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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실패를 허용하는 아마존의 벤처 정신

아마존에서 자기 의견 숨기는 건 해악
‘일 저지르기’ 장려해 벤처 정신 북돋워

박정준 | 274호 (2019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필자가 경험한 아마존은 벤처 정신을 직원들에게 주입하거나 코칭한 적이 없다. 다만 조직이 추구해야 할 변하지 않는 가치(‘고객 중심’)를 제시하고 개개인의 타고난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할 뿐이다. 실패를 허용하는 아마존의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1. 구성원이 자기 의견을 숨기는 것을 해악으로 여긴다. 리더십 원칙 중 하나가 ‘강골기질’이다.
2. 사원은 물론 3개월 근무하는 대학생 인턴들까지 새로운 일 저지르기를 장려한다.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상을 줄 정도로 ‘행동주의’를 강조한다.
3. 사내 이직 제도를 운용해 인재들이 회사를 나가지 않고 아마존 내의 다른 부서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한다.
4. 개인 평가는 사업의 단기적 성패보다 개인의 능력과 더불어 아마존의 추구 가치와 원칙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사업의 단기적 실패는 아마존이 보증을 서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벤처 정신을 키울 수 있을까?

직원들의 벤처 정신은 과연 조직이 키울 수 있는 것일까? 설령 묘수를 발휘해 벤처 정신에 투철한 사원을 길러냈다고 해도 그 사원은 그 정신에 따라 결국 조직을 벗어나 자기만의 모험을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직과 리더가 감당해야 할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필자는 도전 정신과 모험심, 의욕과 잠재력으로 설명 가능한 벤처 정신은 누군가 키워야 하는 대상이라기보다 누구나 그 씨앗을 갖고 있으며 애써 가로막지만 않는다면 자연적으로 피우게 될 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많은 놀이동산의 테마가 언제나 꿈과 모험의 나라이고,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게임의 배경이 항상 목숨을 내건 위험천만한 전장일 리 없다. 세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모험심을 심어줄 수 있는 방안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도 녀석들은 새롭고 불안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필자가 아이들의 타고난 벤처 정신을 잠재우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실패해도 최대한 다치지 않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머지않아 준비가 되면 각자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발치에서 응원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여전히 분명한 것은 어떤 기업은 새로운 혁신의 파도 속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하는 반면 다수의 나머지 기업은 퇴보하고 끝내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12년을 일했지만 아마존이 필자에게 무언가를 직접 심어주거나 코칭해준 경험은 떠올리기 힘들다. 하지만 여전히 아마존은 이 시대 가장 미래지향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나 또한 아마존에서 독립해 내 나름의 도전과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마존의 무엇이 다른 기업과의 차이를 가져온 것일까? 아마존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목격자로서 내린 결론은 하나의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벤처 정신의 주입이나 교육이 아니라 조직에 몸담은 대다수가 진심으로 믿고 추구하는 분명한 가치, 개개인의 의욕과 잠재력이 좌절되지 않고 발현될 수 있는 환경, 다시 말해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 환경의 조성이다. 가치의 공유는 한 기업의 끊임없는 성장의 이정표가 되며 실패가 가능한 환경은 혁신의 필수 조건이다.



변치 않는 가치의 지속적인 추구

아마존이 위치한 시애틀 일대에서 100여 년 전 가장 성행하던 산업은 연어 통조림 산업이었다. 깨지기 쉬운 유리병에 음식을 보관하던 방식에서 내구성은 물론 값도 싸고, 보존 기간이 길며, 깡통 자체를 조리도구로 응용할 수 있는 통조림은 발명 당시 대단한 혁신이었다. 하지만 한 세기를 지나 이제는 박물관으로만 남아 있는 공장의 벽에 걸린 흑백사진들에서 수많은 동양인 노동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막을 살펴보니 처음에는 중국인, 일본인으로부터 시작된 아시아 노동 이민이 1910년 고종 황제 때 이르러서는 한인 4533명이 하와이로 이주하면서 한인들의 최초 미주 노동 이민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이들 중 안창호 선생을 비롯한 1000명가량은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등 미국 본토의 서부로 이주했고, 상당수가 연어 통조림 공장에서 어부나 생선 손질, 또는 가공사로 일했다.



