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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쓰인 재무분석 도구, 당신의 혁신역량 파괴

클레이튼 크리스텐센(Clayton M. Christensen),스티븐 카우프만(Stephen P. Kaufman),윌리 샤이(Willy C. Shih) | 2호 (2008년 2월 Issue 1)

 

클레이튼 크리스텐센, 스티븐 카우프만, 윌리 샤이
 
우리는 성과가 좋은 회사의 많은 관리자들이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데도 불구하고 왜 혁신에 성공하지 못하는지 이유를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우리는 앞서 출간한 책과 글에서 여러 범인들을 찾아냈었다. 여기에는 회사에 크게 기여한 고객들에게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그럼으로써 요구를 별로 하지 않는 고객들에게 리스크를 안기는 것)과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등이 포함된다. 이번에 우리는 ‘세 가지 재무 분석 도구의 잘못된 활용’에 대해 혁신의 성공을 저해하는 공범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싶다. 우리는 이 혐의자들의 유죄를 강력히 주장한다.
 
●현금흐름할인(discounted cash flow, DCF)과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NPV) 방식으로 투자기회를 평가하는 것은 관리자들이 혁신투자를 동반한 사업의 실제 수입과 편익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미래 투자를 평가할 때 고정비용과 매몰비용(sunk cost)을 감안하는 방식은 도전자들에게 불공평한 편익을 주고 (도전자의) 공격에 대한 대응을 시도하는 중견 기업들에게 족쇄를 채운다.
●주당 순이익(earnings per share, EPS)을 주가와 주주 가치 창조의 주된 동인으로 강조하면서 다른 지표들을 배제하면 장기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주는 투자에 자원 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서둘러 덧붙이자면, 이것들이 나쁜 도구나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투자를 평가할 때 이 도구들은 혁신을 저해하는 편견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미래 가치에 대해 훨씬 날카로운 눈을 갖고 혁신을 지원하는 다른 대안을 추천하고자 한다. 우리는 전문지식이 깊은 다른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고무를 받아 잘못 쓰인 재무분석 도구가 어떻게 혁신 역량을 파괴하는지를 조사 분석해 보기를 바란다.
 
DCF …NPV …잘못쓰면 독
오도되고 오용되는 재무분석 도구 중 첫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혁신적 아이디어의 순현재가치를 계산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이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기본 가정이 깔려있다. 합리적인 투자자의 경우 오늘 1달러를 갖는 것이나 지금부터 몇 년 뒤에 1달러에 추가적인 이자나 수익을 보태서 돈을 받는 것을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가정이다. 이런 운영 원리 하에서는 미래의 어느 해에 받는 돈을 (1 + r)n으로 나누어 투자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완벽하게 타당하다.(여기서 r 는 할인율 -원금을 투자하여 얻는 연간 수익률- 이고 n 은 그 투자로 그 수익을 얻는 햇수다.)
 
이런 할인 계산법에 논리적 결함이 없을지라도, 재무 분석가들은 보통 ‘반 혁신적 편견(anti-innovation bias)’을 만들어내는 두 가지 잘못을 저지른다. 첫째 잘못은 혁신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회사의 현재 건강상태가 미래에도 무한정 지속되리라고 믿는 것이다. 박스기사 ‘DCF의 덫(The DCF Trap)’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가치를 계산할 때 많은 기업들은 투자를 독립적인 것으로 여기고 혁신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를 투자하지 않았을 때의 현금흐름과 비교한다. 그러나 경쟁자가 와해성 혁신을 유발하는 투자를 지속할 경우 해당 기업은 가격 하락 압박, 기술 변화, 시장점유율 상실, 매출 쇠퇴, 주가 하락을 경험하게 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에일린 러든(Eileen Rudden)이 지적했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현금흐름 전망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실적의 비선형적인 (급격한) 하락’이다. 
 
