 선정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조건일 뿐이다. 능력이 없어도 대학 졸업 후 무조건 계열사에 입사해서 몇 년 만 지나면 자동으로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국내 기업 대주주 가문들이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다. 이와 유사한 약속을 해야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이뤄지려면 정치적 대타협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해야만 이 제도가 도입돼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소액주주들이 적극 나서야 하고, 소액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대주주의 전횡이 있을 때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알리바바의 미래는?

 

알리바바는 지금 각광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에서는 아직 인터넷을 접촉하지 못한 사람이나 컴퓨터 자체가 없는 사람도 많으므로 잠재력이 무한하다. 이 사람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알리바바를 사용할 고객도 크게 늘 것이다.

 

그러나 알리바바의 미래가 반드시 밝은 것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인터넷 쇼핑이 점점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쇼핑으로 넘어가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중국에서도 모바일 쇼핑으로 시장의 축이 옮겨갈 수 있다. 알리바바는 모바일 쇼핑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알리바바에서 무수히 거래되는 가짜 상품을 통제하는 일도 문제다. 이번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외 회사들을 다수 인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급속한 외형확장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지도 불투명하다. 알리바바가 과연 미국 기업들처럼 회사와 관련된 정보를 외부에 솔직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면서 투명하게 경영할지도 분명하지 않다.

 

이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미국에 상장된 알리바바홀딩스(알리바바 그룹의 모회사)는 중국 회사가 아니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조세피난처 국가인 케이맨제도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special purpose entity).8 알리바바홀딩스의 자회사가 중국 기업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알리바바홀딩스와 계약을 맺고 이익을 알리바바홀딩스에 이전하는 구조다. 따라서 이 구조에 분쟁이 생긴다면 큰 문제가 된다. 중국 정부가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 해외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를 허가하지 않거나, 중국 알리바바가 알리바바홀딩스의 경영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이익의 이전을 거부한다면 미국이나 일본 주주들이 법적으로 다퉈서 권리를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마윈 회장은 경영 능력을 갖추고 소액주주들도 존중하는 경영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훗날 마윈 회장의 후계자도 그런 역량과 자세를 갖고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나중에 충분한 경영능력을 갖지 못한 후계자가 경영권을 계승하더라도 차등의결권을 이용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으므로 교체할 방법이 없다. 마윈 회장과 중국 우호지분들이 별도로 보유한 회사 알리페이에도 문제가 있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에서 일어나는 전자상거래의 결제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인데 알리바바그룹에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알리페이에 후한 거래조건으로 알리바바의 이익을 알리페이로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일이 중국에서 벌어져도 미국에서는 이런 일 자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안다고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9 다른 측면에서의 정치적 위험도 있다. 중국 정부가 권력을 이용해 마윈 회장을 견제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미국 소액주주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마윈 회장이 이런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행동하고 중국 정부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알리바바의 주주 중에 중국 공산당 권력층도 상당히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는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자산가치를 줄이는 일을 적극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마윈 회장은 관시 없이 사업을 시작했지만 관시 없이 사업을 확장시키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마흔, 감성의 눈을 떠라>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