한때는 수십 개의 공장이 생길 만큼 왕성했던 연어 통조림 공장은 경쟁적이고 무리한 연어잡이로 인해 포획량이 갈수록 줄어 쇠락의 길로 들어선다. 살아남은 몇몇 회사는 이후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맛은 떨어지지만 영양에는 좋은 청어 통조림을 군수품으로 납품하고, 또 새로운 기계를 발명하는 등 생산 효율을 높이면서 다시 한 차례 활기를 찾는다. 그렇지만 이내 새로운 혁신으로 인해 결국 문을 닫고 마는데 이는 다름 아닌 냉장고의 발명 때문이다.

거대한 혁신은 결코 막을 수 없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혁신의 피해자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혁신의 수혜자가 된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그리고 그 많던 동양인 노동자는 다들 어떻게 됐을까? 병조림에서 통조림, 냉장고로 이어지는 변화 뒤에는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음식을 더욱 신선하고 편리하게 보관하겠다’는 가치다. 끊임없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이에게 혁신은 위협이 아닌 활용할 수단이 된다. 말에서 자율주행차까지 혁신을 거듭하는 이동수단이나 봉화에서 화상통화까지 변화해온 통신수단처럼 수단은 계속 변하지만 그 이면의 가치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100년이 지나도 사람들은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하거나 통신하고 싶어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추구해온 ‘세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라는 가치 또한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다. 베이조스 회장은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고 늘 강조하는데, 그것은 더 빠르고, 싸고, 정확하고, 편리하게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갑자기 고객이 더 비싸고 불편하게 구매하고 싶어 하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 형태와 수단은 새로운 혁신과 기술에 힘입어 기존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하나의 수단에 집착하지 않고 꾸준히 고객 중심의 가치를 추구하는 한 아마존이 문을 닫을 걱정은 없다.

예를 들어,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물건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라는 가치는 아마존이 추구하는 ‘고객 중심’의 주요 가치 중 하나다. 처음에는 다른 경쟁업체와 마찬가지로 아마존도 단순한 물류창고와 기존의 배송업체를 사용했다. 하지만 남한의 100배에 달하는 광활한 미 대륙의 크기 때문에 배송은 최대 일주일이나 걸렸다. 이를 단축하기 위해 아마존은 2018년까지 미국에 350개가 넘는 풀필먼트(Fulfillment) 1 센터를 비롯한 배송센터를 건설했으며 그 확장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유료 회원에게 무료 이틀 배송을 제공했고, 2019년에는 이를 하루로 단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업그레이드되는 최첨단 풀필먼트 시스템 속에서 2014년 7억7500만 달러의 거금을 들여 인수한 키바(Kiva)사의 빠릿빠릿한 로봇들이 매일 쉬지 않고 일하고 있으며, 이미 다음 세대의 로봇이 준비되고 있다. 모든 재고의 이동은 쉴 새 없이 쌓이는 데이터를 참고서 삼아 나날이 똑똑해지고 있는 아마존의 인공지능이 맡는다. 아마존 프라임 나우(Amazon Prime Now)가 제공되는 대도시에서는 베스트셀러 제품을 두 시간 안에 무료 배송한다. 2013년 처음 공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드론 배송은 6년째 아마존 프라임 에어(Amazon Prime Air)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연구돼 앞으로의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많은 이가 가십거리 정도로 넘겼지만 이미 아마존은 2016년에 성공적인 테스트 배송을 마쳤고, 이와 관련해 최소 64개가 넘는 특허를 이미 보유하고 있을 만큼 진지하다.

