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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확보’보다 ‘활용’이 관건

최종학 | 36호 (2009년 7월 Issue 1)
필자는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전문 학술 서적을 종종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서 주문한다. 아마존에 접속하면 필자가 과거에 구입한 책들이 일목요연하게 자료로 남아 있어 과거 구매 내역을 상세히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주로 구입하는 책과 관련이 깊은 신규 서적을 소개하는 창도 뜬다.
 
이런 책 중 하나를 골라 내용을 훑어보면 ‘이 책을 산 고객들이 동시에 구매한 책들은 다음과 같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비슷한 종류의 다른 책까지 줄줄이 나온다. 이를 모두 살피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다. 처음 접속했을 때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책을 구입할 때도 많다.
 
여러번 이런 경험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아마존의 데이터 관리 능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이다. 일단 아마존은 필자의 구매 행태에 관한 매우 상세한 기록을 갖고 있다. 특히 그 기록을 분석한 후, 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책들을 골라 필자가 보는 화면에 자동으로 올릴 수 있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의 어떤 인터넷 서점도, 옥션이나 G마켓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도 고객 개개인의 특성에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는 별도의 화면을 제공하지 못한다. 하나의 물품을 사면 끝이지, 그 물품과 연관된 다른 물품을 소개해줄 정도로 친절한 인터넷 쇼핑몰은 국내에 아직 많지 않다. 따라서 아마존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익숙해지면 다른 쇼핑몰을 이용하는 빈도가 현저히 낮아진다.
 
아마존은 필자 하나만을 위해 이런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아마존을 이용하는 전 세계 수천만 명의 고객들을 위해 이런 서비스를 똑같이 제공한다. 그렇다면 과연 아마존이 이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하는 비용은 얼마일까? 아마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것이다. 물론 그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고객들이 아마존을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데이터 관리 비용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아마존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국내에서도 이 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일부 카드 회사들은 고객에게 매달 보내는 우편물을 고객의 성향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눠 제작하고 있다. 고객 성향에 따라 각각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도 발급하고 있다.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초기 화면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두고 있다.
 
정확한 원가 계산 시스템의 효과
필자는 아마존의 데이터 수집 능력보다 관리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한국 기업들도 아마존 못지않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갖고만 있을 뿐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즉 이용도 하지 않는 데이터를 획득하고 보유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바로 이 차이가 세계 초일류 회사와 평범한 회사를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얼마 전 방문했던 한 국내 기업은 매우 정교한 원가 계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이 회사는 요즘 널리 사용되는 ‘활동 기준 원가 계산 시스템(Activity-Based Costing system·ABC)’을 사용하고 있었다. ABC는 균형 성과표(Balanced Scorecard·BSC)의 창시자로 유명한 로버트 캐플란 하버드대 교수가 1980년대 말에 개발한 새로운 원가 계산 기법이다.
 
ABC를 이용하면 제품별로 투입된 생산 원가와 작업당 시간을 모두 추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가를 계산할 때 100개의 요소가 필요하다면, 100개의 요소 각각에 해당하는 비용과 관련자를 모두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생산 후 첫 번째로 출고된 제품이 생산에 투입된 시점, 그 제품의 조립 라인에서 일한 근로자의 이름, 각 근로자가 일한 시간, 정확한 원가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종합 원가 계산법이나 개별 원가 계산법 등 과거의 방식보다 정확성이 월등히 높다.
 
문제는 이 훌륭한 시스템을 도입할 때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시스템을 도입하고 설치할 때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얻을 수 있지만, 이후에는 회사 내부 역량으로 그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생산 공정이 변할 때마다 원가를 구성하는 요소도 계속 변한다. 원가 요소가 동일하다 해도 원가 배분율이 변한다. 이런 변화를 계속 추적하고 그에 맞춰 시스템을 바꾸려면, 시스템을 구축할 때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도 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이 시스템을 보유해야 한다.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하루에도 수천, 수만 개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사실이다. 불과 몇 원에 불과한 첫 번째 제품의 원가와 두 번째 제품의 원가 차이가 과연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닐까. 이 정보가 그 기업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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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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