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Startup Monitor: 영국 ‘바빌론헬스’

스마트폰으로 처방받고 약 배송까지. 한국에선 ‘원격진료 문턱’ 너무 높아

230호 (2017년 8월 Issue 1)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메신저나 영상으로 의사와 연결해 상담을 하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증상이나 상처 부위도 보여주면서 진찰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병원에 방문할 시간이 없거나 즉시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필요한 서비스일 것이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스타트업 ‘바빌론헬스(Babylon Health, http://www.babylonhealth.com)’는 스마트폰을 통해 온디멘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채팅을 통한 상담은 무료이며 예약을 통해 무제한으로 GP(General Practitioner, 영국의 1차 의료 전담 의사)에게 진찰을 받을 수 있다.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정액제 멤버십으로 운영된다.

멤버십 비용은 매월 5파운드(약 7100원) 또는 연간 50파운드(약 7만1000원)다.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기를 원치 않을 경우에는 1회 진찰비 25파운드만 내고 이용할 수도 있다. 전문의 진찰을 원하면 별도의 추가 비용이 청구되는데 멤버십 가입자는 1회 진찰 시 49파운드, 비가입자는 79파운드에 이용할 수 있다.

365일 24시간 채팅 문의가 가능하므로 사용자는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느낄 때 즉시 채팅을 통해 증상을 설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안내받을 수 있다. 또한 GP와의 진찰 예약도 24시간 가능하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1대1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다. 진찰 후에는 처방된 약을 다음 날까지 집, 사무실 등 사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배송해준다. 런던은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 만일 더 신속하게 약을 받아야 한다면 처방된 약의 재고가 있는 가장 가까운 약국을 확인해서 알려준다. 바빌론헬스에 따르면 서비스 이용자의 94%가 5점 만점에 5점 또는 4점의 만족도를 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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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는 바빌론헬스 앱을 통해 운동 상태, 체형, 스트레스 상태 등을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으며 가족 구성원들도 등록해서 GP와 상담을 하고 이력을 관리할 수 있다. 바빌론헬스의 서비스는 전문적인 의사 그룹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제공된다. 바빌론헬스의 인공지능은 의사들의 학습 지도와 이용자들의 헬스 데이터를 통해 개선되고 있다.

바빌론헬스는 2013년 설립 이후 현재(2017년 5월 말)까지 총 8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특히 2017년 4월 NNC홀딩스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6000만 달러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모바일 및 인공지능 기반 헬스케어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2016년 바빌론헬스의 시리즈A 투자에 데미스 하사비스가 개인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하사비스는 알파고의 개발사인 딥마인드(2014년 구글에 인수돼 현재는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인공지능 개발자다. 하사비스는 현재까지 총 5개의 기업에 개인적으로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빌론헬스다. 하사비스는 영국 출신이고 바빌론헬스도 영국 스타트업인데다 인공지능 기술로 비즈니스를 차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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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업들이 쏟아지고 있다. 모바일 기반의 원격의료 서비스만 살펴봐도 센스리(Sensely), 엠디라이브(MDLIVE), 스프루스(Spruce), 헬스탭(HealthTap), 콜나인(Call9), 페이저(Pager) 등이 있다. 또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당뇨병, 심장병, 정신병에 특화된 관리 서비스를 비롯해 투약 관리, 조제약 구매, 여성 전용 또는 소아 전용 헬스케어 서비스도 등장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바빌론헬스와 같은 원격의료 모바일 서비스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현행법과 제도하에서는 앞으로도 존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원격의료=의료민영화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원격진료, 조제약 택배 배송 등이 원천 봉쇄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 복지, 정치, 이해관계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내의 독특한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법과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세계 최고의 모바일 국가에서 원격의료 모바일 서비스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타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 ryu@peopleware.kr

류한석 소장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소프트웨어공학 석사 학위를 받고 컴퓨터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을 거쳐 현재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으로 IT와 문화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플랫폼, 시장의 지배자> <숨은 창의 살리기(공저)> <아이패드 혁명(공저)> <마이크로소프트의 IT전략과 미래(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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