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olumn

개방형 혁신은 스타트업과 함께

293호 (2020년 3월 Issue 2)

코로나19로 기업들의 국내외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하루하루가 생존의 갈림길인 스타트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는 벤처 투자 관련 행사가 연이어 취소되면서 투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런 가운데 필자는 2월 말 국내 스타트업 10곳과 함께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투자 유치 및 수출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처 발굴이 목적인 이번 활동은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부터 진행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모델’의 일환이다. 협회는 지난해 BMW, 샤넬, 바이어스도르프 등 23개 글로벌 기업과 206개 국내 스타트업의 미트업(Meet-up)을 주선했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해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1년 가까이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연계하다 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기술력과 사업성이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에 비해 우리 대기업들은 스타트업 투자에 인색하다. 디커플링(Decoupling)이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통해 기존 기업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며 성장하는 스타트업들로 인해 국내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을 잠재적 경쟁자로 생각해 협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시장을 두고 경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수의 스타트업은 기존 기업의 자원과 가치사슬(Value Chain)을 활용하는 전략을 통해 스케일업을 시도하기도 한다.

개방형 혁신은 스타트업과 대•중견기업 모두에 이익이다. 먼저, 스타트업은 기술•제품의 실증(Proof of Concept) 기회를 얻고, 빠른 매출 달성과 지속적인 매출의 기반을 다질 수 있으며, 기존 기업이 가진 유무형의 자원(예: 데이터)과 국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외 시장에 보다 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제품, 비즈니스 모델, 공정의 혁신을 꾀하며, 미래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조직구성원들을 보다 혁신 지향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추가 효과다.

하지만 조직문화와 지향점이 다른 기업들 간의 협력인 만큼 성공 못지않게 실패 사례도 많다. 개방형 협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과도한 기대치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 스타트업은 도전을 중시하며 빠른 실행을 원하지만 대기업 구성원들은 규정 및 절차를 중시하며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하다. 개방형 혁신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미트업에 대한 전사적인 참여도 중요하다. 스타트업 미트업에 기획, 구매, 연구개발, 생산, 마케팅 부서가 함께 참여하고 협업 대상도 함께 선정하면 조직 내 사일로(Silo) 효과를 줄이면서 혁신문화를 조직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

신보호무역주의, 일본의 수출 규제, 코로나19 등 국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 때문에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다변화,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재점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슈들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개방형 혁신을 통해 스타트업들과 함께 해결해보면 어떨까?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기존 기업의 제품, 비즈니스 모델, 공정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혁신성장은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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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한국무역협회 혁신성장본부장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무역협회에서 정책협력실장, 국제협력실장,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였으며 혁신성장과 스타트업 지원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일본수출규제정책자문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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