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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 from the Field

패션 ‘왕훙’이 명품 가방과 협업 주도, 중국의 소셜미디어는 거대한 소비채널

이지인 | 237호 (2017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중국의 소셜미디어는 한국과는 달리 소비시장의 핵심 채널로 자리 잡았다. 전통 미디어 콘텐츠가 부재하고, 고향을 떠난 이가 많으며, 다른 여가 거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이 젊은이들의 거의 유일한 마음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인터넷 업체들의 발 빠른 움직임으로 인해 ‘소셜미디어 + e커머스 + 결제’까지 원스톱 쇼핑 생태계가 완성됐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소셜마케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 시장과 다른 현지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의 기동성을 높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스터 백(Mr. Bag)’이 보여준 중국 네티즌의 힘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지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중국에는 수억 명에 달하는 엄청난 사용자들을 보유한 소셜미디어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와 e커머스, 지불결제 수단을 통합해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플랫폼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수많은 브랜드와 왕훙(网红, 인터넷 스타), 웨이상(微商, 개인 상인)이 소셜미디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동시에 인터넷 기업들은 이들을 위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민첩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소셜미디어는 커뮤니케이션 툴이라는 기존의 역할을 넘어 강력한 소비와 마케팅의 장이 돼가고 있다.

그럼 중국의 왕훙은 얼마나 큰 상업적 파급력을 갖고 있을까? 인터넷 매체 징데일리(Jing Daily)에 소개된 사례를 통해 체감해보자. ‘미스터 백(Mr. Bag)’이라 불리는 패션 왕훙과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지방시의 협업 이야기다.

미스터 백은 소셜네트워크 웨이보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의 핸드백 전문 왕훙이다. 웨이보 프로필에 따르면 그는 미국에서 공부한 1992년생 남성이다. 위챗 메신저와 웨이보를 통해 본인이 좋아하는 가방을 소개하고, 새로운 브랜드와 트렌드를 공유하며, 유명 브랜드의 역사까지 가르친다. 웨이보 팔로어 수는 300만 명 이상이며 이를 기반으로 유명 브랜드와 직접 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참고로 럭셔리 브랜드 샤넬의 웨이보 공식 계정 팬 수가 220만 명, 지방시는 68만 명이다. 미스터 백이 가진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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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백은 2017년 2월 지방시와 협업했다. 본인의 웨이보 구독자들을 위한 밸런타인데이 한정판 가방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그는 구독자들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의 관심과 수요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이 점을 지방시 측에 전달했다. 실제로 그의 웨이보 팔로어들은 수적 측면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일반 브랜드 팔로어들과 차이가 크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핸드백과 관련된 콘텐츠를 찾아 나서고 능동적으로 왕훙과 교류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방시는 ‘미니 호라이즌(Mini Horizon)’이라는 핑크색 가방을 제작했고 이를 지방시의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판매했다.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 80개의 가방은 12분 만에 다 팔렸다. 총매출은 120만 위안(한화 약 2억 원)이었다.

미스터 백과 그가 이끄는 팀은 핸드백을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또 여러 브랜드와 다양한 협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고 적극적으로 팔로어와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팔로어들의 니즈와 욕망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브랜드에 적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단순한 브랜드 광고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상업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이나 스폰서십이 블로거로서의 자신의 역량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며 돈을 받았느냐, 받지 않았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느냐”라고 주장한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팬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블로거로서의 자신만의 경험과 카리스마를 구축한 것이 자신의 인기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한다. 콘텐츠 제공자라는 블로거의 역할을 넘어 오프라인 이벤트, 팬을 위한 한정판 가방 생산, 심지어 동영상/게임 콘텐츠 제작까지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중국 왕훙의 파급력이 어디까지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환경

