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치 높은 루머, 기사 정확성은 낮아 外

232호 (2017년 9월 Issue 1)

Accounting & Finance

보도가치 높은 루머, 기사 정확성은 낮아


Based on “Rumor Has It: Sensationalism in Financial Media”, by Kenneth R. Ahern and Denis Sosyura in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2015), 28, pp. 2050-2093.


무엇을, 왜 연구했나?

당신은 신문기사를 참고해 주식에 투자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기사를 신뢰하는가? 언론은 자본시장에서 정보 전달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또 독자들을 두고 서로 능동적으로 경쟁을 벌이다 보니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보도할 욕구를 가지고 있다.

만약 언론이 보도의 정확성을 희생하면서라도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한다면 투자자의 행동과 주식가격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남가주대와 미시간대 공동 연구팀은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한 루머와 관련된 언론기사의 정확성에 대해 연구했다. 다양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M&A 관련 기사에는 대중의 관심이 쏟아진다. M&A는 피인수기업의 주주들에게 평균적으로 15∼20%의 초과수익(통상적인 이익률을 웃도는 이익)을 안겨줄 뿐 아니라 근로자 고객 및 경쟁사에는 각각 해고, 제품 공급의 중단, 경쟁시장 등의 변화를 야기한다.

<시애틀타임스(The Seattle Times)>의 1993년 9월2일 1면 기사는 ‘열독률’과 ‘보도의 정확성’ 사이의 상충관계를 잘 보여준다. ‘Could GE Buy Boeing? It's Speculation Now, But Not Entirely Far-Fetched(GE가 보잉을 사들일 수 있을까?(추측이지만 그렇다고 설득력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GE의 경영자인 잭 웰치가 보잉을 탐내고 있으며 보잉에 대한 인수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추측성 보도였다. 이 기사로 인해 당일 <시애틀타임스>는 불티 난 듯 팔려나가 ‘완판(완전판매)’됐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 보잉은 시애틀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해당 기사는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디자인 됐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모든 독자들이 기사의 내용을 믿은 것은 아니지만 신문 판매는 대성공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루머는 결코 현실화되지 않았다. 즉, 보도 후 GE는 보잉에 그 어떤 M&A 제의도 하지 않았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501개의 M&A 루머에 대한 2142건의 기사를 분석했다. 연구의 첫 번째 질문은 ‘피인수기업으로 인용된 기업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였다. 기사화된 M&A 루머의 피인수기업들은 대체적으로 규모가 큰(실제 성사된 M&A의 피인수기업들에 비해) 상장기업이었으며 높은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광고홍보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기업들과 소비재 판매 기업들이 M&A 루머에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했다. 규모가 큰 상장기업일수록 고용 인력이 많으며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관심을 일으키기 쉽다. 또 홍보비용과 소비재 판매 비율이 높은 대중에게 익숙한 기업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소유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루머에 소개되는 기업들은 ‘보도가치(newsworthiness)’가 높은 기업들이었다.

연구자들은 보도된 기사의 특성과 정확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기사의 정확성은 보도 후 1년 이내에 기사에 언급된 피인수기업에 공식적인 M&A 제의가 있었는지 여부, 즉 루머의 현실화 여부로 판단했다. 기사의 특성으로는 기사의 보도가치, 기자, 기사 내용 및 매체의 특성을 고려했다. 분석 결과, 보도가치가 높은 루머일수록 기사의 정확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의 경우 M&A 루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61% 낮았으며 기업 규모가 표준편차만큼 커지면 루머의 현실화 가능성은 43%나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의 개인적 특성을 살펴본 결과, 연령이 높거나,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했거나, 뉴욕시에 근거지를 둔 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정확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높고 관련된 교육을 받은 기자일수록 경험이 풍부하고 믿을 만한 정보원이 다양해 ‘거짓 루머’를 걸러낼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뉴욕시에 근거지를 두면 투자은행과 펀드매니저 등 M&A 루머에 대한 정보원을 많이 접할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이 지역 기자의 보도가 정확성이 뛰어난 것으로 추측된다. 반대로 생각하면 정확한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현업에 남아 있거나 뉴욕시에 근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반면 기자의 대학입학자격시험(SAT) 평균 점수와 ‘우수 기자상’ 수상 여부는 기사의 정확성과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체의 특성(판매부수, 역사 및 소유구조)도 기사의 정확도와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단, 구체적인 인수가격과 예상 입찰기업들이 기사 내용에 포함되면 해당 루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 결과는 언론 매체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자 대중에게 익숙한, 한마디로 보도가치가 큰 기업들에 대한 M&A 루머를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보도가치가 큰 대형 기업들에 대한 M&A 기사가 그저 루머에 그칠 가능성 역시 상대적으로 높았다. 기자들의 특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충분한 경험을 쌓은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가 더 정확했다.

