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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장소'를 중시하는 그들, 겸손과 고객 중시가 '힙플레이스' 만든다

송규봉,이일섭 | 243호 (2018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힙스터는 다른 하위문화 집단보다 훨씬 ‘공간 중심적’이다. 예전의 ‘핫플레이스’라는 단어는 그래서 이제 ‘힙한 곳’ ‘힙플레이스’라는 단어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물론 엄밀하게 보면 그 뜻은 다르다. 힙플레이스는 ‘차별적 가치’ ‘정체성’ ‘취향 중시’ ‘흡인력’ ‘전파력’ 측면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글로벌 유통/쇼핑몰 기업 웨스트필드그룹이 소비자를 6개의 부족으로 나눈 바에 따르면 힙스터는 그중에서 ‘소셜쇼핑 홀릭형’ ‘스타일 충만형’ ‘나 홀로 취향추구형’과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특성과 공통분모를 조합하다 보면 힙스터의 소비패턴과 힙플레이스의 특성을 그려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끝은 아니다. 결국 비즈니스는 트렌드에 올라타면서 그 트렌드를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겸손한 마음으로 힙스터의 특성을 공부하고 고객 중심의 가치를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장사의 신’이라 불리는 우노 다카시의 얘기를 통해 트렌드 너머의 경영학, 그 본질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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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레이스, 힙플레이스, 그리고 힙스터

2000년대까지, 아니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송과 신문에서는 ‘요새 뜨는 곳’ 혹은 ‘핫플레이스’를 소개하곤 했다. 보통은 술집과 맛집이 모여 있는 곳으로 대로변의 큰 상권이 조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SNS, 특히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 위주의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예전의 전통적 핫플레이스, 압구정, 종로, 강남역과 청담동 등은 더 이상 ‘힙’하지 않은 곳이 됐다. 지인이나 팔로하는 친구, 혹은 명사의 SNS와 블로그를 보고 어렵게 찾아가고 줄 서서 기다려 음식을 먹고, 수제품을 구입하고, 벼룩시장을 찾아다니는 ‘힙한 생활’은 서울 홍대 인근을 지나 상수동으로, 연남동으로, 망원동으로, 이태원 경리단길로 사람들을 흩어놓았다. 그러다가 한 곳에 사람이 몰리고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고 ‘기성 언론’의 조명까지 받고 나면 그곳은 잠시 ‘핫’해졌다가 곧 ‘힙플레이스’로서의 성격을 잃게 된다. 그렇게 ‘진짜 힙한 지역’은 몇 년, 아니 몇 개월 단위로 변화한다.

힙스터라는 집단만큼 ‘공간’ 중심적인 하위문화 집단도 없다. 힙스터의 원조가 있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그렇다. 캐나다 밴쿠버의 메인스트리트, 덴마크 코펜하겐의 거리, 미국 뉴욕 브루클린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이르기까지. 힙스터는 항상 그들이 ‘사는 공간’으로 그 정체성이 드러났다. 이는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힙스터는 ‘다른 방식의 삶의 공간’으로 규정됐다면 한국에서는 ‘힙플레이스’라는 이름으로, 즉 ‘소비가 이뤄지는 공간’의 의미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힙스터 다수가 ‘현실주의자 힙스터’, 즉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출하기보다는 ‘힙한 스타일’의 제품과 먹거리를 구입하고 아이템을 사는 힙스터였기 때문이다.1  이 글에서는 ‘힙스터’ 자체에 대한 분석과 비즈니스적 함의를 도출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이제 ‘핫’하다기보다 ‘힙’하다고 부르는 ‘힙플레이스의 변천사’를 통해 한국 힙스터들의 소비패턴과 이동경로를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경영과 창업의 기본 원칙’을 통해 힙스터든 그 무엇이든 새로운 집단과 함께 비즈니스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힙플레이스는 어디인가?

