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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정동섭 토마스컨설턴츠 대표 인터뷰

작은 공장으로 진화하는 리테일 매장, 교감과 엔터테인먼트가 숨 쉰다.

김현진 | 232호 (2017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4차 산업혁명 시대의 2가지 큰 화두는 교감과 개인화다. 교감이란 사람과 사람, 제품과 제품이 궁합을 맞춰 한데 어우러지는 ‘소통’을 뜻한다. 개인화 역시 중요한 이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거의 모든 제품들이 맞춤식으로 제작됐다. 장인이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IT 기기, 3D프린터는 유통의 혁명을 돕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이다. 리테일 매장들이 각각 ‘공장’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고, 소비자들도 ‘나만의 제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쇼핑몰은 이런 공장의 집합체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산업혁명 시대 이후 교외로 나간 생산 거점이 실제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송해인(연세대 국제통상학과 3학년) 씨와 최원일(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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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소개

정동섭 대표는 미국 프랫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실내 건축을,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삼성에버랜드, 센텀시티주식회사, 라이온그룹 등에서 부동산개발사업 및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2008년 한국지사 설립에 맞물려 합류한 토마스컨설턴츠에서는 스타필드 하남·고양, 신세계 센텀시티·대구점·김해점과 롯데월드타워몰, 여의도 IFC몰 개발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토마스컨설턴츠는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부동산 전문 글로벌 컨설팅펌으로 1979년 설립 이후 약 50개 국가에 진출했으며 한국지사 설립 이후 국내에서 다수의 복합시설 개발 전략을 수행했다.



부산 해운대 우동에 거대 오프라인 쇼핑몰인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전문가들은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온라인 유통혁명과 경쟁 격화 등으로 오프라인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던 상황에서 대형 백화점이 또 들어서면 제 살 깎기식 경쟁이 펼쳐져 업계 전체가 수렁에 빠질 것이란 비관론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2009년 ‘세계에서 제일 큰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이 백화점이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하자 이런 우려는 잠잠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부산지역의 백화점 매출액은 약 1조5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신세계 센텀시티점 오픈 이후 2009년 약 2조 원(전년 대비 32% 증가), 2010년 약 2조5000억 원(전년 대비 26% 증가)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2009년과 2010년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달성한 매출이 각각 약 4400억 원과 6300억 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새로운 공간의 출현은 전체 지역 내 소비 증가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내 최초의 서구형 쇼핑센터를 표방하며 지난해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과 8월24일 문을 연 스타필드 고양은 신세계 센텀시티점보다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줬다. 자연 채광이 가능한 개방적 공간을 선보였으며 가족 단위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장난감, 화장품, 전자제품 전문점 등 다양한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을 입점시켰다.

이 대형 쇼핑몰 세 곳은 부동산 전문 글로벌 컨설팅펌인 토마스컨설턴츠가 맡아 개발했다. 이 회사의 정동섭 대표는 다양한 프로젝틀 진행하며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왔다. DBR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 대표는 “온라인 유통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 정신은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와의 일문일답 내용을 요약한다.

 

최근 문을 연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만이 가진 독특한 경쟁우위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몰링형 구조의 동선을 만들고 백화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특화 매장을 입점시킨 스타필드 하남과 달리 스타필드 고양에선 ‘신세계 팩토리 스토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세계 팩토리 스토어는 국내 최초로 선보여지는 유통업태로 최근 미국 대형 백화점들이 운영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니먼마커스 라스트콜’ ‘메이시스 백스테이지’ 등과 같은 소위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다.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는 ‘통상적인 가격을 벗어난 상품을 파는 가게’란 말뜻대로 유명 회사의 제품을 유통업체가 직접 매입한 뒤 브랜드를 떼어내 노브랜드 제품으로 판매하는 새로운 업태다. 브랜드를 없애는 대신 거의 반값 정도의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모델이다.

