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높은 부채 비율, 때론 신중한 다각화에 기여

298호 (2020년 6월 Issue 1)

014


Based on “Capital structure and corporate diversification: Is debt a panacea for the diversification discount? ”by de la Fuente, Gabriel, and Pilar Velasco. Journal of Banking & Finance 111 (2020): 105728.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과 경영자들은 지속적인 이윤 창출과 수익 성장을 추구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사업의 경우엔 사업 초창기의 고도성장을 훨씬 밑도는 낮은 성장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장의 돌파구로서 가장 선호되는 방안은 새로운 사업 분야로의 진출, 혹은 사업 다각화다.

다각화가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이윤 증대를 위한 우선적 수단이라면 다각화를 많이 한 기업일수록 높은 수익과 이윤, 주가를 달성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다각화할 경우 오히려 수익과 이윤, 주가가 낮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른바 ‘다각화 저평가(diversification discount)’ 현상이다.

경영자는 현재 사업부에서의 성장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여길 때 다른 사업 분야로의 진출, 즉 다각화를 고민한다. 문제는 상당수 경영자가 현재 사업부에서의 성장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 아닐 때도 섣불리 다각화에 나선다는 점이다. 기존에 10∼20년간 몸담아 왔던 사업 분야에서도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던 경영자가 낯설고 새로운 산업과 시장에 진출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기란 어렵다. 다각화 저평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본 연구는 사업 다각화가 오히려 기업의 성과와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각화 저평가 현상에 주목하고, 왜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며,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를 살펴봤다.

022


무엇을 발견했나?

스페인 바야돌리드대(Universidad de Valladolid) 금융경제회계학부 델라푸엔테 교수와 마드리드 자치대(Universidad Autonoma de Madrid) 금융마케팅학부 벨라스코 교수는 ‘신사업 진출과 다각화가 오히려 기업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다각화 저평가 현상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기업 재무구조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기간 동안 톰슨원(Thompson ONE)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 모든 미국 상장 기업의 다각화와 그에 따른 성과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신중하지 못한 신사업 진출 의사결정과 그로 인한 다각화 저평가 현상을 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 이자 상황에 대한 채권자의 압박이 경영진으로 하여금 보다 신중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대개 채권자로부터의 압박은 주주 및 투자자들로부터 받는 압박보다 더욱 분명하며 위협적이다. 따라서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높은 위험이 내재된 신사업 진출과 다각화 의사결정에서 보다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신사업 진출과 다각화가 해당 기업들의 가치와 성과에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는 부채의 긍정적 효과가 다각화 저평가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연구팀은 이런 부채의 긍정적인 효과가 비관련 다각화 상황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즉,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이 비관련 다각화를 진행할 경우, 부채비율이 낮은 기업이 비관련 다각화를 진행할 때보다 수익, 이윤, 주가 측면에서 훨씬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비관련 다각화는 기업의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낯선 분야로 진출하다 보니 기업이 원래 가진 역량과 지식을 이용해 가치를 창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부채의 긍정적 효과는 비관련 다각화의 경우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영자가 비관련 다각화를 고려하는 경우, 신사업 진출에 따른 어려움과 잠재적인 난관을 극도로 신중하게 인식해 매우 조심스러운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높은 부채비율이 비관련 다각화와 기업의 성과에 보다 뚜렷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다각화 저평가 현상은 기존 사업 분야에서 성장과 이윤이 정체되는 것이 사업 분야의 내재적인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와 기업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섣불리 다각화에 나서기에 앞서 “정말로 현재 우리 기업의 정체된 성장과 이윤이 기존 사업 부문의 내재적인 문제로 인한 것인가? 우리가 보유한 역량과 사업에 대한 나의 이해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지금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판단인가?” 같은 질문을 반드시 던져야 한다. 다각화는 경영자가 정확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해야 성장과 가치 증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영자들 대부분이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현실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소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경영자로 하여금 보다 신중한 의사결정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부채가 신사업 진출과 다각화를 하는 기업의 가치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은 경영자와 주주들의 관점에서 부채의 가치에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필자소개 강진구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경영학과 교수 J ingoo@ntu.edu.sg
필자는 펜실베이니아대 워튼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전략 분야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경영대에서 조교수로 근무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5호 New Era of Data Business 2020년 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