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김위찬 인사이드 석좌교수 인터뷰

기존 시장 파괴 않고 새 시장 창출, 블루오션 시프트의 핵심은 ‘인간다움’

이미영 | 241호 (2018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파괴적 시장 창출이 아닌 비파괴적 시장 창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문제를 획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기존 시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파괴적 혁신과는 달리 비파괴적 혁신은 현재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기존 시장을 유지·확대할 수 있고 기술 혁신이 반드시 동반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 비파괴적 창출의 핵심은 ‘가치 혁신’이다. 가치 혁신은 대중에게 제공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가치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비용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가치-비용의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이것이 바로 ‘블루오션 시프트’다.

52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과거와 비교해 새로울 게 없다(Nothing to be excited about).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비즈니스는 기술 혁신이 아닌 가치 혁신이 중심이 될 것이다. 기술은 충분조건이지 필수조건이 아니다. 블루오션 시프트는 가치 혁신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의 차별화와 저비용을 동시에 추구한다.”

블루오션 전략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김위찬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최근 르네 마보안 인시아드 교수와 함께 출간한 책 『블루오션 시프트』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이 책에는 10여 년 동안 블루오션 전략을 적용한 기업들의 사례를 토대로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이 담겨있다. DBR은 1월10일 한국을 방문한 김 교수와 만나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블루오션으로 ‘이동(시프트)’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물었다.


『블루오션 전략』을 낸 지 12년 만에 『블루오션 시프트』를 출간한 배경은 무엇인가.

블루오션 시프트는 우리가 2005년에 제시한 블루오션 전략에 체계적인 방법론을 더한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비고객을 탐색해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2005년 르네 마보안 교수와 출간한 『블루오션 전략』은 과거 사례들을 중심으로 개념을 소개했다. 과거 120여 년(1880∼2000년) 동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낸 사례 100여 개를 찾아 그 공통점을 정리해 블루오션 전략으로 도출한 것이다. 즉, ‘블루오션이 무엇이다’라고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이 가깝다. 그렇다 보니 블루오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방법론은 미흡했다. 실제로 블루오션 전략을 실행하려는 많은 기업이나 기관이 블루오션 전략은 이해하지만 어떻게 실행해 나가야 할지 어려움을 호소했다.

흔히 ‘창조’ 하면 창업가 정신을 떠올린다.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하면서 경험하고, 그것을 토대로 배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실리콘밸리다. 여기서 성공하는 사례는 약 10∼15% 남짓이다. 아주 특별한 일부만이 성공한다. 위험을 감수해야 성공할 수 있는 건데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블루오션 전략에서 생각하는 창조는 전략의 일부다. 전략은 방법론을 체계화해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나와 마보안 교수가 블루오션 전략을 실행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도출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시작한 이유다.

나와 마보안 교수는 지난 10년간 실제로 블루오션 전략을 적용한 기업, 정부, 비영리기관 등의 사례들을 분석해 블루오션 전략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도출했다. 얼핏 보면 전략 캔버스를 비롯해 지난 책에 나온 분석툴이 그대로 적용된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책에선 실행 단계를 5개로 나누고, 단계별로 어떤 분석툴을 적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품질관리(Quality Control)를 하기 위한 분석 툴이 식스시그마(Six Sigma)라면, 창조적 역량을 기르기 위한 툴이 바로 ‘블루오션 시프트’인 셈이다.

실패한 기업들의 공통점을 알고 싶다.