미국에서는 백화점들이 대체로 물건을 직접 구입해서 판매해왔다. 따라서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같은 혁신적인 사업을 비교적 쉽게 실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백화점들은 직접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공간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왔다. 임대 방식으로 운영하면 재고 부담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임대 형식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통회사의 개성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고, 유통업체의 의도대로 혁신적인 모델을 실행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한국 백화점들이 임대 관행을 이어왔기 때문에 물건을 직접 매입하면서 재고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같은 모델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세계의 경우 신세계인터내셔널 등을 통해 해외 유명 브랜드 및 국내 패션 브랜드를 직접 수입, 판매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또 패션 편집숍 등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고 관리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같은 새로운 분야의 사업에 상대적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문제도 있었다. 백화점 밖의 쇼핑몰 공간에선 정상가 제품들을 판매하는데 정작 백화점에서는 할인가 제품을 판다는 게 유통업계의 상식에 잘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오프 프라이스 제품의 경우 주로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이고, 스타필드 고양의 일반 몰 내에는 이러한 브랜드 매장이 입점하지 않았다는 점을 놓고 보면 충분히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통 공간 운영과 관련한 원칙은 최대한 지켜야 하겠지만 최근 소비자 트렌드를 보면 유연한 사고도 필요한 시점이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며 온라인에서 최저가 제품을 찾기 위해 손품, 발품을 아끼지 않는 고객들이 온라인에서도 유사한 가치를 누리고 싶어 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오프 프라이스 관련 업태가 선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스타필드 고양에도 스타필드 하남에서 구현한 ‘자체 전문점’, 즉 카테고리 킬러가 다양하게 접목됐다는점이 눈에 띈다.
장난감을 모아놓은 ‘토이킹덤’ 등
신세계그룹이 기획한 카테고리 킬러들을 새로운 쇼핑몰에 접목하는 게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미국의 경우 보통 유통 전문 디벨로퍼들이 대형 유통 시설을 건립하면 다양한 백화점을 여러 개 입점시킨다. 앞서 설명한 대로 미국 백화점은 자신들의 개성에 맞춰 각 브랜드로부터 판매할 제품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백화점마다 판매하는 제품의 구색이 매우 다르다. 한국에서는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통 3사가 개발하는 대형 쇼핑몰이 현재로선 주류를 이루다 보니 서로가 경쟁사를 입점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백화점 간 제품 차별성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대형 쇼핑몰에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운용사 자체적으로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제품들을 직접 소싱할 필요가 있다. ‘몰개성’이라고 비판을 받았던 백화점 모델을 보완할 수 있는 데다 어차피 대형 쇼핑몰 공간의 핵심 콘텐츠는 상품 그 자체인 만큼 ‘규모’라는 하드웨어적 장점을 살려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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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유통 공간에 어떤 혁신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가장 크게 바뀔 수 있는 부분은 소위 남성복, 여성복, 스포츠, 아동복 등 ‘장르’로 부르는 제품 구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대형 유통 공간들이 이런 분류로 제품을 진열하고 고객들의 동선을 구성해왔다. 하지만 미래의 쇼핑몰에선 이런 구분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고객들은 예컨대 남성 정장을 구입하다, 주말에 입을 등산복을 떠올리고, 그러다 보면 떨어진 선크림을 생각하는데 통상 기존의 백화점은 남성복 층, 스포츠 층, 화장품 층 등으로 구분돼 있어 고객 중심이라기보다 운영자 중심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사실 유통 공간의 혁명이라는 것이 대단히 거창한 게 아니라 이처럼 현대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방식, 그리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조금씩 기존의 고정된 룰을 바꿔나가는 것이 될 수 있다.

 

유통업체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가 유통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화두는 크게 2가지로 교감과 개인화라고 본다. 이 큰 키워드로 인해 매장환경도 큰 변화를 맞을 것이다. ‘교감’이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정서적 의미일 수도 있지만 각 제품들 가운데 ‘궁합’이 맞는 제품을 잘 조합해 내는 능력도 교감에 해당한다고 본다. 예컨대 ‘토이킹덤’이라는 장난감 전문점 내에 아동복 코너를 넣고,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식당을 배치하는 식으로 제품과 서비스 간 ‘교감’을 시도하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가 개인화다. 사실 산업혁명 이전에는 거의 모든 제품들이 맞춤식(customization)으로 제작됐다. 거액을 지불하는 오트 쿠튀르 콘셉트였다는 뜻이 아니라 보통 전문가 또는 장인이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대량 생산 방식이 언제까지나 ‘표준’으로 통하진 않을 것이다.

먼저 3D프린터의 보급으로 상업적 매장은 물론 각 가정이 ‘팩토리(공장)’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미래에는 리테일 공간도 이런 ‘공장’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술 발전으로 기존 수작업 공정보다 더 저렴하게 생산원가를 유지할 수도 있다. 마침 소비자들도 점점 ‘나만을 위한 제품’이라는 콘셉트에 열광하고 있다. 예컨대 쇼핑몰을 방문해 가방 제작을 의뢰하면서 다양한 패브릭을 직접 고르고, 주머니 위치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매장에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쇼핑몰이 이런 작은 ‘공장’의 집합체가 될지도 모른다. 좀 더 다양한 아이디어가 탄생할 것이고,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소통의 성격이 강해질 것이다. 직접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그 재료들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구현이 가능한 이런 ‘휴먼 터치’는 온라인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다가올 미래를 ‘경험이 움직이는 시대’로 규정했다. 그만큼 삶의 질 향상과 좋은 경험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한 미래 사회 변화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3D프린터와 증강·가상현실 기술에서 ‘변화의 힘’은 기술 그 자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달라지는 소비자들의 경험의 깊이에 존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산업혁명 시대 이후 교외로 나간 공장, 즉 제작 중심 공장이 도심 한복판으로 다시 진입하게 되는 셈인가.

