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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끝, 투자 타이밍을 고민하자

리처드 돕스 | 35호 (2009년 6월 Issue 2)
인수합병(M&A)과 같은 전략적 투자의 적기는 언제인가? 지금 투자를 결행해야 할 것인가, 경기 회복의 신호가 가시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인가? 사실 이런 질문은 극심한 불황 속에도 재무 건전성을 갖춘 기업들만이 할 수 있는 ‘행복한 고민’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말 풀기 어려운 골칫덩이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수년 전만 해도 절대로 불가능했을 투자 기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황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우선 자금력이 무기인 사모펀드들과의 경쟁이 줄었다. 엄격했던 정부의 반독점 규제도 탄력적으로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인수 대상 기업들이 매각에 적극적이다. M&A뿐만 아니라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비용 역시 매우 낮아졌다.
 
하지만 많은 경제 지표들은 경기가 아직 저점을 통과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너무 성급히 투자했다가 경기가 곤두박질친다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금까지 다 없어져버릴 위험이 존재한다.
 
전략적 투자의 적기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투자 심리의 변동성과 글로벌 자본 시장의 불안정성 같은 통제 불가능한 요인들이 많아, 경기 회복 속도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저점을 파악하기는 특히 어렵다. 경기 회복 추세가 명확해지기까지 주가지수의 반등과 하락이 수없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2000년 불황기에 주가지수는 경기가 최종적으로 바닥을 치기까지 여섯 차례 등락을 거듭했다.1 현재의 경기 침체기도 마찬가지다. 2008년 11월에서 2009년 3월 사이에 주가지수 변동 폭은 매달 20%에 달했다.
 
경기 변동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 그러나 지나치게 신중하면 투자 가치 극대화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은 투자 대안별 리스크를 면밀히 비교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 여부와 투자 시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글에서는 미국 시장에서의 M&A 사례를 가상으로 분석해봤다. 미국의 실제 경제 수치를 사용했고, 서로 다른 가정이 반영된 5가지 시나리오를 세웠다.2 분석 결과,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조차 전략적 투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경기 침체기의 경험과도 일치한다. 

 

시나리오 분석
자본 시장의 주요 동인(driver)은 기업의 장기 수익성과 성장성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2가지 동인을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장기 수익성은 경제 전반의 성과와 매우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지난 40년간 장기 이익의 변동 폭은 국내 총생산(GDP)의 5% 수준을 중심으로 안정된 범위 내에서 유지됐다.3 따라서 기업의 수익성이 정상화된다는 것은 이익이 GDP 대비 변동 폭 수준으로 회복됨을 뜻한다. 이 분석에서는 미국 기업 이익이 GDP의 5%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노동력 및 생산성의 증대는 실질 GDP의 장기적 성장을 견인한다. 역사적으로 실질 GDP 성장률은 연간 2.53.0% 수준을 유지했으며, 과거 모든 경기 침체가 끝난 후에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경기 회복 후 ‘영구적 GDP 손실(per-manent GDP loss·경제 위기 이전과 이후 GDP 성장 추세 선이 달라질 때 이 두 선 사이의 간극)’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이런 트렌드가 계속될 것이라고 가정한다(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인구 통계학적 변화 및 생산성 성장 정체, 현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실질 GDP의 장기 성장률이 과거보다 낮은 2.02.5% 수준인 경우도 감안했다. 나아가 510%에 이르는 영구적 GDP 손실 가능성을 반영한 시나리오도 상정했다).
 
마지막으로 감안한 것은 ‘주가수익률(price earnings ratio)’이다. 정상적 상황에서 시장의 평균 주가수익률은 1517%다. 이 연구는 2.53.0% 성장 시나리오에는 정상적인 주가수익률을 적용했고, 2.02.5% 성장 시나리오에는 이보다 다소 낮은 수준인 1416%를 적용했다.4

 

 

먼저 과거의 경기 침체와 가장 비슷한 시나리오인 ‘영구적 GDP 손실은 없으며, 장기적 실질 GDP 성장률이 2.53.0%인 경우(시나리오 1)’를 분석했다. 이때 2009년 초반 주식시장의 정상 가치 수준은 S&P 500지수를 기준으로 12001350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3월 말 기준 주식시장이 정상 수준 대비 3040% 저평가돼 있음을 뜻한다.(그림1) 비관적 시나리오일수록 정상 수준과의 차이는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10%에 이르는 영구적 GDP 손실과 2.02.5%의 제한적 회복’을 가정한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 5에서조차 현 주식시장은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의 S&P 500지수 수준(약 800)을 정상 범위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20%에 이르는 영구적 GDP 손실을 가정해야 한다. 과거 경기 침체기에 대한 유사한 분석 결과, 주식시장은 저점에서 정상 수준 대비 30% 이상 저평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그림2)

 

현재의 주가 수준은 여러 각도에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과거 경기 침체기에 나타나던 저평가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략적 투자자들은 예전과 같은 수준의 수익 창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또는 현재 주가가 큰 폭의 영구적 GDP 손실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은 대공황을 비롯한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일어난 바 없으나 아주 배제할 수도 없다. 마지막으로 이번 금융위기의 고유한 속성을 감안할 때, GDP와 기업의 이익 및 주가 사이의 연관 관계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향후 주식시장 참여자들이 기업들에 더 높은 이익 창출을 요구할 수도 있다.
 
투자 시점 분석
전략적 투자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의 회복 속도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분석에서는 주식시장의 평균 장기 성장률인 연간 10% 성장을 가정한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에 주식시장이 저점에서 회복되는 속도는 훨씬 빠르다. 과거 경기 침체기에는 주식시장이 저점을 찍은 후 2년간 누적 수익률이 50130%에 이르렀다.(그림3) 이러한 회복 속도가 재현된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은 좋은 대안이 아니다.

 

 

기업들은 주식시장의 회복 속도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으로 최적의 투자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분석을 쉽게 하기 위해 ‘시장이 현재 저점에 도달한 경우’와 ‘추가적인 20% 하락 이후 6개월 후에 저점에 도달하는 경우’라는 2가지 시나리오만을 고려했다. 투자의 시점으로는 ‘즉시 투자’ ‘6개월 후 투자’ ‘1년 후 투자’라는 3가지 시점만을 고려했다. 어느 경우에도 경기는 3년 후에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가정했다.
 
분석 결과, 기다렸다 투자를 할 때 투자 시점이 완벽하면 ‘즉시 투자’에 비해 높은 성과가 나왔다. 시장이 6개월 후 저점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정확히 6개월 후에 투자해야만 ‘즉시 투자’와 큰 성과 차이를 가져온다는 말이다.(그림4) 그러나 현재가 저점이라면 나중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낮은 투자 성과로 귀결된다. 결국 추후에 투자하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추가 하락뿐만 아니라 정확한 타이밍이 전제돼야 한다.

 

 

적정 투자 시점에 대한 분석 역시 국가별,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야만 한다. 전략적 투자의 유형이 M&A인지, 단순 자본 지출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이다. 경쟁 업체가 선제적인 전략적 행보를 취할 가능성과 함께 규제의 변화 방향성, 자본 고갈 가능성, 다른 투자 기회의 대두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경기 침체의 끝이 언제일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신중한 기업들은 한 세대에 한 번뿐인 투자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전략적 행보의 시기를 저울질하는 경영진은 과거 경기 침체의 회복 경로를 면밀히 고찰함으로써 최적의 투자 시점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The McKinsey Quarterly 인터넷판(2009년 4월)에 실린 원문 ‘The Crisis: Timing Strategic Moves’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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