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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인터넷 은행, 앞으로도 혁신의 촉매 될 수 있을까?

옥성환 | 257호 (2018년 9월 Issue 2)
메기효과는 미꾸라지의 천적인 메기를 수조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가 메기를 피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더 건강해진다는 이론이다. 이 메기효과가 최근 두드러진 곳은 바로 금융 산업이다. 인터넷 은행의 성공이 기대 이상의 ‘메기효과’를 발생시켰다. 시중은행의 단순 조회와 이체가 중심인 ‘모바일뱅킹’이 아니라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모든 업무 처리가 가능한 ‘100% 모바일 은행’을 원하는 금융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결과다. 인터넷 은행 출범 후 1년간 단 2개의 인터넷 은행이 모집한 고객은 약 700만 명이다. 이는 시중 은행이 2015년에 모집한 전체 모바일 계좌 가입자 수 16만 명을 무려 40배 이상 추월했다.

그러나 메기효과가 진행될수록 역설적으로 ‘메기’의 고민은 깊어져만 간다. 인터넷 은행이 출범했을 때 밝혔던 시중은행 대비 차별성은 활성화된 메기 효과에 힘입어 이미 상당 부분 격차가 좁혀져 있다. 모바일 혹은 디지털화(Digitalization)는 이제 인터넷 은행만의 ‘차별성’이 아니라 은행업 전반의 ‘표준’이 돼가고 있다. 시중은행은 인터넷 은행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전후 경쟁적으로 모바일 전용 상품을 출시했는데 당시 은행들의 비대면 상품 취급액은 전년보다 2조 원이나 증가했다. 중금리 대출 시장도 작년 한 해 전체 규모가 약 200% 가까이 늘어났다.

시중은행이 인터넷 은행과 다를 바 없는 24시간 서비스를 운영할수록, 당장의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인터넷 은행만큼 저렴한 금리의 상품을 내놓을수록 ‘편의성과 저렴함’이라는 인터넷 은행의 차별성은 빠르게 희석될 수밖에 없다. 다 같이 진화해가는 환경에 맞춰 인터넷 은행은 다시금 차별화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결국 해법은 인터넷 은행이 ‘지속적으로 메기가 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인터넷 은행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대형 은행들이 하고 있지 않은 영역을 빠르게 발굴하고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영역이 빅데이터든, 개방형 플랫폼이든, 최근 핫 하게 떠오른 블록체인이든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역을 가장 먼저 발굴하는 게 관건이다. 그리고 거대 규모의 은행들이 진입하기 전에 다시 새로운 영역을 신속하게 찾아 나설 수 있는 유연함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인터넷 은행을 인터넷 은행답게 만드는 것은 특정 기술이나 상품이 아니다. 아직 발굴되지 않았지만 소비자에게 필요한 영역을 누구보다 먼저 찾아낼 수 있는 조직, 경영 철학, 일하는 방식 같은 ‘무형의 문화’야말로 인터넷 은행이 다른 곳과 지속적으로 차별화될 수 있는 포인트다.

인터넷 은행은 빠른 의사결정 구조와 수평적 조직 문화를 토대로 경계 없는 제휴를 통해 시장의 트렌드를 바로 알 수 있어야 한다. 케이뱅크의 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를 맡고 있는 필자가 기업 문화 혁신과 개방형 제휴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규제 관점에서도 인터넷 은행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1년간 대한민국의 금융 소비자들이 목격한 것보다 한층 진전된 메기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환경에서 더 빠른 속도와 유연함을 가지고 혁신의 DNA를 확산할 진화된 메기, 진화된 인터넷 은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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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성환 K Bank 경영기획본부장

옥성환 K Bank 경영기획본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한불종합금융 심사팀에서 일했다.
이후 KT 전략기획실 그룹전략담당, 혁신추진단장 등을 거쳐 KTDS 경영기획실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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