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우리는 이미 로봇시대를 살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이 일터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자칫 인간이 일자리를 잃고 기계에 떠밀리 게 아니냐는, 이른바 ‘테크노 포비아(Technophobia)’를 앓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히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스마트 스트레스(smart stress)’가 나타나는 등 이와 관련한 불안이 적지 않다. 리더 입장에서는 로봇을 도입해 스마트 워크를 시행하더라도 인간의 역할과 중심축을 설정해 근로자들이 불안하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근로자들도 근거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보다는 기술 발달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가는 개인적 트랜스포메이션 능력(personal transformation ability)을 키워가야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 관련 기술들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일자리 지형도가 그려질 것으로 예측된다. 현존하는 직업 중 70%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의 로봇은 단순반복 작업을 담당하는 블루칼라와 사무직이나 관리직 등 단순 지식이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화이트칼라 업무를 대체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간이 독점할 것으로 여겨졌던 금융, 법률, 의료, 언론 분야 등 이른바 전문직 업무까지도 대체하는 수준에 이르며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 기계는 3D(Dangerous, Dirty, Difficult) 업무에 한해 인간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여 왔다. 반대로 인간은 4I(Intelligent, Important, Interesting, Instinct) 영역의 업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며 기계보다 우위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기술 발달은 전통적인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붕괴시키고 있으며 미래 기술로 여겨졌던 기술들의 현실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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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스마트 팩토리, 자율주행차 등은 기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뛰어넘는 ‘빅뱅 파괴(Big Bang Disruption)’ 기술로 기존 산업의 밸류체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인간 삶의 방식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기술 경쟁,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 등으로 관련 기술들의 글로벌 시장 출시가 경쟁적으로 진행되며 인간의 직업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우려는 극에 달하는 추세다. 이런 기술에 대해 기본적으로 우리가 인지해야 할 현실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완전 자동화 시대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 자동화 수준은 크게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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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수준(No Automation)은 수동 단계로 운전자가 주변 상황 모니터링, 판단, 차량 조작까지 모든 기능을 수행하며 시스템 개입이 전혀 없다. 1수준은 운전자 보조(Driver Assistance) 단계로 인간 운전자가 모든 기능을 수행하지만 일부 특정 상황에서 시스템이 차량의 조향, 가속, 감속 등을 담당한다. 2수준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시스템이 항상 주행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3수준은 2수준 기능에 더해 주변 환경 모니터링을 시스템이 담당하는 조건부 자동화(Conditional Automation) 단계로 운전자가 항상 주행상황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없다. 4수준은 고도화된 자동주행(Highly Automated) 단계로 고속도로 등 특정 환경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5수준은 완전 자동화(Full Automation) 단계로 운전을 위한 모든 기능을 시스템이 수행하는 단계다. 완전 자율주행 기능이 등장하면 운전이라는 인간의 노동뿐만 아니라 인지, 판단과 예측 기능까지 시스템이 담당하면서 안전한 운전을 위해 작동하는 인간의 모든 기능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다. 당연히 운전면허 자체가 필요 없고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며 보험, 부품, 물류, 정비, 휴게소 등 후방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둘째, 로봇의 보급이 빨라지고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그동안 인간이 기계들과 상호작용하던 공간이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시스템(Human-Machine Interface System)에서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우리가 사용했던 기계들은 기계 자체에 내장된 소프트웨어 기능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디바이스와 연결해 실시간으로 온라인상의 모든 기능을 바로바로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내비게이션이나 오디오 등은 차량에 내장된 메모리에 한해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 제어 프로그램은 정비소에 가서 업그레이드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커넥티드카는 인터넷, 모바일 디바이스는 물론 운전자와도 연결돼 있다. 자동차 제어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거나 시트, 실내 환경 등을 자동차가 운전자를 인식하고 그것에 맞게 세팅할 수 있다. 많은 시스템을 인터넷과 클라우드에 연결해 사이버 세상과 실제 세상을 연결한다. 미래의 자동차를 이동봇, 자율주행 공유자동차를 로보택시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렇듯 그동안 인간이 담당했던 데이터 수집과 분석 등의 기능을 클라우드 등에 존재하는 인공지능이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로봇이 물리적 공간과 사이버 세상을 매개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음성인식, 가상현실 등 과거에 비해 쉽고 정확한 인터페이스 방식이 보편화하면서 인간은 보다 편리하게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기계와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방법이 쉬워지고 각각의 역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 로봇이 일상으로 빠르게 침투하면서 많은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고 편리함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로봇으로 인해 인간이 설 자리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특히 일자리 차원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이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를 통해 앞으로 인간의 직업과 일하는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지 살펴보자.