선행연구들은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의 공시와 재무분석가의 리포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문기사에 근거해 주식에 투자하는 성향이 높다는 점에 의문을 던졌다. 본 연구는 언론 매체들이 독자층을 두고 서로 능동적으로 경쟁하며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으려는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개인투자자들이 신문기사에 의존하는 이유를 일부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M&A 루머에 대한 언론보도의 실질적인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추가분석에 따르면 언론에 보도된 M&A 중 51%가 합병계약서에서 기사에 보도된 루머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이들 중 63%는 언론에 루머가 보도되기 전 시점의 주식가격으로 인수가격을 계산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M&A의 주체들이 언론에 M&A와 관련된 기사가 보도되는 데 따른 주가 변동을 인지하고 있으며 인수가격 결정 시 이를 충분히 감안한다는 얘기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필자는 건국대와 The Ohio State University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학위를,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Rutgers University 경영대학 교수와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를 역임했다. 2013년부터는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IFRS 17(新보험회계기준) 적용지원 TF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보험회계 및 조세회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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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logy

 
강요된 긍정적 행동 오히려 부정적 효과

 

Based on “From Good Soldiers to Psychologically Entitled: Examining When and Why Citizenship Behavior Leads to Deviance” by Kai Chi Yam, Anthony C. Klotz, Wei He and Scott J. Reynolds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published online February 201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좋은 직원과 나쁜 직원을 구분하는 것은 기업의 오랜 관심사다. 그동안 회사에서 동료를 돕고, 조직을 위해 희생하는 조직시민행동(OCB, 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을 많이 하는 사람은 좋은 직원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대로 다른 동료들을 놀리거나 회사의 기물을 훼손하는 식의 문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나쁜 직원으로 인식됐다.

기존 연구들은 긍정적 행동을 하는 좋은 직원이 존재하고 부정적 행동을 하는 나쁜 직원이 존재한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분법적 사고를 기반으로 어떤 성격,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이 좋은 직원 혹은 나쁜 직원이 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주로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 실제 조직 현장을 관찰한 결과 회사에는 항상 좋은 일만 하는 좋은 직원도, 항상 나쁜 일만 하는 나쁜 직원도 없다는 논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논문은 이 같은 발상의 전환에 근거해 직원이 어떤 과정을 통해 긍정적 행동과 부정적 행동을 같이 하게 되는지를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들은 직원들이 조직시민행동을 하게 되는 동기에 주목했다. 직원들이 스스로 즐겨서가 아니라 압박감에 의해 조직시민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 문제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회사 내에서 좋은 행동으로 인식되는 조직시민행동은 대개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그런 행동을 강요하는 분위기, 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혹은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압박감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압박감으로 시작된 조직시민행동은 스스로에게 심리적 특권의식을 느끼게 한다. 내가 원치 않았고 내가 꼭 해야 할 업무가 아닌 조직시민행동을 했으니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식의 특권의식이다.

