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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달콤하지만 위험한 유혹

최종학 | 35호 (2009년 6월 Issue 2)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들은 대규모 합병 및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합병 바람을 주도한 곳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었다.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대등 합병’을 통해 총 자산 규모가 173조 원에 달하는 공룡 은행으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3대 은행인 국민·신한·우리은행 간에 자산 격차가 거의 없지만, 당시에는 자산 규모가 100조 원이 넘는 은행은 국민은행뿐이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물론 하나·외환·한미·조흥은행 등은 규모로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이후 한미은행과 조흥은행은 각각 씨티은행과 신한은행에 합병됐다.

 

이 대형 합병(mega merger)을 주도한 사람은 김정태 주택은행장이었다. 김정태 행장은 1998년 8월 동원증권 사장에서 주택은행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당시만 해도 은행업계, 즉 제1 금융권 종사자들은 증권회사, 투자신탁회사, 보험회사, 신용카드회사 등 제2 금융권 인사들을 한 수 아래로 폄하하곤 했다. 관가 못지않게 보수적인 은행업계에 겨우 51세의 증권회사 사장이 행장으로 등장했으니 금융권이 발칵 뒤집혔다. 게다가 김정태 행장은 스스로를 ‘장사꾼’이라 부르며 은행권의 보수적 문화를 개혁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다.
 
당시 김 행장의 등장이 더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독특한 연봉 계약 때문이었다. 그는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경제 사정을 감안해 “연봉을 단 1원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경영 성과에 대한 스톡옵션만을 요구했다.
 
취임 후 김 행장은 부실의 나락에 빠지고 있던 대우그룹 여신 1조9000억 원 중 무려 1조5000억 원을 신속히 회수해 주택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높였다. 이는 주택은행이 훗날 국민은행과 대등 합병을 이뤄내고, 그 자신이 통합 은행의 초대 행장으로 뽑히는 발판이 됐다. 김 행장이 최고경영자(CEO)라는 이유로 주택은행 주가는 금융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에도 다른 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소위 한국식 ‘CEO 주가’의 원조라 평가할 만하다.
 
김 행장이 스톡옵션을 받았을 때, 스톡옵션의 행사 가격은 당시 국민은행 주가보다 상당히 높게 정해져 있었다. 즉 국민은행 영업 실적이 좋지 않았다면 해당 스톡옵션은 휴지 조각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합병 당시의 우려를 깨고 ‘규모의 우위’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국민은행 주가도 꾸준히 올라갔다. 결국 김정태 행장은 2006년 스톡옵션으로 받았던 주식을 매각해 110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그간의 ‘연봉 1원’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수준이었다.
 
김정태 행장의 ‘연봉 1원+스톡옵션’ 조건을 먼저 활용한 경영자도 있다. 1980년대 초반 미국 3위 자동차 업체 크라이슬러가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포드 출신의 아이아코카 회장도 연봉 1달러와 스톡옵션을 받기로 하고 CEO에 취임했다. 크라이슬러는 부활했고, 아이아코카도 스톡옵션을 행사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 업체의 CEO들도 올해 초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당분간 연봉 1달러만을 받기로 약속했다.
 
한국은 왜 스톡옵션 사용이 미미했나
한국에 스톡옵션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잠시 벤처 붐이 일어났을 때, 기업공개(IPO)를 통해 엄청난 부자가 된 벤처 기업 경영자들의 이야기는 신문지상에 단골로 오르내렸다. 벤처 붐이 너무 빨리 꺼지는 바람에 재빨리 스톡옵션을 행사한 소수의 임직원들만이 짭짤한 수익을 올렸지만 말이다.
 
