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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의 스타트업 자금 조달

투자만이 능사는 아냐… 자금 유치 대안은?

이혜환 | 380호 (2023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벤처 업계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방법이 과연 투자뿐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투자를 받으면 당장 필요한 자금이 들어오지만 경영에 주주를 참여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며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더 이상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지분에 대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 ‘지분 투자 크라우드펀딩’,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예상 수익을 기반으로 돈을 빌리고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수익 공유형 자금 조달’, 미수수익 채권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미수수익 채권 판매’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이라 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투자’를 생각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본력보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투자를 받고 자금을 마련해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방법 말이다. 스타트업은 이를 통해 세상에 지금까지 없던, 혹은 더 나은 방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종국에는 더 큰 기업 가치를 만들어내려 한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지난 몇 년간은 이런 전략이 잘 먹혔다. 더 큰 기업 가치를 만들어내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고 그걸로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거나 설비를 늘리는 등의 방식 말이다. 이때 소위 에이스로 꼽히던 스타트업들인 배달의민족, 야놀자, 당근마켓, 마켓컬리 등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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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런 식으로 몸집을 불려왔다가 투자 빙하기를 맞으며 쓰러져버린 스타트업도 이제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75만 명의 회원과 17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나 협력업체 채무 불이행으로 전 직원을 권고사직 처리한 오늘회, 20만 명의 회원과 50여 명의 직원, 연매출 50억 원을 달성했음에도 파산한 샐러드 배송 서비스 프레시코드처럼 결국 자본잠식을 이겨내지 못하고 추가 투자 유치마저 불발되면서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리는 스타트업들을 보면 ‘과연 투자를 통한 방법이 맞는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스타트업 투자가 지닌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외 스타트업이 자금을 유치하는 방법에서 대안을 찾을 힌트를 얻어보자.


“주주를 들이는 것은 시어머니를 들이는 것”

당연히 회사의 존립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매출’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투자가 아니더라도 매출을 내면 회사가 유지되고 존속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그렇지만 스타트업에선 쉬운 일이 아니다. 스타트업이 가진 것은 보통 ‘아이디어’뿐이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투자를 받아 현금을 확보하고 마케팅과 개발, 인력 충원을 진행했다. 그렇게 검증된 아이디어가 소위 ‘대박’이 터진다면 투자금은 100배, 1000배의 가치를 갖게 된다. 국내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털(VC) 역시 이런 개념을 기반으로 1년에 수십 개 회사에 몇억 원에서 몇백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퍼부었다. 그중 한두 개 회사라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유 주식 가치가 100배 이상의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투자 유치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투자자를 주주로 합류시킨다는 것인데 ‘주주를 들이는 것은 시어머니를 들이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결국 주주는 회사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며 투자를 유치하면 할수록 대표자의 지분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타트업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돈은 필요하지만 지분을 나눠 주는 부담감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처럼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전처럼 ‘좋은 아이디어’만 가지고선 투자 기회가 좀처럼 조성되지 못한다.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는 584건, 투자 금액은 2조32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투자 건수(998건)와 금액(7조3199억 원)과 비교하면 각각 41.5%, 68.3% 줄었다는 것만 봐도 이런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초기 기업들의 밥줄이나 다름없던 예비창업 패키지, 초기창업 패키지 등 정부지원사업 역시 올해 들어 예산이 30%나 줄었다. 연초만 하더라도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금액이나 정부 지원금이 많이 줄지 않을 것이고, 이를 통한 초기 기업들이 좀 더 힘을 내어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감들도 그저 한 줄의 소설에 불과했다.(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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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에도 ‘뉴노멀’이 필요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기별 새롭게 창업하는 수는 절반은커녕 10~20% 정도만 줄어들었을 뿐이다. 감소하긴 했지만 투자 시장에 비해 여전히 창업하는 기업들이 많은 셈이다.(그림 2) 그렇다면 이 수많은 창업 기업은 무슨 수로 자금을 확보해야만 할까? 앞서 살펴봤던 AC나 VC 투자는 이미 얼어붙었고 정부지원금마저 줄었다면 허리띠 졸라매고 매출이 날 때까지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다가 파산해 없어지거나, 정말로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심정으로 기적 같은 성공을 만들어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일까? 해외에선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오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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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quity Crowdfunding: 지분 투자 크라우드펀딩