어떤 투자 프로젝트가 현재보다 우리를 더 나아지게 할지 여부를 측정해서 미래 가치를 계산해 이를 다시 현재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마음이 끌리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객관적인 사정이 악화될 경우에는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를 한 후 현재보다 우리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만약 이 특정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사정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혁신투자에 따른 현금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투자를 하지 않았을 때 회사의 재정상태가 어느 정도나 악화될지 예측하기는 훨씬 더 어렵다. 그러나 이 분석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 훌륭한 경제학자들은 “당신은 어떤가?(How are you?)”라는 물음에 답을 주기 위해 공부를 했다는 점을 기억하라. 이 질문은 “무엇에 비해 상대적으로?(Relative to what?)”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물음이다.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가장 현실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와 비교해서 혁신의 가치를 추정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미래 경쟁력이나 재정 상태가 악화되는 것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잘못은 추정 자체의 오류와 관련된 것이다. 미래의 현금흐름, 특히 와해성 혁신을 유발하는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현금흐름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먼 미래’의 수치들은 완전한 어림짐작일 수 있다. 알 수 없는 것들에 대처하기 위해 분석가들은 흔히 3년에서 5년 동안의 연도별 수치 흐름을 추정한 다음 불쑥 잔여 가치(termiral value·예측기간 이후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를 계산해 이후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물론 먼 미래의 연도별 추정치가 잔여 가치처럼 너무나도 부정확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잔여 가치를 산출하기 위해 분석가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추정을 한 마지막 해에 발생하는 현금을 (r - g) -할인율(r)에서 현재부터의 현금흐름의 추정증가율(g)을 뺀 수치- 로 나눈다. 그런 다음에 그 단순한 수치를 다시 현재 가치로 할인한다. 우리의 경험에 비춰보면 대개의 경우 맨 마지막에 추정된 가치가 어떤 프로젝트의 총 NPV의 절반 이상을 설명한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회사들이 지속적인 성공에 필요한 혁신에 투자를 아끼는 근본 원인은 NPV란 분석 도구를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금흐름을 수치화한 다음 그것을 다른 단순한 수치들과 비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수치로 추출해내고자 하는 욕망을 이해한다. 이는 미래에 대한 거슬리는 표현들을 누구나 읽고 비교할 수 있는 언어인 ‘숫자’로 번역하려는 시도다. 우리는 숫자가 미래 투자의 가치를 번역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는 아니며, 실은 모든 경영진이 이해할 수 있는 더 좋은 다른 언어가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고정비용과 매몰비용, 혁신노력 걸림돌 될수도
두 번째로 폭넓게 오용되는 재무의사결정 패러다임은 고정비용과 매몰비용에 관련된 것이다. 논의는 이렇게 흘러간다. 일련의 미래 행동을 평가할 때, 관리자들은 혁신투자에 필요한 미래의 현금지출 혹은 한계현금지출(marginal cash outlay) -자본이든 비용이든-만을 감안해서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한계현금(marginal cash)에서 그 지출을 뺀 다음, 그 결과로 나오는 순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다. DCF와 NPV 패러다임과 마찬가지로, 계산 방법에는-어제의 성공에 필요한 역량이 오늘의 성공에도 여전히 필요하다면- 전혀 잘못된 게 없다. 그러나 미래의 성공에 새로운 역량이 필요한 때에는, 고정비용과 매몰비용에 대한 이런 한계적 사고방식은 진부한 자산과 역량에 돈을 투입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고정비용(fixed cost)이란 생산량의 증감과 상관없이 변동되지 않는 고정적인 비용으로 정의된다. 전형적인 고정비용에는 일반관리비, 급료와 수당, 보험 등이 포함된다. (가변비용에는 원재료, 커미션, 임시직 급료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 매몰비용(sunk cost)은 고정비용 중에서 다른 부문에 재투입할 수 없는 부분으로서, 대개 건물과 자본장비, 연구개발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철강산업의 한 사례는 고정비용과 매몰비용이란 개념이 새 역량을 키워야 하는 회사들의 혁신 노력을 얼마나 어렵게 만들고 방해했는지 잘 보여준다. 1960년대 말, 뉴코어(Nucor)와 채퍼럴(Chaparral) 같은 소규모 철강공장들이 시장별로 고객의 요구사항이 가장 적은 제품군에서 고객들을 선별적으로 확보한 다음 집요하게 고급시장으로 치고 올라갔다. 뉴코어는 20%의 비용 우위를 무기로 처음엔 콘크리트 철근 시장을 장악하고 이어서 철봉과 쇠막대, 앵글, 건축용 빔까지 장악하면서 유에스스틸(U.S. Steel, USX)과 같은 종합철강회사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1988년까지 미니밀(minimill, 전기로 공장) 설비는 저비용 제품군에서 탈피해 고비용 종합 제강공장의 가동을 가능케 했고, 뉴코어는 인디애나 주 크로포즈빌에 최초의 강판 제조 미니밀을 세웠다. 뉴코어는 당시 2억6000만 달러의 투자로 톤당 350달러의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연간 80만 톤의 철강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크로포즈빌 공장에서 강판 1톤을 만드는 데 드는 현금 비용은 270달러로 예상했다. 현금흐름의 타이밍을 감안할 때 이 투자에 따른 뉴코어의 내부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 IRR)은 20%가 넘었다. 이는 사실상 뉴코어의 가중평균자본비용(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보다도 더 높은 수치였다.
 