현재 스톡옵션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그 이유를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면 더욱 열심히 일할 동기가 생기고, 이는 미국인 특유의 개척 정신과 잘 맞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스톡옵션이 특히 미국에서 유행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간 스톡옵션 부여에 관한 비용을 회계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봉 20만 달러를 받는 기술자에게 연봉을 15만 달러로 줄이는 대신 15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스톡옵션을 지급하겠다고 말하면 어떨까. 이를 마다할 기술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스톡옵션을 지급한다고 해서 회사가 지금 당장 현금을 지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래의 특정 시점에 해당 기술자가 스톡옵션을 행사한다면 회사는 15만 달러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회계학은 비용을 ‘현재 발생한 사건의 결과로 현재 또는 미래에 현금 등의 순자산이 희생될 때 그 순자산의 현재 가치’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이 15만 달러는 비용이 분명하다. 즉 스톡옵션 부여 시점에 반드시 비용으로 처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를 비용 처리하지 않았다. 때문에 단기 업적으로 평가받는 경영자들은 현재의 인건비를 아끼면서 유능한 인재들을 스카우트하거나 회사에 붙잡아두기 위해 스톡옵션을 물 쓰듯 나눠줬다.
 
그 결과 경영자는 실제보다 높은 실적을 올리고, 두둑한 보너스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내부 사정을 모르는 외부인이 보면 해당 기업의 상황이 좋아 보이니 그 기업의 주가는 당연히 올라갔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1995년 상장 당시까지 스톡옵션을 전혀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엄청난 규모의 스톡옵션을 종업원들에게 지급했지만, 그 지급액을 전혀 비용 처리하지 않았으니 MS의 순이익이 급증하는 듯 보였다.
 
MS는 바로 이 시기에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MS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당시 MS가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했더라면 주가가 결코 그렇게 높은 수준을 기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때 스톡옵션을 비용 처리했다면 MS는 상장 전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다시 기술자 얘기로 돌아가보자. 시간이 흘러 그 기술자가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기업은 몇 년 전 절약했던 연봉 5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15만 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경영자에게 이는 먼 미래의 일일 뿐이다. 그 기술자가 스톡옵션을 행사하려면 최소 몇 년이 필요한데, 그때는 자신이 이 회사에 남아 있을 가능성보다 은퇴하거나 다른 회사로 옮겼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CEO
본인의 스톡옵션도 마찬가지다. 어떤 CEO가 현금 10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면 종업원들의 불만이 쏟아질 것이다. 반면 연봉으로는 현금 200만 달러만 받고, 스톡옵션으로 1000만 달러를 받는다면 문제 삼을 사람들은 많지 않다. 스티브 잡스도 ‘연봉 1달러 CEO 클럽’의 회원이다. 잡스는 애플 회장으로 취임한 1998년 이후 매년 1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스톡옵션 등으로 받은 금액은 매년 수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주식시장이 호황을 나타낸 2006, 2007년에는 잡스가 받은 금액이 무려 1조 원에 가깝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EO들의 연봉 1달러를 ‘쇼’나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냉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CEO들은 일단 비용 절감이라는 칼부터 빼 든다. 연구개발(R&D) 비용, 마케팅 비용 등 기업의 지속적 성장에 꼭 필요한 비용들도 대폭 삭감한다. 이렇게 하면 단기적으로 몇 년 동안에는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또 단기적으로 그 기업의 주가가 오르고 이익도 높아질 것이다. 스톡옵션을 남발한 CEO는 임기가 끝나면 위대한 경영자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엄청난 돈을 받고 다른 회사로 옮겨간다. 그리고 몇 년 후 자신이 받은 스톡옵션을 실현해 돈방석에 앉는다.
 
물론 스티브 잡스가 이런 류의 경영자는 아니다. 애플은 잡스가 세운 회사이자 그의 분신과도 같다. 다만 이런 행동을 하는 경영자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 스톡옵션이 경영자들의 이런 행동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용 처리를 하지 않은 스톡옵션 부여
그렇다면 미국 정부는 왜 스톡옵션을 비용 처리하지 않도록 놔뒀을까? 스톡옵션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1990년대 말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스톡옵션을 비용 처리하는 회계 처리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자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많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경영진의 주도로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회계 처리 개선안에 강력 반발했다. FASB가 개선안을 공람하는 와중에도 엄청난 반대 편지가 쏟아졌다. IT 기업들은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며 강력한 로비를 벌였다. 결국 미국 의회는 FASB의 스톡옵션 비용 처리 제도화를 금지했다.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앞선 셈이다.
 
