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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Biz

국제시장 ‘꽃분이네’엔 없고 ‘1공구 실비집’엔 있는 것은?

문정훈 | 226호 (2017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영화 ‘국제시장’으로 유명해진 국제시장은 실제 가보면 딱히 소비할 콘텐츠가 없다. 영화에 나온 ‘꽃분이네’를 제외하고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을 만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시장은 그동안 이른바 ‘먹거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외지인들은 절대 모르는 국제시장 내 ‘히든 플레이스(Hidden Place)’가 있으니 바로 ‘제1공구 실비집 골목’이다. 이곳에서는 그날그날 부산에서 가장 신선한 재료로 만든 전통 부산 요리를 아주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스타 브랜드가 된 부산 국제시장 내에 위치한 잡화점 ‘꽃분이네’는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많은 이들이 꽃분이네를 보러 국제시장에 들르지만 국제시장이 ‘꽃분이네’로 얻은 경제적 파급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그리고 이제는 그 약발도 떨어져서 꽃분이네는 서서히 잊혀가는 존재가 되고 있다.

국제시장을 비롯한 모든 재래시장들이 대형마트, 편의점들과 경쟁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다. 시작은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일컬어지는 하드웨어적 인프라 투자다. 각 재래시장 상인회는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금, 자체 투자를 통해 비와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아케이드를 씌우고, 바닥에 보도블록이나 타일을 깔고, 화장실을 정비하며, 상점의 간판이나 외관도 훌륭하게 개선하고 있다. 더 여유가 있는 곳은 주차장 시설까지 구비하고 있다. 시장별로 차이는 있지만 앞서 나가는 쪽은 이런 인프라의 현대화를 통해 고객 편의성 확보를 달성한 곳들이 꽤 있다. 이를 달성한 재래시장들이 고민하는 것은 추가적인 고객들을 확보할 만한 콘텐츠를 갖추는 것이다.

경복궁 인근의 통인시장은 ‘엽전 도시락’이라고 하는 콘텐츠로 관광지로서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통인시장에서 엽전 한 닢은 500원으로 환전되는데 엽전으로 환전하면 음식을 담을 수 있는 도시락통을 고객에게 지급한다. 고객들은 도시락통을 들고 다니면서 통인시장 내에 30여 개에 달하는 엽전 도시락 가맹점에 들러 엽전 한 닢 또는 두 닢, 즉 500원에서 1000원을 내고 각 가게의 음식을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시장은 ‘꽃분이네’라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보유하고도 통인시장처럼 소비자의 지갑을 열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국제시장과 꽃분이네

부산 남포동 국제시장의 대표적인 콘텐츠 ‘꽃분이네’의 약발은 강렬했으나 약효가 그리 길지 못했다. 그 콘텐츠는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였지, 현장에서 고객들이 경험으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는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꽃분이네를 보러 왔지만 국제시장은 시장을 찾은 관광객 중심의 고객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현실의 콘텐츠가 부족했다. 국제시장을 찾았던 관광객들은 인근의 자갈치시장이나 부평동 깡통골목 시장으로 이동해 실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소비했다. 자갈치의 신선한 수산물과 깡통골목 시장의 어묵 가게들은 타지인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훌륭한 콘텐츠다.

국제시장은 말 그대로 잡화 시장이다. 한국전쟁 시절에 형성된 오래된 형태의 ‘전쟁 중 백화점’이다. 전쟁 후 흥망성쇠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남았다. 국제시장은 6개의 공구(구역)로 나누어져 있고, 공구별로 상점의 특성이 대략 정해져 있다. 예컨대 3공구엔 의류가 많고, 6공구엔 조명가게가 많다. 포목점이 있고, 기계 공구를 파는 곳이 있으며, 수의를 파는 곳도 있다. 그러나 국제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것이 있다면 바로 ‘먹을거리’다. 꽃분이네를 슬쩍 둘러본 관광객들은 인근을 둘러보고는 ‘소비할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국제시장을 떠난다. 그 유명한 부산 씨앗호떡도 없고, 비빔당면도 없으며, 부산에서 흔하디흔한 어묵 가게 하나 없다. 그래서 다들 인근 시장으로 흩어져 나간다.

그래서 국제시장은 관광객들에게 별로 재미없는 곳이다. 부산을 방문한 관객들에게 중요한 것은 부산의 음식인데 국제시장에는 먹을 것이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관광객들의 눈에는 보이지가 않는다. 하지만 오후 4시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제시장의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1공구 한쪽의 어두운 골목,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게 생긴 고담시티의 뒷골목 같은 후미진 곳에 사람들이 두 명씩, 세 명씩 들어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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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훈

    문정훈moonj@snu.ac.kr

    - (현)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
    - (현) Food Biz Lab 연구소장
    -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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