기존 업체였던 USX는 미니밀들이 중대한 위협요소가 된다는 것을 파악했다. 뉴코어는 연연속압연설비(continuous strip production)라는 신기술로 이제 강판 시장에 진입해 있었다. 제품의 질은 떨어짐에도 톤당 제조단가가 많이 낮았다. 그리고 뉴코어의 지속적인 기술향상 기록은 제조 경험이 축적되면서 강판의 질도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USX의 엔지니어들은 뉴코어의 것과 같은 미니밀을 세운다는 건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새 기술을 창조하느니보다는 옛 기술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수지가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USX의 현 공장들은 30%의 과잉설비를 보이고 있었고, 그 과잉설비를 활용하여 철강 1톤을 추가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한계현금비용은 톤당 50달러 미만이었다. USX의 재정분석가가 300달러의 한계현금흐름(350달러의 수입에서 50달러의 한계비용을 뺀 수치)과 미니밀 공장에서의 톤당 80달러의 평균현금흐름을 비교할 때, 새로운 저비용 미니밀에 투자를 한다는 건 이치에 닿지가 않았다. 게다가 USX의 공장들은 가치가 떨어져 있어서 가격대가 낮은 자산을 기반으로 한 300달러의 한계현금흐름은 더욱 매력적으로 비쳐졌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였다. 공격자 뉴코어는 한계비용을 계산할 기존 고정비용이나 매몰비용 투자를 감안할 필요가 없었다. 뉴코어로서는 크로포즈빌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IRR이 매력적이었으므로 결정도 간단했다. 그에 비해 USX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톤당 평균단가를 낮출 수 있는 미니밀 공장을 세울 수도 있었고, 현 시설의 가동률을 높일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뉴코어는 보다 능률적인 연연속압연설비의 능력으로 제조과정을 계속 개선하고 고급시장을 연거푸 치고 올라가며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여갔다. 반면에, USX는 과거에 구축돼 성공을 거둔 바 있는 역량에 계속 의존했다. 다시 말해서, 한계수익을 최대화하려는 USX의 전략이 회사로 하여금 장기적인 평균비용을 최소화하지 못하게 했다. 그로 인해 회사는 실패 전략에 점점 더 몰입하는 악순환 고리에 갇히고 만다.
    
어떤 투자든 그 매력도는 다른 적절한 투자 대안과 비교될 때에만 온전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 한 회사가 현재의 시설과 동일한 시설을 증설하는 것을 고려할 때, 옛것을 끌어올리는 한계비용과 새것을 만들어내는 모든 비용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미래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역량이 필요할 때, 과거를 기반으로 한 사고는 당신을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투자결정이 한계비용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제나 옳다. 그러나 새로운 역량 창조가 쟁점일 때, 그와 관련된 한계비용은 실은 새것을 만들어내는 모든 비용이다.
 