이렇듯 아마존은 ‘빠르고 정확한 배송’이라는 변치 않는 가치를 추구하며 로봇, 인공지능, 드론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혁신을 자신들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또 전에 없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그 대신 고용이 줄었을까? 그렇지 않다. 2018년 기준으로 아마존은 MS와 구글보다 5배가량 많은 총 60만 명의 사원을 고용하고 있고,(그림 2) 이들에게는 기존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가 로봇으로 대체될 때마다 더 새로운 일이 주어진다. 변치 않는 가치를 향해 지속적으로 다가가는 한 일하는 형태는 바뀌더라도 사람이 할 일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가치가 아닌 하나의 수단이나 기술에만 매달리는 이에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 미래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나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점점 불리한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치를 추구하며 혁신을 도구로 사용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미래는 더 큰 기회와 가능성을 보장한다.


‘고객 중심’ 가치를 추구하는 일시적 모임

앞서 이야기한 대로 혁신을 도구 삼아 변치 않는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것은 아마존처럼 혁신 속에서 성장하는 기업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더 필요한 것은 교육을 잘 받은 조직원들의 정신과 팀워크일까? 아마존 사원들의 평균 근속이 불과 1년 반 남짓이라는 사실은 많은 이를 놀라게 한다. 출신과 배경이 제각각이고 직원 대부분이 짧은 기간에만 몸담고 있음에도 아마존은 문제없이 돌아가고 성장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아래의 아마존 회사 소개 페이지 문구와 같이 아마존은 각 구성원의 다양성(diversity)을 존중, 아니 지향하는 조직이다. 아마존은 이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더 넓은 사고의 지평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해 다양성 추구가 단순히 옳은 행동일 뿐 아니라 사업 자체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아마존은 여태껏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언제나 다양성과 포용을 지향할 것입니다. 저희는 각기 다른 배경과 출신을 가진 이들을 원합니다. 최고의 자신을 아마존으로 데려오십시오.”


실제로 필자는 아마존에 근무하면서 전 세계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인재들과 함께 일했다. 또 아마존에는 나이나 경력이 많다고 관리직으로 가기보다는 개발자로 명예롭게 정년퇴직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어떠한 커리어 패스를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결정인 셈이다. 유전적으로 타고난 인종, 성별, 나이, 출신 등은 물론이고 아마존 사원들은 일하는 형태도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만큼이나 모두 제각각이다. 아침 조회는 상상할 수 없고, 팀원끼리 점심을 같이 먹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필요하다면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일하더라도 큰일이 나지 않는다. 다만 매니저는 의무적으로 매주 각 사원과 한 시간의 1대1 미팅을 가진다.



이렇듯 개성이 강하고 언제 아마존을 떠날지 모르는 이들이 모여 있지만 오히려 아마존은 끊임없이 성장해왔다. ‘고객 중심’이라는 가치가 이들을 하나로 묶기 때문이다. 이들은 1년이든, 10년이든 간에 아마존이라는 지붕 아래 몸담고 있는 동안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아마존이 더욱더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힘쓴다.

