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J. 콜리스, 신시아 A. 몽고메리
10년 전(이 글의 시점에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는 전략이란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포트폴리오 계획, 경험 곡선, PIMS, 마이클 포터의 5요소 이론 등 전략경영 도구(tool)는 사업부와 기업 차원의 전략 수립에 엄밀함과 합리성을 가져다 줬다. GE와 같은 선도적 기업은 전략기획의 중요성을 반영해 거대한 스태프 조직을 구축했다. 전략 컨설팅 회사들은 인지도를 높이며 신속하게 성장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그 많던 전략 기획자들은 지난 10여 년간의 혼란 속에 자취를 감췄다. 전략 분야는 여러 방향에서 다양한 공격을 받고 있다.
사업부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의 속도와 기술적인 변화는 경영자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빨라졌다. 시장이 점점 더 빨리 변화하면서 경영자들은 전략 계획이 너무 정적이며 느리다고 불평하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도 전략은 점점 심각한 문제에 시달려 왔다. 많은 우량기업이 더 유연하고 빠른 소규모 경쟁자에게 위협당하면서 엄청난 좌절을 경험하거나(IBM, Digital, GM, 웨스팅하우스), 극적인 변화 프로그램과 내부조직 개혁을 진행해야(GE와 ABB) 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 거대 다각화 기업들은 그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
당연히 전략기획의 필요성에 대한 공격(무용론)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접근법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기업의 내부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톰 피터스와 밥 워터먼이 제시한 ‘뛰어난(excellent)’ 기업의 교훈이 그 선두에 섰다. 바로 뒤를 이어 전략으로서의 총체적 품질경영(Total Quality Management), 리엔지니어링, 핵심역량, 역량 기반 경쟁(competing on capabilities), 학습조직 같은 개념들이 나왔다. 각각의 접근법은 나름대로 기업의 경영활동에 기여했지만 어떤 것이 이전 이론을 기반으로 했고, 어떤 것이 기존 이론을 반박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 결과 개별 접근법은 전략에 대한 혼돈을 더욱 심하게 만들어 지금도 경영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다행히도 지금 이런 혼돈을 타개할 잠재력을 지닌 프레임워크가 전략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다. 경제학에 근거를 둔 이 접근법은 기업의 자원이 동적인 경쟁 환경에서 어떻게 성과를 주도하는가를 설명한다. 학계에서는 이런 접근법을 설명하기 위해 ‘기업의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관점(RBV, Resource Based View of the firm)’이란 포괄적인 용어를 쓴다. RBV는 1980년대 중반부터 많은 경영의 대가들이 몰두하던 기업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내부적 분석과 이전 전략 접근법의 중심 주제이던 산업 및 경쟁 환경에 대한 외부 분석을 결합한다. 자원 기반의 시각은 내부 분석과 외부 분석에 기반을 둔 것이지만 이들 접근법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RBV는 △왜 어떤 경쟁자들은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가 △핵심역량에 대한 아이디어를 실제 경영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합리적인 다각화 전략을 개발할 것인가 등의 주제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자원 기반의 관점은 1980년대에 유명하던 산업 분석 기법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의 전략 수립에 있어서 강력하고 중요한 방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간추린 전략의 역사’ 참조)
RBV는 기업을 서로 다른 물리적·무형적 자산과 능력의 집합체로 본다. 이것은 ‘똑같은’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어떤 기업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없으며, 동일한 자산과 기술을 획득할 수 없고, 같은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산과 능력은 기업이 기능적 활동을 얼마나 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어떤 기업이 사업과 전략에 가장 적합한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그 회사는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이 된다.
가치 있는 자원은 핵심 역량과 능력에 대한 편협한 개념이 간과하는 것까지를 포함해 매우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우선 자원은 당신의 집안에 있는 전선처럼 물질적인 것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화 회사와 케이블 회사는 모두 ‘정보 고속도로’로 가는 ‘진입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쌍방향 멀티미디어의 신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치 있는 자원은 무형일 수도 있다. 브랜드명이나 기술적 노하우가 대표적인 예다. 월트 디즈니사는 독특한 고객 프랜차이즈를 가지고 있다. 이는 디즈니가 장난감에서부터 테마파크와 비디오 사업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게 해 준다. 평면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샤프사의 지식은 70억 달러에 이르는 전 세계 LCD 시장을 지배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또 가치 있는 자원은 기업의 일상적인 경영활동과 업무 처리 프로세스, 문화에 내재된 조직 능력일 수도 있다. 원가절감과 린 생산에서 고품질 생산과 신속한 제품 개발로 이어진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을 생각해 보자. 많은 시간을 들여 축적된 이 능력은 다른 경우 평범하거나 일반적인 상품으로 만들어졌을 것을 훌륭한 제품으로 탈바꿈시키고, 이를 개발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도록 이끌어 준다.
경쟁우위는 그 원천이 무엇이건 간에 궁극적으로 한 기업이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에 더 나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치 있는 자원’의 보유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막스&스펜서는 영국 소매업계에서 경쟁우위를 발휘할 수 있게 해 주는 일련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표 ‘막스&스펜서의 자원은 경쟁우위에 어떻게 기여했는가’ 참조) 이는 단일 사업과 기업 차원에 모두 적용 된다. 이때 가치 있는 자원은 기업의 연구개발(R&D)과 같은 특정 기능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 같은 특정한 자산에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탁월한 성과는 경쟁적으로 차별화한 자원을 개발하고, 이들을 잘 만든 전략을 통해 전개함으로써 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