고정비용과 매몰비용을 이런 시각에서 바라볼 때 우리가 혁신 연구에서 관찰해온 몇 가지 예외들이 설명된다. 기반을 잡은 회사의 경영진은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하고 새로운 판매유통망을 구축하는 데 왜 그렇게 많은 돈이 드느냐고 탄식한다. 따라서 기존 브랜드와 구조를 확장하는 방법을 찾는 경우도 많다. 그에 비해서 신생회사는 새것을 간단히 창조한다. 중견 회사들의 문제는 도전자가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그것은 도전자는 모든 비용과 한계비용의 옵션 중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딜레마를 겪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기반을 갖춘 일등기업들이 고정매몰비용 학설을 잘못 적용해 과거에 구축된 자산과 역량에 의존하며 미래의 성공을 추구하는 것을 거듭 관찰해왔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신참자나 공격자들이 수익을 내는 투자를 하지 못한다.
 
관리자들에게 필요한 미래 역량에 대한 투자를 엇나가게 만드는 한 가지 잘못된 재무관행이 있다. 바로 자본자산의 추정 가용 수명을 가치가 제로(0)가 돼야 마땅한 기간보다 더 길게 잡는 것이다. 자산의 가용 수명이 ‘경쟁력 수명(competitive lifetime)’보다 길 때 이것은 문제를 일으킨다. 보다 길어진 일정한 가용 수명에 따라 자산 가치를 떨어뜨려가는 관리자들은 종종 그 자산의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신기술 자산으로 그것을 대체할 필요가 있을 때 장부상에 급격한 가치 하락을 기록해야 한다. 종합철강회사들이 맞은 상황이 바로 이것이었다. 새로운 설비를 구축하고 옛것을 장부에서 말소할 때 중견 회사들은 업계의 질서를 파괴하려는 신생회사들이 겪을 필요가 없는 ‘분기 수입의 커다란 타격’에 직면한다. 주주들이 장부상 말소(write-off)에 징벌 조치를 취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신기술 채택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이것이 지난 10년간의 사모펀드 차입매수(private equity buyout)의 극적인 증가나 기술 지향적 산업에 대한 관심 급증의 부분적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와해성 혁신으로 인해 불과 3년이나 5년 전에 이뤄진 주요 투자의 ‘경쟁력 수명’이 지속적으로 단축됨에 따라, 보다 많은 회사들이 자산을 평가절하하거나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상당 부분 재구축할 필요를 느낀다.
 
이 딜레마의 해법은 무엇일까? 레그 메이슨 캐피털매니지먼트의 마이클 모부신(Michael Mauboussin)은 개개의 사업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략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격자가 영토를 확장하고 있을 때, 중견 기업의 경영진은 공격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장기 경쟁력을 보증할 전략에 초점을 맞춰- 투자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공격자가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투자를 하지 않을 때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어떤 관리자도 미래에 필요한 것들을 의식적으로 무시한 채 과거의 역량을 끌어올림으로써 회사를 파멸시킬 의사는 결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관리자들은 정확히 이런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비즈니스 스쿨에서 전략과 재무를 별개의 주제로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재무 담당 교수들이 전략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전략 담당 교수들이 이따금씩 가치 창조를 언급하긴 했지만, 둘의 깊은 통합에 대해서는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편 가르기는 전략과 재무가 각각 다른 부사장의 영역 안에 있는 대다수의 회사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한 회사의 실제 전략은 회사가 투자를 하거나 하지 않는 프로젝트의 흐름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재무와 전략은 통합 연구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주당 순이익에 초점 맞추기
중견 기업들이 혁신에 대해 과소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는 세 번째 재무 패러다임은 주당 순이익(earnings per share, EPS)을 주가와 주주 가치 창조의 주된 동인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여러 방면에서 단기 주식 실적에 초점을 맞추라는 압력을 너무 많이 받는 나머지, 회사의 장기적 건강상태에 대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보다-즉각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혁신에 대한 투자를 꺼릴 정도까지-주의를 덜 기울이게 된다.
 
단기 실적에 대한 압력은 어디에서 올까? 그 물음에 답하려면 ‘당사자 대리인 이론(principal agent theory)’ -주주(당사자)의 이해관계가 관리자(대리인)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학설- 을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학설은 이렇게 전개된다. 당사자와 대리인의 이해관계를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집중시키는 강력한 금전적 인센티브가 없을 경우, 대리인은 당사자에게 귀속돼야 마땅한 수익을 독단적으로 지출하며 다른 의제를 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능률에 주의를 충분히 기울이지 않거나 취미수준의 프로젝트(pet project)에 자본투자를 분산시킬 수도 있다.
    