아마존은 사원들을 굳이 메주와 같이 한데 버무려진 덩어리로 쑤려 하지 않는다. 조직과 개인이 끈끈하게 결부되는 형태, 곧 개인은 조직을 위해 인생을 바치고 또 조직은 그런 개인을 책임지는 형태는 가능하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 개인이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여정을 걸어가는 중에 일시적으로나마 같은 가치를 추구할 조직에 몸을 담고, 그 조직은 개인의 필요와 성장에 도움을 주는, 유연하면서도 분리된(de-couple) 관계가 아마존의 방식이다. 그 대신 언젠가 한 명이 떠나면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다른 이가 별문제 없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유연한 조직 문화와 스크럼(Scrum)으로 대변되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마존에는 3∼4시간 정도의 오리엔테이션 외에 신입사원을 위한 별다른 연수 과정이 없다. 모든 채용이 수시 채용이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첫 몇 주는 주체적으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필요한 것들을 발품을 팔아 파악하고, 곧바로 각자의 역량이 전력화된다. 회사의 가치를 표어로 제창하거나 코칭을 하는 경우도 없다.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하는 상사도 없다. 그 대신 모든 사원에게 능력에 따라 실제 주식을 입사와 매년 고과 때 추가 지급한다. 회사 지분을 나누는 것보다 더 주인의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여러 기업 강연에서 어떻게 아마존이 ‘고객 중심’이라는 가치를 전 사원에게 전파하고 교육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다른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어서 난감했다. 그렇지만 필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아마존 사원이 그 가치를 추구하며 일했던 것은 사실이다. ‘가르친 것보다는 들킨 것에 영향을 받는다(more is caught than taught)’라는 미국 속담이 있다. 주로 아이들을 교육할 때 많이 사용되는 표현인데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고객 중심’이라는 가치는 회사가 필자에게 가르쳐줬다기보다는 베이조스 회장을 비롯한 아마존의 리더들이 믿고 있는 필승 전략을 들킨 것에 가깝다. 아마존에서 ‘고객 중심’의 가치를 더욱 강하게 추구하는 능력 있는 사람들은 충분한 대우와 함께 점차 조직의 중심부로 자리 잡게 되고, 그 가운데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그 가치를 믿는 베이조스 회장이 있다. 이런 신념은 아마존의 14가지 리더십 원칙과 함께 전 사원에게 간접적이지만 강력하게 전해진다.

반면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거나 대우만큼의 능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아마존은 그리 너그러운 곳이 아니다. 이들은 머지않아 스스로 아마존을 떠나거나 회사 쪽에서 먼저 퇴사를 종용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아마존에 남아 있는 사원들은 아무리 개성이 강해도 적어도 ‘고객 중심’이라는 동일한 깃발 아래 일하고 있는 셈이다.


실패가 허용되는 환경이 벤처 정신을 이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스페셜리스트가 함께 모인 조직에서 공통으로 믿고 추구하는 가치는 그 다양한 힘이 분산되지 않고 한곳으로 모이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개개인이 스스로 동기부여가 돼 그들의 능력과 잠재력이 조직 내에서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아마존의 방식은 다름 아닌 다양한 목소리와 시도, 그리고 그에 따른 실패가 허용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필자는 벤처 정신은 주입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미 타고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각자의 모험을 하고 있는 개인들이 당분간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 내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회사와 함께 성장해 독립하는 형태가 가장 건강하다고 믿는다. 식당을 예로 든다면 ‘가장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과 최상의 서비스’라는 가치를 진정으로 믿고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추구하는 형태다. 단순히 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해주는 갑을 관계나 회사를 평생 나를 책임지는 안정적인 일터로 보는 의존적인 사원, 반면 지분을 나눠 받고 궁극적으로는 독립해 자기 가게를 차릴 마음으로 몇 년간 한마음으로 일하는 사원 중 누가 더 식당의 성장을 견인할지는 자명하다. 이런 마음을 가진 이들이 새로운 메뉴나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시도하는 것은 조직을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발전시킨다. 물론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한 말이다.

