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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하라 마사히코 플러스드라이브 대표 인터뷰

‘고객 가족사진이 붙어 있는 도요타 정비소
일의 의미 제대로 알아야 생산성 높아져’

이미영 | 251호 (2018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도요타식 원가 절감과 생산성 혁신의 핵심은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다. 도요타에는 ‘현상 유지는 악’이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오랜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도요타 직원들은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더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소소한 성과라도 좋다. 공장 현장, 영업 현장, 사무실 등 모든 곳에서 직원들은 업무시간을 단 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비용을 1엔이라도 아끼기 위해 머리를 쓴다. 놀랍게도 직원들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스트레스를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의 작은 업무 개선 하나하나가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자사의 독특한 생산 방식을 적극적으로 공개한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기업의 관계자들이 도요타를 방문해 도요타 생산 시스템(TPS)에 대한 교육을 받고 현장을 견학했다. 정작 도요타 시스템을 도입해 큰 성과를 냈다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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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엔지니어 출신인 하라 마사히코 플러스드라이브 대표는 “도요타 생산 시스템의 반쪽에만 집중한(주목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도요타 생산 시스템 자체는 ‘하드웨어’에 불과하다. 도요타의 또 다른 핵심은 변화를 추구하는 조직문화와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예상과 달리 도요타의 관리자들은 직원들이 정해진 매뉴얼대로만 꼼꼼하게 일하는 것을 오래 지켜보지 못한다. 회사가 알려준 매뉴얼대로만 일하면 그야말로 ‘큰일’이 난다고 한다. 만약 도요타에서 관리자가 크게 화를 내는 일이 있다면 그 이유는 직원이 변화하지 않고 ‘한결같이’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DBR은 하라 대표를 만나 그가 직접 경험한 도요타식 생산성 혁신의 본질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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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요타 생산 시스템이 다른 기업에서 성공하기 어려운가?

많은 사람이 도요타 하면 TPS(도요타 생산 시스템, Toyota Production System, TPS), 칸반방식(Kanban System)1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을 보고 이를 도입하기 바쁘다. 그런데 도요타처럼 성공하는 기업이 없다. 왜 그럴까? 접근방식이 틀렸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획기적인 시스템은 직원들의 일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나온다. 이 시스템을 이루는 기초를 이해하지 못하면 도요타 시스템을 적용해도 성공하기 어렵다.

도요타는 예전부터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쏟는 기업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세상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나의 큰 삼각형을 그려보자. 여기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게 바로 ‘마인드셋(mindset)’이다. 그 위에 올라가는 것이 직원들의 업무 능력인 ‘스킬셋(Skillset)’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도구(tool set)가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간과한 채 대부분 사람은 도요타의 툴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일을 하는 순서나 일을 하는 방식을 가르치는 데만 집중한다. 이런 접근으로는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어렵다. 일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과외 업무가 아니라 업무의 전부라고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마인드셋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도요타의 목표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자동차를 타는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 90여 년 동안 도요타는 일관된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면 고객이 행복하고, 더 많은 고객이 도요타자동차를 탈 것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수익을 창출하고, 수익을 바탕으로 다시 고객이 만족할 만한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목표만 들으면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소리 같다. 그런데 이 목표를 직원들이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선 도요타는 일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한다. 도요타에서는 ‘열심히 일하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지금보다 노력을 덜 들여서 같은 결과물을 내라는 것이다. 남는 시간에 또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해 고객의 부가가치를 더 높이는 영역에 1분, 1초라도 더 활용하기 위해서다.

또 도요타에서는 잔업을 금기시한다. 도요타 직원들은 잔업을 하는 것도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과가 없는데 오래 일을 한다고 해서 높은 급여를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도요타 직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움직이지 말고 일을 하라’다.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몸만 움직이지 말고 머리를 써서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진짜 일’을 하라는 것이다. 도요타의 직원 평가도 근무시간이 아니라 기존 업무를 어떻게 개선했고, 그것이 어떻게 고객의 이익으로 연결됐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두 번째는 고객에 대한 태도다. 도요타에서는 눈앞의 일이 누구를 위한 일인지, 그 일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항상 생각한다. 지금 만드는 제품이 고객과 세상에 어떠한 가치를 제공하는지 교육한다.

내가 정비공으로 있을 때 한 선배는 자신의 공구박스 앞에 항상 가족사진을 붙여놨다. 이 사진 속에는 도요타의 SUV 차와 가족 다섯 명이 함께 웃고 있었다. 이 사진 속 가족은 그 선배의 가족이 아니다. 그를 찾아 온 고객의 가족사진이었다. 그 선배에게 ‘대체 남의 가족사진을 왜 붙여놓느냐’고 물었다.

