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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40

자회사 매각, 꼭 필요할 때 과감히

최종학 | 104호 (2012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현금을 확보하고 부채를 상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정비용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비용절감이나 구조조정, 자회사 매각 등의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부채를 상환하는 상황을디레버리지(deverage) 한다고 표현한다. 레버리지(leverage)의 본래 뜻은지렛대인데 회계상으로는 부채를 의미한다. 부채를 상환하면, 즉 디레버리지를 하면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진다. 이자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회사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파산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 중 구조조정이나 자회사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은 회사의 사업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는 중대한 의사결정이다. 국내 기업 중 이 분야의 모범이 될 만한 기업으로 두산그룹을 꼽을 수 있다. 한때 오비맥주와 두산주류, 종가집김치, 코닥칼라 등을 계열사로 보유하던 두산그룹은 두산주류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를 차례로 매각했다. 이렇게 마련한 현금으로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해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180도 바꿨다. 만약 두산그룹이 오비맥주와 종가집김치, 코닥칼라를 지금까지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오늘날의 두산그룹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위상이 낮았을 것이다. 이는 다국적 기업 듀폰(Dupont)이나 GE가 계속해서 새로운 계열사를 매입하고 기존 계열사를 매각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가는 모습과 유사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두산그룹은 중장비 및 플랜트 분야 기업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건설 중장비 회사 밥캣(Bobcat)과 관련된 사업 부문을 잉거솔랜드(Ingersoll-Rand)로부터 인수했다. 2007년 이뤄진 이 거래는 무려 51억 달러의 규모를 자랑한다. 거래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M&A 규모로 역대 최대였다. 그 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 중장비 부문에서 세계 6∼7위권에 속하는, 세계 20여 개 국에 공장을 갖고 3600개 딜러 망을 보유한 거대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당시까지 한국에서는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대규모 해외 M&A였다.

 

이 거래는 전략적 측면에서 두산에 최적의 거래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국내 및 아시아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지만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는 브랜드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30% 이상 시장점유율을 가진 밥캣을 인수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금상첨화로 밥캣과 두산이 각각 생산하는 건설 중장비는 종류가 겹치지 않았다. 따라서 두산이 생산한 장비에 밥캣 브랜드를 달아 밥캣이 확보한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 가능했다. 즉 시너지 효과가 상당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두산의 밥캣 인수는 전략적 측면에서 최적의 거래였다. 다만 회계적 측면에서 볼 때는 문제가 있었다. 거래가 이뤄졌던 2007년은 미국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올라서 막 꺼지기 직전이었다. 잉거솔랜드가 밥캣을 매물로 내놨을 때 부동산 거품 덕분에 밥캣의 이익이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두산그룹의 자회사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

두산은 밥캣 인수대금 51억 달러 가운데 4억 달러는 보유 자금으로, 10억 달러는 국내에서 차입한 자금으로, 37억 달러는 현지에서 차입한 자금으로 조달했다. 그런데 2008년 후반기에 부동산 거품이 터지고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밥캣이 내는 이익으로 부채를 갚아야 할 텐데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건설장비를 생산하는 밥캣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다. 밥캣은 적자로 돌아섰다.

 

밥캣 인수 때문에 조달한 부채를 갚기 위해 두산은 전사적으로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우선 2008년 말 소주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를 롯데칠성에 5300억 원에 매각했다. 오비맥주에 이어 두산주류까지 매각하면서 술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추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두산은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혁신적인 자회사 매각 방안을 세웠다. 이는 자금 마련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

 

두산은 방위산업 전문업체인 두산DST, 병뚜껑을 만드는 삼화왕관, 버거킹과 KFC를 운영하는 SRS, 한국 최초 훈련기를 만든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여러 회사를 묶어서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식을자산 묶음(asset pooling)’을 통한 매각이라고 부른다. 이 방식을 활용하기 위해 두산은 우선 2800억 원을 투자해서 DIP홀딩스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매각 대금으로 1500억 원을 받게 돼 있었으므로 실제 현금 투자액은 1300억 원 정도였다.

 

이 과정에는 IMM Private Equity와 미래에셋 맵스 PEF라는 두 개의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가 참여했다. 이들 두 사모펀드는 공동으로 오딘홀딩스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데 2700억 원을 투자했다. DIP홀딩스와 오딘홀딩스는 앞에 언급한 회사 네 곳의 지분을 총 7900억 원에 인수한다. 두산과 두 사모펀드들이 출자한 금액이 5500억 원(2800억 원+2700억 원)에 불과하므로 7900억 원과의 차액 2400억 원은 DIP홀딩스와 오딘홀딩스가 하나은행 등 금융권에서 차입해서 마련했다. DIP홀딩스는 두산그룹에서 분리된 4개 자회사 지분 중 51%, 오딘홀딩스는 49%를 보유한다. 51% 지분을 갖고 있으므로 4개 회사의 경영권은 두산이 계속 행사할 수 있었다.

 

두산그룹은 DIP홀딩스에 2800억 원의 현금을 투자했지만 자회사 매각 대금으로 모두 7900억 원을 받았으니 양 금액의 차이인 5100억 원만큼을 조달한 셈이 된다. 이렇게 조달된 7900억 원 중 6300억 원이 두산인프라코어에 투입됐다.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51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경영권을 유지하는 거래이므로 두산은 당분간 시간을 벌면서 다시 기회를 볼 수 있었다. 급하게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회사를 매각한다면 제값을 받을 수 없으므로 거래를 통해 당장 필요한 현금은 조달하면서 서서히 시간을 두고 매수자를 찾고자 하는 거래였던 셈이다.두산과 미래에셋 및 IMM의 실무진이 머리를 맞대고 이런 거래 구조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자금 조달을 위해 자회사 매각을 고려하는 다른 기업들이 참고할 만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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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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