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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고객 마음 움직이게 할 프라이싱 전략 어떻게

고객이 가격을 정한다는 생각으로
가격 인상 아닌 ‘가격 향상’에 집중하라

이승윤 | 301호 (2020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선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격 전략이 중요하다.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 구독경제 모델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세울 수 있다.

1. 회사가 확보한 스몰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복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해 고객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가격과 상품 구성을 찾아낸다.
2. 무료 체험 서비스를 통한 장기 가입을 유도하는 프리미엄(영어의 무료인 free와 고급 premium을 합친 용어), 고객이 스스로 가격을 정하는 Pay What You Want Pricing(PWYW) 처럼 고객을 가격 책정 과정의 중심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
3.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서비스를 결합해 혜택을 주는 묶음 제품•서비스 전략도 중요하다.
4. 고객이 자유롭게 가격을 변경하고 취소할 수 있도록 하면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많은 마케팅 전략가가 혁신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서비스에 얼마큼의 가격표를 붙여서 팔 것인가를 결정하는 프라이싱 전략(Pricing Strategy) 역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맞게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프라이싱 전략은 제품과 서비스에 들어가는 고정비용(fixed cost)과 변동 비용(variable cost)으로 나눠 계산한 후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직간접 경쟁자들이 비슷한 제품을 얼마큼의 가격표를 붙여서 파는지 모니터링해서 가장 적합한 가격 구간(Price Range)을 구했다.

최근의 프라이싱 전략은 보다 더 소비자 중심적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 정보나 제품 사양 정보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가 확산되면서다. 구독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는 이런 경향을 더 띤다. 소비자를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여 적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간 정기적으로 돈을 내고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그 가치를 충분히 제공하는지 등을 두고 고객을 설득할 때 가장 큰 무기가 바로 ‘매력적인 가격’이다. 이번 글에서는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 필요한 핵심 가격 전략과 이를 적용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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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데이터 실험으로 최적의 조건을 찾아라
1. 구독경제 비즈니스의 ‘비용’ 계산법

구독경제의 가격 전략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핵심적인 비용이 트라이얼(trial) 비용과 전환(conversion) 비용이다. 대부분의 구독 기반 플랫폼은 초반에 많은 사람을 해당 구독 플랫폼에 끌어들이기 위해서 무료 체험판 멤버십인 ‘트라이얼’을 제공한다. 하지만 무료 체험을 한다고 해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모든 소비자가 계속해서 돈을 지불할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서비스나 무료 체험만 쏙 골라 먹고 퇴장하는 ‘체리피커’ 비율을 무시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플랫폼들은 각종 가격 혜택이나 프로모션을 통해 어떻게든 유료 구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무료 체험판으로 해당 구독 플랫폼에 들어온 사람들을 유료 구독을 유도하는 데 들어가는 전환 비용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이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신규 고객 획득 비용(CAC, Customer Acquisition Cost)이다. 회사의 매출을 만들어 주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고객이 해당 기업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총 기간 내에 가져다주는 순이익 예측치(고객 생애 가치, LTV, Life Time Value)보다 낮아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처음에 고객 정기구독을 유치할 때 들었던 돈보다 고객이 이 플랫폼에서 정기구독을 하면서 쓰는 돈이 더 많아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설명한 내용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구독경제에서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다른 서비스들이 플랫폼을 구성할 때 들어가는 인건비나 플랫폼 유지 보수 비용 외에도 매출을 만들기 위해 잠재 신규 고객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상당하다. 무료 서비스 이용자들이 늘어 트래픽이 증가해 서버 비용이 올라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비용들을 제대로 측정해 소비자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2. 스몰데이터(small data) 분석을 통한 가격 테스트