선배의 답은 간단했다. ‘내가 수리를 하는 이유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 고객은 가족과의 여름 휴가를 앞두고 수리센터를 찾았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난다며 차를 고쳐달라고 했다. 브레이크만 살짝 손보면 되는 간단한 수리였다. 선배는 친절하게 그들을 맞은 뒤 브레이크를 고쳐줬다. 그 고객은 정말 기뻐했다. 휴가를 보낸 후 차를 잘 수리해준 덕분에 즐거운 여름 휴가를 보냈다며 휴가 때 찍은 사진을 선배에게 보냈다. 그 선배는 그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 기분을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붙여놓은 것이다.

한번은 일이 너무 많이 몰린 날이 있었다. 내가 너무 힘들어 혼잣말로 ‘아, 오늘 오일 교환을
10대나 했네’라고 푸념했다. ‘미팅을 오늘 10번 했다, 자료 정리를 10부나 했다’와 같이 아주 일상적으로 직원들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선배가 나를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냈다. 고객에게 소중한 차량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지 말라고 했다.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고객에게 가치를 주고 있다는 것을 직원이 인지하면 일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마인드셋이 궁극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자세히 알고 싶다.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조직에서의 거의 모든 업무는 불필요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직원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쓸데없는 요소를 버리면 생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가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다. 선배들은 벽에 자동차 수리에 필요한 공구들을 걸어놓는다. 공구의 위치는 물론 공구의 이름까지도 벽에 표시해뒀다. 심지어 공구가 걸릴 위치에 공구의 실루엣도 그려놨다. 선배들은 이것도 모자라 벽에 공구들이 효율적으로 걸려 있는지, 위치를 바꿀 필요는 없는지 매일 고민했다. 처음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공구도 다 알고 있고, 뭐가 필요한지 아는 전문가들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답답했다. 그런데 선배들에게 이 일은 매우 중요했다. ‘물건을 찾는 시간’을 줄이면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물건과 불필요한 물건을 골라내고, 더 편리한 위치로 도구들을 정렬하는 것을 정리·정돈이라고 한다. 이 기본을 제대로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집중 업무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똑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서 도요타 생산 시스템이 구축됐다. 즉, 도요타 생산 시스템은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도요타는 엄격한 매뉴얼로 유명하다.
도요타에선 수없이 다양한 영역에서 매뉴얼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핵심은 매뉴얼이 아니다. 매뉴얼을 만드는 목적이 더 중요하다. 일단 해보고, 그 방법이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증명되면 그때 매뉴얼화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매뉴얼이 정말 최선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지속적인 매뉴얼의 업그레이드가 핵심이다.

이 업그레이드를 위해 도요타 직원들은 누구나 PDCA를 생활화한다. PDCA는 계획(Plan), 실행(Do), 평가(Check), 행동(Action)의 약자다. 1900년대 벨연구소에서 근무한 통계학자 월터 슈하트가 고안했고, 에드워드 데밍이 실용화한 아주 오래된 품질관리 기법을 여전히 이용한다. 끊임없이 결과물을 점검해 보다 더 나은 방식을 찾아내 이전보다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처음에는 수정하고 보완하는 단계가 퇴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더 크게 한발자국을 내딛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많은 기업이 그때그때 유행하는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그것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면 바로 폐기하고 새로운 경영기법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도요타는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PDCA를 버린 적이 없다. 직원들이 이 기법만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해도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는 도요타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요타 직원들이 PDCA를 어떻게 업무에 적용하고 있나.
도요타는 매우 사소한 개선 활동이라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선 업무를 세세하게 분해해야 한다. 내 경험을 예로 들면, 나는 정비공이었기 때문에 정비 매뉴얼이 있었다. 오일을 교환할 때는 ‘이런 공구를 쓰고, 이런 순서로 하세요’라고 세세하게 적혀 있다. PDCA를 돌리면서 행동 하나하나를 점검해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지 찾아봤다. 순서 중 일부를 생략하고 다른 공구를 써봤더니 오일을 교환하는 데 무려 10초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이 방법을 기록해 아침 회의 때 직원들과 공유했다. 이 방법은 도요타의 새로운 매뉴얼이 됐다. 작은 시도도 결과물로 공유되고 실제 적용된다.

사무직도 마찬가지다. 한번은 정비소 옆 영업장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이때 상사가 영업장 직원을 심하게 혼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해서 귀를 기울여 들어봤다. 직원이 변화하고 있지 않은 것을 냉정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PDCA를 활용하면 반드시 변화를 찾아낼 수 있는데 왜 하지 않냐고 꾸짖었다.

