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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0. BMW 리스크 관리

차량 화재, 리콜로 법적 책임 다하면 끝? 소비자 안전 ‘신뢰 리콜’이 부족했다

김현수,정용민 | 263호 (2018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올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BMW 화재 사건에 대해 회사의 법률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만 노력하다 소비자들의 공분을 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MW는 이미 자사의 특정 모델에서 화재가 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발 빠르게 리콜 조치를 단행했다. 또, 리콜 조치 외에 예방적 긴급 안전 진단 서비스를 우선 시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법적 책임은 다했을지 몰라도 BMW의 고객들이 느낄 당혹감과 분노에 공감하고 이를 다독이려는 노력은 미흡했다. 이로 인해 BMW는 국내 시장에서 금전적으로도 큰 손실을 입었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BMW의 판매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10월 수입 자동차 판매량은 지각변동 수준이었다. BMW 10월 국내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절반으로 급감했다. 그 사이 메르세데스벤츠와 렉서스가 판매량을 늘렸다.

1995년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BMW는 23년 동안 한국 수입차 시장의 맏형 노릇을 해왔다. 한국 진출 첫해 판매 대수는 700대. 20주년이 되던 2015년에 4만4000대를 돌파하며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6년부터 벤츠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사실상 BMW코리아가 한국 수입차 시장을 이끌어 온 셈이다.

그런 BMW가 한국 진출 23년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것도 자기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진 꼴이다. 럭셔리한 디자인과 역동적인 퍼포먼스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BMW는 올해 공공기관부터 일반 아파트까지 ‘주차 금지’나 ‘운행 정지’ 조치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자부심을 느끼며 프리미엄 비용을 지불하고 차량을 구매한 운전자들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판매도 하락세다. 이상 조짐이 보인 것은 8월부터였다. 2383대를 팔아 전년 대비 41.9% 줄었다. 사실상 반 토막이다. 다음 달인 9월도 반 토막이 났다. 판매량은 2052대로 61.3% 급감했다.



BMW 판매량의 반 토막 행진은 10월에도 이어졌다. 지난해와 비교해 51.6% 떨어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해 온 BMW 520d 모델은 8월부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시장점유율도 줄었다. 지난해 10월에는 4400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26.14%를 차지했지만 올해 10월에는 2131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이 10.24%에 그쳤다.

문제는 화재였다. 올 초부터 드문드문 화재 사건이 신문 사회면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사실 차량 화재 사건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한 해 5000여 건에 달한다. 처음에 언론도 BMW 연쇄 화재에 크게 주목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6, 7월 들어 BMW 520d가 주행 중 불이 났다는 보고가 자주 올랐다.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고급 승용차, 그것도 특정 모델에 연쇄 화재가 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언론에서 본격적으로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7월부터는 하루가 멀다 하고 BMW에서 불이 났고, 뉴스를 통해 대중들에게 화재 소식이 전해졌다. 소비자들은 고속도로를 질주하다 활활 불타고 있는 고급 승용차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2015년 폭스바겐 연비조작 사건과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다. 폭스바겐 사건은 본질적으로 시각적인 이미지로 기억되기 힘들다. 하지만 BMW 연쇄 화재는 생생한 동영상과 사진으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더 큰 문제는 BMW의 대응이었다. 여론이 BMW에 등을 돌리고 있을 때, BMW 진화 시도는 핀트가 엇나갔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식의 대응으로 불을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 여기에 원인을 둘러싼 진실게임, 느린 사과, 수입 럭셔리에 대한 반감 등이 뒤섞였다.

진실게임으로 번진 원인 논란
처음 BMW의 대응은 생각보다 신속했다. 올해 1월부터 520d 모델만 10여 대가 불이 나고 1∼7월 누적 화재 대수가 40대에 육박하자 7월26일 공식 리콜을 단행했다. 자발적 리콜이라도 국토교통부와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여론이 들끓기 두어 달 전부터 리콜 준비를 한 셈이다.

7월26일 자발적 리콜을 발표한 BMW코리아는 “독일 본사 조사팀과 함께 면밀하게 조사를 진행한 결과,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모듈 이상으로 일부 차종에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한 모델뿐 아니라 리콜 대상 EGR 모듈이 장착된 연식의 차종으로 확대해 대대적으로 적극적인 리콜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상 차량은 2011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생산된 BMW 디젤 모델로 42개 차종 총 10만6317대였다. 국내 수입차 리콜 최대 규모다.