구독 기반의 플랫폼 기업 대부분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수용 가능한’ 범위의 가격을 찾아낸다. 기업이 알고 싶어 하는 방향에 대해 전략적으로 질문을 구성하고 해당 질문과 관련된 경영학적인 이론들을 접목한 후 데이터를 가지고 원하는 방식으로 정확하게 인과관계를 테스트해본다.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외부의 세컨드 파티(2nd party) 혹은 서드 파티(3rd party) 데이터들과 독자적인 플랫폼에 쌓인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사실적인 추론 (실제적으로는 발생하지 않더라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황에 따른 결과를 정확하게 추론하는 방식) 모델을 만들어 결과치를 예상해보는 방식이다. 가격 전략의 경우에는 다양한 가격 시스템에 따라서 고객들이 얼마나 서비스를 이용할 확률이 올라가는지, 이에 따른 매출 증가가 얼마나 이뤄지는지 모델링해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제 이 모델링의 신뢰도가 낮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변수가 결합하면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변수가 영향을 끼쳐 결과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A라는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돌려 측정해 예상했던 결과 값을 얻었지만 알고 봤더니 그 결과 값의 원인이 엉뚱하게 A가 아닌 Z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즉, 모델링에서 다 조절할 수 없는 소비자들의 개인차와 관련된 다양한 변수를 어떠한 방식으로 예측해 독립변인과 종속변인 간의 인과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스몰데이터(small data)를 가지고 하는 무작위 실험법이다. 상대적으로 외부의 데이터들에 비해 사용 가능한 데이터 숫자가 적기에 스몰데이터라고 부른다. 기업이 독자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내부의 데이터를 가지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 무작위 실험법은 무엇일까. 기업 스스로가 통제 가능한 독립변수들을 무작위로 바꿔가면서 이런 변수들이 가격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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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우버가 특정한 연령 범위 혹은 수입에 따라서 소비자들을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한 후 한 달 동안은 특정 가격으로, 또 다른 한 달 동안은 또 다른 가격 범위로 정한 후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독립변인들을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수정해 나가며 종속변인으로 설정한 서비스 만족도나 우버 이용률 데이터들에 대한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식이다. 이 경우에는 우버가 그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획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개인 소비자들의 개인차를 조정할 수 있기에 이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결과 해석의 오염도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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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텐츠 구독 비즈니스인 왓챠도 A/B테스트를 통해 가격을 변화시킨 대표적인 예다. 왓챠는 2019년 초, 사업 초기 책정한 구독료가 비즈니스 유지를 위태롭게 하자 과감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이때 회사의 입장만 생각한 채 일괄적으로 올리지 않고, 고객이 수용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인상 결정에 대해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등을 데이터를 통해 면밀히 파악한 후 데이터를 근거로 삼았다. 이외에도 많은 회사가 상품 구성이나 가격을 변동할 때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먼저 해본 후 결정한다.

사실 이와 같은 가격 ‘테스트’ 전략은 기존 비즈니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미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변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일관성 없는 태도로 고객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독 비즈니스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를 적용해 테스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비스 제공과 테스트를 동시에 진행해 최적의 서비스와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과 서비스 간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구독은 일회성 거래가 아니다.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가 장기간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고객과 기업이 더 좋은 조건에 거래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수적인 셈이다.


잠재고객을 움직이는 고객 맞춤형 전략

데이터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제품•서비스 제공 비용보다 더 높은 가격을 흔쾌히 지불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해당 구독 생태계에 뛰어들도록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심리학적인 동기 유발 기제를 가격 전략에 반영하기도 한다.

구독경제에서 가격은 단순한 계산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또한 그 자체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성해 ‘협상 가능한’ 가격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볼 때 소비자가 어떤 욕구 를 가지는지, 그리고 해당 욕구가 얼마큼의 가격을 지불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을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너무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 해답은 소비자들이 온라인 상에 흘려놓은 데이터 속에 있기 때문이다.