인센티브와 관련한 당사자와 대리인간 갈등을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강조해 온 나머지, 상장기업의 대다수 고위 임원 보수는 이제 일정한 봉급이 아니라 주가 상승에 보상을 주는 패키지 쪽으로 무게중심이 크게 옮겨졌다. 이로 인해 기업 실적의 척도는 주당 순이익과 EPS 증가율에 거의 단일하게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옮겨졌다. 우리 모두가 시장에서의 지위나 브랜드, 지적 자본, 장기 경쟁력과 같은 다른 지표들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기간별이나 기업간 비교가 쉬운 단순한 수량적 지표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EPS 증가율이 단기적 주가 상승의 중요한 동인이므로 관리자들은 단기적인 EPS 손실을 가져올 투자들에 반대하는 편향을 보인다. 대신 많은 이들이 ‘주주들에게 돈을 돌려준다는’ 구실 하에 대차대조표 상의 초과 현금을 사용하여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결정을 한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을 통해 유통 주식 물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꽤 극적으로 주당 순이익을 상승시키기도 하지만, 그것은 기업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심지어는 와해성 혁신 가능성이 있는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제약함으로써 기업 가치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2000년대 초에 그토록 많은 비즈니스 언론의 헤드라인을 차지한 주가 조작의 핵심 동인으로서 주가에 기반한 인센티브 보수 패키지를 지목해왔다.
 
EPS에 근시안적으로 집중되는 건 돈만이 아니다. 더 많은 부의 축적보다는 자신들의 명성에 더 관심이 있는 CEO와 기업 관리자들 역시 주가와 분기 수입 같은 단기 실적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에 대한 타인들의 인식이 대체로 이 숫자들에 연계돼 있다는 걸 알며, 그것은 자체적으로 강화되는 강박관념의 사이클로 이어진다. ‘깜짝 실적(earnings surprise)’이 있을 때 이 행동 사이클은 증폭된다. 단기 주가는 실적 급증에 긍정적으로 (그리고 실적 급감에는 부정적으로) 반응하므로, 투자자들은 합리적인 척도인 장기 실적을 지켜볼 인센티브가 없다. 그와 반대로 그들은 시장의 단기 모델과 발맞춰가면서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활발한 ‘차입매수(leveraged buyout)’ 시장도 EPS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켰다. 가치를 극대화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 기업, 이로 인해 주가가 떨어진 기업들은 특정 회사를 갖고 놀거나 그 CEO를 교체함으로써 단기 주가를 상승시키려는 기업 탈취자(corporate raider)나 헤지펀드 등 외부인들의 교섭 제안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지난 20년 동안 주가와 연계된 CEO 보수의 비율이 극적으로 증가하는 -그리고 CEO의 총 보수가 숨막힐 만큼 증가하는- 동시에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짧아졌다. CEO들이 대부분 당근(보수와 부의 큰 폭 상승)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는다고 믿거나, 아니면 채찍(회사가 팔리거나 자신이 교체되는 위험)에 의해 동기부여가 된다고 믿건 간에, 그토록 많은 CEO들이 주가의 최고 예측자로서, 때로는 다른 모든 지표들을 배제하면서까지 현재의 주당 순이익에 집중하는 걸 발견한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다. 한 연구는 심지어 고위 경영진들이 순이익 기대치를 맞추기 위해 장기적인 주주 가치를 일상적으로 희생시킬 의사가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는 ‘당사자 대리인 이론’이 잘못 적용되고 있다고 의심한다. 대다수의 전통적 당사자들(주주)은 자신들에게 회사의 장기적 건강상태를 지켜볼 인센티브가 없다고 여긴다. 미국 상장사 주식의 90% 이상이 뮤추얼펀드(mutual fund), 연기금(pension fund), 헤지펀드의 포트폴리오 안에 들어 있다. 이 포트폴리오들의 평균 주식보유기간은 10개월 미만이다. 이는 우리들로 하여금 ‘주식보유자(shareholder)’보다는 보다 정확한 표현인 ‘주식소유자(share owner)’라는 용어를 선호하게 만든다. 대리인들에 대해서는, 우리는 대다수의 경영자들이 마음과 머리를 자신의 일에 내던지며 지칠 줄 모르고 일하는 것은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임원 보수의 주가 연계는 그들이 일하는 강도나 그들이 투여하는 정력이나 지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로 하여금 전형적인 주주들의 시야 안에서 그리고 인센티브 산정 기간 내에 -둘 다 일년 미만이다- 결과가 느껴질 수 있는 활동들에 노력을 기울이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에는 이른바 주주들도 대부분 실제로는 대리인(뮤추얼펀드, 투자 포트폴리오, 기금, 퇴직금 프로그램의 펀드매니저처럼 실제 돈을 투자한 고객들의 대리인)이다. 이 대리인들 입장에서는 자기가 운용하는 펀드의 실적을 좌우하고 이로 인해 자신의 보수를 결정해주는 투자 대상 기업의 단기 재무 실적이 중요하지, 그 이상의 고유한 이해관계나 가치는 없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그리고 슬프게도 그 실제 당사자들(자신의 돈을 때로는 또 다른 대리인들을 통해서 뮤추얼펀드나 연금기금 등에 집어넣은 사람들)이야말로 대개의 경우 단기 EPS에 대한 집중이 혁신적인 성장 기회에 대한 투자를 제한할 때 자신들의 장기 계획이 위태로워지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당사자 대리인 이론’은 시대에 뒤진 학설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정말 안고 있는 문제는 ‘대리인 대리인의 문제’이며, 거기서는 주주들을 위해 일하는 대리인의 욕망 및 목표와 회사를 운영하는 대리인들의 욕망 및 목표가 경합한다. 인센티브가 여전히 잘못 조정돼 있긴 하지만, 관리자들이 시대에 뒤진 패러다임의 논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혁신을 지원하는(혹은 방해하는) 프로세스(Discovery-driven planning)
지금까지 봐왔듯이 기반을 잡은 회사의 관리자들은 혁신 투자를 정당화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분석방법들을 사용한다. 공교롭게도 전망이 밝은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장 일반적인 시스템은 앞에서 논한 도구와 도그마들에 내재된 결함들을 강화할 뿐이다.
    