일자리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은 스마트 팩토리다. 스마트 팩토리는 공장이 스스로 생산, 공정 통제 및 수리, 작업장 안전 유지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 기술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정보통신기술과 결합돼 장비와 부품, 관리 시스템들이 서로 소통하는 생산 시스템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독일을 대표하는 23개 산업군에서 스마트 팩토리가 인간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시뮬레이션 변수는 스마트 팩토리 활용률과 기업 추가 이익 성장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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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이 가장 높은 케이스는 기업들이 매년 1% 수준의 추가 이익 성장을 목표로 50% 기업들이 스마트 공장 기술을 도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생산 현장의 일자리 61만 개가 스마트 팩토리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로봇으로 표준화할 수 있는 단순 반복 작업을 담당하는 현장 생산직뿐만 아니라 품질 관리, 설비 관리, 생산 계획 등 화이트칼라 직종도 다수 포함된다. 기업의 절반만이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 상황에서 일자리가 61만 개나 사라진다는 것은 상당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반면 BCG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IT 분야에서 21만 개, 데이터 분석과 연구개발 분야에서 75만 개 등 약 96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96만 개가 새로 생기고 61만 개가 사라진다면 결과적으로는 35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새로 생겨나는 직업 중 수요가 가장 큰 분야는 빠르게 증가하는 현장 데이터 처리를 위한 데이터 과학자로, 이 분야에서만 7만 명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밖에도 시스템 개발을 위한 IT 솔루션 아키텍트와 로봇-인간의 효율적 역할 분담 및 협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새로운 로봇 역할을 발견하고 설계하는 로봇 코디네이터 등에 4만 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독일의 상황에 국한된 조사 결과인 만큼 전 세계로 분석 대상을 확대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 수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결과는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직접노동자(Direct Worker)가 줄어드는 대신 생산 현장을 관리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 팩토리 설계, 공급, 지원, 유지보수, 서비스 등을 담당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일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작업하는 간접노동자(Indirect Worker)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생산자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 조사에 따르면 2009년 미국 제조업의 평균 고용승수(Employment Multiplier)는 1.58이다. 노동자 100명이 생산 현장에서 일할 때(직접노동자), 이들과 관련된 외부 서플라이 체인의 노동자(간접노동자) 58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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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업계에서는 간접일자리가 직접일자리를 넘어섰으며 2020년 즈음에는 평균 고용승수가 3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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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캘리포니아 등 하이테크 생산지역의 고용승수는 3.5에 근접하는 등 생산 현장이 더 스마트해지고 진화할수록 간접일자리가 늘면서 고용승수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다. 즉 생산 현장에서 직접 작업하는 인력 자체는 줄지만 생산 현장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들이 현장 외부에서 일하는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하는 방법의 변화다. 기계 검사에서 기계 데이터 분석, 문제 파악과 해결책 마련 등이 모두 기계의 영역으로 넘어갔고, 이를 고안하고 관리하는 역할이 인간에게 넘어온 만큼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인간의 역할을 먼저 설정하라 경영자와 노동자 개인 모두 이런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은 매우 매력적이다. 인간처럼 심리적 기복이 없고, 동료나 상사와의 갈등도 없다. 일정한 생산성을 유지하며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다. 급여 인상과 복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근로시간 제한이 없고 재교육과 복지가 필요 없다. 노조를 결성하지도 않는다. 새로운 작업이 요구된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교체 혹은 업그레이드만으로 성능과 기능을 확장하면 된다. 