구성원들의 능력을 활용하고 개인과 조직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서 아마존은 우선 ‘누구나 자유롭게 질문하고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문화’를 갖추고 있다. 이는 아마존뿐 아니라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미국의 젊은 IT 기업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지만 아마존에서는 특히 14가지 리더십 원칙에 ‘강골기질’을 넣을 만큼 자신의 의견을 숨기는 것을 회사의 해악으로 여긴다. 내가 아마존에 처음 들어갔을 때 놀랐던 점 중 하나는 회의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는 토론장과 같았기 때문이다. 또 누군가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이미 설명한 내용에 대한 질문을 했다고 해서 눈총을 받는 일도 없다. 말하는 사람과 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서 나머지 대다수는 수동적으로 따라가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생각과 결정의 폭은 좁아진다. 어렵게 뽑은 다양한 사원이 자신의 생각을 직급이나 나이와 같은 수직적인 벽에 막혀서 나눌 수 없다면 조직에 막대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해서 아마존이 종종 사용하는 방식은 포스트잇에 익명으로 아이디어를 쓰게 한 뒤 비슷한 것끼리 취합해 벽에 붙이고 토론하는 것인데, 이는 어느 조직에서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아가 아마존은 구성원들이 더 다양하고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실패에 관대한 회사를 지향한다. 실패의 비용과 대가가 클수록 괜히 나서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도전을 하는 이들은 줄어든다. 아마존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회장이 직접 아마존을 ‘가장 편하게 실패할 수 있는 회사’라고 자칭하며 기존 사원들은 물론 단 3개월 근무하는 대학생 인턴들까지도 전에 없던 새로운 일을 마음껏 저질러보기를 최대한 장려한다. 분기별로 무언가 새로운 일을 자발적으로 한 사원을 뽑아서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상을 주기도 하고 언제나 ‘행동주의’를 강조한다. 아마존은 일찌감치 심사숙고 후의 한 수보다 빠른 두 수가 인터넷 시대의 필승법이라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의 목적이 추구하는 가치와 부합한다면 실패는 큰 문제가 안 된다. 아마존은 실험은 필연적으로 수많은 실패를 수반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해 실패의 비용이 가장 적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항상 힘쓴다. 예컨대, 아마존은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또 문제가 발견되면 곧바로 이전 버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지난 십수 년에 걸쳐 구축했다. 이를 통해 하루에도 아마존은 수백 수천 번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은 아마존 웹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다른 기업들에도 제공되고 있다.

아마존은 또 사내 이직 제도를 운영해 인재들이 아마존 내의 다른 부서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한다. 다른 회사로 떠나지 말고 차라리 아마존의 다른 부서로 옮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필자가 처음 사내 이직을 고려한 것은 입사 후 4년 정도가 지났을 때다. 그때까지는 아마존의 척추라 할 수 있는 e커머스 관련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였다. 그러던 중 아마존의 사내 이직 제도에 대해 알게 됐고 회사 차원에서 이 제도를 장려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제도에 따르면 속한 팀에서 최소 1년을 일하고 또 고과에서 평균 이상을 받은 사원은 누구나 아마존 내 다른 부서의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때 속한 팀원이나 상사에게 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다. 다른 부서의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팀에 지원하고자 마음을 먹으면 그때 이야기하면 된다. 동시에 3개 부서까지 접촉해 지원하는 것도 허용된다. 다만 사내 이직 시에는 입사 때와 비슷한 면접 과정을 밟는다.

당시 필자가 지원한 부서는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 관련 부서였다. 같은 아마존이지만 e커머스와 킨들 부서는 사람도, 건물도 전혀 달랐고 전 세계의 이목을 받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이 다시금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과정 중에 또 하나 놀랐던 것은 기존 부서의 매니저와 팀원들의 태도였다. 사실 많은 일을 남겨두고 팀을 떠나는 것에 일종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팀원들은 진심으로 축하해줬고 매니저 또한 이 과정에서 아낌없는 배려와 도움을 줬다. 후에 알게 됐지만 아마존은 회사 규정으로 사원이 사내 이직을 희망할 시에 매니저가 적극 도와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워낙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이 많은 터라 아마존은 그 흐름을 막기보다는 사람이 바뀌어도 큰 문제가 없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더 노력한다.