한국에서는 스톡옵션 때문에 이 정도의 문제점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필자는 그 이유를 ‘한국 경영자들이 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스톡옵션을 얼마나 유용하게 쓸 수 있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스톡옵션뿐 아니라 많은 한국 기업은 불과 최근까지도 회계가 기업 경영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회계 기준 개정을 위한 의견 공람을 실시하면, 기업 대표자들이 다수 참석해 참가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인다. 이에 따라 수백 건의 찬반 의견이 모이고 감독당국은 이를 반영해 체제를 개편한다.
 
국제 회계 기준을 도입한 일본도 기업들 스스로 비용을 들여가며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자사 대표단을 파견했다. 회계 기준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개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는 이해 당사자인 기업들이 회계에 별 관심이 없다. 회계 처리 방법의 변경이 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한 예외는 2008년 말 원·달러 환율이 급변동할 때, 조선 및 해운업계가 회계 처리 방법을 변경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여 성공한 사례다.
 
스톡옵션 사용 빈도가 최근 줄어드는 이유
한국 감독당국이 스톡옵션 지급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법안을 마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에 반대하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그만큼 회계 이슈의 중요성에 무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뒤늦게 몇몇 기업이 미국에도 없는 불필요한 규제라며 불평하기는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미국도 엔론 회계 부정 스캔들 이후 기업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법을 개정해 스톡옵션 지급을 비용 처리하기 시작했다.
 
스톡옵션 비용을 회계 처리하도록 의무화하자 기업들의 스톡옵션 지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나 다름없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일반 사원들에게도 스톡옵션을 나눠주는 일이 흔했지만, 지금은 스톡옵션 제도가 있는 기업들에서조차 CEO나 몇몇 최고 임원 정도만 스톡옵션을 받고 있다. 스톡옵션 대신 ‘양도제한부 주식(restricted stock)’을 주는 기업도 많다.
 
양도제한부 주식은 종업원에게 공짜로 주식을 주는 제도다. 다만 종업원은 이 주식을 마음대로 처분 또는 양도하지 못한다. 또 임기 중에 퇴사한 직원은 양도제한부 주식을 반납해야 한다. 스톡옵션은 일정 시간이 흐르면 직원이 퇴사해도 주식을 처분할 수 있지만, 양도제한부 주식을 받은 직원은 반드시 임기를 채워야 한다. 양도제한부 주식을 지급한 기업은 지급 시점에 곧바로 비용 처리를 한다. 때문에 스톡옵션과는 달리 회사의 이익 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스톡옵션보다 회계 투명성 향상에 도움을 주는 이유다.

이런 사실들은 미국에서 스톡옵션이 유행했던 실제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미국 기업들이 종업원들에게 지급한 보수 중 스톡옵션 비중은 9%를 기록했다. 1998년 이후 처음으로 10% 이하를 기록한 것이다.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또 있다. 경영자가 스톡옵션을 통해 받는 보수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영 성과가 아니라, 거시경제 변화에 따른 주가 변동이라는 점이다. 즉 경영자가 받는 보수는 그가 일한 성과와는 무관하게 주식시장의 상황으로 결정된다. 이런 연구 결과가 널리 알려진 것도 스톡옵션 비중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의 연구 결과를 살펴봐도 비슷하다. 이경태 연세대 교수 등의 연구 결과(이경태·이상철·박애영, ‘경영자 스톡옵션 보상과 기업 가치’, 경영학연구, 2005)에 따르면, 경영자의 전체 보수 중 스톡옵션 비중이 높을수록 기업 주가는 오른다. 하지만 그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오히려 주가가 떨어진다. 즉 스톡옵션이 과하면 그 부작용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는 뜻이다.
 