“A카드는 VIP 서비스를 개선하려 합니다. 특히 강남권에 거주하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GIS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대학원 ‘지역마케팅’ 수업에서 [지도 1·2]를 소개했다. 2016년 9월 주말 경기지역에서 사용된 외식 분야 카드결제액을 지도에 담았다. 특정 시기에 지역을 제한했다. 그렇지 않으면 패턴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20∼30대 전체 카드사용액을 수도권 전체로 주중·주말 구분 없이 1년 치를 뿌려 봤다. 직장인과 유동인구가 밀집한 서울의 중심상권만 두드러질 뿐이다. 세밀한 서비스를 기획하기 어려웠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의 위치정보를 연구하던 대학원생과 토론이 시작됐다. 자신이 확보한 데이터를 GIS(지리정보시스템)에 올려 기존 상권과 신흥 상권의 차이를 분석하고 있었다. “많은 2030 세대가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를 내비게이션처럼 활용하고 있거든요.” 사람을 만날 지역과 장소를 정할 때 스마트폰으로 계속 검색하고 실시간 의견을 나눈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이미지 기반 SNS로 일상을 만들어 간다. 짧은 동영상과 해시태그를 적극 활용한다. “이전에는 SNS가 온라인 소통에 초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자신만의 정체성, 그러니까 톤앤매너(Tone & Manner)를 포스팅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지도 1]에서 매출밀도가 가장 높은 핫플레이스는 분당 판교지역이었다. 대형 백화점, 스트리트몰, 전철역, IT 기업들과 연결된 곳이다. 만나기 쉽고, 먹고, 마시고, 걷고, 놀고, 영화 보고, 서점 가고, 쇼핑하기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복합상권이다. [지도 2]에서 60∼70대는 전혀 다른 소비동선을 보여준다. 갈비골목, 장어마을, 장작곰탕, 백숙집과 ‘가든’이 많은 청계산과 행주산성 맛집골목이 눈에 띈다. 초가을 6070세대의 핫플레이스는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웰빙·보양’의 패턴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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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핫플레이스’와 다른 ‘힙플레이스’를 20∼30대와 연관 짓는 것은 자연스럽다. ‘힙플레이스’를 좁은 의미로 살핀다면 [지도 1]에서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A카드는 전체 카드사용자를 고려하고 있다. 특정 업종에서는 60∼70대의 구매력이 20∼30대보다 훨씬 높은 경우도 많다. ‘힙플레이스’에 대해 넓고도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어떤 맛집이나 상업공간은 다양한 연령층의 고른 사랑을 받고 수십 년씩 건재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20∼30대에 초점을 맞춘 좁은 의미의 ‘힙플레이스’에서 먼저 시작하려 한다. 더불어 일시적인 유행을 뛰어넘어 오래도록 생존과 성장을 모두 달성한 사례도 살펴보려 한다.

1. 힙플레이스의 초상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게시된 ‘핫플레이스’에 관한 전체 블로그는 45만 건이 넘는다. 최근 1년으로 기간을 좁히면 16만 건이다. 반면, ‘힙플레이스’에 대한 전체 블로그 검색건수는 4093건이다. 검색조건으로 최근 1년만 걸러내면 886건으로 줄어든다. 블로그 검색량으로만 보면 ‘힙플레이스’ 게시물은 ‘핫플레이스’의 1% 수준이다. ‘핫’과 ‘힙’에 관한 검색결과를 번갈아 살펴보면 개념이 비슷하기도 하고 차이도 있다.

최근 1년 동안 블로그에 게시된 ‘힙플레이스’ 868건 중 상위 200건을 하나씩 읽어 봤다. 블로거들이 올린 ‘힙플레이스’를 국내로 한정했다. 제주 애월읍, 서울 외국어대 앞, 강남 북카페, 부산 해운대, 광주 동명동까지 다양하다. 서울의 연남동이나 익선동처럼 신흥 ‘힙한’ 지역만 언급된 것은 아니다. ‘힙플레이스’는 대부분 카페, 맛집, 술집에 집중된다. 장소의 종류도 다양하다. 백화점 맛집, 독립 서점, 북카페, 공연장, 칵테일바, 수제맥주집, 조개구이집, 개인 베이커리까지 다채롭다.