BMW코리아는 리콜 조치 외에 예방적 긴급 안전 진단 서비스를 우선 시행한다고도 밝혔다. BMW 전문 테크니션이 EGR 부품 내부 상태를 내시경 장비로 진단하고, 진단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이상이 있을 경우 고객에게 알리고 빠른 리콜 서비스를 받도록 했다.

리콜 조치와 안전진단 서비스는 자동차 업계에서 볼 때에는 신속한 조치로 평가됐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BMW의 대규모 리콜은 화재 원인에 대해 오랫동안 분석했다는 의미로 안전진단 서비스까지 확대한 것은 자동차 업계 눈높이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의미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문제는 BMW가 자부하는 신속한 조치가 차주와 일반 운전자에겐 와 닿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장 내 차에서 불이 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인 차주, 괜히 BMW 옆을 지나다 불이 붙을까 걱정하는 일반 운전자에겐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설명과 통계, 재발 방지 약속이 필요했다.

우선 원인 설명이 불친절했다. 일반 리콜의 경우 굳이 소비자들이 기술적 원인까지 파고들지 않는다. 이번엔 달랐다. BMW 차주도, 일반 운전자도 신문과 TV에서 불타는 장면을 봤다. 나나 내 가족이 다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 왜 내가 이런 불안감을 가져야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7월만 해도 BMW코리아는 단순히 EGR 모듈 이상이라고 밝혔을 뿐 왜 이상이 생겼는지는 세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기술 문제가 복잡하다 보니 홍보 담당자들도 초기에는 세부적인 기술 문제에 대해 공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한 차주들이 일제히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통화 연결조차 어려웠다. 설명을 듣고 안심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7월 당시 한 BMW 차주는 “EGR이 뭔지 처음 들어봤다. 서비스센터는 전화 연결조차 어렵고, 당장 운행을 해야 할지 말지 고민인데 아무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친절한 원인 설명은 진실 논란으로 번졌다. 자동차 관련 교수, 전문가, 자동차 유튜버 등은 각각 자체적으로 원인을 분석해 의혹을 제기했다.

BMW코리아는 ‘대체 EGR 모듈 이상이 무슨 의미인가’를 묻는 기자들에게 “EGR 쿨러(냉각기)에서 냉각수가 샜고 여기 축적된 침전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EGR은 기본적으로 디젤 차량의 오염 물질을 줄여 환경 규제에 맞추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디젤 엔진은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는데, 곧바로 밖으로 내보내면 환경 규제를 맞출 수 없다. 이에 배기가스를 식혔다가 내부에서 재순환시키면 NOx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엔진에서 막 나와 830도가 넘는 배기가스는 EGR 냉각기를 지나 280도까지 낮아졌다가 100도 수준으로 흡기관으로 들어가 엔진에서 재연소된다. 문제는 배기가스를 식히는 냉각기에 누수 등 결함이 생기면 고온 가스가 새나가면서 침전물과 만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BMW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첫째, 왜 한국에서만 불이 나는가. 둘째, 왜 같은 부품사가 제조한 EGR 부품이 들어간 다른 완성차에서는 결함이 발생하지 않는가. 셋째, 왜 2016년을 기준으로 화재 건수가 늘었나 등이다.

