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권이 바뀌자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합리적이라는 기존 주장을 뒤집고 재조사에 착수했고 2018년 분식회계를 주장하며 감리위원회에 상정했다. 초기에는 로직스가 에피스의 가치를 과대평가했다는 논리를 내세웠으나 로직스의 주가가 상승해 과대평가 논란이 불식되자 이 주장을 철회하고 옵션 행사 가능성이 불확실했음에도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를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후 2018년 6월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하겠다고 공식 통보하면서 옵션 행사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는 점이 드러나자 금감원의 2차 주장도 설득력이 약해졌다. 그러자 금감원은 2018년 11월 3차 주장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로직스가 2012년 에피스 설립 시점부터 지배권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 바이오젠의 옵션 행사가 충분히 예상됐다는 정반대 논리를 펼쳤다. 그리고 2015년뿐만 아니라 2012년부터 2015년까지의 회계처리 모두가 분식회계라는 새로운 주장이다.
편집자주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의 진실’을 주제로 세 편의 글을 게재합니다. 411호(2025년 2월 2호)에 게재된 1편에 이어 2편을 소개합니다.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가 큰 기대를 받으며 코스피에 상장한다. 그 후 참여연대는 로직스의 합작 파트너인 바이오젠이 보유한 옵션을 아직 행사하지 않았는데 행사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해 보유 중이던 에피스 지분의 분류를 변경하는 회계처리를 수행한 것은 분식회계라는 주장을 발표한다. 참여연대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이 회계처리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금감원도 회의를 거쳐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2017년 초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금감원은 이 사건에 대한 재감리에 착수한다. 자세한 내용은 연재 1편(DBR 411호 ‘삼성 합병 발표 7개월 후 회계처리가 합병 전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에서 설명했으며 이번 글에서는 그 이후(2017년 하반기부터) 벌어진 일들을 소개한다.11연재 1편에도 언급했듯이 이 사건에는 왜 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분식회계인지에 대한 세 주장이 등장한다. 이 중 참여연대의 주장을 1차 주장, 금감원이 내세웠던 두 주장을 시기에 따라 2차와 3차 주장이라고 부르겠다.닫기
금감원의 재감리 착수와 교수들의 의견서 제출
정권이 막 교체된 무렵인 2017년 중반 금감원이 로직스에 대한 1차 감리를 시작했다. 금감원 내에서도 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대해 의견이 갈린 것 같다. 당시 금감원장이 모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올바른 회계처리’라고 보고한 처음 조사를 담당했던 직원을 문책성 전보인사시키고 다른 직원을 골라 조사 업무에 투입했다고 한다. 당시 일부 시민단체 인사나 정치인들이 적극 나서서 ‘경영권 승계를 위해 막대한 분식회계를 저지른 삼성과 이재용 회장을 처벌하라’는 요구를 계속했다. 그리고 금감원이 재조사를 막 착수한 시점인데 ‘금감원이 어떤 이유에서 분식회계라고 판단했다’라는 주장이 여과 없이 보도되면서 분식회계가 마치 기정사실처럼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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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