사람들은 ‘힙플레이스’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주목했다. ‘보석 같은 장소’ ‘비주얼 깡패’ ‘유니크한 공간’ ‘나만의 아지트’ ‘인생샷을 건지기에 최적의 장소’ ‘스타일리시한’ ‘킨포크적 감성’ ‘요즘 트렌드에 맞는’ ‘감성뿜뿜’ ‘취향저격’이라 적고 있다. 힙플레이스에 관한 SNS 언급, 전문 서적, 국내외 논문, 신문방송기사, 여행지 안내서, 하위문화 연구자들의 인터뷰를 두루 종합해서 다섯 가지 패턴으로 정리해봤다. 고객들이 기꺼이 찾아오는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경영 현장에 참고자료로 쓰인다면 좋겠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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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섯 가지 쇼핑족(Shop Tribe)

전 세계에 100개가 넘는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웨스트필드(Westfield)그룹은 영국 소비자 8000명을 대상으로 정량·정성 통합 분석을 발표했다. 마치 인류학자가 미지의 ‘부족’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했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쇼핑하는가’ 보고서는 상업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장 주목할 만한 패턴을 설명하고 있다.2  우선, 쇼핑객 3분의 2가 쇼핑 도중 디지털 디바이스를 계속 사용하며 정보를 탐색한다는 점을 깊게 다루고 있다. ‘꿀벌(home-bee)’ 스타일 쇼핑이라고 구분했다. 스마트폰 검색을 안내 삼아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찾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동하고 세세하게 확인한다.

스마트폰을 탑재하고 꿀벌처럼 자신이 원하는 ‘꿀’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에 가게들은 외부로 정보를 꾸준히 발산해야 한다. 마치 꽃향기를 멀리 퍼뜨리는 것처럼. 먼저 다녀간 ‘꿀벌’들이 다른 ‘꿀벌’들에게 위치를 알려주도록 매력을 풍겨야 한다. 웨스트필드 보고서는 이런 노력을 ‘인사이드-아웃 소매법(Inside-out retail)’이라고 강조한다. 쇼핑객의 정보력이 빠르고 막강해졌기 때문에 쇼핑공간의 대면 서비스는 부담스러운 밀착을 최대한 피하고 꼭 필요한 요청에만 대응하라고 조언한다.

웨스트필드가 분류한 6개 ‘쇼핑족(Shop Tribe)’ 중에서 한국의 ‘힙플레이스’ 논의에 우선 참고할 유형은 3가지다. ‘소셜쇼핑 홀릭형’은 타인에게 자신의 이미지가 어떻게 비춰질지 의식하며 왕성하게 장소를 옮겨 다닌다. 유행에 민감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장소를 찾아 이동한다. ‘스타일 충만형’은 자신에게 맞는 아이템을 찾아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쓰는 타입이다. ‘나 홀로 취향추구형’도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을 완성하기 위해 마음에 드는 장소를 향해 기꺼이 이동해 갈 것이다. 계속 옮겨다니며 공간을 쇼핑하는 유형과 자신만의 취향을 반복해서 누리기 원하는 유형에 맞게 대응하라고 조언한다. (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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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너머로: 힙스터, 밀레니얼세대, 그리고 경영

만화 『미생』의 작가 윤태호는 엑셀을 독특하게 사용한다. 『미생』에는 신입사원부터 사장까지 다양한 직책, 직업, 연령대가 등장한다. 윤태호 작가는 엑셀 첫 번째 필드에 연도를 기입하고 두 번째 필드부터 가장 나이가 많은 순서대로 핵심 등장인물의 이름을 입력한다. 그다음 칸에는 정치·사회(국내 사건), 문화(대중 이슈), 국제(해외 사건)로 구분한다. 칸마다 연대별로 주요 사건, 뉴스, 유행, 인기가요, 키워드를 입력한다. 왜 윤태호 작가는 이런 도표를 만들어 작업 책상 바로 옆에 붙여두고 수시로 살피는 걸까?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어떤 시대를 살아왔는지 연보를 만들어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만약 캐릭터가 다섯 명인데 이런 도구가 없으면 다섯 명 모두 똑같은 말투가 나와버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대별로 차이점을 이해한다. 그러면 각자 청소년기, 성인기, 중년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삶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것을 체험했는지 헤아릴 수 있다. 사실과 디테일을 놓치지 않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다. 그다음 작업은 캐릭터별로 5∼6페이지씩 이력서를 만든다. 실제 인물이라고 가정하고, 기본 형질, 개인 히스토리를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나간다. 일관되고 생생한 정체성을 창조하는 작업이다.3