크라우드펀딩은 아직 제작되기 전의 아이디어 작품에 대해 대중들의 선구매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결과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일종의 모금을 말한다. 국내에선 와디즈, 해외에선 인디고고와 같은 플랫폼이 유명하다. 제조사는 제품을 실제로 만들기 전에 자금 조달과 상품 수요를 파악할 수 있고, 구매자들은 아이디어 상품을 초기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런 개념을 스타트업의 지분 구조에 적용한 것이 바로 ‘지분 투자 크라우드펀딩’이다. 미국의 스타트엔진(Startengine)에서는 지금도 수백 개의 초기 스타트업들이 자신의 지분을 소액으로 나누어 펀딩을 모금하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거나 아직 큰 수익을 내지 못한 초기 스타트업들이 전통적인 투자 라운드를 통해서가 아닌 지분 투자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수백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를 모집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VC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게 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지분 희석과 경영권 상실에 대한 우려는 최소화하면서도 원하는 만큼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이런 지분 투자 크라우드펀딩으로 초기 자금을 유치한 사례로는 영국의 핀테크 기업인 레볼루트(Revolut, 기업 가치 330억 달러), 영국의 인터넷 뱅크 몬조(Monzo, 기업 가치 46억 달러), 영국의 음식 배달 서비스 딜리버루(Deliveroo, 기업 가치 40억 달러)가 있다.

다만, 소액주주도 주주인 만큼 가지고 있는 주식의 수만큼 의결권을 가진다. 그러나 개별 주주들이 경영적 의사결정을 위협할 만큼 연대하기가 쉽지 않고 주로 적은 금액을 투자해 경영에 대해 큰 결정권을 가지기 어렵다는 부분에서 보완이 가능하다. 오히려 투자를 진행한 소액 주주들은 소비자 입장에서 잠재적으로 기업의 비전에 공감한 이들로서 실제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주식 가치를 올리기 위해 회사의 서비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바이럴을 만들어내는 등의 도움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소액 주주가 많다 보면 차후에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VC 등을 접촉하게 될 때 감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주주들에게 회사의 진척 상황을 공유하고 금융 정보를 알려야 하는 등 한꺼번에 큰 금액을 유치할 때보다 복잡하고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 크라우드펀딩을 유치한 플랫폼의 수수료나 개별 주주 간의 법적인 작업에 드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유치하려는 투자 금액 대비 투입 비용과 시간을 고려해봐야 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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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venue-Based Financing(RBF) : 수익 공유형 자금 조달

RBF는 일종의 투자로 분류되긴 하지만 실제 주식이 오고 가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예상 수익을 기반으로 돈을 빌려주고 그에 따른 이자와 계약 종료 시점의 원금 회수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일 앞으로의 미래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지만 지금 당장 지분 희석 없이 현금을 융통해야 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해외에서는 단순히 회사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미래 수익이 보장되는 학과에 입학한 대학생, 토지 개발이 예정된 부동산 등에 활용되기도 한다. 링크트인의 인플루언서인 나단 락카가 창업한 파운더패스(Founderpath)나 캐나다 투자자들이 설립한 클리어코(Clearco) 등이 RBF 서비스를 제공한다.

RBF를 통해 초기에 자금을 해결했던 사례로는 간편하게 기업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 미국의 브렉스(Brex, 기업 가치 123억 달러), 유아 온라인 교육 서비스 아웃스쿨(Outschool, 기업 가치 30억 달러), 또 다른 RBF 기업인 파이프(Pipe, 기업 가치 70억 달러)가 있다.