1. 프리미엄(Freemium) 전략으로 고객을 침투하라

가장 대표적인 전략이 ‘freemium(영어의 무료인 free와 고급 premium을 합친 용어) 전략이다. 수많은 구독 기반의 디지털 기반 플랫폼 기업이 수익 모델로 무료와 유료를 적절하게 혼합해 적용한다. 이 가격 정책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서비스 콘텐츠를 소비자에 따라서 차별화된 가격 정책으로 집행한다고 볼 수 있다. 일단 가능한 많은 고객이 구독 생태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무료로 기본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준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다수의 고객을 빠르게 확보한다. 고객이 기본 기능에 만족해 곧 여러 부가 기능과 더 발전된 성능의 유료 버전을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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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를 하나의 성공 사례로 들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꾸준하게 해당 플랫폼 안에서 매일 웹툰이나 웹 소설을 구독하듯이 이용하는 사람들을 늘려나가는 게 핵심 목표일 것이다. 처음 카카오페이지가 구독자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집중했던 방식은 ‘인터넷 콘텐츠는 무료다’라는 공식을 깨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모든 콘텐츠에 창작자들이 최소 500원 이상의 요금을 매기도록 유도했다. 좋은 보상 체계를 통해서 좋은 창작자들을 지원해주면 그들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 것이고, 이런 좋은 콘텐츠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흔쾌히 돈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이상적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카카오페이지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외면하고 해당 플랫폼 자체에 오지 않았다. 결과론적으로 웹 콘텐츠 제작자들이 돈을 전혀 못 버는 형태가 됐다.

카카오페이지는 일단 생태계에 많은 사람이 모이도록 하기 위해 플랫폼 안에 콘텐츠 중 일부를 무료로 볼 수 있는 형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무료 도입 6개월 만에 사용자 수는 3배로 증가했다. 동시에 ‘기다리면 무료’라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일단 유료 콘텐츠를 한 편 본 이용자에게는 1∼7일 후 속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제도다. 이용자별로 작품을 이용한 시간과 회 차에 따라서 기다리는 시간,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을 다르게 적용했다. 기다리기 싫은 사람은 결제하도록 유도했다.

기다리면 무료는 전체 콘텐츠의 3%로 시범 적용됐지만 매출 비중은 30% 넘게 차지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동시에 자연스럽게 돈을 내도록 유도하는 심리적인 동기 유발 장치를 사용하자 플랫폼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구독자들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플랫폼 내의 정기 구독자가 늘어나자 그 이익은 고스란히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돌아갔고, 억대 매출의 제작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전체 매출은 2013년 21억 원에서 2018년 2200억 원으로 100배가량 성장했다. 2020년 5월 기준, 카카오페이지의 하루 콘텐츠 거래액은 20억 원을 상회한다. 2015년 일 거래액 1억 원을 넘어선 이후 5년 만에 수십 배의 성장을 만들어냈다.

카카오페이지 사례처럼 구독경제 모델을 기본으로 한 서비스들은 고객들에게 억지로 해당 생태계에서 이용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지불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당 생태계가 제공하는 경험을 마음껏 즐기도록 유도한 후 여러 가지 가격 지불 유도 전략을 구사할 확률이 높다.

2. 고객이 원하는 가격을 찾아야 한다.

구독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고객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상적인 가격 범위를 끊임없이 발굴해 낸다. 또한 고객별로 차별화된 가격 전략을 시행하기도 한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개별 고객이 가격에 대해서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제품을 비슷한 욕구를 통해 구매하고자 하더라도 이들 개별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서 최종 가격에 대해 변주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가정한다.

Pay What You Want(PWYW) 가격 전략은 다소 급진적으로 개별 고객에게 맞춤형 가격을 제공한다. PWYW 가격 전략은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직접 매길 수 있는 자유권을 준 전략이다. 기업은 설령 이러한 PWYW를 통해 많은 사람이 제품에 대해서 ‘정상가’보다 낮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강력한 홍보 효과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숫자 증가라는 이득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강력한 홍보 효과를 통해 회사의 수익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는 자신들의 7번째 앨범을 발표하면서 앨범의 가격을 책정할 때 PWYW 전략을 사용했다. 밴드가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에 새로운 앨범에 수곡된 곡들을 올려놓고 팬들이 이 곡들을 다운로드할 때, 가격을 스스로 매길 수 있도록 했다. 라디오헤드의 실험적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예상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홈페이지에 몰려들도록 만들었다. 약 180만 명이 음악을 다운로드했고 그중 약 40%가 돈을 지불했다. 돈을 내고 곡을 다운로드한 사람들이 지불한 곡당 평균 가격은 2.26달러였다. 홈페이지에서 곡이 공개된 이후 유통되기 시작한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300만 장 이상 팔려나가 라디오헤드에 큰 상업적 성공을 가져다줬다. 결국 PWYW를 통해서 긍정적인 입소문을 불러왔고, 이를 통해 전통적인 가격 정책을 통한 수익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었다.