기반을 잡은 회사들은 대부분 폭넓은 범위의 가능한 혁신안들을 검토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가장 유망한 혁신안 하나만 남을 때까지 실현성이 떨어지는 아이디어들을 단계별로 솎아낸다. 그런 과정들에는 대부분 타당성(feasibility) 검토, 개발(development), 출시(launch)의 세 단계가 포함된다. 이런 단계들은 각 관문을 통해서 구분이 이뤄진다. 프로젝트팀에서 자신들이 달성한 것을 상급 관리자들에게 보고하고 검토하는 회의가 이런 관문 역할을 한다. 이런 절차와 프로젝트의 잠재력을 기초로 해서 관문지기는 특정 프로젝트의 통과를 승인해 다음 단계로 보내거나, 좀 더 보강하라고 이전 단계로 되돌려 보내거나, 기각하거나 한다.
 
많은 마케터와 엔지니어들은 단계-관문의 전개과정을 경멸한다. 왜냐 하면 각 관문의 핵심 결정 기준이 그 제품의 예상 수입 및 수익과 관련 리스크의 크기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현재 팔고 있는 제품을 차츰 개선해가는 제품의 수입은 믿을 만한 수치로 계량화할 수 있다. 그러나 와해성 혁신 기술이나 제품,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성장을 일구어내는 제안은 확실한 수치로 뒷받침되지 못한다. 그 시장은 처음에는 작고 몇 년 동안은 대체로 실질적인 수입이 실현되지도 않는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점진적인 다른 혁신안들과 자금 마련 전투를 벌일 때, 점진적인 안들은 순항하는 반면에 모험성이 더 많은 듯이 보이는 안은 미루어지거나 기각된다.
 