미래 성장성에 투자한다는 개념은 일반 스타트업 투자와 궤를 같이하지만 RBF는 좀 더 실질적인 예상 매출을 기반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투자보다 더 까다로운 평가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그렇지만 미래 기대 수익이 충분히 예상된다면 지분 희석 없이도 큰 금액의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고정 이자가 정해진 이후 실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사전에 지정한 만큼의 비율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게 된다. 기간과 비율 등은 계약 기간 중에도 유연하게 협의하고 변경할 수 있어 회사에 알맞은 방법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런 RBF 방법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가 자체적으로 깊게 고민하고 검토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비록 주주는 아니더라도 미래 수익에 대해 주기적으로 공유하고, 이에 따른 비율 이자를 지급하게 되는 만큼 RBF를 운영하는 여러 서비스 중 어떤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이 좋을지도 면밀히 비교해 선택해야 할 것이다. 미래에도 꾸준히 성장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어느 기점부터는 RBF를 통하는 것이 은행보다 더 비싼 이율을 내야 하는 일을 맞이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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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Invoice Factoring : 미수수익 채권 판매

만약 구독결제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라면 미수수익을 판매해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구독결제형 서비스의 장점은 계속해서 매달 수익이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 번의 결제로 큰 금액이 발생하는 대신 적은 금액이 여러 달에 나눠 발생한다. 현금이 필요한 시점에 미리 사내 유보금을 쌓아 둔 것이 아니라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미수수익 채권 판매다. 앞으로 발생할 예정인 미수수익 채권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현금으로 만들고, 차후 미수수익 채권이 발현되는 시점에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 업체에 금액을 지급하는 형식이다.

리비에라파이낸스(Riviera Finance)처럼 전문적으로 미수수익 채권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있고, 블루바인(Bluevine)과 같이 다양한 금융상품 중 하나로 구성해 제공하는 회사도 있으니 회사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수수익 채권 판매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 사례로는 글로벌 물류와 세관을 간편하게 처리하게 도와주는 플렉스포트(Flexport, 기업 가치 80억 달러), 온라인 쇼핑몰 템플릿 서비스 쇼피파이(Shopify, 미국 상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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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 역시 지분 희석 없이 미래에 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현재의 현금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RBF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매출을 만들어낼 것인지와 상관없이 ‘이 회사가 만들어 낼 것으로 짐작되는 수익’에 대해 돈을 빌려주는 느낌이라면 미수수익 채권 판매는 이미 선수 판매돼 있는 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먼저 현금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 가장 다르다.

이처럼 미수수익 채권을 판매하게 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원래 내가 기다리면 받을 수 있는 100%의 수익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가치 할인’에 유념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매출이 보장된 미수 채권을 판매했지만 혹여라도 구독 고객이 줄어들어 미수 채권이 취소되는 경우 재무적, 법적인 곤경에 처할 수 있다. 다른 채권이나 자산으로 해당 금액을 보완하지 못하는 경우 상호 간의 계약 조건에 따라 위약금을 내거나 심한 경우 법적 다툼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사업의 방향성과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와디즈를 통해 일부 주식을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로 제공하기도 하고 RBF나 미수수익 채권 판매의 경우 은행이나 정부 기관, VC를 통해 제공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 기관과 은행을 제외하고 해외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을뿐더러 제도적으로도 미숙하다. 따라서 도입을 검토하게 된다면 계약상의 항목들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필요는 있다.
  • 이혜환 | 이혜환 메텔 COO

    필자는 5인 미만의 소규모 팀부터 350명에 달하는 대형 조직까지 다양한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사에서 서비스 운영과 제품 PO를 맡아왔다. 서강대 MBA를 졸업하고 국내 유일의 링크트인 에이전시 메텔에서 운영총책임(COO) 및 국내 링크트인 커뮤니티 운영,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링크트인(www.linkedin.com/in/hyehwanlee)에서 다른 글을 확인할 수 있다.
    yvonne@maetel.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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