프리미엄이나 PWYW, 이 둘 다 구독 모델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회사들은 대부분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계 비용이 때문에 가능한 가격 전략이라고 하겠다. 첫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데는 고정비용이 높게 들어가지만 제품이나 서비스를 복제해 판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매우 낮거나 ‘0’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처음에 낮은 가격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이용 숫자를 늘리고 이들을 충성도 높은 구독자로 변화시켜 나가는 가격 전략이 가능하다.

3. 고객이 경쟁 플랫폼으로 떠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묶음 가격(Price Bundling) 전략 역시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 많이 사용하는 가격 전략 방식 중 하나다. 묶음 가격 전략은 여러 개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 세트로 묶어서 하나의 가격으로 책정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각 상품 가격의 총합보다 묶음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는 더 낮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준다.

번들 상품은 우리 주변에서 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앙일보의 ‘조인스’가 음악 구독 서비스 ‘벅스’와의 동맹을 통해 두 서비스 모두 할인된 가격에 정기구독할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라 하겠다.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에 가입하면 하루 또는 이틀 안에 빠르게 배송해주는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와 무제한 클라우드 사진 저장소, 다양한 영화 및 TV 프로그램 스트리밍 등의 서비스를 묶어서 하나의 서비스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대표적인 묶음 가격 전략이다.

독립적으로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상품을 왜 굳이 가격을 할인해 하나의 상품 구성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걸까. 다른 경쟁 구독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음악을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해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들을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에게는 여러 가지 옵션이 존재한다. 벅스나 멜론이 제공해주는 서비스 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결국 구독 가능자의 니즈를 상세하게 분석해 이들을 구독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서로 도움이 되는 파트너의 서비스들과 연합해서 묶음 형태의 가격을 책정해서 생태계로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되는 요소가 있다. 가격 전략이 결코, 고객 경험을 해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서비스 구독을 강요하거나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가격 정책도 피해야 한다. 기존 상품과 서비스가 단기 매출을 내기 위해 위와 같은 전략을 종종 구사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모든 비즈니스에서 이와 같은 요소가 장기적으로는 해를 끼치겠지만 구독경제 모델에서는 더욱 치명적이다. 왜 그럴까. 아래의 사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5월 넷플릭스는 자사의 블로그를 통해서 구독자 가운데 1년 이상 사용 흔적이 없는 휴면 상태인 계정들을 점검해 앱 알람이나 e메일로 넷플릭스를 계속 구독할 것인지 물어봐 확인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용자가 응답하지 않는다면 넷플릭스는 더 이상 해당 사용자가 넷플릭스를 사용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하고 해당 계정의 구독을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사용자가 이러한 방식으로 자동 해지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넷플릭스는 자동 취소된 사용자들의 기본적인 정보들, 즐겨 찾기와 프로필 시청 취향 등을 10개월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구독을 하게 되면 모든 정보는 복귀된다.

코로나19로 모든 기업이 허리를 졸라매고 매출 극대화를 외치는 이때 넷플릭스는 오히려 불필요한 반복 구독을 취소하는 형태를 보인다. 이는 넷플릭스와 같은 디지털 구독 서비스 플랫폼이 고객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단편을 보여준다 하겠다. 단순하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넷플릭스는 결제를 해서 자동으로 끊임없이 고객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도록 내버려 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이상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그들의 생태계 안에서 반복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이들이 남겨진 데이터를 통해 또 다른 이상적인 고객 경험을 주는 긍정적인 고객 경험 루프(Customer Experience Loop)를 만드는 것이라 하겠다. 그런 이유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 전략이 아니라 소비자가 가치를 느끼는 가격을 제공하는 가격 향상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 문화심리학자이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비영리 연구•학술 단체인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를 역임하며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인플루언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영향력』 『구글처럼 생각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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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비즈니스 모델에서의 이상적인 가격 책정 모델은 무엇일까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많은 기업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가격 전략이다. 가격 자체를 어떻게 책정할지도 문제지만 고객들을 오랜 기간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매력적인 상품 구성과 가격을 제시해 끊임없이 흥정해야 한다. 기업들이 세울 수 있는 가격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오랜 기간 가격 설계 및 책정 방법을 연구하고 제시해 온 주오라의 칼 골드(Carl Gold) 데이터 과학자와 제이제이 시아(JJ Xia) 상품 마케팅 이사가 구독협회(subscribed institute)에 게재한 ‘사용량 기반 요금제의 이상적 구성 방안(usage-based pricing)’ 기고문을 요약해 소개한다.