블루오션을 창출하려는 이상은 있지만 실제 실행을 할 때 레드오션의 함정에 빠져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초기에 블루오션 시프트를 위한 팀을 구성할 때 이 프로젝트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나 부서원들을 모두 참여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핵심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이번에 다룬 사례 중 유럽 가전기기 업체가 있다. 이 회사는 다리미 시장에서 남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고 결정했다. 오랫동안 혼자 살고 있는 남성일수록 다림질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는 사실을 반영해 스팀다리미를 개발했다. 하지만 상품 개발 후 마케팅팀이 관여하면서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마케팅팀이 생각하는 고객은 여성이었고, 이 제품의 기능으론 여성 소비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포장 박스에 핑크색 줄을 더했고, 개발된 제품을 일반 다리미의 ‘보조 다리미’로 광고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애초에 타깃이었던 남성 고객도, 기존 다리미에 익숙한 여성 고객도 모두 놓쳤다. (이처럼 처음부터 블루오션팀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새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타당하지 않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재무적인 관점에서도 볼 수 있다. 원가에 바람직한 이윤을 정하는 일반적인 방식을 취해선 안 된다. 목표 원가를 초기에 설정해 이에 맞춰야 한다. 목표 원가를 공격적으로 정하면 처음엔 사람들이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블루오션 전략을 실행할 때 목표 원가를 정하지 않아 결국 전체 서비스나 제품의 가격이 높아지거나 목표했던 가치보다 낮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보통 블루오션팀을 꾸릴 때 보수적인 재무팀을 제외하는 경우가 있다. 무조건 비용 문제를 들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거부감을 보일 수 있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하지만 재무팀이 합류하게 되면 목표 원가를 세울 때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한 가지 더 당부할 것은 블루오션과 틈새시장, 차별화 시장 등을 혼동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블루오션은 틈새시장이나 차별화와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국내에선 여전히 블루오션을 경쟁적 패러다임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식품시장의 블루오션, 할랄시장이 뜬다’나 ‘새 블루오션 반려동물 시장 선점 경쟁’ 등의 기사 제목처럼 말이다. 물론 할랄시장과 반려동물 시장은 잠재 수요와 발전 가능성이 아주 크다. 하지만 단순히 떠오르는 시장이라고 해서 블루오션이 아니다. 또한 블루오션에 ‘경쟁 패러다임’을 가지고 들어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블루오션 시프트』에서 비파괴적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책에선 블루오션적 관점에서 ‘창출(Creation)’을 재정의했다. 블루오션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나와 마보안 교수의 이론이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와 맥을 같이한다고 봤다. 더 최신 이론으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의 ‘파괴적 혁신’도 포함된다. 물론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필름카메라가 사라지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2G 휴대전화가 사라지듯 기술이 주축이 되는 시장 창출은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유명 주방기기 브랜드인 ‘테팔(Tefal)’을 보유한 프랑스 다국적 회사 세브(SEB)의 감자튀김기 ‘액티프라이’를 예로 들어보겠다. 이 기업은 감자튀김을 한 번 조리하는 데 평균 2.5리터의 식용유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 쓴 식용유는 처치 곤란인데다 조리에 쓰인 주방도구 설거지도 매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식용유를 많이 써서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세브는 2006년 튀기지 않고도 맛이 좋은 감자튀김기 액티프라이를 개발했다. 식용유 한 스푼으로 감자튀김을 만들 수 있다. 칼로리는 40%가 줄었고, 지방은 80% 감소했다. 식감도 훌륭했다.

액티프라이는 기존 시장을 해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감자튀김 요리를 하지 않았던 비고객을 확보해 새로운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액티프라이 하나만으로 세브 주가가 5%나 올라갔다. 비파괴적 시장이 창출된 것이다.

이외에도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신용대출을 해주는 서비스인 마이크로파이낸스(Micro Finance), 화이자(Pfizer)가 개발한 비아그라 등도 기존의 시장을 파괴하지 않고 시장을 창출한 사례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얘기할 때 파괴적 창출을 더 강조한다.

파괴적 창출은 우리가 미래를 생각할 때 걱정하는 고민의 핵심을 담고 있다. 파괴적 창출은 대부분 기술 혁신과 맥을 같이한다. 정보기술(IT)의 발달이 대표적인 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생산성은 확실히 높아지고 있다. 경제학에서도 생산성이 높아지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기본 논리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가? 지금 우리는 ‘생산성 모순(Productivity Paradox)’에 빠져 있다.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빈곤 계층도 늘어나고 있다. 경제학자들도 이 상황을 풀기 위해서 많은 논문을 쓰면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 같은 상황이 심화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2010년대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면서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혁신은 파괴적 창출과 같다고 보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제는 ‘파괴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2020년, 2030년 다가오는 미래에는 IT를 개발하는 것보다 비파괴적 창출에 더 집중해야 한다. 비파괴적 혁신은 AI처럼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 생산성도 높이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강조하는 ‘블루오션 시프트’다.

가입하면 무료

인기기사
NEW

아티클 AI요약 보기

30초 컷!
원문을 AI 요약본으로 먼저 빠르게 핵심을 파악해보세요. 정보 서칭 시간이 단축됩니다!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