필자가 사내 이직 제도를 통해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부서는 아마존 내에서 독립적인 팀으로 시작된 ‘아마존 로컬(Amazon Local)’이라는 벤처사업부였다. 당시 성행했던 미국의 ‘그루폰(Groupon)’이나 한국의 ‘티켓몬스터’ 같은 소셜커머스 서비스로 식당이나 스파 등의 로컬 오프라인 서비스를 공동으로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었다. 론칭되기 전 단계부터 들어갔기 때문에 같은 회사지만 기존에 일했던 e커머스나 킨들 부서와는 완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이 부서는 4년간의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실패했고 필자가 퇴사를 하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아예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렇다면 일하던 개발자들과 담당자들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을까? 그렇지 않다. 사업의 특성상 고용됐던 세일즈나 고객지원 사원 등은 부서가 사라지면서 정리해고됐지만 담당 부사장은 아마존 내의 전혀 다른 사업부의 리더로 자리를 옮겼고 그 밑의 디렉터는 오히려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개발자와 프로덕트 매니저들 또한 이웃 부서로 투입되거나 본인이 원하는 부서에 지원을 해 팀을 옮겼고 업무 능력이 부족하거나 스스로 원해서 나간 경우는 있어도 특정 개인이 사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해고된 경우는 필자가 알기로 없었다.

아마존에서 개인에 대한 평가는 사업의 단기적 성패보다는 능력과 더불어 아마존이 추구하는 가치와 원칙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마존 로컬의 경우 지속적으로 적자를 냈지만 분기별로 그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분기별 계획은 ‘6 페이저’라 불리는 6장짜리 문서를 통해 회장단에게까지 올라가고 몇 차례에 걸쳐 토의되고 수정된다. 개인의 부도덕이나 무능력과 달리 사업군의 단기적 실패는 누군가가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 보증을 서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처럼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 덕에 아마존 로컬팀은 비록 해체됐지만 능력과 모험심 있는 사원들은 아마존 내 수많은 다양한 팀 또는 아마존 밖에서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실패는 혁신과 성장을 위한 당연한 과정

확실한 것은 미래는 알 수 없고 혁신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아마존은 모르고 변하는 것이 아닌 절대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며 시대의 변화를 수단으로 활용한다. 전 세계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사원들이 평균 1년 반 남짓밖에 일하지 않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어도 아마존이라는 조직에 몸담은 동안은 회장으로부터 강하게 공유되는 가치가 이들의 에너지를 하나로 묶고 이들의 다양성은 골칫거리가 아닌 소중한 자원이 된다.

아마존은 개성 강한 인재들이 벤처 정신과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적용하고 발현해 조직과 개인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고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며 또 자신의 커리어 패스에 맞는 선택을 하며 성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패는 잘못된 결과가 아닌 혁신과 성장을 위한 당연한 과정으로 여기기 때문에 아마존에서의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옳다.

“경영자로서 나의 일은 실패를 끌어안는 문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아예 실패할 작정을 하고 실험을 해야 한다. 성공을 목표로 하면 거기서 멈춰버린다. 그러나 실패를 목표로 하면 실패할 때까지 끊임없는 혁신과 변혁이 일어난다. 오히려 지루하게 성공한 직원들이 회사에 불필요한 존재다.”
-제프 베이조스



필자소개 박정준 EZION GLOBAL 대표 jj@ezion-global.com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 아마존의 시애틀 본사에서 2004∼2015년 12년을 근무, 근속 연수 상위 2% 사원이자 아마존에서 가장 오래 일한 한인이 됐다. 아마존의 ‘디스커버리 QA’ ‘콘텐츠 디스커버리’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킨들 & 디지털 플랫폼’ ‘아마존 로컬 컨슈머 웹사이트’ ‘아마존 로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아마존 로컬 마케팅’ ‘아마존 로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8개 부서와 개발자, 마케팅 경영분석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전문가 등 5개 직종을 경험했다. 재직 시절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컴퓨팅 스타트업 공모전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15년 아마존에서 나와서 유아 매트 판매업체인 EZION GLOBAL, INC.를 창업해 현재 대표이며, 현재 유아 매트 부문 아마존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책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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