도요타에선 ‘변화’가 키워드다. 변화해야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를 관리자로부터 항상 들었다. 그렇기에 현상 유지는 ‘악’이다. 개선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널리 퍼뜨려야 환영받는다. 그렇기에 도요타에서는 ‘정교하게 하느라 느린 것보다는 일단 서투르더라도 빨리 해보는 게 더 좋다’는 인식이 통용되고 있다. 생각한 것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신속하게 시도해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작은 변화도 변화다. 직원들에게 혁신의 진입 장벽을 낮춰 실천을 일상화하고 널리 공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악의 상황은 어떤 부서가 실제 개선을 이뤄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에 확산되지 않는 것이다. 이미 솔루션이 있음에도 부서 간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문제가 있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비효율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도요타에선 이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



사무직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알고 싶다.
사무직에서도 업무 생산성을 높인 사례가 많다. 업무의 ‘가시화’를 통해서다. 보통 도요타의 ‘가시화’를 이야기할 때 도요타 생산라인의 ‘안돈 시스템’을 떠올린다. 안돈 시스템은 각 공정의 정상 작동 여부를 보여준다. 사람들이 빨리 문제를 알아차리고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

사무직에서도 유사한 방식을 적용한다. 서로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그다음 할 일을 재빨리 파악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런 시스템은 일본어로 큰 방이라는 뜻의 ‘오베야(大部屋)’로 불린다. 도요타에선 특정 과제가 떨어지면 그 과제를 화이트보드에 크게 써서 복도나 사무실 한가운데에 놓고 모두가 볼 수 있게 한다. 아주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효과가 크다. 누구나 오고 가며 이 문제에 대해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화이트보드에 자유롭게 과제에 대한 의견을 붙인다. 이를 통해 문제점을 구체화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낸다.

또 과제와 관련된 직원들이 한 방에 모여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일종의 태스크포스(TF)와 같은 개념이다. 부서마다 입장이 다르고, 보는 관점도 다르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부서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찾아낼 수 있고, 불필요한 업무 프로세스도 발견할 수 있다.

오베야 방식은 매우 간단하고 당연해 보이지만 많은 글로벌 회사에서 적용해 큰 효과를 봤다.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의사결정 기간을 단축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대부분의 회사가 e메일로 의사소통을 한다. 굉장히 수평적인 소통처럼 보이지만 e메일의 속성상 서로 일방적인 입장만 전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다양한 부서가 관여된 경우 부서 간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오베야 방식을 도입하면 제품 기획, 설계, 생산팀 등 권한을 위임받은 결정권자들이 한곳에 모여 신제품을 개발한다. 미국의 한 제조업체는 이 방식을 도입해 신제품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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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책임자들을 한곳에 모은다고 생산성이 높아질 것 같진 않다.
직원들이 ‘다능공(多能工)’이 돼야 한다. 즉, 회사의 여러 가지 업무를 이해하고 실제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정비소와 판매소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도 판매소 옆에 있는 정비소에서 일했다. 나는 정비공임에도 불구하고 영업회의에 참가했다. 정비공이라고 해서 정비만 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영업활동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다능공의 한 예다.

이렇게 꾸준히 회의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직원의 생각이 달라진다. 자동차의 어떤 성능을 강조해야 판매에 도움이 되는지, 정비와 판매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등을 고민하게 된다.

갈등도 줄어든다. 영업과 마케팅 부서 간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기술직과 영업직 간 갈등도 자주 일어난다. 그런데 회의 참석만으로도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고 다른 시각을 공유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업무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직원을 다능공으로 키우고 그것이 효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나무꾼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한 나무꾼이 나무를 자르는데 나무가 잘 잘리지 않았다. 힘이 약해서도 아니었고, 나무가 너무 단단해서도 아니었다. 문제는 나무꾼의 톱이었다. 톱날이 무뎌서 더 이상 자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무꾼에게 톱날을 갈아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소용없었다. 나무꾼은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나무꾼이 어리석어 보이나? 사실 기업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다. 시간과 비용을 조금만 더 들이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다.

도요타의 다능공화를 적용해 성공한 기업도 있다. 일본 ‘호시노리조트’다. 이 리조트는 일본 전국에 37개 고급 호텔과 료칸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 100주년을 맞은 유서 깊은 호텔 체인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이 리조트는 직원들의 생산성 문제로 고민이 깊었다. 로비 바닥에 누군가 커피를 엎질러 프런트에 얘기하자 데스크 직원이 ‘내 일이 아니니 청소부에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청소팀은 체크인과 체크아웃 손님이 몰릴 시간이라 객실 청소에 분주해 일손이 부족했다. 결국 커피는 쏟아진 채 몇 시간 동안 방치됐다.

