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 of the pivot: How new ventures manage identification relationship with stakeholders as they change direction” by Christian E. Hampel, Paul Tracey and Klaus Weber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2020, 63(2), pp. 440-470.
무엇을, 왜 연구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수정해 새로운 모델로 갈아타는 피벗(Pivot)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피벗전략은 기업이 열린 자세와 유연함을 가지고 시장의 급변 사태와 소비자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사업 방향을 재빨리 바꿔나가는 것을 뜻한다. 피벗전략을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코로나19 같은 큰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뜻하지 않게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때 도움이 된다. 또한 기업의 체질까지도 개선할 수 있다. 팬데믹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급감하자 항공기 좌석을 걷어내고 화물기로 바꿔 운행했던 국내 항공사, 속옷에서 마스크로 생산을 다변화한 기업, 화장품에서 소독제로 사업 모델을 바꾼 업체 등 발상의 전환으로 위기를 극복한 피벗전략의 대표 사례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피벗전략이 어려움에 처한 모든 기업을 구원할 해결책은 아니다. 단편적인 효과와 몇몇 성공 사례에 지나치게 매료돼서도 안 될 일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연구진은 피벗전략에 대한 바른 이해, 실행에 앞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 선택 조건 등의 전략을 좀 더 객관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담론을 제기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먼저 피벗전략과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전략적 변화(Strategic change)를 확실히 구분 지을 것을 주문했다. 피벗 전략은 기업의 핵심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지속가능성이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반전을 기대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핵심 가치, 목표를 크게 수정하고 기업의 근간을 뒤흔들 행동이 뒤따른다. 이에 반해, 전략적 변화는 말 그대로 경쟁 업체, 불경기, 점유율 확대 등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결과물은 좀 더 장기적일 수 있다. 따라서 피벗전략을 선택하기에 앞서 기업이 정말로 긴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두 번째, 기업의 성장 단계 역시 피벗전략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다. 창업 초기의 스타트업이라면 과감한 궤도 수정이 가능하나 중견 기업이라면 피벗 전략을 수행하기에 여의치 않은 리스크가 있다. 연구진은 그 예로 기존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가 적대적, 불신, 배신으로 변모해 피벗 시도가 자칫 회사를 딜레마에 빠뜨릴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사업 전환 과정에 기존 투자자, 충성 고객, 오랜 공급 업체들로부터 심한 실망감과 외면을 경험한 기업들도 무수히 많다. 연구진은 몇몇 핵심 사례를 통해 기존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하느냐를 피벗전략의 핵심 성패 요소로 인식했다.
연구진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사업 전환을 모색했던 익명의 유명 영상기기 업체를 대상으로 피벗전략 수행 중에 발생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광범위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아날로그 기술은 디지털이라는 신기술에 밀려 관련 산업이 급격한 내리막을 겪었다. 이 업체는 디지털 기술로 사업을 전환할 경우 아날로그 감성에 가치를 두고 회사를 지지해온 기존 고정고객, 공동체, 투자자, 고유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간과했다. 업체의 사업 전환이 공식화되자 관련 이해관계자들은 공분과 함께 방해, 의심, 조롱 등의 후폭풍을 야기하며 피벗전략은 한동안 부침을 겪어야만 했다. 이 업체는 회사와 이해관계자 사이에 오랜 시간 형성됐던 동조화, 귀속 의식이 피벗전략으로 훼손된 것이 갈등의 핵심임을 간파했다. 결국 이 업체는 이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했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영상기기를 출시해 기존의 이해관계자와 새로운 시장 모두를 어필할 수 있게 됐다.
류주한jhryoo@hanyang.ac.kr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했으며 국내외 학술 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비시장 전략, PMI, 그린 공급망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