이러한 특권의식은 나중에 거리낌 없는 문제행동으로 이어졌다. 본 논문에 따르면 회사에서 직원들이 문제행동을 할 때 양심에 걸려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조직시민행동에 따른 심리적 특권이 이러한 양심의 가책을 상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시민행동을 한 직원들의 경우 나중에 회사에서 타인 혹은 조직을 대상으로 문제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또 심리적 특권의식에 따른 문제 행동은 회사 밖으로까지 확대됐다. 조직시민행동을 한 직원들이 회사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가 아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들을 놀리거나 뒷담화를 하는 식의 문제 행동을 일으켰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지금까지 직원을 선악으로 판단하던 이분법적 연구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이분법적 논리의 대안으로 동일 직원이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을 같이할 수 있다는 논리가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그 논리를 뒷받침하는 연구는 없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새로운 논리를 증명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지금까지 조직시민행동은 조직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고 여겨져 많은 조직이 이를 강조하고 심지어 직원들에게 강요해왔다. 하지만 본 연구는 타의에 의한 비자발적인 조직시민행동은 심리적 특권의식을 유발해 회사 내 문제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아무리 좋은 행동도 억지로 하면 오히려 화를 부른다는 교훈을 준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자율 운운하면서 은연중에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긍정적 행동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회사는 직원들이 비자발적인 선행 이후에 느끼게 되는 심리적 특권의식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본 연구에 따르면 회사에서 발생한 심리적 특권의식은 외부로 확대돼 회사 밖 타인에 대한 문제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회사에서 가지게 된 심리적 특권 의식이 다른 영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회사 내 어떤 환경이나 행동이 직원들로 하여금 심리적 특권의식을 느끼게 하는지 리더들이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김유진 템플대 경영학과 교수 ykim@temple.edu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시간주립대에서 조직 및 인력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로 2년간 재직했다. 현재는 템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감정, 조직시민행동, 팀 성과 등이 있다.

 

 

Management of Technology

 

3D프린팅 시대, 제조업 4대 전략은



Predicting the future of additive manufacturing: A Delphi study on economic and societal implications of 3D printing for 2030, by Ruth Jiang, Robin Kleer and Frank Piller, Technology Forecasting & Social Change, 201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할 다양한 핵심기술들이 논의되고 있다.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라고도 불리는 3D프린팅 기술이 대표적이다. 3D프린팅은 전통적인 제조방식을 뒤흔들 수 있는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 중 하나다. 영국 왕립공학회는 이 기술이 기존의 물류유통이나 제조공급망(supply chain network)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과 소비자 행태까지 바꿀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생산 측면에서 3D프린팅은 다양한 디자인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제조(digital fabrication)를 구현할 수 있다. 소비 측면에서는 앨빈 토플러가 일찍이 예측한 프로슈머(prosumer) 시대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기술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3D프린팅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에 대한 전망은 뚜렷하지 않다. 많은 가능성만큼이나 다양한 발전 시나리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 베를린공과대 연구팀은 2030년까지 3D프린팅 기술이 기업의 비즈니스 생태계와 소비자 그룹 및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전망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심층 인터뷰와 99명의 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한 워크숍 및 전문가 65명(41명의 산업계, 24명의 학계 전문가)을 대상으로 한 실시간 델파이(real-time Delphi)분석 기법을 적용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문헌 연구와 심층 인터뷰, 전문가 워크숍 등을 통해 제조, 비즈니스 모델, 소비자 및 시장, 지식재산권과 정책 등 4개 분야에서 18가지 전망을 제시했다. 이들이 델파이분석으로 2030년까지 가장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한 주요 전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부품 운송에 대한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면서 탄소배출량이 감소하고 제조 방식이 이원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복잡한 핵심 부품만 중앙집중방식으로 생산하고, 간단한 부품들은 각 지점에서 3D프린팅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부품 운송과 재고관리가 간소화될 수 있다. 이미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NASA는 매번 막대한 비용이 드는 우주선을 통해 부품을 운반하지 않고 우주정거장에 3D프린터를 올려 보낸 후 필요한 부품을 현지에서 직접 제작한다. NASA는 부품 제작에 필요한 3D프린팅 설계도를 우주정거장에 e메일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둘째, 소비자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디자이너를 확보·관리하는 것이 제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그동안 제조업의 핵심 역량은 바로 대량 생산 능력이었다. 하지만 3D프린팅이 활성화되면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진다.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파악해 신제품을 신속하게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게 제조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바뀌는 것이다. 신제품에 필요한 디자인을 소화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적기에 고용하는 것이 유능한 엔지니어의 확보·고용만큼 중요해진다.