사용량 기반 요금제가 모든 것을 해결할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구독 모델을 채택한 기업들은 사용량 기반 요금제(usage-based pricing)를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이런 기업들은 고객들이 정해진 금액을 미리 일시불로 내는 대신에 그 대상이 API 호출이든, 주행 거리든, 아니면 인보이스 처리든, 고객이 사용한 양에 대해서만 요금을 지불하게 해서 사업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 더 쓰면 더 내고, 덜 쓰면 덜 내라. 이것이 구독 모델의 기본 철학이자 SaaS 모델의 일반 법칙이 아닐까?

사용량 기반 요금제의 핵심은 서비스나 제품의 가치를 어떻게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가다. 이 전략의 목표는 고객들로 하여금 그들이 필요로 하는 가치만큼 돈을 내게끔 하는 것이다. 사용량 기반 요금은 모두 특정 ‘가치 지표’를 토대로 결정된다. 여기서 지표란 데이터 사용량(GB), 주행 거리(㎞), 전송된 인보이스 등 어떤 서비스를 측정하는 척도를 말한다. 간단히 말해 가치 지표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고,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고객과 기업 모두를 위해 예측 가능해야 한다.

더 중요한 사실은 사용료 기반 요금제를 채택하지 않으면 고객 유입과 성장을 스스로 억제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고객은 선택 가능한 상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서비스 안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없다. 더 많이 쓰고 싶은 고객은 서비스를 이탈하게 되고, 더 적게 쓰고 싶은 고객도 이탈할 것이다. 사용량 기반의 요금 전략이 없으면 상향 판매i 의 기회 또한 놓치게 된다. 주오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의 25% 이상을 사용량 기반 요금제로 달성한 기업들은 전년 대비 평균 21% 성장했다. 사용량 기반 요금제를 전혀 안 쓰는 것보다는 확실히 나아 보인다.

가격 요금제의 ‘혼합 전략’

사용량 기반 요금제가 효과적인 이유는 고객이 그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고객이 그 회사 서비스를 통해 성취감을 맛보면 그 서비스를 더 많이 쓰고 싶어지고, 사용량 기반 요금제는 그런 니즈에 정확히 부합한다. 그리고 고객이 사용량을 늘리면 서비스 회사는 더 많은 매출을 올리게 된다. 업계에서 많이 쓰는 사용량 기반 요금제 모델은 다음과 같다.

• 단위 요금제(Per-Unit Pricing)를 먼저 살펴보자. 이용한 만큼 비례해서 사용료를 지급하는 ‘이용 횟수제(pay per use)’로도 알려진 이 모델은 사용 후 단위당 요금이 바로 청구된다. 승차 횟수당 비용을 지불하는 채리엇(Chariot)이나 API 호출 횟수에 따라 비용을 내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좋은 예다.

세일즈포스는 단위당 요금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기업이었다. 이 회사가 현재 운영하는 세일즈 클라우드(CRM Sales Cloud) CRM 상품의 가격은 사용자 숫자로 결정된다. 이들의 가격 책정 방법은 다음과 같다. 만약 고객 10명이 사용할 수 있는 ‘Lightning Professional’ 상품을 가입하면 한 달에 750달러(사용자 10명 x $75/사용자/월)가 부과된다. 이때 11번째 사용자를 추가하면 한 달 요금은 825달러로 증가한다.

• 초과 요금제(Overage Pricing) 모델에 가입한 고객은 서비스 사용량에 한도가 정해진다(가령, 매월 통화 가능한 시간처럼). 만약 고객이 요금 청구 기간 내 포함된 기본 사용량보다 더 많이 상품을 사용하면 초과 사용량에 대해 미리 산정된 단위당 요금이 부과된다. 초과 요금제는 휴대폰을 쓰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모델일 것이다.