그 과정 자체가 두 가지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다. 첫째, 프로젝트팀들은 일반적으로 펀딩에서 승리를 거두자면 NPV 같은 추정치들이 얼마나 좋아 보일 필요가 있는지 알고 있다. 특히 불과 몇 나노초 만에 어떤 가정 하나를 비틀어 또 다른 완벽한 시나리오를 만듦으로써 휘청거리는 프로젝트를 최저수익률장벽(hurdle rate)에 걸려 넘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흔한 일이지만, 재무 모형을 지탱하는 가정이 8∼10개 있을 경우 그 중 몇 가지를 2∼3%씩만 살짝 바꾸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면 관문지기로 앉아 있는 상급 관리자로서는 그 안의 현실성 여부를 판단하는 건 둘째고 어느 것이 튀는 가정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렵게 된다.
 
두 번째 결함은 단계-관문 시스템은 제안된 전략은 올바른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점이다. 혁신안이 일단 승인되어 개발, 출시되고 나면 남는 것은 오로지 훌륭한 실행뿐이다. 출시 후에 어떤 제품이 예상치에 심각하게 미달할 경우(75%가 그렇다), 그 제품의 생산은 중지된다. 문제는 점진적인 혁신안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올바른 전략을 미리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일 때에는 더욱 그렇다. 단계-관문 시스템은 신성장사업의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혁신안을 평가하는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대다수 회사들은 그 방식을 따른다. 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발견 중심 기획(Discovery-driven planning)
하지만 다행히도 미래의 성장에 대한 현명한 투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특별히 고안된 대안이 있다. 리타 군터 맥그래스(Rita Gunther McGrath)와 이안 맥밀런(Ian MacMillan)이 ‘발견 중심 기획’이라고 부르는 그 한 가지 프로세스는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킬 잠재력을 가졌다. 발견 중심 기획은 사실상 단계-관문 프로세스의 순서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그 논리는 우아할 만큼 단순하다. 프로젝트팀들이 펀딩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수치들이 얼마나 좋아 보여야 하는지 모두 안다면, 왜 그럴듯한 수치들의 조합을 꾸며내기 위해 가정들을 만들어내고 수정하는 수작을 하는 걸까? 왜 최소한으로 수용될 수 있는 수입, 손익, 현금흐름 계산서를 관문 서류의 무난한 첫 페이지로 내놓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둘째 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할 수 있다. “좋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수치들이 얼마나 좋아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 수치들이 실현되려면 어떤 일련의 가정들이 진실인 것으로 입증돼야 할까요?” 프로젝트팀은 그 분석을 통해서 가정 체크리스트(assumptions checklist)-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 진실인 것으로 입증돼야 하는 것들의 리스트-를 만든다. 체크리스트의 항목들은 경비 지출이 거의 없이 검증될 수 있는 적나라한 사실들과 가정들로부터 시작해서 위쪽으로 등급에 따라 배치된다. 맥그래스와 맥밀런은 이것을 ‘역손익계산서(reverse income statement)’라고 부른다.
 
프로젝트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설 때에는 가정 체크리스트가 그 단계 프로젝트 계획의 기초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것은 실행계획이 아니다. 그것은 배우기 위한-성공의 기초로 설정돼 있는 가정들이 실제로 타당한지 여부를 되도록 빨리 적은 비용으로 검증하기 위한-계획이다. 중요한 가정 하나가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프로젝트팀은 그 토대가 된 가정들이 모두 타당해질 때까지 그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타당한 가정들의 어떠한 조합도 그 안의 성공을 뒷받침하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는 기각된다.
 
전통적인 단계-관문 기획은 가정들을 흐릿하게 만들고 재무 추정치만 집중 조명한다. 그러나 수치들에 분석의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매력적인 수치들의 바람직함 여부가 문제였던 적은 없기 때문이다. 발견 중심 기획은 고위 관리자가 조명을 필요로 하는 곳(불확실성이 집중돼 있는 가정들)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대개의 경우 혁신의 실패는 정확한 답에 이르지 못한 것보다는 오히려 중요한 물음을 묻지 않은 것에 그 뿌리가 있다.
    