윤 작가의 창작법을 모방한다면 [표 3]은 청년세대와 힙스터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닐슨이 한국인을 포함해 60개 나라 3만 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다.4  베이비부머와 밀레니얼세대에 대한 보고서와 신문기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밀레니얼세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세대들과 정보를 접하는 방법, 삶의 우선순위, 외식 비중, 가치소비(공정무역·유기농 등), 저축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밀레니얼세대는 다시 하위그룹으로 세분화되며 ‘힙스터’의 존재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표 4]는 서울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가 1960년대 이후 2010년대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 요약했다. 2013년 말에 발표한 작업이라 최근 트렌드는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패턴을 살펴볼 수 있다. 1990년이나 2000년의 시점에서 오늘날 핫플레이스는 예견됐을까? 70∼80년대 핫플레이스가 다시 2020년대의 힙플레이스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세 가지 질문을 꾸준히 던져야 한다. 첫째, 지금 힙플레이스로 각광받는 곳은 계속 유지될까? 둘째, 오늘날 먼저 도착한 미래 힙플레이스의 예고편 같은 사전징후는 무엇인가? 셋째, 변화의 파고를 헤쳐나갈 경영의 본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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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대면 다 망해, 반포대교에 서다

연예계에서 이봉원 씨는 사업 실패로 유명하다. 단란주점, 커피숍, 백화점 삼계탕집, 프로덕션, 연기학원, 불고깃집까지 6가지 사업에서 좌절을 경험했다. 아내 몰래 사채를 빌려 원금만 
7억 원으로 늘어 한때 매달 1000만 원 가깝게 빚을 갚아야 했다. 극단에 몰리자 너무 힘겨웠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세상으로부터 도망가야겠다고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됐다. 반포대교에 갔다. 새벽 2시가 넘어 다리에 갔더니 무언가 많이 쓰여 있더라. 눈물이 많이 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돌아왔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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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TV 방송국이 이봉원 씨에게 고수로부터 직접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경영비법을 전수해줄 사람은 『장사의 신』 저자 우노 다카시 사장이다. 우노 다카시는 40년 동안 일본 도쿄에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20개 주점을 경영하며 연 매출 200억 원을 올리고 있다. 우노 다카시의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다가 독립해서 자신만의 가게를 차린 사장만 100명이 넘는다.6  그는 1978년에 창업했다. 지난 40년 동안 수많은 경기변동과 유행이 오고 갔다. 그는 어떻게 변화의 파고를 헤쳐왔을까?

이봉원 씨는 우노 다카시의 가게에서 손님에게 인사하는 법부터 다시 배운다. “반드시 손님과 눈을 마주친 상태에서 인사를 해야 한다. 절대 탁자를 치우거나 설거지하면서 허공에 대고 인사하면 안 된다”고 엄하게 충고를 받았다. 매일 새로운 안주와 메뉴를 토론하고 매일 메뉴를 직접 손으로 쓴다. 손님의 외투를 모두 기억해서 나갈 때 정확히 챙겨주는 점장의 기억력에 놀란다. 인적이 드문 이면 도로에서 빈자리 없이 손님으로 가득 찬 흥겨운 가게를 보고 사업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한다.