예컨대 리싱크로보틱스에서 개발한 박스터 가격은 2만5000달러(약 2900만 원)로 시간당 운영 비용은 4.32달러(약 4660원)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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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달러는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 시급인 7.25달러(약 7820원)의 60% 수준으로 전일제 노동자를 평생 고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로봇 투자에 대한 회수기간이 2008년 11.8년에서 2015년 1.7년으로 7년 사이에 무려 10년 이상 단축됐으며 앞으로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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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경영자 입장에서 얼마나 효율적인지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과거 개인, 기업, 국가의 부를 결정했던 물질 격차(Material Divide)와 정보 격차(Information Divide)보다 영향력이 큰 로보틱스 혹은 인공지능 격차(Robotics or Artificial Intelligence Divide)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시대에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최근 논란이 많았던 테슬라모터스 사례를 보자. 테슬라모터스의 시가총액은 북미 최대 완성차 업체인 GM의 절반 정도에 이르지만 직원 수는 30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 프레몬트(Fremont) 공장에서는 로봇 160여 대가 자동차를 조립한다. 작업자 3000여 명은 주로 운전대와 배터리, 차량 내 디스플레이 설치 등 세부 작업을 담당한다. 이런 점을 강점으로 인정받으며 이 회사는 대표 차종인 Model S와 더불어 혁신성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테슬라모터스가 심혈을 기울였던 차기 주력 차종 Model 3 양산이 지연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16년 3월 Model 3는 인터넷을 통해 무려 45만 대 사전 예약에 성공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8년 1분기까지 매주 2500대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예약 취소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2018년 2월 주가가 25% 이상 떨어졌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테슬라 신용등급을 B2에서 B3로 한 단계 낮췄으며 전망도 ‘안정’에서 ‘부정’으로 조정했다.
생산이 지연된 이유는 무엇일까? 테슬라는 Model 3에 새로운 기능을 무리하게 포함시키기도 했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복잡하고 과도한 생산라인 자동화다. 번스타인리서치(Bernstein Research)에 따르면 테슬라모터스는 다른 완성차 업체에서는 주로 인간이 담당하는 최종 조립 작업에도 로봇을 투입했고, 해당 공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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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도 2018년 4월 CBS 굿모닝과의 인터뷰에서 Model 3 생산라인의 자동화 의존도가 너무 높았고, 조립라인 작업자 수가 너무 적어 생산 속도가 떨어졌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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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공장자동화 장비업체인 퍼빅스(Perbix)를 인수하며 “장기적으로 테슬라 경쟁력은 자동차가 아니며 공장일 것이다(The competitive strength of Tesla long-term is not going to be the car, it's going to be the factory)”라고 언급하며 자동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던 것과 비교된다. 그는 Model 3 라인에 설치되는 로봇들을 1906년 진수된 영국 전함으로 당시 최고의 전력을 보유했던 에일리언 드레스노트(Alien Dreadnought)와 비교하며 “속도는 최고의 무기(Speed is the ultimate weapon)"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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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l 3 생산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로봇과 인공지능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늦은 도입에는 문제가 있겠지만 너무 빠르거나 작업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투자는 실패로 종결될 수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 도입이 항상 인력 감축 및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울산에서는 스마트 팩토리 도입에 적응하지 못한 작업자가 퇴사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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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스마트 스트레스’다. 지나치게 로봇 중심인 스마트 팩토리 운영 로직의 설계는 인간 노동자 스트레스 증가로 생산성 및 사기 저하로 이어져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기계와 인간은 상호 배타적이거나 완전 대체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파트너 개념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도입 목적과 환경, 업종 특성 등을 고려해 로봇과 사람이 협력적으로 최적화된 공존 모델을 개발하며 적용할 수 있는 면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최우선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인간의 역할이다.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 개발자, 인공지능과 로봇의 사용자 혹은 작업자, 작업 지시 등 목표를 부여하는 관리자가 그것이다. 각 포지션에 해당하는 인간의 역할을 부여한 후 로봇이나 기계를 어느 정도 적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순서다. 인간의 역할이 충분히 수행돼야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스템 활용이 가능해진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사용자 경험이 보다 중요해진다. 다시 말해 경영자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표적인 스마트팩토리인 아디다스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를 예로 들어보자. 