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k Management

신념에 따른 투자가 때론 최고의 선택

330호 (2021년 10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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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Incomplete Information and the Liquidity Premium Puzzle” by Y. Chen, M. Dai, L. Goncalves-Pinto, J. Xu, and C. Yan (2021) in Management Science, 67(9):5703-5729.


무엇을, 왜 연구했나?

영화 ‘타이타닉’에서 타이타닉호는 빙산에 충돌한 지 불과 3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바닷물 속으로 영원히 가라앉는다. 빙산의 일각을 과소평가한 결과다. 실제로 물 위에 떠 있는 얼음은 보통 10분의 1만큼만 수면 위로 드러난다고 한다. 얼음의 대부분은 물 밑으로 숨겨져 있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얼음만 그럴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믿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동안 신념•믿음•의지와 같은 단어들은 금융시장에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때 되도록 멀리해야 하는 비이성적인 요소로 여겨왔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고 정량화하기가 매우 어려운 추상적인 개념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념에 따른 투자 결정이 오히려 최고의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존재한다. 바로 금융시장에 숨은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믿음에 기반해 투자를 하는 경우다. 이를 컴퓨터에 적용하면 학습을 통해 생각하는 컴퓨터, 즉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다.

오늘날 우리는 고도로 정보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의 홍수로 인해 불완전한 정보 위험(Incomplete Information Risk)에 노출돼 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선 수많은 거짓 뉴스나 악의적으로 가공된 정보에 가려져 있는 진실과 꼭 필요한 정보를 추려내야 한다. 여기서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또는 빅데이터 처리 등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2021년 8월27일 한국은행은 많은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기준 금리 인상을 전격 발표했다. 미국의 테이퍼링 1 , 유럽 주요 경제국의 경기 침체 등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은 팬데믹 이후 최초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국가가 됐다. 우리의 투자 전략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라는 새로운 정보에 어떻게 반응하며 달라져야 할까? 싱가포르국립대, 뉴사우스웨일스대, 홍콩 중문대 공동 연구진은 금융시장의 불완전한 정보를 학습하고 믿음에 기반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새로운 자산 관리 해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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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금융시장은 경기가 저점에서 정점으로 개선되는 기간인 경제 확장기와 반대로 정점에서 저점까지 위축되는 경제 수축기의 두 가지 국면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를 경기 주기(Business Cycle)라고 부른다. 기존의 자산 관리 연구는 금융시장에서 주식 수익률과 변동성으로 설명되는 투자기회집합(Investment Opportunity Set)이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는 가정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투자기회집합은 경기 주기를 따라 시변성(Time-Variation)을 갖는다. 즉 주식의 수익률과 변동성은 경기 주기를 따라 지금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불완전한 정보 위험으로 인해 현재의 경기가 경제 확장기인지 아니면 경제 수축기인지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기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이라는 정보만을 갖고 현재 경기가 경제 확장기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관측 가능한 정보를 토대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갱신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에서 널리 알려진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에 따르면 금융시장의 주가는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미 즉각적이고 충분하게 반영하고 있는 상태다. 주식의 수익률과 변동성이 경기 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주가 자체는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선행지수의 성격을 갖는다. 이는 주가에 반영돼 있는 정보를 통해 경기 주기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단 뜻이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현재의 경제 상황이 경제 확장기인지, 경제 수축기인지를 결정하는 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했다. 본 연구에 따르면 모든 개인은 매시간 현재 경기 주기에 대한 사전 믿음(Prior Belief)을 갖고 있으며, 개인은 베이지안 학습(Bayesian Learning) 2 을 따라 과거의 주가 정보를 통해 현재 경기가 경제 확장기인지, 경제 수축기인지에 대한 사후 믿음(Posterior Belief)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최적 투자 전략은 주식의 수익률 및 변동성 등 관측 가능한 정보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보를 학습해 갱신한 경기 주기에 대한 믿음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의 경제 상황이 호황인지, 불황인지에 대한 매시간의 믿음에 따라 각각 다른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특히 현재의 경기가 경제 확장기인지, 경제 수축기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려울수록 본 연구의 베이지안 학습 효과를 통한 투자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본 연구는 불완전한 정보 위험에 노출된 개인이 추가적인 학습을 하지 않고 기존의 투자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기 위해서는 높은 유동성 프리미엄(Liquidity Premium)3 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재무 분야의 이례적인 현상(Anomaly) 중의 하나로 잘 알려진 유동성 프리미엄 퍼즐(Liquidity Premium Puzzle)에 대한 설명력을 제공한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경제 확장기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국내 경기는 경제 확장기에서 이자율이 하락하고 가계 신용이 늘어나는 특성 4 을 갖기 때문에 오히려 이자율 상승과 급작스런 가계 신용 감소는 자칫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가계 부채는 유례없는 저금리 상황 속에 지난 1년간 약 170조 원 급증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번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과 현재 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 및 가계의 전체적인 부도율 및 연체율 상승을 야기하여 금융시장에 크고 부정적인 경제 충격을 가져올 수도 있다.

기존 연구를 따라 불완전한 정보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재의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개인은 현재의 경기를 호황으로 판단한 경우 무리한 투자 전략을 세울 수도 있고 반대로 불황으로 확신한 경우 과도한 공매도 투자 전략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경기를 호황으로 확신한 경우에도 실제로는 경기가 호황인지, 불황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향후 경기 침체기 때 주가 하락으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개인은 현재 경기 주기에 대한 나름의 사전 믿음을 갖고 있다. 본 연구의 결과를 따르면 개인은 사전 믿음을 토대로 관측 가능한 과거 주가 정보를 활용해 현재 경기 주기에 대한 숨어 있는 정보를 학습할 수 있다. 학습을 통해 경기 주기에 대한 사후 믿음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현재 경기 주기에 합당한 투자 전략을 세운다면 앞으로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박세영 노팅엄 경영대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뒤 싱가포르국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2019년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 관리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