실제로 해당 EGR 부품은 해외에서 판매되는 520d에도 들어간다. 하지만 한국처럼 화재가 연일 발생한다는 뉴스는 보기 어려웠다. 7월 말 당시 BMW 리콜 차량 화재는 하루에 최소 한 건씩 일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1일 1불’이란 말이 오갔다. 그럼에도 당시 BMW코리아는 ‘왜 한국에서만 불이 나는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한국에서 520d 차량이 많이 팔렸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해외 화제 건수 등 통계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16년께 유럽 환경 규제가 강해진 것과 관련해 소프트웨어(SW)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환경 규제에 맞춰 EGR의 배기가스 재순환 기능을 과도하게 운영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원인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진실논란으로 커지면서 BMW 화재 사태는 ‘미스터리급’으로 비화했다. 주요 언론에 ‘BMW 미스터리’란 제목이 연일 올랐다. 일단 미스터리로 비화한 이후에는 BMW의 원인 설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BMW 포비아 확산
화재 보도는 계속되는데 원인은 미궁 속으로 빠지자 여론은 ‘공포’로 변했다. 8월4일 정부는 BMW 운행 자제를 첫 권고했다. BMW가 리콜을 발표(7월26일)한 지 열흘도 안 된 시점이었다. 8월5일에는 BMW 안전 진단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차량에서 불이 붙었다. BMW코리아는 “안전 진단 직원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여론은 공포에 빠졌다. 실제로 ‘BMW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서울 종로구 대형 복합시설 주차장에는 BMW 주차구간을 별도로 만들었다. 당시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한 운전자는 “주유소에서 BMW를 보고 그냥 나와 버렸다. 주유 중 불이 나서 폭발해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아파트마다 BMW 주차를 허용할지, 구역을 따로 설정할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차주들은 분노했다. 2013년 BMW 520d를 구입한 김모 씨(42)는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나 내 차뿐 아니라 다른 차나 인명피해로 번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리콜 대상이 아닌 BMW 차주들은 자신들의 차에 ‘리콜 비대상 차량’ 표식을 붙였다. 손글씨로 ‘2017년 신차임(비리콜 대상)’을 써 붙이고 다닌 BMW 차량 사진이 온라인으로 퍼지기도 했다.

수많은 악재가 그렇듯 BMW 포비아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졌다. ‘#BMW화재’ 등 화재 관련 해시태그가 퍼졌고, BMW 화재를 패러디한 유머 사진도 등장했다.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공포가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군 것이다.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자 8월6일 BMW코리아는 오후 늦게 기자들에게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고 알려왔다. 독일 본사 기술진이 화재 원인 등 진실논란을 정리해준다는 취지였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 독일 BMW 본사의 요한 에벤비힐러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 게르하르트 뵈를레 글로벌리콜 담당 책임자, 페터 네피셔 디젤엔진개발 총괄책임자, 글렌 슈밋 기업커뮤니케이션 총괄책임자가 총출동했다. 김효준 회장은 이날 “화재사고를 겪은 사고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 한국 고객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현재 진행 중인 사전 안전 진단과 자발적 리콜이 원활하고 빠르게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BMW 측의 공식적인 첫 사과였다.

하지만 늦은 감이 있었다. 한 위기관리 전문가는 “BMW의 리콜 및 안전 진단 대응은 신속했다. 하지만 처음 리콜을 할 때부터 소비자 눈높이에서 설명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에 공감하고 사과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여론의 반감이 그렇게까지 강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뢰가 저하된 상태에서 독일 본사가 원인에 대해 기술적이고 상세한 설명을 해도 여론은 충분치 않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한국 차별 논란에 불을 지피다
8월6일 BMW 독일 본사 임원들까지 방한해 기자간담회를 열어 화재 사태에 대해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BMW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만 왜 불이 나는지’에 대한 이유를 속 시원히 설명하지 못했다. 단지 “판매량 대비 EGR 결함률을 보면 한국은 0.10%,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는 0.12%로 거의 같다. 유럽에서도 이미 한국과 똑같은 기술적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BMW가 제시한 통계는 화재 통계가 아니라 EGR 결함과 관련된 모든 증상을 모은 수치였다. 해외에서 EGR 결함으로 인해 얼마만큼 화재가 났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에벤비힐러 수석부사장은 “화재 비율은 (EGR 결함이 있는 차량의) 약 1%밖에 안 될 것”이라고만 일축했다. 또 왜 7, 8월에 화재가 집중됐는지에 대해서도 뚜렷한 답을 주지 않았다.

같은 날 국토교통부에서는 EGR 결함이 있는 차량이 0.1%가 아닌 10%임을 시사했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BMW 화재 관련 브리핑에서 “BMW가 현재까지 진행한 안전진단 결과 10%가 문제 차량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발표와 BMW 본사의 발표가 엇갈린 셈이다.