필자는 스톡옵션이 진짜 효과를 나타내는 시기는 회사가 큰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존립 위기에 몰렸을 때에는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협력과 노력을 촉진하기 위해 굳이 금전적 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 실직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의 회생을 위해 전력투구하기 때문이다. 종업원들의 노력으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났을 때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스톡옵션을 나눠준다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회사 상황이 좋을 때 스톡옵션을 부여하면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
 
한국의 스톡옵션 활용 사례
최근 한국에서는 스톡옵션이 몇 차례 화제로 등장했다. 2008년 9월 삼성그룹은 앞으로 스톡옵션을 지급하지 않고, 대신 장기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스톡옵션을 지급받은 사람과 지급받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위화감 때문에 스톡옵션을 폐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자금 사건으로 물러난 이학수 부회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 5명이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 평가이익은 약 2000억 원대에 달한다. 대다수 삼성그룹 직원들이 위화감을 가질 만하다. 비단 일반 직원뿐 아니라, 임원 중에도 스톡옵션을 지급받는 임원과 그렇지 않은 임원 사이에 위화감 및 내부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국민은행도 정영기 이사회 의장(전 회계기준원장) 등 사외이사들의 주도로 CEO에 대한 스톡옵션을 폐지했다. 대신 임기가 끝날 때 재임 기간 전체의 경영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성과연동 주식보상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최근 금융위기 해결책으로 제시한 첫 번째 방안이 바로 스톡옵션 관련 내용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회사가 부여하는 스톡옵션 관련 정보를 주주들에게 낱낱이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시 정보에 스톡옵션 관련 내용을 담아 주주들이 회사가 부여한 스톡옵션의 가치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하고, 경영자에게는 단기 실적 대신 장기 실적을 바탕으로 보너스를 지급하는 식으로 성과 평가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월가의 많은 경영자들이 단기 성과만 중시하고, 이에 따른 막대한 보너스나 스톡옵션 행사에 집착해 금융위기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많다. 필자도 동의한다. 이 점에 관해서는 필자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6호에 기고한 ‘눈앞의 이익만 본 평가가 위기 초래’를 참고하기 바란다.
 
현대상선의 사례는 삼성이나 국민은행과는 약간 다르다. 과거 현대상선의 임원이 받은 스톡옵션이 유효하냐는 문제로 법적 분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8월 고 정몽헌 회장의 영결식이 치러진 지 불과 3일 후에 현대상선 경영진은 이사회를 열고 임원들에게 약 90만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이 스톡옵션의 가치는 현재 100억 원 정도다.
 
현대상선의 모 임원은 2008년 1월 퇴임하면서 회사에 이 스톡옵션의 행사를 요청했다. 현대상선은 2003년 8월 당시 회사의 경영 주체가 누구였는지 불분명했고, 오너의 장례식 직후에 스톡옵션 부여 결정이 내려졌다며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해당 임원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을 살리기 위한 이사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특히 당시의 주가가 매우 낮아 미래에 스톡옵션 가치가 어떨지도 확실치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당시 현대상선 임원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임원 중 일부는 스톡옵션을 포기했다. 2명의 임원은 자발적으로 퇴사한 후, 자신들보다 먼저 퇴사한 7명의 임원들과 함께 뜻을 모아 스톡옵션 포기 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필자는 이 문제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상선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받았으므로, 스톡옵션이 더 열심히 일할 동기를 부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지만, 미묘한 시기에 부여한 상당한 규모의 스톡옵션은 훗날 반드시 갈등을 낳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아마 현대상선은 앞으로 상당 기간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스톡옵션을 포함한 경영자의 성과급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독자는 하버드비즈니스스쿨프레스가 출판한 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성과급을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지, 스톡옵션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등 임원 보수에 대한 여러 핵심 사항들을 상세히 정리한 좋은 책이다.
  • 최종학 최종학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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