심각한 업무 비효율이 발생한 것이다.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대체 직원이 있었는데도 이 상황을 보고만 있었다. 그동안 고객들은 지저분한 로비를 보면서 호텔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을 것이다.

그래서 이 호텔은 객실 청소, 식사 준비, 프런트 서비스 등을 모든 직원이 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한쪽에 일이 몰리면 다른 사람이 가서 도와주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다른 파트의 일을 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그 결과 모든 직원이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서비스를 도입한 후 호시노리조트는 객실료를 더 올렸지만 찾는 손님은 더 많아졌다. 직원들도 스스로가 경영진처럼 행동하고 서비스를 제공했다. 리조트에 대한 애착과 이해가 커지면서 이직률도 낮아졌다.

하루아침에 얻은 결과가 아니다. 교육에만 1년이 걸렸고, 직원들의 반발도 컸다. 그래도 꿋꿋이 진행했다. 흥미로운 영상 자료를 만들고 실무 위주의 교육을 진행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호시노리조트는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직원 수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높이기 위해 조직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직원들 개개인에게 생산성 향상 과제를 떠맡겨서는 절대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조직과 리더십 측면에서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도요타에선 이를 ‘조직의 가시화’라고 한다. 회사가 돌아가는 사정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누구나 공유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도요타는 IT를 활용해 조직을 투명하게 만든다. 도요타가 쓰는 IT 툴 중에 세일즈포스(Salesforce)와 채터(Chatter)라는 사내 SNS가 있다. 도요타 직원들은 여기에 회사에 대한 불만사항과 현장 상황을 자유롭게 올린다. 도요타 직원들이 의외로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편인데 이러한 의견이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삼현주의(三現主義)3  다. 삼현주의는 ▲현장으로 가서 ▲직접 보고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도요타의 업무 방식이기도 하다. 삼현주의의 핵심은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가장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원칙이라는 것이다. 영업 및 생산 현장에 나가서 직원은 물론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문제점을 빨리 파악하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게 임원의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새 모델을 개발하면 자동차 시험 운전장에 직원들을 초청해 시운전 행사를 연다. 비포장도로에 어려운 장애물들이 많이 놓여 있는 곳에서 시운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차들이 장애물을 빙글빙글 돌아야 한다. 스턴트맨들이 운전하는 상황처럼 위험한 장면도 자주 연출된다. 그런데 차에 누가 타고 있는지 아는가? 바로 도요타의 사장이다. 도요타 사장들은 항상 처음으로 차를 시운전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보통 회사가 커질수록 이런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도요타에서는 사장이 제일 먼저 현장에 간다. 직원들은 사장이 자신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면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이 직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밑바탕이다.




성과보상제도와 같은 실질적인 보상이 직원 생산성 향상에 더 중요하다고 보는 기업도 많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많이 주면 직원들이 더 생산적으로 일할 것으로 믿는다. 일부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100% 맞다고 보긴 어렵다.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내 일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회사가 구체적으로 그려줘야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솝우화 중 벽돌공 이야기를 생각해보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벽돌을 쌓는 사람보다 이 벽돌을 쌓아서 교회를 만들고, 그 교회에 많은 사람이 오길 바라는 ‘가시적인 목표’가 있는 벽돌공의 생산성이 가장 높다. 직원에게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도요타의 일하는 방식이 생산성 향상에 유효하다고 보는가?
최근 IT 기업들을 보면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혁신을 이뤄나가고 있다. 그에 반해 도요타는 여전히 조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한곳으로 모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결국 IT 기업이든, 제조기업이든 목표는 같다고 본다. 변화를 추구하는 것. 그 변화를 추구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축구에서 브라질이 개인기로 승부를 걸고, 독일이 조직력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처럼 조직에 맞는 옷을 찾아서 입으면 된다. 반드시 개인주의를 강화할 필요도, 조직의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도 없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왜 우리가 생산성을 높여야 하며, 그 결과가 어떻게 직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 경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인간은 일의 의미를 제대로 알 때 가장 생산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송연지(인하대 아태물류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하라 마사히코 플러스드라이브 대표는 1996년에 도요타자동차에 입사해 10년 가까이 서비스엔지니어로 일하며 5000대가 넘는 자동차를 수리했다. 그는 도요타에서 개최하는 기능올림픽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고, ‘아이디어 툴 콘테스트’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도요타 우수 엔지니어로 성장했다. 도요타를 나온 후 컴퓨터 회사 델 도쿄지사의 영업 전략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영업 및 마케팅 활동에 주력했다. 2015년부턴 웹마케팅을 자문해주는 주식회사 플러스드라이브를 세우고 일본 내 주요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도요타의 일하는 방식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어로 번역된 『도요타 생각』 외 다수가 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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