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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100억 달러’ 샌즈 그룹의 교훈

최종학 | 34호 (2009년 6월 Issue 1)
2007
년 9월 미국 샌즈 그룹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마카오에 베네시안 마카오 호텔을 개장했다. 베네시안 마카오는 이탈리아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를 본떠 만든 초대형 호텔이다. 미식축구장 56개가 들어갈 정도로 넓은 이 호텔에는 성 마르코 광장, 리알토 다리, 곤돌라를 운행하는 대운하 등 베네치아의 대표 상징물들이 모두 들어 있다. 초호화판 객실 숫자는 3000개, 종업원 수는 무려 1만2000명에 달했다.
 
베네시안 마카오를 건설한 샌즈 그룹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 및 컨벤션 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마카오를 제2의 도약 기지로 삼으려고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베네시안 마카오 외에도 포시즌즈 호텔, 홍콩과 마카오를 오가는 페리 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샌즈 그룹이 진출하기 전의 마카오는 전문 도박꾼들만 모이던 음습한 도박 도시의 냄새를 진하게 풍겼다. 하지만 샌즈 그룹 덕분에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리조트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2008년 베네시안 마카오만을 방문한 관광객이 2500만 명에 달하니, 샌즈 그룹이 마카오의 이미지를 얼마나 많이 바꿔놓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베네시안 마카오는 2009년 초 한국 연예계를 뒤흔들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요 배경으로도 등장했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구준표가 이 호텔의 소유주라는 설정이었다.
 
샌즈 그룹은 마카오 외에도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에서 초대형 카지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신축하고 있다. 시공사는 한국의 쌍용건설로, 쌍용건설이 받을 건축비만 8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 업체의 해외 건설 시장 진출 4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건축 공사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ㅅ’자 모양으로 기울어진 여러 건물이 결합된 독특한 구조다. 현재 공사가 절반쯤 진행된 이 건물의 모습을 한국 언론도 수차례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에도 불구하고 현재 샌즈 그룹은 회사의 존망이 위태로울 정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너무 많은 부채를 얻어 마카오와 싱가포르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샌즈 그룹은 2008년 4분기에만 1억3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100억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부채가 손실의 주요 원인이다. 1년에 이자 비용으로만 5억 달러 이상을 지급하니 아무리 많은 매출을 기록해도 손실을 메우기가 힘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금융위기까지 일어나 샌즈 그룹의 자금 사정은 더 나빠졌다. 현 상황이 몇 년만 이어져도 회사가 진짜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부채 비율 및 BIS 비율의 의미
기업의 유동성 상태를 파악하려면 부채를 자본 또는 자산으로 나눠 계산하는 부채 비율(debt ratio, debt-equity ratio 또는 leverage ratio)을 알아야 한다. 은행권은 BIS 비율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부채 비율을 사용하고 있다. BIS 비율은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BIS)이 각국 은행들의 건전성을 규제할 목적으로 개발했으며, 조정된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 비율이 8% 이하면 부실 금융기관이라는 뜻이다. 현재 한국 대형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9∼10% 정도의 BIS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저축은행 중에는 8% 정도의 BIS 비율을 지닌 업체가 몇몇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은 다수의 개인 고객에게서 예금을 받아 이 자금을 돈이 필요한 소수 고객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예금자들로부터 조달한 금액이 바로 은행의 부채다. 이 부채를 너무 많이 이용해 투자를 한다면 다수의 은행 예금자들은 예금한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즉 예금자 보호와 은행의 무리한 투자를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준이 바로 BIS 비율이다.
 
회계의 가장 기본 공식은 ‘자산-부채=자본’이다. 따라서 자본을 자산으로 나눠 계산한 BIS 비율은 부채를 자본으로 나눠 계산한 일반 부채 비율 개념과 거의 같다. 다만 BIS 비율을 계산할 때는 전체 자산을 모두 이용하지 않고, 자산을 위험 정도에 따라 가중 평균한 위험가중자산을 사용한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금과 안전한 대출금을 구분해 평가한다는 뜻이다.
 
즉 부실 가능성이 높은 대출금은 자산 가치가 별로 없으므로 자산을 계산할 때 절대 금액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평가절하된다. 따라서 은행들이 BIS 비율을 높이려면 분자가 되는 자본을 늘리거나, 분모가 되는 자산의 구성 항목 중 부실 대출 자산을 줄여야 한다. 부도 위험이 높은 기업의 회사채는 위험가중치가 10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사실상 위험이 전혀 없는 국채는 가중치가 0%다. 

2008
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국채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은행들이 BIS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위험이 없는 국채만을 선별 매입했기 때문이다. 은행이 국채를 구입하면 이자 수익을 올리면서도 BIS 비율은 떨어지지 않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채의 위험가중치가 0이므로 BIS 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은행들에 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아무리 압박해도 은행들은 안전한 국채만을 계속 매입하니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셈이다.
 
BIS 비율을 높이는 다른 방법은 자본 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최근 은행들이 후순위채 발행 계획을 속속 발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통주나 우선주는 아니지만 속칭 하이브리드 채권(hybrid debt)으로 불리는 후순위 채권도, 회계상 자기자본은 아니지만 BIS 비율 계산에는 자본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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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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