그러면 한국 기업은 중국 소셜미디어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먼저 그 특이성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 인터넷 인구는 2016년 말 기준 7억 명에 달하는 거대한 집단이고 사용자 과반이 30대 미만이다. 이들은 모바일에서 가용 시간의 대부분을 보낼 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아 소비생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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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은 중국인들 마음의 쉼터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7억 명 이상으로 인도(4억6000만 명), 미국(2억8000만 명)을 가뿐히 제친다. 아직 인터넷 보급률이 53%에 불과하므로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모바일 의존도가 높다. 인터넷 인구의 95%가 핸드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통계가 있다. 전체 핸드폰 중 스마트폰이 70% 이상인데 이는 유럽의 55%보다 높은 수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핸드폰 사용자의 67%가 모바일 결제를 하고 있고, 하루 평균 네 시간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것은 모바일이 단순히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넘어 생활 그 자체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인터넷 인구 중 50%를 차지하는 10대와 20대 사용자는 중국의 ‘1자녀 세대’다. 형제가 없는 환경에서 혼자 노는 문화에서 성장한 세대라는 뜻이다. 또한 많은 수의 중국인들이 성인이 돼 학업과 직장을 위해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집 떠난 젊은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이들은 가족과 연락하기 위해, 또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은 거의 유일하게 모든 중국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가수단이다. 중국인의 소득, 교육 수준은 매우 광범위하다. 인터넷 인구 중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은 11.5%이며 전문대졸을 합쳐도 20%다. 또 월급이 5000위안(약 90만 원)이 넘는 경우가 전체 인터넷 인구의 20%밖에는 되지 않는다. 아직 대다수의 중국인에게 인터넷만큼 다양한 놀잇거리를 제공하는 채널은 없다.

게다가 정부가 방송, 신문 등 전통 미디어 콘텐츠를 엄격히 규제하는 중국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목소리를 가진 전통 매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 틈을 파고들어 왕훙, 혹은 KOL(Key Opinion Leader)이라 불리는 개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했다. 요즘은 인터넷, 와이파이 등 모바일 제반 환경이 발달했다. 또 과거처럼 고품질의 사운드카드나 마이크, 조명, 웹캠 등이 없어도 스마트폰과 보정 앱만으로 손쉽게 영상 콘텐츠 생산이 가능하다. 이들은 텍스트와 이미지뿐 아니라 실시간 방송까지 중계하며 스스로 하나의 매체가 된다. 인터넷 사용자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주제에 빠르고 다양한 답을 줄 수 있는 수많은 준지식인을 찾아 인터넷으로 이동했다. 중국 정부 역시 ‘인터넷 플러스’와 ‘만인창업’이라는 구호를 가지고 인터넷 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그 결과 인터넷 사용시간은 꾸준히 성장해 인터넷 사용자의 평균 주간 사용 시간은 2012년 21시간에서 2016년 말 26.4시간(일평균 하루 3.8시간)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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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켓 셰어’에서 ‘시간 셰어’로 이동 중

퀘스트모바일이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17년 2분기 기준 월간 유효 사용자 수가 3억 명 이상인 앱은 총 12개다. 텐센트가 운영하는 메신저 앱 위챗과 QQ가 압도적인 유저 규모와 시간을 보이며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e커머스의 대표 기업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가 3위다. 4, 5위는 동영상 재생 앱이고 6위는 중국 대표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7위는 중국인들의 모바일 지갑과도 같은 알리페이다.

1위인 모바일 메신저 위챗(微信)은 10억 명에 달하는 월간 사용자를 갖고 있다.1 2011년 출시한 위챗은 1대1 메시지, 그룹 메시지 기능뿐 아니라 페이스북처럼 사진/메시지/동영상을 자신의 피드에 올릴 수 있게 해준다.

유저 규모뿐만 아니라 어디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이다. 구체적인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하는 ‘목적주도형’ 앱인 알리페이(모바일 결제), 바이두지도(지도), 타오바오(e커머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사용시간을 보인다. 반면 동영상 앱은 높은 시간 점유율을 보인다. 목적주도형 앱에서는 볼일만 마치고 나오지만 콘텐츠가 풍부한 채널에선 오래 머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e커머스 플랫폼인 알리바바는 2013년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 투자했다. 알리바바는 타오바오라는 거대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e커머스 시장에서 높은 ‘마켓 셰어’는 차지했지만 ‘시간 셰어’로 본다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9년 시작한 웨이보는 트위터처럼 팔로어들에게 실시간으로 글, 사진, 동영상, 실시간 스트리밍 등의 피드를 전달한다. 한때 ‘트위터 베끼기’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2017년 1분기 3억4000만 명의 월간 사용자를 기록해 처음으로 트위터(3억3000만 명)를 따라잡았다. 그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구축해 2015년 흑자전환에 성공, 수익화 측면에서도 순항 중이다. 2016년 기준 매출은 약 6억5600만 달러이며 이 중 광고 매출 비중은 8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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