이는 한국 여론 특유의 감정선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바로 ‘차별 대우’에 대한 정서였다. 한국 시장에는 고급 수입 브랜드에 대한 양가적 감정이 있다. 럭셔리 수입 브랜드에 강렬한 호감도 있지만 한국 시장을 무시한다는 반감도 존재한다. 반감은 ‘수입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이익은 취하면서 사회공헌 활동, AS나 보상은 등한시한다’는 불신이다.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는 2015년 폭스바겐 연비조작 사건 당시에 쌓인 반감도 있었다. 미국 소비자에 비해 한국 소비자 보상액이 적어 한국 소비자만 차별했다는 인식이 있던 터였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폭스바겐그룹도 다소 억울한 면이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가 소비자에게 리콜 외의 보상을 한 곳은 미국과 한국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여론은 수입 브랜드에 대한 차별 감정이 폭발한 듯했다”고 말했다.

수입 브랜드, 수입 자동차가 한국 시장을 차별한다는 정서가 깔려 있는 상황에서 ‘왜 한국에 불이 많이 나는지’에 대한 부족한 설명은 악수(惡手)였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나라마다 화재 통계 시스템이 다르다. 한국은 제조사별, 차종별 화재 통계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나라는 누락 통계가 많아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수입업계는 본사 커뮤니케이션팀 및 법무팀과 조율해 일관된 메시지를 던져야 하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미리 이 같은 의혹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라도 준비해 놨어야 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BMW 측은 7월 사태 초기에 “520d가 한국에 유독 많이 팔려서 화재 건수가 많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해외와 화재율은 비슷하다”고 말을 달리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중국 신화통신은 BMW 본사 요한 프라이 대변인을 인용해 “(BMW 화재가 한국에 집중된 것은) 한국의 운전 스타일과 현지 교통상황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차량 결함으로 인한 화재 책임을 한국 소비자에게 돌리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이는 오역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라는 게 BMW 측의 설명이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프라이 대변인은 ▲쿨러 누수 ▲차량의 긴 주행거리 ▲장시간 주행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 등 화재가 일어나기 위한 4가지 전제 조건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통역 중에 운전 스타일과 교통 상황으로 전해졌다는 얘기다. 실제 신화통신은 BMW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한국의 운전 스타일’ 부분을 기사에서 지웠다. 대신 “한국 화재 사태는 여전히 조사 중이고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 확실히 특정 지역의 운전 스타일이 EGR 결함을 증가시키는 요인은 아니다”라는 프라이 대변인의 워딩을 덧붙여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 차별 논란이 거센 상황에서 BMW의 해명보다 ‘한국의 운전 스타일 때문’이라는 신화통신 보도가 더 빨리 퍼졌다. 이어 BMW코리아 내부 문건에서 화재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의 해외와 다른 교통상황, 운전 성향을 지목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가 이어지며 BMW의 신뢰는 더욱 떨어졌다.

끝나지 않은 BMW 화재 사태
들끓던 여론에 결국 정부와 검찰이 개입했다. 8월 말 정부는 각계 전문가가 모인 ‘BMW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렸다. BMW가 밝힌 원인을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BMW가 2016년에도 EGR 문제를 알았지만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수사 중이다.

BMW 민관합동조사단은 리콜 대상이 아니었던 118d에 대해서도 EGR 결함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추가 리콜을 요구했다. 이에 BMW코리아는 10월23일 추가 리콜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2011년 5월∼2017년 5월 사이 생산된 BMW 118d와 미니 디젤 모델 6만5763대다. 역시 EGR 결함으로 화재 가능성에 대비한 리콜이라는 게 BMW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11월7일 조사단은 화재 원인에 대한 일부 조사 결과를 밝혔다. 내용은 BMW가 규명한 원인과 다소 달랐다. 조사단은 냉각기 누수+EGR 밸브 열림 현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EGR 밸브는 EGR로 순환되는 배기가스양을 조절해주는 장치다. BMW는 냉각기 누수+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현상이 화재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바이패스밸브는 EGR 밸브를 통과한 배기가스가 뜨거우면 냉각기로 보내 공기를 식히고, 뜨겁지 않으면 우회로로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조사단 발표에 대해 BMW코리아는 “냉각기 누수가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같으며 리콜할 때 EGR 밸브, 바이패스 밸브 모두 교체된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EGR 밸브가 오작동하는 원인에 대해서 SW 결함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할 방침이다. BMW 측은 SW 결함일 가능성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여전히 진실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BMW코리아 내부에서는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태의 심각성이 부풀려졌고, 이 때문에 과도한 비난을 받았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차량 화재는 생각보다 흔히 일어난다. 해외에서도 화재 관련 리콜은 빈번하다. BMW 말대로 다른 제조사에 비해 리콜 조치는 신속했을지 모른다(이는 검찰 수사로 밝혀질 사안이다). 본사와 조율하느라 빠르게 변하는 여론에 대처하기도 쉽지 않았다. 수입차지만 한국 시장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왔다는 자부심도 컸다.

