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세상을 읽는 힘, 센스메이킹

282호 (2019년 10월 Issue 1)

1980년대 ‘기술의 일본’을 대표했던 샤프가 2016년 4월, 폭스콘의 모기업인 대만 홍하이그룹에 매각된 일은 일본인들의 자존심에 큰 생채기를 냈습니다. 샤프의 부진을 놓고 분분한 해석이 나온 가운데 경영 전문 잡지 닛케이비즈니스의 분석이 특히 눈길을 끕니다. 샤프 몰락의 원인이 ‘지나치게 꼼꼼한 경영진 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전통적으로 치밀하게 시장조사를 하고, 시뮬레이션을 거치는 등 돌다리를 두들겨 본 뒤에야 제품을 내놓았던 이 기업이 결국 급속하게 변하는 외부 환경에 너무 신중히 대응하다 기회를 놓쳤다는 겁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무엇일까요. 전미리더십포럼의 창시자 조셉 자워스키와 MIT 아이디어스 프로그램의 창립 회장인 클라우스 오토 샤머는 “위대한 리더와 평범한 리더의 차이는 게임의 규칙과 성격을 파악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의 말에 따르자면 리더가 가져야 할 핵심 역량은 빠르고 정확하게 판세를 읽는 힘일 듯합니다. 이 능력은 도대체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1986년 1월28일, 발사된 지 73초 만에 공중에서 산화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비극을 기억하실 겁니다. 챌린저호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은 추진용 로켓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의 기술적 결함입니다. 하지만 챌린저호 참사가 경영서에까지 종종 인용되는 이유는 나사 및 협력사의 의사결정권자들이 기술적 결함의 존재를 알고도 발사를 결정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이 사건을 여기서 거론하는 것은 ‘편견 없고 종합적인 의사결정’의 힘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술적 결함이 발견됐더라도 완성된 로켓 디자인을 완전히 바꿔 발사를 늦추는 것은 성과주의가 만연해 있던 NASA에선 ‘정치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판단이었습니다. 따라서 관료화된 의사결정권자들은 기존 디자인을 조금 보강하기만 하면 리스크를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집단 최면’에 빠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 결함을 걱정하는 엔지니어들의 의견은 묵살됐습니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해)’식으로 진행된 논의 과정은 결국 참극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양민 서강대 교수는 저서 『불확실을 이기는 전략, 센스메이킹』에서 샤프의 몰락과 챌린저호 참사를 ‘센스메이킹’이 통하지 않았던 사례로 소개합니다. 두 사례 모두 객관적인 정보를 두루 수집하고,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만의 편향된 확신이 아닌 ‘가능성이 높은(probabilistically)’ 것에 베팅했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사건입니다. ‘센스메이킹’은 이처럼 불확실한 환경에서 리더가 취해야 할 덕목, 즉 전체적인 맥락을 읽고 ‘큰 그림’을 그린 뒤 최선의 의사결정을 도출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앞서 소개한 사건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기업들에서도 이런 의사결정 과정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어서 입니다. 이번 호 DBR이 스페셜리포트로 센스메이킹을 선정한 것은 이처럼 편향된 의사결정 과정이 우리 조직 내에 여전히 만연한데다 비즈니스 환경이 날로 복잡해지면서 기존에 세운 가설이나 전략이 틀릴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편향을 피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책이 궁금하시다면 밑줄 칠 각오하며 읽어봐야 할 콘텐츠들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특히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두라’는 대목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많은 사람이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가설이 참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소수의 반대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챌린저호 발사 결정을 두고도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사실 때문에 이 발사 결정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소신론자가 없지 않았습니다. 오늘 회의에서 유독 “이의를 제기한다”고 반기를 든 팀원이 있었다면 고깝다는 생각을 거두시길 바랍니다. 바로 그가 챌린저호의 참극에 견줄 만한, 우리 회사의 비극을 피하게 해줄 ‘귀인’일지도 모릅니다.





김현진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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