그렇다. 생산의 거점을 실제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옮겨오는 셈이다. 리테일 공간이 상품의 전달뿐 아니라 생산의 기능까지 하게 되면 현재 대형 유통센터의 약점인 몰개성 문제가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다.



 

쇼핑몰 안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넣는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는가. 또 이를 통해 노리는 효과는 무엇인가.

토마스컨설턴츠의 글로벌 대표이자 부동산 컨설팅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언 토마스 회장은 각국 파트너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물건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종종 강조하곤 한다.

예컨대 쇼핑센터 한가운데에 인공 암벽등반 코스가 있고, 이곳을 사람들이 재미 삼아 오르내린다면 다른 사람들이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다. 이들의 활동적인 모습에서 에너지를 받는 것은 물론, 이들이 입은 기능성 의류에까지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들끼리 서로를 관찰하는 것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스파, 수영장, 수족관 등 우리가 이미 시도해 본 쇼핑몰 내 엔터테인먼트 시설은 단지 소비자들이 쇼핑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리고, 조금 더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동료 소비자’들이 삶을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고, 순간을 공유하면서 일종의 모방심리까지 갖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곳에 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고객들이 하게 된다. 잠재적으로 해당 쇼핑몰이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곳’이라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형 쇼핑몰 외에 유통 공간의 미래를 찾을 수 있는 곳은 어디라고 보나.

사실 간과되고 있는 엄청난 틈새시장이 하나 있다. 바로 아파트 인근 근생 시설, 즉 상가들이다. 외국에선 ‘네이버후드(neighborhood) 쇼핑센터’ ‘커뮤니티 센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도시화율이 95%에 이르고 아파트 및 이와 유사한 주택시설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친근하게 생각하는 ‘아파트 상가’가 바로 이곳이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 상가는 어떤 모습인가. 관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하거나 특색 없는 프랜차이즈 가게들로 채워진 경우가 많다. 그나마 구색도 다 갖추지 못해 동네 편의점들이 이 역할을 대신한다. 사실 생수 하나만 놓고 봐도 대형마트에서 사면 350원인데, 편의점에서는 800원씩 받기도 한다. 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을 잘 아는 똑똑한 요즘 소비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을 찾는 것은 ‘접근의 편의성’ 때문이다. 사실 아파트 상가가 하나의 테마를 잡아 기획되고 서비스된다면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짐은 물론 우리나라의 유통 문화 자체가 훨씬 다양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파트 상가 역시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분양 형태로 지분이 나뉘어 각기 쪼개진 상태로 관리되기 때문에 하나의 콘셉트를 갖기 어려웠다. 상가는 주로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노후 투자 대상이기도 한데 ‘아마추어’들이 임대 수익만 노리고 뛰어든 시장이다 보니 당연히 개성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또 임대인으로서도 공실 우려 등의 리스크를 안고 있기에 좀 더 보수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리츠 형태로 상업 공간에 투자를 할 수 있다. 부동산 리츠 수익률도 높은 편이라 개인투자자가 몰리고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전문 디벨로퍼나 건설사가 참여해 우량 상업시설을 조성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다. 당장 이런 체계로 변화시키긴 쉽지 않겠지만 그동안 버려지다시피 했던 근린상가를 제대로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유통의 미래’를 충분히 논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온라인 쇼핑으로의 구매 행태 변화, 대도시에 밀집된 유통 시설 등으로 일부 지역에선 오프라인 매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유통산업 규모는 약 295조 원(승용차 및 연료 소매점 제외)으로 2015년 278조 원 대비 약 6.2% 성장했다. 최근 5년간 유통업체의 매출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3.5% 수준이다. 대형 상업시설의 신규 출점이 정체돼 있던 2013년, 2014년을 제외하곤 모두 3% 이상의 성장을 기록해 유통산업은 여전히 ‘성장 산업’으로서 국내 내수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국내 유통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의 GDP에서 유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이며 국민 1인당 연간 소매 지출액은 
4832달러(약 537만 원)다. 이에 반해 OECD 내 선진 7개국(G7)의 경우 유통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6%, 1인당 연간 소매 지출액은 9374달러(약 1040만 원)다. 이 데이터만 놓고 보면 국내 유통산업은 선진국과 산업 규모 측면에서는 1.2배, 소비지출 수준 고려할 때는 1.9배의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요즘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와 맞지 않는 쇼핑 공간을 혁신하고 숨겨졌던 틈새 유통 시장을 공략한다면 혁신의 단초를 찾을 여지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본다.

 

토마스컨설턴츠는 영동대교 지하화 작업과 맞물려 진행될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자동차글로벌 비즈니스 내 상업시설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나.

지금 단계에선 밝히기 어려운 이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유통의 미래를 제시하는 영감의 공간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앞으로 대형 유통 시설은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공간이 돼야 한다.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과 놀라움으로 가득한 곳, 그래서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곳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유통 공간의 미래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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