2. 생각부터 다르게 해봐

우노 다카시는 와세다대를 중퇴하고 카페 사업을 먼저 경험했다. 서른네 살에 16㎡(약 5평)짜리 이자카야로 창업했다. 그가 생각한 술집의 컨셉은 40년 동안 변함이 없다. ‘젊은 여성들이 단골로 찾아오는 술집’이다. 그래야 자기 스스로 즐겁게 오래 사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간단하지만 강력한 컨셉이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젊은 여성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40년 동안 노력하며 노하우를 길러 왔다.7  트렌드를 선도하는 도쿄의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곳은 젊은 남성들과 다른 세대에게도 두루 주목을 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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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머리를 통째로 가동해서 상상력을 발휘한다. ‘오늘은 어떤 걸로 손님을 즐겁게 해줄까?’ 이런 노력이 쌓여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남녀가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우노 다카시의 가게가 있다. 여성 고객은 남자가 먼저 사용한 화장실을 사용할 때 불편하다. 우노 다카시의 가게에서 직원들이 화장실에 갈 때는 입구에 ‘1분 청소 중’이란 팻말을 걸어놓는다. 직원들이 화장실을 사용한 후에는 꼼꼼히 청결을 체크하고 스프레이를 뿌리고 나온다. 여성 고객들은 물론 남성 고객들도 좋아한다. ‘서비스는 테크닉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젊은 여성 고객을 의식한다고 지나치게 최신 유행만 뒤좇아 다니지는 않는다. ‘유행은 갑자기 확 왔다가 빠른 속도로 거품이 빠지니 주의하라’고 알려준다. 자신은 ‘오히려 질리지 않는 평범한 가게를 만들어 손님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주목한다’고 귀띔해준다. 한국의 힙스터 중에서 대형 프랜차이즈나 화려한 매장 대신 일상의 소소한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장소를 즐기는 추세와 서로 통한다. 대신 매일 새로운 메뉴판을 직접 손으로 쓴다. 매일 새로움을 시도한다. 지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한다. ‘시대를 불문하고 살아남는 강한 가게는 실질적인 의미에서 손님들에게 이득을 주는 가게야.’ ‘손님이 가게문을 나설 때 진심으로 고맙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해.’ 우노 다카시의 경영수업은 계속 이어졌다.

불경기에 대해서도 색다른 견해를 밝혔다. ‘불경기는 언제나 오는 거야. 그러니 불경기는 오히려 실력을 키울 찬스가 될 수 있지.’ 대기업과의 경쟁도 다르게 생각한다. ‘개인이 하는 가게는 오직 자기 가게 하나만을 생각하면 되잖아. 대기업이 하는 가게보다 열 배는 더 깊게 할 수 있어. 그렇게만 한다면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하더라도 절대 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자기 가게만이 할 수 있는 1등 전략을 찾도록 노력해봐. 그것이 대형점들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길이니까.’ 우노 다카시는 가게 앞을 청소할 때 좌우로 6m씩 다른 가게 앞까지 쓸어주고 닦아준다. 그래야 가까운 이웃의 마음부터 얻을 수 있다고.

3. 고객의 기쁨을 탐구하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소상공인 경영지원 프로그램(10,000 Small Business)을 운영하고 있다. 2억 달러를 조성해 소상공인들에게 경영교육을 지원하고 3억 달러의 자금 대출과 지원금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의 공동의장으로 버크셔 헤셔웨이 CEO 워런 버핏이 참여하고 있다. 2016년 워런 버핏은 골드만삭스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 토크쇼에 직접 참석했다. 사회자가 워런 버핏에게 격려사를 부탁했다. 포천지는 워런 버핏의 4분짜리 조언을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경영원리’로 소개했다.8  CNN도 유튜브 동영상으로 온라인에 올렸다.9

“고객만족을 넘어서 고객을 기쁘게 하라. 어떤 비즈니스라도 고객을 기쁘게 하면 외부에 영업인력을 갖게 된다. 그들은 봉급도 필요 없고, 감시도 필요 없다. 하지만 당신에 대해 계속 알려 나갈 것이다. 당신의 고객들은 언제나 당신에 대해 투표하고 이야기한다. 당신이 그들을 영업사원처럼 만들고 싶다면, 그들을 기쁘게 하라. ‘고객만족’이라는 단어에 안주하지 마라. 당신의 사업장을 나갈 때 고객들이 ‘지금까지 경험해본 것 중 최고였어’라고 느낀다면 성공이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그러니 고객을 기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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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기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인텔에서 20년 동안 문화인류학팀을 이끌어온 제네비브 벨(Genevieve Bell)의 임무는 한 줄로 압축된다. 미래 준비의 출발점을 제공하고 경영진의 마인드셋(mind-set)을 바꾸는 일이다.10  그녀는 인텔에서 ‘탐지와 인사이트(Sensing & Insight)’ 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 가장 집중하는 연구주제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행복해 하는지다. 그때 필요한 디지털 기술이 무엇인지 포착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미리 허락을 구하고 여행객의 배낭에 들어 있는 모든 소품을 보자기 위에 올려놓고 사진 촬영을 한 후에 하나씩 의미를 물어본다. 수백 명을 조사해 패턴을 잡아낸다. 인텔의 여러 전략사업이 이런 노력의 결과로 탄생했다.