셋째, 소비자들은 고도의 기술이나 복잡한 제조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제품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연구진은 조만간 상당수의 3D프린팅 제품이 복합 소재로 구성되거나 전자장치를 내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람들이 기존 3D프린팅을 제품의 외관만을 찍을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제품 안에 내장된 부품도 3D프린팅을 통해 만들 수 있다. 이미 항공기에 들어가는 복잡한 구조의 베어링 부품도 3D프린팅을 통해 생산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집에서 의약품을 출력하는 것도 가능해 질 것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진정한 프로슈머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식재산권 정책 측면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3D프린팅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면 프린터뿐만 아니라 전자 설계 도면도 중요한 상품이 된다. 사람들은 필요한 전자도면을 온라인에서 다운로드하기 위해 돈을 지불할 것이다. 이 경우 특허와 같은 전통적 지식재산권으로 디지털 제품을 보호하기 힘들어진다. 오픈 소스(open source)나 크리에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License) 같은 새로운 형태의 지식재산권이 활성화될 것이다. 또 3D프린팅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을 위한 디지털 파일 공유 플랫폼이 중요한 규제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이렇듯 3D프린팅은 미래 제조업에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연구진은 위에 소개한 주요 미래 전망을 바탕으로 제조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4가지 주요 전략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대량 맞춤(mass customization) 생산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3D프린팅 기술을 도입하면 아무리 복잡한 구조의 제품도 쉽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제조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다품종 대량 생산을 저비용으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핵심은 재고가 발생하지 않는 주문기반 생산(build-to-order) 체제를 구현하는 것이다. 기존의 제조업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제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이나 기기의 도면을 콘텐츠 형태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제조기업은 소비자들이 직접 3D프린팅을 활용해 생산할 수 있도록 디지털 파일을 만들어 온라인 플랫폼에 제공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제조업체의 주력 상품 형태를 완전히 바꾸는 것으로 이미 전문 디지털 콘텐츠 기업을 표방하는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전략은 필연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지식재산권 관리 등 기업 전략과 정책 측면에서의 조직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세 번째는 3D프린팅을 시장 개척을 위한 ‘보조역할’로 활용하는 경우다. 기업이 신제품을 3D프린팅으로 소량만 생산한 뒤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시장의 반응이 긍정적일 경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 3D프린팅 방식으로 제조하면 대량 생산에 따른 재고 부담이 없어진다. 이때 기존의 주력 제품 생산은 전통 제조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다.

마지막 전략은 3D프린팅을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엔 최종 소비자에게 완성품을 제공하는 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단종됐거나 구하기 힘든 부품만 따로 생산해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존의 제품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수 부품을 생산해 판매한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우리나라에서는 3D프린팅이라는 용어로 잘 알려졌지만 많은 선진국에서는 적층제조라는 용어가 더 보편화돼 있다. 선진국들은 3D프린팅을 통해 생산방식의 패러다임은 물론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까지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항공·자동차·군수·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중심으로 금속 파우더를 활용한 적층제조가 활성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스타트업 기업들이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우리 기업과 정부가 3D프린팅 기술의 파급 효과를 좀 더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복합 소재와 3D프린터 기술의 발달은 부품의 생산과 유통 및 재고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재편을 가져올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 또한 제조기술에서 디자인 역량으로 전환될 수 있다. 디지털 유통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식재산권 전략과 새로운 규제프레임도 필요하다.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jmahn@sogang.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화학공학 학사를,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기술경영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소기업청과, 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근무했으며 개방형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조업(high value manufacturing)과 중소벤처기업의 기술혁신활동, 기술창업과 사업화, 기술혁신정책 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보안경고 메시지 무시, 모두 뇌가 시키는 일


Based on “More harm than good? How messages that interrupt can make us vulnerable,” by Jenkins, Jeffry L, Anderson, Bonnie B., Vance, Anthony., Kirwan, Brock C., and Eargle, David.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2016). 27(4), pp.880-896.

 

무엇을, 왜 연구했나?

컴퓨터로 보고서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인데 백신 프로그램 업데이트 메시지 창이 팝업으로 뜬다. 메시지를 읽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읽지 않고 무시하게 된다. 모바일 기기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알림’들은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방해꾼이기도 하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가 시간을 다투는 중요한 작업일수록 알림 메시지는 방해가 된다. 많은 연구들이 이러한 방해(인터럽트·interrupt)가 개인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생산성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간단한 작업조차 동시에 수행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인지능력 한계, 즉 이중과제 간섭현상(Dual-Task Interference·DTI)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동안의 연구들은 진행 중인 작업과 인터럽트 작업에서 진행 중인 업무는 주요한 작업이고, 인터럽트 작업은 방해가 되는 작업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알림 메시지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것이라면, 혹은 운전 중 기계 오작동에 대한 것이라면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알림 메시지가 갖는 중요도나 심각성에 따라 사용자가 알림 메시지를 무시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안 경고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 심각한 정보보안 취약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리검영대의 앤서니 밴스 교수 연구팀은 보안 메시지를 무시하는 사용자의 뇌 작용에 초점을 둬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을 사용해 (1) 보안 알림 메시지에 대해 뇌에서 이중과제 간섭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2) 이중과제 간섭현상으로 보안 메시지가 무시되는지 (3) 이중과제 간섭현상의 영향이 인터럽트 시기를 조정함으로써 완화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는가?