• 볼륨 요금제(Volume Pricing)는 구매한 용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런 유형의 요금 책정 모델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의 API 호출 서비스에 아주 잘 맞는다. 가령, API 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때 1∼1000회짜리 상품을 구입하면 0.10달러(정액 혹은 단위당)가 청구되지만 1001∼1만 상품은 0.15달러씩 청구된다. 이 가격 모델은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단위 가격이 떨어지므로 상품을 많이 사용하는 고객에게 더 유리하다.

포드의 구독 서비스 모델인 ‘캔버스(Canvas)’를 예로 들 수 있다. 포드의 용량 요금제 모델에서 ‘가치 지표’는 주행 마일이다. 운전자가 자동차로 더 긴 거리를 주행할수록 더 많은 가치를 얻고, 주행 마일당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한다. 처음 서비스에 가입하면 500마일이 무료로 제공되고, 추가로 350마일을 구매하면 마일당 0.10달러가 청구되는 식이다. 그런데 추가로 750마일을 구매하면 마일당 조금 더 낮은 수준인 0.09달러가 청구된다.

• 차등 요금제(Tiered Pricing)는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점진적으로 변하는 유형이다. 용량 요금제처럼 차등 요금제 모델도 요금을 산출하는데 그룹별로 구분된 가격 테이블을 사용한다. 이 모델이 용량 요금제와 다른 점은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부과되는 요금이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이다. 각 가격 등급에 따라 단위별로 책정되는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차등 요금제 모델은 얼핏 보면 용량 요금제 모델과 똑같아 보인다. 둘 다 등급별로 나눠진 가격 테이블이 있고 등급마다 가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등 요금제 모델은 비용이 누적된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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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표]를 한번 살펴보자.

용량 요금제 모델에서 1000GB를 쓰는 고객은 3등급에 속하며 50달러가 청구된다. 하지만 차등 요금제에서 1000GB를 사용하면 똑같이 3등급에 속하지만 요금은 3가지 등급별 요금이 누적돼서 총 112.5달러가 청구될 것이다. 1등급 요금(250GB x $0.25/GB = $50)과 2등급 요금(500GB x $0.10/GB = $50), 그리고 3등급 요금(250GB x $0.05/GB = $12.5)을 모두 합산해 최종 금액이 정해지는 것이다.

• 초과 요금이 결합된 차등 요금제(Tiered with Overage Pricing)는 차등 요금제와 비슷하지만 등급별 한도량을 넘으면 초과 사용량에 비용이 청구된다는 점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앞서 제시한 표를 기준으로 5000GB가 넘는 데이터를 사용한 고객에게 1GB당 0.02달러를 책정해 청구하는 식이다.

• 다중 속성 요금제(Multi-Attribute Pricing)는 여러 다양한 척도를 토대로 고객에게 요금을 청구한다. 다중 속성 요금제 모델은 여러 다양한 변수를 바탕으로 최종 사용 요금을 산정한다. 집카의 예를 보자. 집카는 사용자들에게 시간당 비용으로 차량을 빌려준다. 하지만 요금은 다음과 같은 요인들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 차종과 모델, 성수기/비수기, 피크 시간대, 사용자 유형(개인/사업자/대학생) 등 이 모든 요인을 종합해서 렌터카 사용에 대한 ‘시간당 요금’을 제시한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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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사용량 기반 요금제가 효과적인 이유는 고객이 그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고객이 그 회사 서비스를 통해 성취감을 맛보면 그 서비스를 더 많이 쓰고 싶어진다. 사용량 기반 요금제는 그런 니즈에 정확히 부합한다. 그리고 고객이 사용량을 늘리면 서비스 회사는 더 많은 매출을 올리게 된다. 고객과 기업 간 선순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기업들은 사용량 기반 가격 책정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사용량 기반 요금제가 회사의 주된 매출원이 되면 회사 실적은 전적으로 사용량에 의해 결정된다. 다시 말해, 고객 몇 명만 사용량을 줄여도 매출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상품을 해지할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고객을 지속적으로 끌어당기고 유지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어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전략도 함께 구사해야 가격 책정 전략이 힘을 받을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김성아 번역가(dazzlingkim@gmail.com)님이 참여하였습니다.




  •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로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 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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