아디다스는 이 공장을 통해 연간 100만 켤레 생산을 위해 필요한 인력 600명을 10여 명으로 감축했다. 인력 운용 면에서의 효율성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것은 스피드 팩토리를 통해 확 바뀐 사용자 경험이다. 아디다스는 웹페이지를 통해 어퍼(Upper), 힐탭, 신발끈, 케이지(Cage), 아웃솔(Outsole) 등 다양한 신발 구성 요소들을 소비자가 선택해 주문할 수 있는 마이아디다스(Mi adida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받은 주문을 스피드 팩토리에서 받아 작업하는 구조다. 스포츠 선수들이나 받아볼 수 있었던 개인 맞춤형 신발 제작 서비스를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를 통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신발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축구화, 농구화, 러닝화, 테니스화 등 퍼포먼스 제품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의 색상과 소재를 선택하고 자신만의 이니셜을 새길 수도 있게 했다. 기존 제품 대비 10~15% 높은 가격이 책정되지만 대량 생산된 제품이 아니라 차별화된 색상과 소재, 디자인으로 제작된 신발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끈다. 스피드 팩토리를 통해 맞춤 서비스 대상을 확장하고 기존 배송 시간을 6주에서 1주일로 단축하는 등 경쟁사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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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획기적으로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휴먼웨어와 개인의 트랜스포메이션에 주목하라 인간의 직업은 새로운 생성, 통합과 분화, 소멸 주기를 가진 유기체다. 인간 직업의 종류와 일하는 방식은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구조의 전환, 특히 인간의 기능을 보조 혹은 대체하는 자동화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 변화의 폭이 좌우된다.
여기서 휴먼웨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휴먼웨어는 시스템 개발 및 공급사가 인력과 조직 관리 차원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못지않게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개발자, 관리자, 작업자 등도 시스템 개발 요소의 하나라는 의미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시스템 구성 요소로서 인간의 효과적 역할이 필요하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만큼 인간도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을 갖춰 시스템 구성 요소로서의 기능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다양한 연구에서 볼 수 있듯 기술 발전에 따라 일자리는 분명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 대부분은 추가적인 학습을 통한 지식과 경험 충전이 있어야만 수행 가능한 것이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만으로는 새롭게 달라지는 역할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휴먼웨어에 대한 관심이나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기술이 급변하고 환경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위한 학습이 매우 중요하지만 개인 발전을 위한 배려에 인색한 기업이 많다. 사내 교육과 외부 대학 등을 이용한 교육도 일부 대기업 등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부업과 겸직제도 허용을 통한 새로운 기술 기반의 창업 촉진, 전직과 은퇴 후 제2의 인생 준비에 대한 컨설팅,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발생하는 전문 인력 부족에 대한 해소 정책 등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양적 근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 유동성이 세계 139개국 가운데 83위인 한국도 질적인 측면에서의 근로개혁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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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기술 발전, 기대수명의 증가 등으로 하나의 직업으로는 더 이상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시대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른바 로봇과 인공지능 포비아(phobia) 현상도 안정적인 삶을 위협한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을 이른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 발전에 따라 빠르고 효과적으로 새로운 직업 분야로 진입하고 정착하기 위한 지식과 경험 습득을 일컫는 개인의 트랜스포메이션 능력(personal transformation ability)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단순한 걱정보다는 자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하고 기계를 리드할 능력을 갖추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소개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doowoncha@kistep.re.kr
필자는 일본자동차연구소 방문연구원, 현대모비스 연구소 Human-Machine Interface 팀장을 거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실장, 전략기획실장, 성과확산실장 등을 지냈다. 『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 『4차 산업혁명과 퓨처노믹스』 『잡킬러-4차 산업혁명』 『로봇과 인공지능이 바꾸는 일자리의 미래』 『초연결 시대-공유경제와 사물인터넷의 미래』 등을 공저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겸임 연구원으로도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