연구팀은 두 가지 실험을 나눠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여자에게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부여한다.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경우를 설정함으로써 이중과제 간섭의 정도에 따라 인터럽트 작업 대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본다. 참여자에게 7자리의 숫자를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작업이고, 보안 알림 메시지를 보여주고 이에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두 번째 작업이 된다. 보안 메시지는 악의적인 것과 수용 가능한 것으로 나눠지며, 참가자들은 보안메시지 종류에 따라 수락해야 하는지, 거절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학습하고 실험에 참여한다. 이중과제 간섭 현상, 즉 DTI 정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다음 3가지 실험을 하고, 각각 보안 메시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본다.

(1) 높은 DTI 경우: 숫자 암기-보안 메시지 대응하기-암기한 숫자 말하기 (2) 낮은 DTI 경우: 숫자 암기-암기 연습-암기한 숫자 말하기-보안메시지 대응하기 (3) DTI 없는 경우: 보안 메시지만 보여주기

연구팀은 참여자가 두 가지 작업을 할 때 뇌의 혈류를 fMRI로 측정했다. 측정 부위는 ‘중앙 측두엽(Medial Temporal Lobe·MTL)’으로, 이 부분은 청각이나 시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가 무엇인지를 인지하며 사람의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 결과 실험자가 숫자 암기를 수행하는 상태에서 보안메시지를 읽을 때, 중앙 측두엽의 혈류가 부족한 것이 관찰됐다. 이는 멀티 태스킹이 중앙 측두엽 부위의 활동을 저하시켜 보안 메시지에 대응하는 기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실험결과 DTI가 높은 경우 보안 메시지를 무시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두 번째 실험은 구글의 보안담당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실험 참여자들이 DTI 정도에 따라 크롬 브라우저의 보안 애플리케이션인 크롬 클린업 툴(Chrome Cleanup Tool)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봤다. 크롬 클린업 툴은 브라우저에서 보안상 문제를 감지할 경우, 사용자에게 클린업 툴을 실행할 것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표시하고, 사용자가 툴을 실행하면 악성코드를 제거하는 등의 보안기능을 수행한다. 크롬 클린업 툴은 유용한 보안 도구지만 경고 메시지를 표시해도 사용자가 툴 실행을 선택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게 된다. 이것이 구글 보안담당팀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기도 했다. 연구팀은 DTI의 정도의 차이를 설정하기 위해 ‘웹페이지가 로딩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경우(DTI가 낮은 경우)’ ‘비디오를 보고 있는 동안(DTI가 높은 경우)’ 등 9가지의 이중과제 간섭상황을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연구 결과 856명의 참여자 중 79%는 크롬으로 비디오를 시청하고 있는 동안 크롬 클린업 툴 실행 메시지가 나타나면 이를 무시했다. 반면 페이지 로딩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전체의 22.1%가 무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DTI의 정도에 따라 보안 메시지를 보고 크롬 클린업 툴을 실행하는 정도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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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는가?

연구 결과는 DTI가 알림 메시지를 무시하는 정도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멀티태스킹, 즉 이중과제 간섭현상은 중앙 측두엽의 활동을 저하시켜 사용자들로 하여금 인지능력의 한계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사용자의 DTI가 낮을 때 보안 메시지를 전달하면 정보 보안을 보다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정보보안 관련 피해사례들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 기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에 맞서는 정보보안 도구 개발 및 활용에서 사람의 심리나 행동 패턴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연구팀은 사람의 심리와 행동의 기저에 뇌가 작동하고 있고, 뇌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면 효과적으로 보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본 연구는 뇌 과학과 심리학을 활용해 보안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는 보안 분야뿐 아니라 적시에 전달할 정보가 있는 경우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인지에 대해서도 좋은 단서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한진영 중앙대 창의ICT공과대 교수 han1618@cau.ac.kr

필자는 숙명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MIS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중앙대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차세대 정보전략, 정보보안, 프로젝트 관리, 지식경영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