인류학자들이 사용하는 도구는 간단하다. 카메라, 노트, 녹음기가 전부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두 가능하다. 대신 따라 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런던대 ‘디지털 인류학’ 석사 과정 설명자료는 ‘현대인’을 연구할 때 지켜야 하는 기본 덕목을 제시한다. 인내심, 호기심, 선입견 배제, 열린 마음, 사실 중심, 공감이다. ‘힙플레이스’는 어디인지, 누가 오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왜 오는지, 어떤 의미를 추구하는지 탐사연구에 나서볼 일이다. 마치 처음 만나는 ‘부족’인 것처럼, 처음 그곳으로 방문한 인류학자처럼 관찰하고 질문해볼 일이다. 새로운 출발점을 발견하고 마인드셋을 바꾸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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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어제를 극복하는 경영학

우노 다카시는 평상시 어디를 관찰하며 다닐까? 손님을 즐겁게 만드는 가게라면 어디든 직접 가본다. 특히 백화점을 즐겨 찾는다. “백화점 식품매장은 메뉴 이름만 해도 ‘아이디어의 보고’야. 한 해에도 몇 번씩 상품이 바뀌고 계절 트렌드와 유행을 확실히 반영하고 있어. 그것도 젊은 여성들이 사고 싶게끔 포장된 형태로 말이야. 우리 가게의 타깃과 겹치니까 반드시 연구할 필요가 있어.”11  일흔의 나이에도 젊은이들이 움직이는 거리를 활보한다.

만약 이봉원 씨가 ‘힙한’ 주점을 창업하고 싶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만화가 윤태호 작가는 회사에 다녀본 적이 아예 없어서 여러 회사원을 직접 취재했다. 과장과 차장 중 어느 직급이 더 높은지도 몰랐단다. 오랫동안 겸손하게 차곡차곡 디테일을 쌓아나갔다. 아예 모른다는 태도가 결과적으로 가장 큰 자산이 됐다. 좀 안다는 어설픈 자신감은 귀를 막고 눈을 가린다. 아예 ‘힙’한 유행을 모른다고 마음을 낮추면 더 많이 더 깊이 보일 것이다. 자신만의 ‘힙’한 디테일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힙스터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남는다. 한 가지 선택은 결혼, 출산, 정착지 선택이다. 다른 선택은 ‘힙플레이스’를 옮겨 다니며 힙스터로 늙어가는 것이다. 설령 결혼과 육아를 선택해도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경직된 주류문화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베이비부머와 X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만의 개성이 담긴 에너지를 표출할 것이다.12  새로운 문화현상을 차갑게 비웃고 무시하기는 쉽다. 힙스터를 미국 소비문화의 아류나 허세 어린 거품현상으로 낙인찍는 것도 간단하다. 하지만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에 주목한다면 다른 기회가 엿보일 것이다.

이봉원 씨가 국가기술 자격증을 땄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한식과 중식 조리사 국가기술 자격증 두 개 땄습니다. 겁나 힘들었음. 시간도 오래 걸렸고 떨어지기도 했고.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았음.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냉소의 댓글도, 격려의 응원글도 달릴 것이다. 경영학을 무엇이라 표현하건 어제의 사업을 극복할 방법을 담아야 한다. 실패, 성공, 냉소, 선입견 모두 극복 대상이다. ‘힙플레이스’는 낯설고 새로운 단어다. 이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건 어제의 사업을 다시 살피고 재창조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과거를 뛰어넘는 도약대가 되면 좋겠다.   

송규봉 GIS 애널리스트 mapinsite@gmail.com
이일섭 연세대 디지털비즈니스연구실 연구원 leeilsup0909@gmail.com

송규봉 애널리스트는 컴퓨터 지도로 공간 데이터를 분석하는 GIS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지리정보시스템) 석사를 마치고 와튼경영대학원 GIS 연구소에서 일했다. GIS United 대표를 지냈고, 지금은 연세대 디자인경영 과정과 국민대 빅데이터 MBA 과정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한다. 『지도 -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과 『빅데이터 전략지도』 등을 출간했다.

이일섭 연구원은 연세대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공부하며 연세대 디지털비즈니스연구실 연구원으로 있다. SNS에서 공간정보를 추출해 지도에 매핑하고, 텍스트 마이닝을 결합해 상권 트렌드를 파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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