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Article at a Glance – 재무회계
특정 연도의 이익을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회계를 처리해 다음 연도 이익이 늘어나도록 하는 방식을 두고 ‘빅 배스(Big Bath) 회계처리’라고 한다. 건설사나 조선사처럼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는 산업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이런 업종이 아니더라도 경영자가 교체되는 시점에 자주 발생한다. 국내 기업 중에 대표적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경영자가 바뀔 때마다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리는 방식으로 회계상 이익 변화를 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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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해마다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기업들의 인사동정이 들린다. 좋은 성과를 거둔 기업은 승진인사 소식이, 성과가 부진한 기업은 문책성 인사 소식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다. 올해처럼 기업의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아마 문책성 인사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그 결과 기존 최고경영자(CEO)가 해임되고 새 CEO가 임명되는 경우가 예년보다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CEO가 퇴진하는 시점은 기업 성과가 매우 부진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부진한 성과의 책임을 지고 CEO가 물러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몇몇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다음의 언론 보도를 살펴보자.
포스코와 KT가 CEO가 교체된 직후 발표된 실적에서 나란히 최악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결과도 있겠지만 전임 CEO 시절 발생한 부실을 모두 손실로 처리한 ‘빅 배스’가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파이낸셜뉴스 2014. 1. 28.
이 기사에서 ‘빅 배스(big bath, 큰 목욕통)’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회계처리 방법이나 미래에 대한 회계 추정을 변경해 이익을 하향 조정하는 회계처리를 대규모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연도에 이익을 크게 줄이는 방식으로 회계를 처리하면 다음 연도에는 이익이 늘어나 정상적인 수준 이상으로 돌아온다. 이익이 마치 ‘U’자 형태로 변하므로 ‘U’자 형태로 생긴 큰 목욕통의 모습에 빗대 표현한 용어다.
빅 배스 회계처리를 하는 이유
빅 배스 회계처리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회계처리 방법을 변경하거나 미래에 대한 회계 추정을 변경해서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할 때도 빅 배스가 나타날 수 있다. 위 신문기사에서는 ‘전임 CEO 시절 발생한 부실’을 모두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빅 배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전임 CEO시절 발생했지만 숨겨놨던 손실’이라면 이는 전임 CEO 시절 분식회계를 수행했다는 것을 말한다. 전임 CEO 시절 숨겨놨던 손실이 없더라도 당기 비용을 크게 늘리거나 수익을 크게 줄여 기록해서 이익을 크게 줄이는 (또는 손실을 크게 늘리는) 회계처리를 한다면 모두 빅 배스에 해당한다. 수익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늘려 기록함으로써 빅 배스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래에 대한 추정을 보수적으로 변경해서 비용을 많이 기록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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