하지만 BMW와 여론이 인식하는 화재 사태의 심각성 정도에 괴리가 컸다. 이것이 진실 논란뿐 아니라 ‘BMW가 한국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정서적 반감을 낳았다. BMW코리아는 “연간 5000대씩 불탄다는데 왜 BMW만 때리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하지만 차량 결함으로 비교적 연식이 짧은 특정 차종에서 연달아 불이 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통계를 봐도 그랬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1만 대당 화재 건수 1위는 1.5대인 BMW였다. 2위는 한국GM(1.24대), 3위는 현대차(1.1대)였다. 이 통계에는 노후 차량도 포함돼 있다. 불이 난 BMW 차량은 주로 2011∼2016년 사이에 생산된 차량이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어찌 됐든 소비자가 불안해하고, 주차금지 등으로 실질적 피해를 입었다면 진심 어린 사과와 쉽고 반복적인 설명이 우선돼야 한다. 여론과 눈높이를 맞췄어야 하는데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식의 대응이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09년 미국 도요타 렉서스 리콜 사태도 제조사가 소비자의 눈높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시작된 위기관리 실패 사례로 꼽힌다. 2009년 8월 미국 샌디에이고 고속도로에서 렉서스 차량이 가속페달 결함으로 시속 190㎞로 질주하다 충돌해 일가족이 사망한 사건이 발단이 됐다. 당시 도요타는 운전 미숙 탓으로 돌리다 2010년 1월이 돼서야 가속 페달의 문제를 인정하고 리콜을 단행했다. 도요타가 부정하는 사이 차량 사고의 다급한 대화 녹취록이 공개돼 글로벌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 사태로 자동차 판매량 1위였던 도요타는 2011년 4위까지 내려갔다. 한국 시장에서도 잘나가던 렉서스는 2010년 국내 시장점유율이 4.26%로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2016년까지 4%대에 머물다 지난해가 돼서야 5%대로 오를 수 있었다.

BMW 입장에서는 도요타 리콜 사태와 비교되는 것이 불쾌할 수도 있다. 리콜 결정, 안전진단, 리콜 진행 속도 등이 동종 업계 대비 신속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 시대에는 신속성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충격적인 시각화가 가능한 사태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흔들림 없던 BMW의 판매량 급감이 이를 보여준다. BMW는 브랜드 자산이 워낙 건실하고 충성고객이 많아 위기가 지나가면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러야 할 대가가 컸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위기관리 전문가가 본 BMW 화재 리콜과 위기관리의 아쉬움
2018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BMW 화재를 둘러싼 위기관리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무척 아쉬웠다. 세계적인 브랜드로서의 BMW 가치와 한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지켜온 수입차 1위의 명성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적지 않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1. 준비는 한 것 같은데 그 준비가 부족했다
BMW 차량의 화재가 연속 발생하고, 그에 대해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여름이다. 하지만 이미 그 이전 수개월 전부터 간헐적으로 특정 모델에 화재가 발생했고 BMW는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발 빠른 리콜 조치가 그 방증이다.

그 기간 동안 나름 여러 조사와 위기관리 준비를 한 것 같다. 신속하게 초기 입장을 밝히고, 리콜 관련 발표를 한 것도 그 준비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화재 원인 규명과 적극적인 방지 조치는 그 준비 과정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이는 삼성 갤럭시 노트 화재 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해당 위기를 ‘소비자 안전과 관련된 위기’로 정의하기보다는 ‘기계적 결함’으로 정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이를 중대한 소비자 안전 관련 위기로 정의했더라면 보다 적극적이고 완전한 준비와 사후 접근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메시지는 있는데 실행이 부족했다
물론 BMW 화재 원인과 관련한 설명을 분명 하긴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 계속되는 합리적인 시장의 질문에 BMW는 확실한 답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정부의 조사 과정에서도 완전한 기술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법적인 고려가 있었을 수도 있다.)