오늘날 발견 중심 기획 같은 프로세스들은 그것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대기업들보다는 창업 과정에 보다 더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우리는 그 한 가지 시스템의 힘을 이야기함으로써 중견 기업들이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재평가하도록 설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는 중견 기업들이 혁신에 실패하는 근본 이유는 관리자들이 시장을 이해하고, 브랜드를 구축하고, 고객을 찾고, 직원을 선발하고, 팀을 조직하고, 전략을 개발하는 것을 돕는 좋은 도구들을 갖지 못한 데 있다는 것을 거듭 재발견한다. 재무 분석과 투자결정에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도구들 중 일부는 혁신투자 성공의 가치와 중요성, 가능성을 왜곡한다. 경영진이 자신들의 회사를 성장시킬 더 좋은 방법은 있다. 그러나 그들에겐 재무분석의 일부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용기와 대안의 방법을 개발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DBR TIP]  투자 안하면 ‘0’? 경쟁에 뒤처지는 것 따지면 마이너스!
 
하버드대 클레이튼 크리스텐센 교수 등은 투자안(案)의 가치평가 기법으로 자주 활용되는 도구들이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첫 번째 비판 대상은 ‘현금흐름할인(DCF)’법에 기초한 투자안 가치평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연필 공장에 투자하면 1년 후 1000원만 벌 수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시중 금리가 10%라면 1년 후에 벌어들일 1000원의 현재 가치는 ‘1000÷1.1’로 계산되기 때문에 909원 정도로 나온다. 이렇게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계산하는 방법이 DCF다. 이런 DCF 방법론을 활용해 단 하나의 숫자로 투자안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 ‘순현재가치(NPV)’다. 만약 이 회사의 연필공장 투자금이 총 500원이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1년 후 돌아오는 수익(1000원)의 현재가치인 909원에서 현재 투자금 500원을 뺀 409원이 연필공장 투자의 NPV다.
 
NPV 같은 도구들은 실무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크리스테센 교수는 결정적인 결함이 있다고 비판한다. NPV는 투자를 하지 않았을 때의 상태를 0으로 가정한다. 하지만 투자를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기업 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NPV가 설사 마이너스로 나온다 하더라도 투자를 하는 게 더 유리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비판은 ‘한계비용(marginal cost)’에 대한 것이다. 연필 생산 설비를 투자하는데 500원(고정비용)이 들었고 한 개를 생산할 때마다 재료비 등으로 10원(가변비용)씩의 추가 비용이 든다고 가정하자. 연필 10자루만 생산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연필 생산을 위한 총 원가는 고정비용 500원에다가 10원씩 10자루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 100원을 합해 총 600원이 된다. 따라서 연필 한 자루당 평균 비용은 60원이다. 만약 연필 하나당 가격이 50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필을 팔아 벌어들이는 금액(500원)은 원가(600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을 포기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500원짜리 설비가 팔수도 없고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도 없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런 비용이 ‘매몰 비용(sunk cost)’이다. 그렇다면 가변비용(10원) 이상의 가격만 받는다면 연필을 생산해서 파는 게 한 푼이라도 더 건지는 길이다. 따라서 기업들이 생산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평균비용’이 아니라 ‘가변비용’이 된다.
 
크리스텐센 교수는 이런 가변비용 접근법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고정비용을 계산에서 제외한 결과, 새로운 설비를 들여오는 것 보다는 현재 설비를 활용하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설비가 꾸준히 발전하면서 나중에 평균적인 생산비용을 크게 낮출 경우 옛날 설비를 고집한 기업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당순이익(EPS)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원하는 주주들(실제로는 펀드매니저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 성장을 가져오는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주들이 EPS 지표를 토대로 경영자들에게 단기 실적을 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센(Clayton M. Christensen, cchristensen@hbs.edu)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성공기업의 딜레마’ 등의 저서를 통해 국내 독자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강사인 스티븐 카우프만(Stephen P. Kaufman, skaufman@hbs.edu)은 애로 일렉트로닉스(Arrow Electronics)의 회장 겸 CEO 출신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선임강사, 윌리 샤이(Willy C. Shih, wshih@hbs.edu)는 IBM, 실리콘그래픽스(Silicon Graphics), 코닥의 임원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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