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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계에서 위험 관리하기

“경영진이 무절제한 춤을 못 추게 하라”

DBR | 43호 (2009년 10월 Issue 2)
데이비드 챔피언: 2008, 2009년의 금융위기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사건입니까? 아니면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 즉 ‘블랙 스완’에 가깝습니까?
또는 많은 사람이 예견했지만 그 시점을 알 수 없는 캘리포니아 지진과 비슷합니까?
 
피터 터파노:금융위기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위기를 초래한 여러 요소들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분석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일찍부터 의문을 제기했고, 거시경제학자들은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를 염려했습니다. 저는 마이너스 수준인 미국 가계 저축률과 엄청난 부채 수준에 주목했죠. 어떤 사람들은 신용 평가 모형의 취약점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전문가들이 놓친 건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느냐는 문제였습니다. 즉 경제 체계 전체가 무너질 위험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거죠.
 
마이클 호프만:
같은 생각입니다. 금융위기의 본질은 전형적인 신용 거품의 폭발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폭발이 나타난 후에야 세계의 금융 체계가 얼마나 집중화돼 있는지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경제 활동에서 나타나는 편향성 또한 부각됐고요. 세계 금융 체계의 중요한 특성은 지난 25년간 지속돼왔고, 우리는 이에 매우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모든 경제 활동은 경제가 안정된 시기의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재앙을 예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죠.
 
로버트 사이먼스:금융 부문에서는 확실히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 패턴이 이어져 왔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3가지라고 봅니다. 첫째, 수십 년간 이뤄진 금융공학 분야의 혁신은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공고히 했습니다. 둘째, 금융시장에 성과 창출에 대한 압력이 지나치게 높았습니다. 경영자들은 매출 증가, 더욱 높은 시장점유율, 주가 상승을 이뤄내야 한다는 극심한 압력에 시달려 왔습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인은 최근 들어 새롭게 극심해진 요인은 아닙니다.
 
차이점은 바로 세 번째 요인인 ‘합리화’입니다. 합리화란 특정 행동이 경제적,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 개념입니다. 기업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최대 가치를 제공하면 사회 복지가 실현된다고 믿는 게 바로 합리화입니다. 합리화 때문에 경영진은 이전 같았으면 피했을 위험을 쉽게 감수했죠. 위험을 감수하는 게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당연한 일로 나타난 겁니다.
 
 
금융 혁신은 분명 기회를 창출했습니다. 위험 측정의 도구 또한 마련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위험의 과학화’로 인해 위험을 통제하기가 더욱 쉬워졌다고 주장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지요?
 
호프만:금융 위험 모형의 역할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즈니스의 의사결정은 보상을 얻기 위한 겁니다. 일정한 보상을 얻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요. 따라서 위험을 감수할지를 결정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얻고자 하는 보상은 무엇인가? 우리는 감수하려는 위험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이 위험은 수용할 만한가?’ 만약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그 보상이 충분히 크냐는 겁니다. 바로 이때 위험 모형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위험을 측정하기에 앞서 생각해야 할 건 우리가 그 위험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아네트 마이크스:의사결정의 주체는 위험 모형이 아니라 사람, 즉 경영진입니다. 저는 많은 경영진을 관찰하면서 그들이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첫 번째 유형은 ‘정량적 낙관론자’입니다. 그들은 위험이 2가지 종류로 나눠진다고 믿습니다. 즉 모든 위험이 이미 모델화된 위험과 그렇지 않은 위험으로 분류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은행들은 어떤 회사에 대출을 해줄지를 결정할 때 위험 모형만 활용하면 된다고 믿습니다. 데이터에 접속해 신용 등급과 위험 모형을 추출해내는 식이죠. 이런 정량적 낙관론자들의 약점은 결과에 치중한 나머지 그 모형을 추출하는 전제에는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두 번째 유형은 ‘정량적 회의론자’입니다. 위험 모형의 취약성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죠. 그들은 주요 위험이 정량화할 수 있는 위험 유형의 외부에 놓여 있다고 보지만, 위험의 전체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잘 파악하지 못합니다.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이들 양 진영이 모두 건전한 회의론에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정량적 낙관론자들은 더욱 회의적인 경향을 띠기 시작했고, 전문가의 판단에 의한 의사결정의 과학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반면 정량적 회의론자들은 스스로 위험 모형에 대한 유효성 검증을 실시함으로써 위험 분석법을 좀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금융 부문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산업 부문이 처한 상황은 금융 부문과 많이 다르지 않나요?
 
호프만: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코흐 인더스트리와 그 계열사는 금융업체와 거의 동일한 금융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신용을 부여하고, 유동성 관리를 담당하는 재무 부서가 있으며, 대규모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무역 사업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류부터 대규모 공장 운영에 이르는 여러 가지 운영 위험도 안고 있죠. 이런 운영 위험은 금융업체가 지닌 위험보다 훨씬 클 때가 많습니다. 금융업체의 위험은 주로 문서화나 데이터 처리 등에 한정돼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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