리콜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 리콜을 처리하는 방식과 인력은 부족했다. 그로 인해 몰려드는 고객의 불만과 비판은 점점 커져갔다. 위기 시 메시지가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수단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실행이 전제되지 않거나 완전하지 못하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 빛을 잃는다.

독일 본사와 한국 지사, 딜러사들이 하나 된 일사불란함을 보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주요 이해관계자나 고객들은 BMW가 그 정도 역량이 있는 회사이기를 기대했다. BMW 브랜드를 신뢰했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BMW는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3. 자긍심은 있었으나 공감과 배려가 부족했다
분명히 BMW 화재 사고는 운전자와 그 가족의 안전에 관한 문제였다. BMW는 이에 대한 정확한 시각을 바탕으로 ‘공감’과 ‘배려’에 좀 더 힘을 기울였어야 했다. 차에 불이 나지는 않았지만 문제의 모델과 동일한 차량을 가진 고객들이 여러 주차시설에서 쫓겨났다. 불안해서 아이들과 차를 못 타겠다는 고객들이 늘어났다. 주위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경험한 고객도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BMW는 이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챙겼어야 했다.

“BMW가 자사의 고객을 위해 공감과 배려를 실질적으로 해주고 있구나”라는 우호적 공감대가 있었으면 여름 내내 시끄러웠던 공분은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했을 것이었다. 화재 사고를 당한 아주 일부 고객을 넘어 사고를 당하지 않았지만 고통받는 더 많은 고객에게 큰 관심을 가져야 했다.

4. 고객 일선 접점 관리가 부족했다
현장 딜러사와 일선의 세일즈 컨설턴트, AS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이는 모든 수입차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위기가 촉발되면 이런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BMW도 그랬다. 화재 우려로 인해 고객들은 두려워했지만 일선에서 완전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했다. 리콜 처리 방침이나 대상에 대해서도 완전한 설명이 힘들었다. 점검받은 차량에서 불이 나는 일도 있었다. 제대로 된 점검을 해주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본사의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하달되고, 딜러사를 중심으로 세일즈 컨설턴트들에게 정확한 정보 공유와 위기 대응 교육 및 훈련을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고객과 직접 만나는 AS센터 직원들이 정보와 권한 부족으로 고객 응대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5. 커뮤니케이션 창구 관리도 부족했다
위기 발생 시 이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창구 일원화다. BMW 케이스에서도 과거 사례처럼 커뮤니케이션 창구 관리 문제가 드러났다. 세일즈 컨설턴트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억울함을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댓글로 BMW의 대응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일반 소비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정제되지 않은 직원들의 일방적인 정보들이 다시 언론에 기사화됐고 여기저기 공유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다. 또 리콜 과정을 취재하러 일선 매장을 방문해 취재하는 PD의 카메라를 우산으로 가리고 막으며 취재를 방해하는 모습도 노출됐다.

BMW 내부적으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하고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됐지만 좁은 운신의 폭 안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대응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 고려와 대응은 형량이나 배상 규모를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고객 혹은 사회 구성원들의 감정은 법적 고려만으로 관리될 수 없으며 세심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


필자소개 김현수 동아일보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김현수 기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제대학원에서 금융공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동아일보 입사 이후 경제부, 정치부를 거쳐 산업부에서 유통,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을 취재하며 경제 산업 현장을 글로 옮겨 왔다. 현재 자동차·철강·조선 등 제조업과 주 52시간, 최저 임금 등 노동 정책 이슈 등을 맡고 있다.

정용민 스트레터지샐러드 대표 ymchung@strategysalad.com
정용민 대표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미국 페어레이디킨슨대(Fairleigh Dickinson University) 대학원에서 기업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부사장과 오비맥주 홍보팀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를 맡고 있다. 위기관리 서적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원 퍼센트』 『기업의 입』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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